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주)자음과모음과 전국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윤정기 편집자의 (주)자음과모음 복귀와 문학-인문 부서로의 배치, 그리고 재발방지에 관한 노사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지난해 3월, 자음과모음 사측이 윤정기 편집자를 부당전보하면서 시작된 투쟁이 16개월 만에 최종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이 투쟁은 한국 출판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인식시켜준 계기이자, 무엇보다 출판노동자를 넘어서 독자, 작가, 각계각층의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연대를 만들었습니다. 윤정기 편집자의 복귀는 바로 여러분들의 연대로 가능했습니다.

 

물론 합의 과정이나 결과가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년이 넘게 진행됐던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와 윤정기 조합원의 투쟁이 한 장의 합의안으로 해소될 수는 없겠지요.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기구 마련이 생략된 재발방지대책 관련 내용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출판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걸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노동자의 인권 및 권리를 지키며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치는 독자, 작가,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약속드렸던 대로 자음과모음 노동탄압 항의 서명에 참여해주신 4,062명의 명단을 노사 합의안과 함께 게시합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EzvU6d6mSZdaEuI311oA30LeBeYop7fTCFIzZPzOjx8/edit?pref=2&pli=1

 

 

자음과모음 투쟁에 보내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나긴 어려움을 극복한 윤정기님과 그분의 곁을 끝까지 지켜준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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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cyrus 2016-07-31 14:25   좋아요 0 | URL
저는 공식 입장 내용을 공유만 했지 딱히 한 일은 없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7-3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eat news!!!

cyrus 2016-07-31 14:27   좋아요 0 | URL
Great와 비슷하게 쓰는 말이 있습니다.

히트다! 히트!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4:50   좋아요 1 | URL
그래, 히트다 !

stella.K 2016-07-3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스스로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할 텐데...
암튼 다행이야.^^

cyrus 2016-07-31 20:48   좋아요 0 | URL
이와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인디아나 존스가 19년 만의 공백을 깨고 2008년에 돌아왔다. 중절모에 채찍을 두른 실루엣만으로도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예순을 넘은 해리슨 포드가 인디 역을 맡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과연 인디는 얼마나 늙었는가, 인디가 찾으려는(실제로 박사의 보물찾기는 도굴 행위에 가깝다) 보물이 무엇일까? 팬들의 무수한 기대 속에 <인디아나 존스 4>가 공개되었다. 젊은 시절 팔팔했던 인디의 모습은 오간 데 없지만 예순임에도 여전히 적과의 육탄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을 자랑했다. 관객들은 나이 든 주연배우의 액션에 실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영화에 실망한 것은 따로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인디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원자폭탄 실험 현장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인디는 철통 같은 냉장고에 겨우 몸을 숨겨 폭발 충격으로 튕겨 나와 목숨을 부지한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완성한 핵폭발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장면이 가장 황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디의 목숨을 지켜준 냉장고는 ‘모니터 톱(Monitor Top)’과 유사한 제품일 수 있다. 모니터 톱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만든 가정용 냉장고다. 1929년에 선보인 ‘모니터 톱’ 냉장고는 대량 생산으로 100만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워 가정용 냉장고 시대를 열었다. 이 냉장고는 강철 상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모니터 톱이 ‘철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 전에 암모니아 혹은 전기로 작동하는 냉장고가 나왔지만, 사람들은 상자처럼 생긴 기계를 무서워했다. 그 당시 냉장고는 폭발을 일으키는 화재 사고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얼음 상자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냉장고의 등장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 얼음 장수들은 냉장고에 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면서까지 얼음을 판매했다. 그러나 얼음을 사서 먹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 비위생적인 천연 얼음을 먹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다.

