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억 - 고롱고사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자연과 인간, 그 아름다운 공존의 기록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최재천.장수진 옮김 / 반니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모잠비크의 고롱고사(Gorongosa) 국립공원은 성경 속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땅으로 알려진 곳이다. 실제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이 고롱고사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고롱고사가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낙원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롱고사의 숲은 16년 동안 일어난 내전에 휘말리면서 처참하게 훼손됐다. 군인들이 고기를 얻고자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잡았다. 이렇게 황폐해진 이곳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미국인 자선사업가 그레고리 카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은 초식 동물들을 이주시켜 이들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육식 동물들도 천천히 늘려나가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찌 보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시도한 셈이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코끼리와 하마를 시작으로 버펄로, 사자 등 야생 동물들이 점차 고롱고사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생명의 기억》(A Window on Eternity)은 고롱고사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다.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고령과 비행기 트라우마에 불구하고 고롱고사의 땅을 밟는다. 그곳에서 노학자는 야생이 녹아 흐르는 자연의 대지를 관찰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만난 동물들은 우리가 도시의 동물원에서 보던 동물들과 완전히 달랐다. 사자의 위엄 있는 모습, 사체에 모여 살점을 뜯어먹는 독수리들, 황새의 우아한 날갯짓 등은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 인간들의 눈요기를 위해 차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사는 동물원 동물들의 피곤하고 생기 없는 모습이 새삼 안쓰러워진다. 일생을 비좁은 동물원의 ‘감옥’에 갇혀 사는 동물들과 달리 숲에서 있는 그대로의 야성을 발산하는 동물들은 경이로움을 넘어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생태계를 흔히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오묘한 조화와 조물주의 섭리가 배어 있다. 이 조화로운 섭리가 흐트러지면 생태계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들의 숫자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통해 조절된다. 어떤 지역의 생물의 종류와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한다. 먹이 연쇄의 한 단계를 이루는 어떤 생물의 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준다. 먹이사슬의 고리 하나가 빠져나가면서 연쇄적인 붕괴가 시작된다. 내전이 끝났을 때 고롱고사의 평원을 누비던 사슴과 버펄로의 개체 수가 줄어들자 사자와 치타 등 대형 포식자도 자취를 감췄다.

 

곤충 역시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존재다. 곤충이 살아나지 않으면 생태계도 살아남지 못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서 천천히 부패하다 토양으로 사라지며 다시 자연 일부가 된다. 그런데 미생물의 역할만으로는 이러한 생태계 순환 과정이 더디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체 분해를 빠르게 도와주는 청소부 곤충들이 있다. 이들은 사체를 먹으며 잘게 부수어 미생물의 번식을 빠르게 만들고 동물의 배설물도 먹어 치우며 생태계 전반에서 순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배설물, 부패한 시체 등을 먹는다는 이유로 더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백한 생태계의 순환의 일꾼들이다.

 

개미 연구 전공자답게 윌슨의 개미 사랑은 여전하다. 윌슨은 침으로 자신의 손가락 살을 찌른 개미 한 마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떨어뜨린다. 그리고 줄지어 가는 개미 떼의 행렬을 밟지 않는다. 연구 대상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 대한 경외심이리라. 재미있는 사실은 개미를 좋아하는 학자가 거미 공포증을 느낀다.

 

윌슨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보호 구역은 절반이라도 그대로 두자고 제안한다. 인류는 자신이 자연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면서 끝없는 자연정복과 자기중심적 약탈을 정당화해왔고 이러한 과정을 진보로 규정했다. 윌슨은 ‘진보’라는 열매 속에 든 독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한다. 인류의 탐욕에 의한 끝없는 자연 개발은 자연은 물론 인류의 존속까지 위협한다. 우리나라가 생물 종(種) 다양성이 풍부한 아프리카처럼 야생동물을 자연 상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이나 사설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라 모든 생물이 공존하는 지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자연에 대한 감성이 무디어지면서 자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없게 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물이 ‘더 소중하거나, 소중하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그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만약 더 소중한 생명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그렇게 판단하는 인간의 생각 속에만 존재한다.

 

 

 

 

 

※ 깜놀주의!

 

* 50쪽 : 동물 사체를 뜯어먹는 독수리 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 77쪽, 78쪽, 80쪽, 83쪽 : 거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거미공포증이 있는 독자는 주의할 것.

