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책이 새로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요리책이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다산책방). 부제는 점잖게도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이다. 요즘 반스의 작품들을 강의하고 있어서(못 찾아서 다시 주문한 책들도 있다) 더 주목하게 된다(요리책이라면 하루키 스타일 아닌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시대의 지성, 줄리언 반스의 요리에 대한 에세이. 어려서 요리를 배울 기회가 충분치 않았던 줄리언 반스가 중년이 되어 뒤늦게 낯선 영역이던 부엌에 들어서서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요리책을 낸 한국작가도 몇 있었던 듯하다(음식에 관한 책이라면 적지 않고). 반스 자신의 책들과 묶자면 앞서 나온 에세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와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등이다. 반스의 소설들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도움이 되는데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도 그러한지 궁금하다.

PS. 오늘 핸드폰을 교체하고 처음 써본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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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지방강의를 마치고 귀가중이다. 이번 한주만 지나면 이번 시즌도 하반기로 접어든다. 대학이라면 중간시험 끝나고 축제기간으로 들어가려나. 연휴가 껴 있기에 한숨 돌릴 수는 있겠다. 강의도 강의지만 강의 뒤풀이(보완)도 많이 밀려 있기에. 영국문학 강의와 관련해서도 디킨스의 책 몇권과 주문해놓은 새커리 평전 등을 읽어봐야 한다. 부분적으로라도.

게다가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영국문학기행에서 그의 고향 스트랫포드(어폰에이번)를 방문하기에 관련하여 읽을 책들이 많다(아무리 읽어도 다 읽지 못할 정도로 관련서가 많긴 하다). 이번에 강의차 황광수 선생의 <셰익스피어>(아르테)를 읽었는데(공을 많이 들인 책이다), 책에서도 인용하고 있는 파크 호넌의 <셰익스피어 평전>(삼인)이 다시 나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2003년에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 지난해에 15년만에 나왔다(예전판보다는 표지와 장정이 나아보인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훑어본 책으로 특별히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건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평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불확실한 대목이 많은 작가의 생애를 추정과 상상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게 셰익스피어 평전이니까. 그보다 나중에 나온 그린블랫의 평전 <세계를 향한 의지>(민음사)와 같이 읽어보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영어판으로는 단권짜리 셰익스피어 전집도 저렴하게 나와있는데 이 참에 구입할까 망설이는 중이다. 1300쪽이 넘기에 분명 들고다닐 수도 없는 책이어서다. 그래도 1623년에 나왔던 전집 대신으로 꽂아놓는다면 의미가 없지는 않겠다. 더불어 몇 권의 관련서를 더 주문하려다 보니 대체 셰익스피어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책은 많고 인생은 짧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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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한스 2019-04-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0쪽 영어판은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건가요

로쟈 2019-04-24 00:51   좋아요 0 | URL
옥스포드대출판부입니다.
 

중국작가 왕샤오보(1952-1997)의 <혁명시대의 연애>(창비)를 엊그제 강의에서 읽었다. 가끔 예기치않은 작가 혹은 작품과 만나게 되는데 왕샤오보와 그의 작품이 그렇다. ‘중국의 조이스‘ 혹은 ‘중국의 카프카‘로도 불린다지만 소개된 작품들로 봐서는 정확하지 않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좋아하고 제목도 <콜레라시대의 사랑>을 패러한 것이지만(번역본의 제목도 그에 맞춰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원어는 ‘혁명시기적 애정‘이다) 왕샤오보의 소설들의 자기 체험에 좀더 밀착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처럼.

왕샤오보는 늦게 데뷔하여 1990년대 중국문학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가 45세에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급사하는데 사후에도 여전히 중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그의 산문들도 소개되면 좋겠다. 국내에 소개된 건 <혁명시대의 연애>에 수록된 표제작과 ‘황금시대‘, 그리고 이전에 나온(작가명이 ‘왕샤오뽀‘로 표기됨) <황금시대>(한국문원)에 실린 ‘유수 같은 세월‘까지 세 편이다. ‘황금시대‘는 두 종의 번역이 있는 셈(소설에서 여주인공을 지칭하는 표현이 각각 ‘걸레‘와 ‘화냥년‘으로 되어 있다).