 

냉장고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바랐던 꿈의 하나였다. 그 꿈속에 위생적이며 신선한 음식을 언제든지 먹고 싶다는 욕망이 깃들어 있다. 오랜 인류의 꿈을 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차가움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했다. 《냉장고의 탄생》 8장부터 우리의 주인공 냉장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책의 전반부는 차가움의 원인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냉장고 등장 이전의 이야기가 참을성 부족한 독자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냉장고의 역사에서 ‘이 사람’은 절대로 빠져선 안 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차가운 눈이 고기를 부패시키지 않고 보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추운 겨울날 눈이 쌓인 곳에 생닭을 파묻었다. 그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그만 폐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과학적 방법론을 실천하고자 했다. 냉장고는 열을 이동시키는 기계다. 열을 이동시켜주는 물질인 냉매를 계속해서 압축ㆍ순환시켜 냉장고 내부를 차갑게 한다. 하지만 냉매로 사용되던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이를 대체하는 과불화탄소가 등장하여 프레온가스는 사용 금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냉매를 이용한 냉장고의 등장은 20세기 100대 과학사건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인 과학 사건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수소폭탄의 등장이다. 놀랍게도 수소폭탄은 냉장고의 원리를 응용해서 개발된 무기다. 냉장고와 수소폭탄은 용도가 다르지만, 작동 원리가 비슷한 ‘멀고도 가까운 친척’ 같은 기계 장치다. 그렇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부엌의 터줏대감이 된 냉장고들이 불량품이 아닌 이상 갑자기 폭발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냉장고가 24시간 열을 내보내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냉장고에 열만 나가는 것이 돈도 새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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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뿐만아니라..에어콘도 마찬가지니까요..아고 지금 에어콘 없으면 대체 어떻게 일하겠습니까요..쪄죽을듯...ㅎㅎㅎㅎ

cyrus 2016-07-29 19:13   좋아요 1 | URL
내일 집에서 어떻게 지내야할지 시무룩합니다. 도서관에 가고 싶어도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미있네요. 글. 전 영화 안 봤지만... 진짜 황당했을 듯...ㅎㅎ

cyrus 2016-07-29 19:14   좋아요 0 | URL
문제의 장면이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옵니다. ^^

수이 2016-07-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베이컨 귀여버 베이컨 먹고싶다_ 베이컨은 불쌍하지만 ㅠㅠ

cyrus 2016-07-29 19:15   좋아요 0 | URL
고기가 먹고 싶어요. 치킨 안 먹은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습니다.

닷슈 2016-07-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냉장고 그장면을 보고 그럴듯하다 생각했다는...... 하도영화에서 냉장고가 폭탄과총을 막는등 해서

cyrus 2016-07-29 19:18   좋아요 0 | URL
냉장고 문은 안에서 열 수 없어요. 그래서 폐냉장고에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가는 바람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박사가 냉장고 문을 열고 나오는 상황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져요.. ^^;;

stella.K 2016-07-29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베이컨이 베이컨이 된 거군.
난 항상 이게 미스터리였는데 말야.

cyrus 2016-07-29 19:19   좋아요 1 | URL
개드립입니다! ㅎㅎㅎ 사람 베이컨과 먹는 베이컨은 아무 상관없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6-07-29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이컨이 왜 딸기쨈바른 샌드위치로 보이는거죠? ㅎㅎ

cyrus 2016-07-29 19:19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식사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네요. ^^

서니데이 2016-07-2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전제품 때문에 온도가 더 올라가는 것도 있을거예요. 그래도 냉장고 없이 살긴 어렵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cyrus 2016-07-29 19:21   좋아요 1 | URL
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 근처에 있으면 덥습니다... ^^;;

alummii 2016-07-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베이컨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앞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베이컨을 대하겠어요 ㅋㅋ

cyrus 2016-07-31 14:29   좋아요 1 | URL
저 때문에 철학자 베이컨과 먹는 베이컨이 서로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광기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정신 착란을 의미하는 무서운 질병인가 하면, 예술 창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광기 속에서 격렬하게 작업한 천재’다. 모파상은 20대 때 매독에 걸려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렸다. 모파상은 말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곳에서 환상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소변에 보석이 들어 있다면서 소변을 모으기도 했다. 모파상은 자신만의 세계에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소설을 써내려갔다. 43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그가 남긴 단편소설은 무려 300여 편이나 된다. 모파상은 자신만의 특이한 기질, 즉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꿈과 상상의 세계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

 

 

 

 

 

 

 

 

 

 

 

 

 

 

 

 

 

 