* 86쪽, 96쪽, 100쪽, 103쪽, 124쪽, 143쪽 : 개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 130쪽 : 작은 개구리를 잡아먹는 거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 141쪽 : 밤나방 애벌레를 클로즈업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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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cyrus님. 사진 있는 책마다 등장하는 ˝깜놀주의˝ 코너.

cyrus 2016-09-09 09:15   좋아요 0 | URL
제가 곤충 사진을 무서워해요. 밤에 혼자 이 책을 보다가 거미 사진에 깜짝 놀랐습니다. ^^;;

yureka01 2016-09-0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아프리카가서 사진 찍고 싶습니다..ㄷㄷㄷㄷ6^..

cyrus 2016-09-09 09:16   좋아요 0 | URL
그 꿈 꼭 이루셔서 사진집을 내셨으면 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9-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사람은 조심해야겠군요. 티브이의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를 보면
잔인하게 뜯어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게 되더라고요.
기다렸다가 다시 봅니다.ㅋ

cyrus 2016-09-10 21:13   좋아요 0 | URL
피 튀기는 장면이 나오는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사람도 있어요. 끔찍한 사진이나 장면 한 번 보고, 그게 머릿속에 남으면 후유증이 오래 가요. ^^;;
 

 

 

* [스브스뉴스] 리뷰 썼는데 명예훼손?…억울한 고소 안 당하는 법 (2016년 9월 1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5&aid=0000448300

 

 

 

오늘 이 뉴스를 보면서 책의 문제점을 알린 리뷰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평을 신중하게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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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6-09-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진작부터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책 리뷰나 영화 리뷰 등이 악평일 경우엔 명예훼손이라면서 포털사이트에서 마음대로 글을 내리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_-;;

cyrus 2016-09-07 17:59   좋아요 1 | URL
악평이라는 이유로 글쓴이 동의 없이 함부로 글을 내리는 건 비겁한 일입니다.

syo 2016-09-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일 같지 않군요...... 사이토 다카시상 스미마셍.....

cyrus 2016-09-07 18:01   좋아요 0 | URL
사이토 상은 모를 겁니다. 소신 있게 비판하셔도 됩니다. 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0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악평 쓴게 너무 많아 불안하네요 ㅋ

cyrus 2016-09-07 18:00   좋아요 0 | URL
비꼬는 식의 문장을 쓰지 말아야겠어요. ㅎㅎㅎ

syo 2016-09-07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아하는 게 비꼬는 문장이고 두 번째가 비비꼬는 문장인데 전 이제 망했어요.

yureka01 2016-09-0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면 걸리는거내요.ㄷㄷㄷ 그런데 비평을 명예훼손으로 받아 들이는 작가라면 그 책 겁나서 읽겠습니까.ㅎㅎㅎ 모르죠 당대는 입 꾹 다물었다가 죽고나서 비평하면 저승에서 걸란가요.ㄷㄷㄷㄷ

cyrus 2016-09-07 19:07   좋아요 0 | URL
표절 시비도 명예훼손으로 생각하는 작가들도 있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쪽으로는 전문입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욕만 하지 않으면..
사실 직시라 해도 공공익을 위한 글의 기재로 무혐의받습니다.
쫄 필요 없습니다..

cyrus 2016-09-07 19:09   좋아요 1 | URL
역시 우리 곰! 사실만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요.

릴케 현상 2016-09-0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로쟈님이 파출소 갔다왔다는 전설이 있죠

cyrus 2016-09-07 19:17   좋아요 0 | URL
번역 논쟁으로 알라딘 서재가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은 논쟁 분위기 보기 힘들어졌어요.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9-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맛집 리뷰는 진짜 유명했죠.. 쓰는 사람들이 흥분상태에서 `그래 잘먹고 잘사세요~` 같은 멘트를 쓰긴 했는데 링크 뉴스를 보니 그런 멘트가 고소의 빌미를 준 거로군요.. 에잉 어디 무숴워서 리뷰쓰겠나!

cyrus 2016-09-08 08:17   좋아요 0 | URL
`잘 먹고 잘 살아라`가 심한 욕설은 아닌데 이거 가지고 트집 잡는 건 우스워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거나 다 명예훼손이군요. 법은 약자를 위해서 쓰여야 하는건데, 주로 재벌이나 정치인, 유사언론인들이 명예훼손을 이용한다죠?? 암튼 머리 아픈 세상입니다.

