제목은 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 작가가 생전에 쓴 모든 서문과 발문 모음집. 그냥 <박완서의 모든 책>으로 읽으면 되겠다. 인상적인 건 모든 책의 표지도 같이 모아놓은 것. 우표첩으로도 읽게끔 꾸며졌다. 박완서 선생이 매우 좋아하셨을 법한 책이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하고(잡지 ‘여성동아‘의 장편공모 당선작) 낸 첫번째 책이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일지사)였고 김윤식 선생의 주선에 따른 것이다. 서문에서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렇던 게 이렇게 빠르게 내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된 것은 평소 일면식도 없었던 김윤식 교수의 주선과 격려에 힘입은 바가 컸다.˝

십여 년 전에 한 연말시상식장에 참석하신 두분을 나란히 뵌 적이 있는데 그게 나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따님(호원숙)에 따르면 이 책의 착상도 <김윤식 서문집>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니 두 사람의 ‘일면식도 없었던‘ 인연이 사후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 <박완서의 모든 책>의 자리도 그렇다면 <김윤식 서문집>(개정판도 나왔다) 옆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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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나는 내가 무겁다": 김현승의 시

김현승의 시에 대해 14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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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은 단편과 중편, 장편소설, 그리고 에세이 등 전 산문장르에 걸쳐서 작품을 썼는데, 아무래도 대표작은 중편과 장편 들이다. <마의 산>(1924)을 강의에서 다시 읽으려고 하니(이번 3월 스위스문학기행 때 그 무대가 되는 다보스에 가려고 한다) 오래 묵은 숙제 하나가 떠오른다. 작가 초년기의 대표작이자 기념비적인 소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1901)과 <마의 산>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하는 점.

토마스 만이 <마의 산>에 착수하게 되는 게 1912년의 일이므로 정확히는 <부덴브로크>를 완성한 이후 12년간 정도가 되겠다. 단순 견적으로 <부덴브로크>에서 <마의 산>으로 가는 경로는 없다.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방향전환의 계기가 있는지 여부다(단편과 달리 장편소설의 방향은 변덕보다는 더 무거운 동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나 만처럼 묵직한 작가에게라면). 추정이 없는 건 아니다.

1905년에 만은 카타리나 프링스하임과 결혼하면서 ‘길잃은 시민‘의 방황을 뒤로 하고 부르주아 계급의 습속으로 복귀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하여 쓴 장편이 <대공전하>(1909)인데 토마스 만의 장편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한 차례도 번역되지 않았다. <부덴브로크>와 <마의 산> 사이에 끼여있는 ‘약한‘ 작품이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로선 가장 궁금한 소설이기도 하다. 두 대작의 연결이나 단절을 파악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시기에 만이 쓴 대표작이 <토니오 크뢰거>(1903)나 <베니스에서의 죽음>(1912)과 같은 중편들이고 이 작품들에 동성애 코드가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있다. 원래 ‘죽음‘을 주제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속편격으로 쓰게 되는 게 <마의 산>이고 이 장편에는 죽음뿐 아니라 동성애가 강하게, 하지만 은밀하게 그려져 있다. 추정이란 건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인력이 되어 <부덴브로크>의 만을 <마의 산>의 만으로 끌어당기지 않았을까라는 것. 이것은 개인적인 추정일 뿐이고 더 자세한 것은 평전과 함께 <대공전하> 같은 작품을 꼼꼼히 검토해봐야 알 수 있다. 희망은 그렇다.

<마의 산>은 주로 을유문화사판으로 강의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번역판도 참고하려 한다(열린책들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번역본은 <마법의 산>으로 나온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종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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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4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20-01-2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공전하 는 1976년에 출판된 바 있답니다. 삼성판 세계문학전집으로요. 세로쓰기라 읽기가 좀 힘들긴 해요.

로쟈 2020-01-29 09:45   좋아요 0 | URL
아. 알려주셔서 감사. 삼성판이 이후에 가로판으로도 나왔을텐데 알아봐야겠습니다.~
 

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 스티븐 그린블랫의 책이 한권 더 나왔다. <폭군>(비잉). ‘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권력의 원리‘가 부제. 대략 내용이 어림되는 책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홀베르그상 수상자이자 저명한 셰익스피어 연구자 스티븐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가 독재가 만연한 혼란스러운 시대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희곡들을 탐구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독재 체제의 사회적 원인과 심리적 요인을 탐구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겨난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리처드 3세, 맥베스, 리어 왕, 코리올라누스와 같은 인물들의 심상과 그들이 다스린 국가를 분석하고, 셰익스피어가 절대 권력을 탐했던 독재자들의 욕망과 이로 인해 벌어진 비극을 묘사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지난가을 영국문학기행 때 기억에는 스트랫퍼드의 셰익스피어문학관에서 구입한 책이다.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그린블랫의 다른 책으론 평전 <세계를 향한 의지>(민음사)가 먼저 나왔었다. 이런 수준 학자의 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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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a 2020-07-0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www.facebook.com/groups/jolggu/permalink/650590558865206/
문제가 많은 책이자 출판사로 보입니다.
 

이미 한차례 소식을 전했는데 손창섭부터 이승우까지 한국현대작가 10인에 대한 강의록, <로쟈의 한국현대문학 수업>(추수밭)이 나왔다. ‘나왔다‘는 건 인쇄소에서 나왔다는 뜻이라 나도 아직 실물은 확인하지 못했다. 수요일에나 받아볼 참인데 서점에서의 구입은 연휴가 지난 다음주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려나 올해의 첫 스타트인지라 무탈하게 나온 건지 궁금하다.

한국문학강의 강의책을 더 낼 수 있느냐도 이 책의 성패에 달렸기에 반응도 살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책을 내기까지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헤아려보니 나로선 열세번째 단행본이다. 올해 예정으로는 이십권째를 넘어서야 하기에 일정이 바쁘다. 연휴에는 또다른 책의 교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주마가편은 이럴 때도 쓰는 말이다. 지난해가 가장 긴 한해였다면 올해는 어쩌면 가장 짧은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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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1-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방문한 교보문고에서도 아직은ㅎㅎ 혹시나해서 검색해봤습니다ㅎ
축하드립니다~고생하셨습니다
빨리 읽고싶네요~

로쟈 2020-01-21 09:18   좋아요 0 | URL
고생까지는 아니었고요. 강의와 책은 또 의미가 달라서 저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손글 2020-01-2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로쟈 2020-01-21 09:18   좋아요 0 | URL
감사.~

누리엄마 2020-01-2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좋은 글은 또 만나 볼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로쟈 2020-01-21 09:19   좋아요 0 | URL
네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습니다.~

파란마음 2020-01-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주문은 설후에 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로쟈 2020-01-21 09:20   좋아요 0 | URL
연휴 직전이라 배본이 늦어지나 봅니다.~

2020-01-22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