모파상은 단편소설 「어떤 이혼」은 예사롭지 않은 광인의 특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장원, 1996년)에 ‘어떤 이혼의 경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모빠상의 사랑》(정음, 2002년)과 《모빠상 단편집》(펭귄클래식코리아, 2015년)에도 수록되었는데, 두 책 모두 이형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모파상 단편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부분은 작가처럼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어떤 이혼」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신혼 때 무척 상냥한 남편이었으나 갑자기 성격이 돌변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싫증을 느껴 폭력을 가한다. 아내를 피하는 남편은 밤낮 쉬지 않고 꽃이 가득한 온실에 틀어박혀 지낸다. 그는 꽃에 격렬한 집착을 보인다. 심지어 온실의 꽃들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관능적인 여성으로 생각한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열정’이라고 주장한다. 아내는 미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아내 측 변호사가 남편이 쓴 일기 일부를 증거자료로 공개하면서 아내의 이혼 요구를 옹호한다.

 

아내 측 변호사는 남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이상한 왕자의 정신착란’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이제 소개할 인용문을 보게 되면 모파상이 ‘이 사람’을 모티프로 소설을 집필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을 납득시키는 데는. 이 가여운 남자, 이 가여운 미친 사람에 의해 날마다 쓰여진 일기의 몇 부분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 미친 사람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최근에 죽은 불행한 왕자의 정신착란, 바비에르를 순전히 정신적으로만 다스렸던 괴상한 왕의 정신착란을 상기시키니만큼, 더욱 더 이 사건이 호기심을 끌고 흥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경우를 시적 광기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은 그 이상한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그는 자신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 한복판에 진짜 요정의 성들을 짓게 했습니다. 사물과 장소의 아름다움이 주는 현실조차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서, 그는 그 거짓말 같은 저택에, 연극무대장치의 방법을 동원한 인조 수평선, 배경전환장치, 생생하게 그려진 숲, 나뭇잎이 보석으로 된 동화의 나라 등을 상상하고 창조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연주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실성한 왕족의 영혼을 시로 취하게 하고 있을 때, 호수에는 백조들이 헤엄치고 곤돌라들이 미끄러지고 있었습니다.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 171쪽)

 

 

변호사가 언급한 ‘이상한 왕자’는 독일의 옛 땅 바이에른 공국을 다스렸던 루트비히 2세다. 인용문에 ‘바이에르’가 역자가 ‘바이에른 공국’을 잘못 쓴 건지 아니면 모파상이 실재 인물에 대한 암시를 숨기려고 일부러 ‘바이에른’을 ‘바이에르’로 쓴 건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루트비히 2세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불행한 죽음을 아는 사람들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이상한 왕자’가 누군지 대번 알아차렸을 것이다. 루트비히 2세는 폐위된 지 5일 지난 1886년 6월 13일 호수에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어떤 이혼」은 그해 8월 31일에 발표되었다. 모파상은 예전부터 자신과 똑같이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왕자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트비히 2세는 ‘미치광이 왕’ 혹은 ‘음악가 바그너와 거대한 성(城)을 엄청 좋아한 덕후’로 평가받는다. 왕자는 어릴 때부터 건물 짓기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 시기에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본 이후로 열렬한 ‘바그너 빠돌이’가 되었다. 루트비히 2세는 왕이 되자마자 바그너를 당장 자신의 성으로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취향 안에 갇혀 살았다. 재위 기간에 호화로운 세 개의 성을 짓게 했는데, 그중 하나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모파상의 소설에 왕자가 지었다는 ‘요정의 성’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일 것이다. 실제로 왕은 스타른베르그 호수에 오페라의 백조가 이끄는 황금빛 배(곤돌라)를 띄웠다. 

 

 

 

 

 

 

 

 

 

 

 

 

 

 

 

 

 

왕은 정치에 무관심했고, 자신의 성안에 들어가 바그너의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은거하듯이 지냈다. 장관들은 젊은데다가 멀쩡하게 잘생긴 왕이 정치에 소홀히 하는 모습에 불만을 품었다. 적자를 내면서까지 성을 축조하는 데 열을 올리는 왕이 백성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동성애자였으니 그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루트비히 2세는 ‘미치광이 왕’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동생 오토도 형과 똑같은 증세가 있었다. (정말 불행한 형제다) 결국, 왕은 장관들의 계획에 말려들어 ‘강퇴’ 즉 강제 퇴위를 당했다. 굴욕적인 일이 5일 지난 후 왕과 그의 주치의의 시체가 스타른베르그 호수에 발견되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왕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로 추측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시체가 발견된 호수가 많이 깊지 않았고, 주치의의 사인이 질식사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잊히고, 루트비히 2세는 광란에 시달리다가 호수에 빠져 자살한 미치광이 왕으로 알려지게 됐다.