cyrus 2016-09-08 08:18   좋아요 0 | URL
칭찬 일색의 알바 리뷰에 관여한 회사를 처벌하는 법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무 2016-09-0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괜찮아도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사실 풍자나 비꼼의 미학은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는 건데, 명예훼손이 지나치게 과대적용되면 그 아슬아슬함을 기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cyrus 2016-09-08 08:20   좋아요 0 | URL
표현 자유를 규제하는 법 때문에 비판하는 의견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빨강앙마 2016-09-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악..ㅠㅠ 저도 아닌건 아니라고..대놓고 리뷰쓰는데..겁나서 갑자기..후덜덜 해졌어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말이죠.. 사실 이렇게 불려가고 어쩌고 하는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니까요..ㅠㅠ

cyrus 2016-09-08 09:0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글이 네이버에 포스팅한 글에 비하면 덜 노출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가 없어요. 가끔 출판사 직원들이 비로그인 계정으로 댓글을 남기는 경우로 봐서는 독자리뷰를 살피는 출판사가 있어요.
 

 

 

 

가끔 책을 사게 되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예전에 샀던 책이 책장에 꽂힌 줄 모르고, 그와 비슷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산 책의 표지만 다르고, 내용이 비슷한 것인 줄 모르고 사버리는 일도 있었다. 읽지도 않고, 책을 사들이는 습관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다. 루 살로메의 책이 구하기 어려워서 고민할 필요 없이 사들였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 당대 천재들의 운명을 관통한 전설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이들과 차례대로 만나면서 학문적으로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루가 21세 때 니체를 만났다. 그때 니체의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체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청혼했다가 거절당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루의 연인이었던 파울 레와 니체는 셋이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된다. 루는 지성을 나누는 관계와 육체를 나누는 관계를 확실히 구분 지었다. 기묘한 삼각 동거는 루의 결혼으로 끝난다. 루는 언어학자 안드레아스와 결혼한다. 레는 실연의 아픔을 못 이겨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니체도 이후 약 10년간 정신착란 상태로 삶을 마감한다.

 

 

 

 

 

 

 

 

 

 

 

 

 

 

 

 

 

 

 

1885년, 루는 자신의 첫 소설 <Im Kampf um Gott>를 발표하여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원제를 직역하면 ‘신을 얻기 위한 투쟁’으로 읽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택된 자들의 소망’,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로 소개되었다. 신앙(종교)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루가 레와 니체를 만나고 있었을 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니체의 인상이 느껴지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니체가 루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고 주장하는 연구가도 있다. 니체는 진리, 선, 신들이 이 세계를 부정하기 위해 고안해낸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서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추구했다. 루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기독교의 신을 부정하고 스스로 치열하게 투쟁하는 영혼이다. 루는 소설 중간에 삽입된 시 『고뇌에 부친다』에서 자기극복의 고통과 기쁨을 통해 자유정신과 육체의 통일을 이루는 인간을 바람직한 미래의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너는 정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너와의 투쟁으로 가장 위대한 사람들은 더 위대해진다.

그것은 목표를 향한 외줄기 길의 투쟁인 것이다.

그런 것이기에 우리에게 운명과 기쁨으로서

오직 하나뿐인 그 고뇌, 참된 위대함이 주어진다면

그때면 우리들은 정면으로 그것과 투쟁할 뿐.

그렇다, 생사를 걸고 그것과 투쟁할 따름이다.

 

(『고뇌에 부친다』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114~115쪽)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Im Kampf um Gott>와 니체, 릴케, 프로이트에 대한 그녀의 글, 그리고 아포리즘을 엮은 책이다. 아마도 이 책에 있는 글 일부가 H.F. 페터즈의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산호출판사에서 나온 《선택된 자들의 소망》의 초판 출간 연도는 1993년이며, 2000년에 투영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두 권 다 비슷한 번역본이다. 2년 전 헌책방에서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샀고, 최근에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를 샀는데, 《선택된 자들의 소망》에 <Im Kampf um Gott>가 수록된 줄 몰랐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사지 않아도 될 책을 사지 않았다.