다른 시기를 다룬 작품들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왕샤오보 소설들의 시대배경은 문화혁명기다. 성에 대한 억압을 부조리하면서도 매우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게 그의 장기로 보인다(인기비결이기도 할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와 경합할 만하다. 옌롄커는 1958년생이고 소설은 2005년작이다. 왕샤오보의 작품이 10년쯤 앞선다. 그리고 왕샤오보의 소설들은 상당 부분 자전적 소설로 읽힌다. 얼마만큼 실제 사실과 일치하며 얼마만큼 각색되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그의 수필들을 참고해야 할까. 중국에서라면 평전도 나옴직하다) 그런 인상을 준다. 옌롄커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아무려나 중국식 블래유머나 부조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희귀작이 왕샤오보의 소설들이다. 좀더 번역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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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러시아문학 강의에서도 잠깐 나쓰메 소세키의 의의에 대해서 언급했는데(투르게네프가 일본문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소개하다가), 소세키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소설전집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작품이 번역돼 있는지라 새책이라 하더라도 초역이 아니라 중역본이다. 그래도 근간예정인 <소나티네: 나쓰메 소세키 작품집>은 김석희 선생이 옮긴 것이라 관심을 두게 된다. 단편과 수필, 강연 등을 모은 책이다.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그 후>(문예출판사)의 새 번역본과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전집>(현인)이 있다. 소설전집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어서 나로선 단편 쪽에 더 끌리는데, 특히 ‘런던탑‘처럼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단편선집도 갖고 있지만 당장 손길이 닿지 않는다). 계획상으로는 이번가을 런던 방문시에 소세키문학관에도 찾아가볼 생각이다. 소세키를 더 밀착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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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현대작가 강의에서 이번주부터는 줄리언 반스를 읽는다. <플로베르의 앵무새>(1984)부터 최근작 <연애의 기억>(2018)까지인데, 이 가운데 초기작은 세번째 소설인 <플로베르의 앵무새>가 유일하다. 데뷔작이 <메트로랜드>(1980)이고 두번째 소설이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1982)이다.

부커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반스의 출세작이다. 앞선 두 권의 소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플로베르의 앵무새>에 도달했는지 들여다보게 해줄 것이다. 미래형으로 적은 건 이 책들이 절판된 상태라서다. 전체적으로 절반 가까운 책이 판권이 넘어간 탓인지 모르겠다.

별명이 ‘카멜레온‘일 정도로 반스는 매번 다른 시도를 보여주는 작가로 유명한데 그래도 사랑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가장 많지 않나 싶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은 그런 맥락에서도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소장본을 찾지 못하면 중고본을 구해야 할 형편이다.

반스는 여러 차례 후보에 오르다가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영국 대표작가로 우뚝 서게 되지만 내게 반스는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한 연애소설 작가였다. 사랑의 심리를 다룬 몇몇 소설이 그런 인상을 갖게 했던 것. 하기야 그맘때 반스는 ‘반즈‘라고 불렸던 것 같다. 나를 만나기 전 반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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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4-1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은 에세이가, 문장이 넘
좋아서 <여행의 기술>은 계속 밑줄 그으가며 읽었지요.
달콤한 문장은 충분했기에 더 이상 그를 읽는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수명과 시간 면에서. 쌤 영향? ^^)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에서 음산함이 힘들었고 <시대의 소음>은
읽다가 중단했어요.
(다른 책에 밀려서 ㄱ - )
제 로망 중 하나가 영국에서 1년 살아보기인데... 잠시
좋아하는 추리소설의 회색빛 습기
머금은 낭만적인 날씨와 반스의
스산함의 차이를 생각해봅니다...그러기 위한 반스 더 읽기는
로쟈님께 묻어 가기로...*^^*

로쟈 2019-04-14 14:24   좋아요 0 | URL
반스의 책은 절판된 게 많아서 후기작만 읽어보려 합니다. 그래도 영국 국가대표급 작가이니..

xeric 2019-04-1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3년인가 94년인가 그때쯤에 <10과 2분의 1~>을 읽을 때는 반즈가 이런 작가인 줄 몰랐었죠. 그땐 ‘어째선지 자몽답지 않게 맛있는 자몽을 주는 곳‘이란 말로 천국을 정의하는 이 작가가 제법 독특하게 느껴졌더랍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상에 책은 많았고, 이 작가는 지금까지 계속 독서 목록에서 밀려 있었네요. 그리고 어느샌가 소설이란 거 그다지 정색하고 일부러 읽지 않는 게 제 현실이 되어버렸죠.

로쟈 2019-04-16 12:56   좋아요 0 | URL
플로베르의 앵무새와 10과1/2이 가장먼저 소개됐었죠. 소설 자체를 멀리한다면 시간이 풍족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