 

 

 

 

 

 

 

 

 

 

 

 

 

 

 

 

 

시인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의 사연을 토대로 시를 남겼다. 시집 《알코올》에 수록된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라는 시다. 이 시는 시집에서 가장 긴 내용이다. 아폴리네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미라보 다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아폴리네르를 전공한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를 수작으로 손꼽는다.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257행에(!) ‘미친 두 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루트비히 2세와 그의 동생을 의미한다. (황현산 교수는 《알코올》 작품해설에 왕의 동생 이름을 ‘오톤’이라고 잘못 썼다) 아폴리네르는 불행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왕의 처지를 실연당한 자신의 신세와 동일하게 표현했다. 시적 화자(아폴리네르)와 루트비히 2세는 불행한 운명에 희생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썼다. 소설 제목이 「달의 왕」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줄거리가 괴랄하다. 루트비히 2세는 신하들과 함께 지하궁전에 사는데, 그곳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소년들을 상대로 음란한 사랑을 나누는 환상을 경험한다.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폴리네르는 루트비히 2세가 ‘달의 기운을 받아 미쳐버린 사람(lunatic)’으로 생각했다.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무너뜨리라고 유언을 미리 남겼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에 하늘 높이 치솟은 민심의 불만으로 인해 성이 무너졌다면 왕이 혼자 즐겼던 성 주변 풍경의 운치를 감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선율이 나오지 않았으며 디즈니의 궁전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쯤 되면 루트비히 2세의 광기가 재평가 각이다. 때로는 광인의 기이한 버릇과 취향이 창조성을 촉발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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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7-2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소리인데 알코올 책 표지보면서 바로 사이러스님 생각났는데 일부러 본인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표지를 고르시는 게 확실해요~ ㅎㅎㅎ
죄송해요.. 진지한 글에... ;;;

cyrus 2016-07-29 11:45   좋아요 0 | URL
댓글을 다는 일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왜 사과를 하시나요? ㅎㅎㅎ

열린책들 <알코올> 앞표지 그림과 프로필 이미지의 그림 둘 다 마그리트가 그린 거예요. 제가 마그리트의 그림을 좋아해요. 마그리트 그림에는 항상 뒤돌아 선 중절모 신사가 많이 나옵니다. 마그리트의 중절모 신사 그림을 보는 순간,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는 익명성이 떠올렸어요. 그래서 프로필 이미지를 항상 마그리트의 그림만 쓰고 있어요. ^^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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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말하기와 함께 소통의 표현 방식이다. 소통을 잘하려면 자기 의사를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글쓰기를 잘해보려고 각종 자료를 참고해보지만 도움이 안 된다. 글 잘 쓰는 비결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써지길 기다릴 수밖에. 사실 이 서평도 이런저런 궁리 끝에 쓰기 시작했다.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자명하다.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려고 꾸준히 쓰는 것뿐이다. 서평대회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평소보다 더 잘 쓰려고 한다. 조지 오웰에 따르면 글을 쓰는 일반적 동기는 네 가지다. 그중 하나가 순전한 이기심이다. 사람은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글을 쓰기도 하며 사후에 기억될만한 글을 남기고 싶어 한다. 유시민은 오웰의 첫 번째 글쓰기 동기를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달의 당선작에 뽑힐만한 글을 쓰려는 욕망을 드러냈다. 내 글이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려면 일단 잘 써야 한다. 여기서 오웰의 두 번째 글쓰기 동기가 발현된다. 그것이 바로 미학적 열정이다. 나는 서평을 쓸 때 책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내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는 내가 평가한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스스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내 견해가 타당한지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받아들여야 한다. 세 번째 동기는 역사적 충동이다. 절판본이나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의 서평을 작성할 때가 있다. 과거에 이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네 번째 동기는 정치적 목적이다. 좋은 사회에 대한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여 영향을 주려는 욕망이다. 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욕망에 충실히 따르는 글쓰기를 하고 있으므로 네 번째 동기와 무관하다.