 

 

 

 

 

 

 

 

 

 

 

 

 

 

 

 

 

 

책만 보는 사람은 바보 소리 들으면 할 말이 없다. 15세기 독일의 법학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제대로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사기만 하는 사람들을 ‘바보 배’ 첫 번째 탑승자로 선정했다.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Das Narrenschiff>(바보들의 배)는 중세 말기의 무질서와 혼란을 풍자한 책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고안에 힘입어 저자가 사망할 때까지 17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배에 올라탄 바보들의 유형이 무려 100가지 넘는다. 그 중 첫 번째 등장하는 바보가 책만 읽는 바보다.

 

 

 

 

 

 

책은 항상 나의 믿음직한 핑계요,

책 속에 파묻히면 근심걱정은 끝일세.

가갸거겨도 모르는 처지지만

딴에 책을 무척 숭상한다네.

파리가 얼씬대면 얼른 쫓아내지.

사람들이 학문을 논할 때면,

“나도 집에 책 많다!”고 자랑하네.

책 속에 파묻혀서 산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흡족한걸.

 

(《바보 배》 22~23쪽)

 

 

 

바보들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당나귀처럼 뾰족한 귀 양쪽 끝에 방울이 달린 광대의 모습이다. 과거에는 광대가 바보스럽고 어리석은 인물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바보는 똑똑한 사람의 뒤집힌 거울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바보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자신에게도 바보 같은 모습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Das Narrenschiff>의 삽화로 수록된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는 누구든 스스로 ‘바보’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거울 같은 기능을 한다.

 

 

 

 

 

 

 

그래, 내가 바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누가 뭐래도 독서의 매력은 재미다. ‘간서치’ 이덕무는 책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고 한다. 책을 잘못 산 사실을 알게 되면 바보처럼 웃어본다.

 

나는 바보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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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년 전의 그녀 - 루 살로메 《선택된 자들의 소망》
    from 공음미문 2016-09-06 18:57 
    [목차] 선택된 자들의 소망(~9) / 나와 니체(~206) / 나와 릴케(~227) / 나와 프로이트(~273) / 크리스마스 메시지(~298) / 성이란 무엇인가?(~316) / 승화된 성과 사랑(~334) / 거울 속에서(~359) / 유대인의 예수(~363) ​<릴케편>​(p267~268)​러시아 기행 1. 형식과 내용………… 예술가는 감각적인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그는 몸짓 따위에 함께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술가
 
 
북프리쿠키 2016-09-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 추천좀 해주세요^^;

cyrus 2016-09-06 17:21   좋아요 1 | URL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번역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읽었어요. 니체 전집(책세상)의 《차라투스트라》가 직역에 가까운 번역본이라서 많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민음사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은 들고 다니기 편해서 좋긴 한데 니체 전집의 번역 우수성과 비교당해서 밀리는 편입니다. 니체의 사상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려면 책세상 판본이 좋습니다. 책세상 판본 역자가 니체 전공자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6-09-06 17:59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09-0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고백에 용기내어 봅니다. 같은 이유로, 저도 바보입니다. 제 경우는 CD 를 중복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cyrus 2016-09-07 07:54   좋아요 0 | URL
음악 CD의 가격이 책보다 비쌀텐데 손해 데미지가 클 것 같습니다. ㅠㅠ

yureka01 2016-09-0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좋아했나 봐요..너무 좋아하면 눈꺼풀에 뭔가 쉰다고하잔하요..ㅎㅎ

cyrus 2016-09-07 07: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중하게 살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될 것을 흥분에 취해서 사는 경우가 있어요. ^^

AgalmA 2016-09-0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책이었는데, cyrus님 소개를 보고 이 책 찾아보니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맛뵈기 소개 좀 해야겠네요. 제게 일감을 던져 주시다니ㅜㅜ 서재는 역시 뜸하게 와야....

cyrus 2016-09-07 07:57   좋아요 0 | URL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분이 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

또 봄. 2016-09-0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같은 제목의 책도 나란히 있어요. --;;

cyrus 2016-09-07 07:59   좋아요 0 | URL
서점에 산 책이면 환불하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데, 헌책은 바꿀 수도 없고, 헌책방에 판다고 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금액이 적어요. ^^;;

잠자냥 2016-09-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묘한 삼각관계로 끝난.... 루, 레, 니체의 삼위일체 사진이 떠오르네요. 루 살로메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저는 책도 산 거 또 사고 음반도 산 거 또 산답니다. ㅠㅠ 완전 바보지요... ㅠㅠ

cyrus 2016-09-07 08:00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책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군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 too!! 저도 책을 구하다보면 간혹 같은 책을 구할 때가 있어서 장서목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2014년도에 다시 만든 것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 빵꾸가 나네요.ㅎ

cyrus 2016-09-08 08:21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에 큰 맘 먹고 장서목록을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포기했어요. 만들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