 

이벤트 상금 혹은 적립금, 상품에 연연하면서 글 쓰는 내 모습이 속물근성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유시민의 표현을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적립금 벌려고 글 쓰는 게 뭐 어때서요?’ 칭찬과 찬사의 수식어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주례사 서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유형의 서평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내 서평은 기름기를 쫙 뺀 글이다. 무미건조한 글이다. 책 소개와 책을 읽은 소감을 쓰기보다는 해석과 평가에 치중한다. 유시민은 서평을 쓸 때 책 자체의 객관적 정보와 그에 대한 글쓴이의 주관적 해석이 적절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유시민의 생각과 다르다. 책 정보를 공들여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 이름을 검색하면, 출판사가 만든 책 소개 글을 볼 수 있다. 만일 책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면 서평에 반드시 소개한다. 출판사가 책을 객관적으로 소개하지 않았으면 그 문제점을 발견하고 정확하게 알린다. 그래야 책을 고르는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평 작성을 위한 배할 비율에 정답은 없다. 줄거리만 알리고 싶으면, 나만의 방식으로 줄거리를 정리하는 글을 써도 좋다.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는 글이 무조건 좋은 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내 글을 좋게 보는 사람이 있을 거고,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에 속하는 독자가 몇 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미학적 열정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학적 열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주례사 서평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기심 때문에 서평을 쓰고 있지만, ‘자기 성찰을 동반한 정직한 글쓰기의 중요성은 잊지 않았다. 글 한 편을 쓸 때 퇴고를 미루지 않는다. 다 쓰고 나서도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이나 내용이 있으면 고치거나 지운다. 퇴고는 글쓴이 혼자서 실행해야 하는 자기 검열이 아니다. 내 글에 대한 상대방의 견해를 받아들이면서 수정하는 일도 퇴고 작업의 일부다. 유시민은 글쓰기를 자기 성찰을 동반하는 행위로 봤다. 나는 이 말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퇴고는 글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성찰하는 과정이다. ‘내가 왜 서평을 쓰면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지금 다시 보니까 이 문장을 고치고 싶어.’ 번지르르한 상투어를 하나씩 지우고 나면 어느새 내 글 속에 나다운 문장과 생각이 보인다. 비록 그 문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내 생각을 표현했고, 누군가가 글의 가치를 알아준다면 반쯤은 성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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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7-27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부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제가 말하고자하는 의도만 잘 전달해도 저는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요~^^

cyrus 2016-07-28 13:48   좋아요 0 | URL
매일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게 어려워요. 사실 제가 잘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 글을 좋게 보는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즐겁습니다. 행복하자님의 글은 읽기 편하고, 멋진 사진까지 있어서 항상 좋게 보고 있습니다. ^^

yureka01 2016-07-27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의 목적이 뭐든 안쓰는 것 보다 쓰는 게 낫다라는 생각입니다...
읽기만 읽고 쓰지 않는다면 이또한 재미 없습니다..ㅎㅎㅎ

cyrus 2016-07-28 13:50   좋아요 0 | URL
네, 한 두 달만 지나도 읽었던 책 내용의 기억이 조금씩 잊혀져요. 기록하지 않으면 그 책을 다시 읽어야합니다. ^^;;

또 봄. 2016-07-2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그게 뭐 어때서요.
이미 절반은 넘게 성공하신 것 같은데요.

cyrus 2016-07-28 13:53   좋아요 0 | URL
제가 혼자 노력해서 성공 했다기보다는 ‘또 봄님’ 같은 분들이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을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북깨비 2016-07-28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책을 읽고 쓰시잖아요. 책 고를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된다고요. 계속 써주세요 ㅠㅠ 간혹 읽지도 않고 100자평에 별점 매기시는 분들이 황당하죠. 어쩌고 저쩌고 이 책 재밌겠네요 별점 다섯개. 이런 내용 다룬 책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기대되네요 어쩌고 저쩌고 별점 다섯개. ㅡ_ㅡ;;

cyrus 2016-07-28 13:56   좋아요 0 | URL
100자평도 좋은 서평이 될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내용과 감상을 최대한 길지 않게 소개한다면 좋은 거죠. 하지만 북깨비님 말씀처럼 무성의한 내용의 100자평이 너무 많은 게 단점입니다. 저는 로쟈님이나 서평을 꾸준히 작성하는 블로거 분들과 비교하면 안목이 부족해서 어떤 책을 고르기 전에 다른 분들이 쓴 서평을 참고합니다. ^^

북깨비 2016-07-28 14:46   좋아요 0 | URL
앗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ㅠㅠ (알찬 내용이든 무성의한 내용이든 혹은 읽어봐야지 하는 내용이든) 100자평 자체가 이렇다 저렇다는게 아니라 제가 말한 당황스러운 100자평은 책은 안 읽었는데 읽어봐야지 하시면서 동시에 별점까지 안 읽은 상태로 매기고 가시는 분들이요. ㅠㅠ 책을 아직 안 읽었는데 어떻게 책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지 그것이 당황스럽습니다. 😔

cyrus 2016-07-28 14:57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였군요. 제가 착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에 별점을 매긴 100자평이 많아졌는데, 기대평 이벤트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이벤트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기대평의 수를 많게 해서 책을 돋보이게 하려는 출판사의 의도가 보여요.

북깨비 2016-07-28 15:23   좋아요 0 | URL
😨 어머나, 그런 이벤트가 있군요. 몰랐습니다. 이제야 좀 이해가 되네요. 안 읽은 사람들의 기대평이라. 리뷰와 100자평을 참고해서 책을 선택하는 입장인 제게는 참 난처한 이벤트로군요. Cyrus님 덕분에 오늘 또 하나 배워갑니다. :-)

cyrus 2016-07-28 17:30   좋아요 1 | URL
알라딘 이벤트 게시판이 따로 있어요. 심심할 때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응모해볼만한 이벤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7-2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ㅎㅎ 피츠제럴드도, 누구도 제가 아는 한 지적욕구나 예술적인 이유만 갖고 글을 쓴 사람은 없습니다.ㅎㅎㅎㅎ 글고 열심히 읽고 공정하게 평가해주시면서 글도 잘 써주시면 책구매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쩌면 이런 활동으로 서재가 더욱 활발해지고 책도 더 팔리는 건데, 사실 페이퍼나 리뷰 하나당 (100자평 제외) 얼마씩 줘야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ㅎ

cyrus 2016-07-28 13:59   좋아요 0 | URL
공정하게 평가할 자신은 없습니다. ㅎㅎㅎ 좋은 책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 남긴 서평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저도 유용한 정보가 잊혀지지 않도록 저만의 표현대로 기록하는 거죠. 반디앤루니스는 무조건 서평 한 편만 쓰면 적립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알라딘 접속도 자주 하면서 반디에 블로그 하나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6-07-2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완전 좋아요~~~~ (좋아요 백만개!) ^^
사이러스님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들려주어서 고마와요.

cyrus 2016-07-28 13: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솔직하게 밝히니까 속 시원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

푸른희망 2016-07-2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의견에 아주 많이 동의합니다.
제가 사이러스님 서재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cyrus 2016-07-28 14:03   좋아요 0 | URL
글 쓰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좋은 서평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이소오님, 고양이라디오님, 레삭매냐님, 자목련님, 파워리뷰어님, 처음처럼님, CREBBP님, blanca님, 곰곰생각하는발님, 양철나무꾼님, 다락방님 다 언급하면 너무나도 많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형철의 평가보다는 사이러스 님의 평가를 신뢰하는 편입니다. 만약에 책을 골라야 한다고 했을 때 사이러스 님 평가를 믿는 쪽.