아이리시스 2016-09-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저거 나다. 루. 으히히😜😝

cyrus 2016-09-13 23:33   좋아요 0 | URL
메일에 아이리시스님 댓글 알림을 보는 순간, 장난 댓글 다는 이상한 회원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으히히`가 제일 먼저 보였거든요. ^^

아이리시스 2016-09-13 2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무리그래도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
 
네 멋대로 읽어라 -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김지안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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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 다가온 까닭일까. 또다시 몇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책이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책 읽는 인구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이제 정색을 하고 스스로 묻는다. 독자들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독서를 부추기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독서를 지적 능력을 높여주는 행위로 생각한다. 능력(ability)은 역량(competence)과 재능(talent)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 사고력, 어휘력, 논리력 등이 향상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교육열이 강한 부모의 관심은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다. 그중에서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많다. 독서가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맞다. 다만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독서 효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 책 읽는 부모는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독서를 즐기는 부모는 아이에게 독서가 즐겁고 가치 있는 것임을 늘 인식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책 안 읽는 부모는 독서가 만능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한다. 집에서 책만 읽는 아이는 사회성 및 대인관계, 의사소통에서 특징적인 저하를 보인다. 책은 아이의 생각과 행동반경을 관심사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따라서 아이는 타인과의 감정을 교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 영재를 키우려는 사회 풍토가 독서 만능주의를 초래했다. 독서 영재 열풍이 한풀 꺾여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독서 능력자를 예찬한다. ‘한국독서능력검정이라는 시험까지 등장했다. 시험 합격을 위한 독서가 평생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애서가들이 무척 좋아하고, 많이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날렵한 도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바다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겉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철근이 부실하거나 자루가 썩어 부러지는 도끼도 있기 마련이다. 단순한 이분법에 가까운 비유를 하자면, ‘좋은 책튼튼해서 쓸 만한 좋은 도끼’, ‘나쁜 책불량 도끼. 도끼를 만드는 사람은 책을 쓰는 작가와 같은 의미다. 독자는 내용이 불량인 책에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작업은 도끼 만드는 사람에게 불량 도끼에 불만을 제기하는 자세와 같다. 비판적 독서는 내용이 부실한 책, 즉 불량 도끼가 맞는지 아닌지 분별하는 자세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에 반박하는 비판적 독서를 기피한다. 비판적 독서가 책 많이 읽는 독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작가를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서 비판이 어려운 것도 있다. 비판적 사고가 없는 독서는 우리 내면의 바다를 더 딱딱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으나 생각하는 힘이 달린 돌머리가 나온다.

 

독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작가 혹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욕먹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비판해야 한다. 독자는 작가를 우러러 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이 바로 네 멋대로 읽어라. 비록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지만, 비판적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

 

이 책에 소설가 김탁환이 글 쓰는 목적을 솔직하게 밝힌 문장이 인용되었다. 그 문장을 간단하게 요악하면, 작가의 삶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투쟁하는 삶이다. 독자는 작가처럼 투쟁적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작가에게 덤벼드는 투쟁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작가에게는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독자는 작가를 괴롭혀야 한다. 독자도 투쟁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장석주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쓸 수 있는 용기다라고 했다. 그러면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서평(독후감, 리뷰)을 쓸 수 있는 용기다. 문장 표현이 서툰 서평은 졸작이 아니다. 작가와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평이 졸작이다. 책에서 발견한 사소한 문제점을 글로 밝히는 일은 독자가 내는 목소리다. 그런데 독자 위에 군림하는 작가는 독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니들이 뭔데 내 책을 판단해?” 심지어 다른 독자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쓸데없는 소음쯤으로 여긴다. “니가 뭔데 작가의 책을 판단해?” 우리 사회에 독서 만능주의만큼 심각한 것이 작가 만능주의. ‘독서 만능주의가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게 볼 수 있는 착각이라면, ‘작가 만능주의는 다독가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이런 착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누가 책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독자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

 

책은 살아 있다. 독자 앞에 다가선 책은 살아 있다. 독자님들아, 책 위에 대고 침을 뱉자.[참고] 작가에 대한 황홀경을 버리자. 작가와 책을 괴롭히자. 그게 바로 내 멋대로 읽기. ‘내 멋대로 읽기는 작가의 아우라를 거슬리는 독자 고유의 자세다. 무언가를 깨뜨리기 위해 무모하게 달려 들어본 독자만이 책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건져낼 때, 비로소 익숙한 삶의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참고] 김수영의 시 을 패러디했음.