솔찍히 말해서 알라디너가 알라딘에 엄청난 노동량을 제공하는 겁니다.
윗분 말씀처럼 리뷰당 얼마씩 돌아가야 함.. ( 일정 원고지 분량을 체운다면 말이죠.. )

cyrus 2016-07-28 14:06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가 유명 평론가와 비교하는 대상 자격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님은 적당한 분량으로 아주 재미있게 글을 쓰십니다. 매일 곰발님의 글을 볼 때마다 기발한 발상에 감탄합니다.

stella.K 2016-07-28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정말 똑소리나는 리뷰구만.
나도 동의 해. 난 올해 13년 정도 리뷰를 쓴 것 같은데
내 글쓰기의 8할은 블로그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난 지난 주에도 모처에서 적립금 3만원을 받았는데 그거 가지고
까뮈의 <나눔의 세계>란 책을 질러버렸지.
그책 얼마나 비싼지 알지?ㅋ
사람은 목적이든, 목표는 있어야 발전한다구.^^

cyrus 2016-07-28 14:09   좋아요 0 | URL
블로그 활동을 오래 하셨군요. 저는 올해까지 합하면 고작 6년에 불과합니다. 블로그라고 해봤자 알라딘이 유일해요. 적립금 3만원도 적지 않은 액수죠. 정말로 기분 좋았겠어요. ^^

페크pek0501 2016-07-2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에 꽂히든 잘 가고 계신다고 생각 듭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요. 여기서 서울이란? - 글을 잘 쓰게 되는 정상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훗날 적립금이란 목표 덕분에 좋은 목적지에 도달하면 되는 거니까요. 님을 응원합니다!!!!!!!!!!!

cyrus 2016-07-28 17:31   좋아요 0 | URL
적립금 잘 모아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사거나 이웃분들에게 책 선물할 때 사용합니다. ^^

alummii 2016-07-2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cyrus 님처럼 이달의 당선작은 꿈도 못 꾸고^^ 가끔 받는 땡스투 적립금에 좋아하며 리뷰를 쓰기도한답니다 ㅎㅎ 저도 이책에서 리뷰를 쓸 때 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잘 쓰라고 한 말에는 좀 공감할 수 없었어요

cyrus 2016-07-28 17:33   좋아요 1 | URL
저는 땡스투 적립금이 들어오는 게 너무 없어서 리뷰이벤트에 목숨을 겁니다. 한방을 노리는거죠... ^^;;

솔직히 이번에 나온 책은 기대한만큼 실망했어요. 이 책의 분야를 `인문학`에 분류되어 있던데, 책을 읽었던 제가 민망했습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07-28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때, 제가 번역을 하고 싶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녔을 때는,
이달의 당선작이나 리뷰대회에 뽑히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인정받는거다 와 동격이라고 생각하고 연연했던 적도 있는데,
번역의 꿈을 접으면서, 그런 생각도 같이 접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벤트나 서평대회에 응모하지 않느냐 하면,
일부러 찾아서 응모하진 않지만,
겹치면 날짜 안에 맞추고, 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서의 꿈은 접었지만,
책에 환장하는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전 적립금이나 리뷰 대회를 겨냥해서 리뷰를 쓰는 것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
예를 들면 전문적인 서평가나 작가, 번역가들 같은 프로들이, 적립금이나 리뷰 대회를 겨냥해서 리뷰를 쓰는 것은 언페어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알라딘사 측이나 출판사 측에서 볼때는 광고효과 면에서나 웰컴할 일일지 모르지만요.

전 개인적으로 책의 별점에 후한 편이기 때문에 달리 드릴 말씀은 없고,
저도 신형철의 미문을 사랑하지만,
책을 고를때는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님과 전 취향이 많이 겹치진 않죠~--;)
의 코멘트를 오히려 중시한답니다~^^

cyrus 2016-07-28 17:43   좋아요 1 | URL

정말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리뷰를 응모하면, 그 사람이 전문 작가인지 알 수 없어요. 이러면 보통의 독자들이 불리한 입장입니다.

저는 책 상품을 내건 리뷰이벤트 같은 경우, 상품에 제가 원하는 책이 있으면 응모해요. 사실 더 이상 책을 꽂을 자리가 없어서 책 상품을 주는 리뷰이벤트는 일부러 못 본 척해요. ^^;;

양철나무꾼님을 포함해서 제가 아는 이웃분들의 독서 취향은 저와 많이 다릅니다.
전 오히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만약에 저와 나무꾸님 독서 취향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상대방의 생각에 동의하겠지만, 계속 비슷한 취향이나 생각이 있는 글을 보게 되면 질릴거예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입장을 드러낸 글을 나옵니다. 저는 이런 글들을 매일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서평가의 글은 잘 안 읽어요. ^^

서니데이 2016-07-2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표나 보상 같은 것이 있으면 조금 더 오래 지속하는데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꾸준하게 계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리뷰를 자주 쓰시는 만큼 적립금 기회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alummii 2016-07-2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차라리 만화가 더 인상깊었어요 ㅎㅎ
 

 

 


The Meaning of Science

*:*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 *:*


과학한다고로철학한다_표지입체.jpg

 

과학은 인류가 처한 문제를 훌륭히 해결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답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과학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있는가?