 

 

 

    

 

딴죽 걸기

 

가장 안타까운 내용은 존 케네디 툴의 바보들의 연합이었다. 작가는 너무 아까운 삶을 살았으며 책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엔 절판된 상태다.” (52)

 

존 케네디 툴의 소설 바보들의 연합바보들의 결탁이라는 제목으로 도마뱀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지 않았다.

 

 

 

과거에 조롱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절판되었다. 알라딘 대구 동성로점에 조롱2권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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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05 19:54   좋아요 0 | URL
책 인증샷 올리는 것을 잊어버렸네요.. ㅎㅎㅎ

책이 들고 다니기 편했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어요. 초판 발행이 9월 1일이었어요. 제가 이 책을 8월 30일에 주문하고, 9월 3일에 받았어요. 주말에 이 책만 읽었어요. 블로그에 있던 글을 책으로 읽으니까 내용이 좋은데요. ^^

yureka01 2016-09-0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첫번째를 놓쳤네요..ㅎㅎㅎㅎ
그래도 순위권은 되야 할껀데 말이죠.

책이 리뷰를 낳고 리뷰가 또 책을 낳고.^^..

늘 그런 생각했습니다.
읽기만 읽고 쓰지 않는다면,,,절름발이독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읽기는 쓰기를 도모해야 하고..쓰기는 읽기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잘봤씁니다.^^


cyrus 2016-09-06 07:30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이 리뷰를 쓰면 저보다 `좋아요`와 `댓글` 수가 많을 겁니다. 제 리뷰는 책 이야기에 대한 비중이 적어요.

리뷰를 쓰면 책에서 본 것, 책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생각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면 아쉬워요. 읽고 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꾸준히 쓰는 게 좋아요. ^^

yureka01 2016-09-06 09:16   좋아요 0 | URL
뭐든 `처음` 에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첫 리뷰가 나옴으로써 다음 리뷰어는 또 참고하게 될 것이구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처음이란 의미가 굉장히 크죠..

요즘은 억지로라도 잠들기 전에 책 읽는데,
리뷰의 감상이 본래 책 읽는 것 보다는 훨씬 느낌 돋더군요.

책읽으면서 생기는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섞여서 또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고...ㅎㅎㅎ
부담도 적고 재미도 있고..좋더라구요..ㅎㅎㅎ^^

cyrus 2016-09-06 11:32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보다 ‘나중’에 쓰는 리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전에 썼던 리뷰의 내용과 그 리뷰 작성자의 생각과 비슷하게 겹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렵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책을 본 느낌을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판적 독서가 힘든 것 같습니다. 아직 비판할 만한 배경지식도 없고, 무엇보다 저자나 책이 마음에 들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눈감게 되요ㅎ 호오에 따라서 비판적이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요. 좀 더 중립을, 비판적 자세를 유지해야 좋을텐데요ㅎ

cyrus 2016-09-06 11:36   좋아요 0 | URL
비판적 독서가 하루아침에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고양이라디오님처럼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을 기록하신다면 책을 중립적으로, 비판적으로 보는 법이 생길 겁니다. 책을 읽어서 잡생각을 해도, 기록 없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져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되는대로 읽는 편이고, 정보를 얻기 위해 research를 하는 경우엔 저의 기준에선 책읽기로 치지 않습니다. 비판적 독서로 가기에는 보통은 책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냥 받아들이거나 읽어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부분은 조금 더 깊은 독서와 재독으로 고쳐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ㅎㅎ 숨쉬기나 밥먹는 것 같은게 저의 책읽기라서 그런 듯 싶지만, 사실 숨쉬기도 밥먹기도 잘 해야 하는 거니까, 같은 맥락으로 보면 책읽기도 잘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죠?ㅎㅎ

cyrus 2016-09-08 08:26   좋아요 0 | URL
서친님들이 쓴 리뷰 덕분에 책을 다시 볼 때가 있어요. 리뷰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

yamoo 2016-09-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사이러스 님이 영광의 1빠를 차지하셨네욤^^
대단하신 사이러스님!

cyrus 2016-09-12 16:22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그 다음 리뷰를 남긴 분들이 `좋아요` 많이 받을 거예요. 저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싶어요. 야무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
 
알라딘 중고서점 대구상인점 오픈

 

 

알라딘 대구 상인점이 8월 초에 개장했는데, 지금까지 네 번 방문했다. 물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없다. 내 생각이지만, 상인점에 사고 싶은 책이 많다. 한 번에 책을 잔뜩 사올 수가 없다. 일단 돈이 많이 든다.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한쪽 곳에만 책을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마음에 둔 책들이 다른 손님이 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매장 쇼핑 목록(알라딘 온라인 장바구니와 비슷한 기능)을 확인한다.

 

상인점은 동성로점보다 건물 범위가 좁다. 당연히 판매하는 책 권수는 당연히 동성로점이 많다. 그렇지만 매장에 보유하는 책이 많다고 해서 살만한 책이 많다고 할 수 없다. 매장 내부 전체를 돌아보면서 원하는 책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매장에 책을 고르는 데 평균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매장에 오래 있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책이 많으면 신중하게 고민한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경우가 없다. 두 시간 동안 매장 전체 책장을 싹 다 둘러보느라 서 있는 시간이 많다.

 

상인점이 동성로점보다 좋은 점이 매장 전체 내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성로점 매장 내부가 익숙한 손님이 상인점을 처음 가보면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뭐야, 매장이 별로 안 크잖아.” 그렇지만 내부가 아담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있는 책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장에 고른 책은 항상 들고 다니거나 직접 챙겨 온 에코백에 담아둔다. 매장 전용 철제 바구니는 사용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이 철제 바구니가 불편하다. 왜냐하면, 책을 잔뜩 담은 채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손바닥이 아프다. 그리고 바구니를 들면서 책장 사이의 통로를 지나가기가 불편하다. 한번은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손님이 들고 있는 철제 바구니에 무릎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철제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들고 다니지 않으면 지나가는 사람, 특히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

 

 

 

 

책을 고르기 위해서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을 잠시 바닥이나 책장의 빈자리에 놔둔다. 책장 윗부분에 책을 올려놓으면 좋은데, 거기에 먼지가 쌓여 있다. 동성로점의 책장이 그렇다.

 

 

 

 

 

 

하지만 상인점 책장은 위쪽 칸이 없는 오픈형이다. 책의 분야를 알리는 구조물이 있어서 그 위에 책을 올려놓는다. 이거 별 것 아니지만, 생각보다 편하다. 구조물 위에 책을 올려놓고, 책에 집중할 수 있다.

 

 

 

 

 

 

상인점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었다. 'C03 경제경영 사상가 20인‘ 책장과 검색대 기둥 사이의 공간이 좁았다. 책장 제일 밑에 있는 책을 보려면 쪼그려 앉아야 한다. 그런데 쪼그려 앉을 수 있는 위치와 검색대 컴퓨터에 서 있는 위치가 겹친다. 만일 내가 ’C03' 책장 제일 밑을 보기 위해서 쪼그려 앉아 있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손님이 검색대 컴퓨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 내가 일어서서 다른 책장으로 이동하든가 아니면 손님이 다른 검색대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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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봐야겠군요. 서울 살 때는 대학로점이 바로 코 앞이고 종로점도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 있어서 자주 이용했었는데, 대구에는 동성로점 하나 달랑 있어서 좀 부족하다 싶었거든요.

cyrus 2016-09-05 13:36   좋아요 0 | URL
서울에 가면 꼭 가는 매장이 종로점이었어요.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면 금방 가요. ^^

붉은돼지 2016-09-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번 정도 간 거 같아요.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않아 퇴근길에 한번씩 들러요. ^^

cyrus 2016-09-05 13:36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퇴근해서 바로 상인점에 가면 두 시간 걸려요. ^^

yureka01 2016-09-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한 번 갔었는데 확실한 것은 동성로점 보다 책 고르는 집중도가 높더군요. 일간 또 가게 될듯 합니다.^^.

cyrus 2016-09-05 13:3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상인점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편이 아닌데다가 공간이 넓지 않아서 아이들 목소리가 시끄러울 때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