.

.

.



★ 「가디언」 선정 2015년 최고의 책! ★

★ 케임브리지대 장하석 석좌교수 추천! ★


*:*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중력파 검출, 알파고와 인공지능 등 굵직한 과학이슈가 올해 상반기를 강타했습니다.

그만큼 과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과학책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는데요.

(특히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과학책 독자 상위 1%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


이럴 때면 꼭 스멀스멀 생기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그토록 관심 갖는 '과학'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이제는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교수 '팀 르윈스'가 쓴 과학철학 입문서 <The Meaning of Science>

영국에서 수준 높은 대중서적의 대명사로 꼽히는 "Pelican Books"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 번역을 맡아주신 김경숙 박사님의 '역자서문'으로

이 책의 매력을 살짝 맛보시길. ^ㅁ^


 

 

 


지난 여름 팀 르윈스의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를 번역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아, 과학에 대해 공부할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하는 반가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인문학(철학)을 전공한 역자에게 과학이라는학문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논리학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이질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그 이유로 더 호기심이 가기도 했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관해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과학의 입문서라기보다는 과학철학의 입문서이다. 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철학이란 말 그대로 과학에 대해 철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철학적인 활동은 여러 가지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떤 대상에 대한 피상적인 설명을 넘어서 그것이 지닌 의미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역할이 아닐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의미”를 찾는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이 책 역시 그런 철학적인 활동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먼저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이고 그 기준은 얼마나 명확한가? 예를 들어, 경제학이나 동종요법 같은 것들도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 2장) 다음으로 저자는 과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구체적으로, 과학이란 시간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 시대를 풍미하는 특정 문화처럼 어떤 시대에 권위 있게 받아들여지는 어떤 사고의 유형(패러다임)인가? (3장) 이와 연관된 질문으로 다음이 있을 수 있다 ― 과학은 우리에게 있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아니면 칸트가 인식론에서 인간의 지식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조건 지어져 있다고 말했듯 과학 역시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의존해 있는 것일까? (4장) 이 문제와 관계된 또 다른 주제가 과학과 가치 중립성의 문제이다. 흔히 우리는 과학자의 가치가 배제된 과학일수록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 중립성 혹은 객관성을 우리는 과학을 비과학에서 분리하는 척도로 흔히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이 과연 가치 중립적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5장) 그렇다면 과학과 도덕의 관계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적자생존 이론이 바탕이 된 진화론과 인간이 이타적일 수 있다는 이론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진화론에 대한 편협한 해석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6장) 또다른 중요한 도덕적 주제인 인간 본성의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먼저 본성 혹은 본질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 본성의 존재를 인정했을 때 그것은 어떤 의미를 파생시키는가? (7장) 마지막으로 저자는 소위 말하는 “과학적인” 세계관, 즉 인간사를 포함한 모든 세계 현상이 인과관계로 설명이 돼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입장을 받아들였을 때 과연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어려운 문제를 다룬다. (8장)

 

저자 르윈스는 위에 제기된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 마치 자신의 서재에서 독자를 대독하듯 한다. 미리 답을 알려주지 않고 질문을 던져가며 전개해 나가는 이런 대화식 논변에 독자들은 어느 정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저자가 미묘한 논변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펼칠 때 독자는 그 흐름을 잃지 않도록 집중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저자와 함께해야 한다. 이런 능동적인 자세로 이 책을 접할 때 기대치 않았던 선물, 즉 저자의 “건조한 유머dry humor”도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급하게 읽어내려가기 힘든 책이기에 빠르게 읽는다면 이 책이 주는 독특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을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채취해내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떻게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정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으로” 답변을 하는 좋은 본보기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문제의 복잡성과 깊이를 생각했을 때 다시 읽을 마음 자세로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그 경우 독자들은 특정 부분만 다시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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