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 동네 유일한 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그곳에서 만화책을 빌려보곤 했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게 돼서 아쉬웠습니다. 이제는 만화책을 어디에 가서 빌려 봐야 할까요? 막막합니다. 만화책을 살 수도 없고. 씁쓸한 마음에 잠기고 있을 때 보슬비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집으로 왔습니다.

 

 

 

 

 

보슬비님이 제 독서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 전집 원서와 이토 준지의 만화 《블랙 패러독스》와 《지옥별 레미나》입니다. 특히 《지옥별 레미나》는 제가 정말 보고 싶어 했던 만화입니다. 《지옥별 레이나》의 장르가 코스믹 호러입 니다. 러브크래프트도 코스믹 호러 장르를 개척한 작가이고, 그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가 바로 이토 준지입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원서는 크고 아름다워요. 일단 표지부터 코스믹 호러 풍입니다. 왠지 펼치면 안 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무심결에 책을 펼치면 정말로 무서운 그림을 보게 됩니다. 책을 펼친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면 흉측한 모습의 괴물이 나타납니다. 이 괴물의 정체는 데이곤(Dagon, 다곤)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데이곤>의 주인공이죠.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그레이트 올드 원(Great Old Ones, 고대의 오래된 신들) 중에 가장 유명한 녀석이 크툴루(Cthulhu)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통해서 가장 먼저 등장한 그레이트 올드 원이 데이곤입니다.

 

 

 

 

 

소설 전집의 서문은 S.T. 조시(S.T. Joshi)가 썼습니다. 이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전기를 쓸 정도로 러브크래프트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인도 출신의 문학평론가입니다. 조시는 러브크래프트 이외에 로드 던세이니, 앰브로즈 비어스 같은 공포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원서에 있는 작품들은 집필 연도순으로 배열되었습니다. 전업 작가로서 러브크래프트가 처음 발표했던 소설이 <동굴 속의 짐승>(The Beast in the Cave)입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청소년 시절에 썼던 작품은 책 후반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집은 러브크래프트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마술사 해리 후디니와 함께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피라미드 아래서>(Under the Pyramids)가 유일한 공저 작품입니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의 청소년기 작품인 <수상한 배>(The Mysterious Ship)의 두 가지 버전이 같이 실려 있습니다. <수상한 배> ‘짧은 버전’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결말을 이루는 1장이 추가된 것이 ‘긴 버전’입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러브크래프트 전집 5권에 있는 <수상한 배>는 ‘긴 버전’을 번역한 것입니다.

 

 

 

 

※ 원서 수록 작품

(국내 번역 제목, 황금가지 출판사 러브크래프트 전집 권수)

 

 

* The Beast in the Cave

(동굴 속의 짐승, 4권)

 

* The Alchemist

(연금술사, 4권)

 

* The Tomb

(무덤, 4권)

 

* Dagon

(데이곤, 1권)

 

* A Reminiscence of Dr. Samuel Johnson

(새뮤얼 존슨 박사를 회상하며, 4권)

 

* Polaris

(북극성, 3권)

 

* Beyond the Wall of Sleep

(잠의 장벽 너머, 3권)

 

* Memory

(기억, 4권)

 

* Old Bugs

(올드 벅스, 4권)

 

* The Transition of Juan Romero

(후안 로메로의 전이, 4권)

 

* The White Ship

(화이트 쉽, 4권)

 

* The Street

(거리, 4권)

 

* The Doom that Came to Sarnath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 4권)

 

* The Statement of Randolph Carter

(랜돌프 카터의 진술, 3권)

* The Terrible Old Man

(무서운 노인, 4권)

 

* The Tree

(올리브 나무, 4권)

 

* The Cats of Ulthar

(울타르의 고양이, 3권)

 

* The Temple

(신전, 4권)

 

* Facts Concerning the Late Arthur Jermyn and His Family

(고 아서 저민과 그 가족에 관한 사실, 4권)

 

* Celephaïs

(셀레파이스, 4권)

 

* From Beyond

(저 너머에서, 2권)

 

* Nyarlathotep

(니알라토텝, 1권)

 

* The Picture in the House

(그 집에 있는 그림, 1권)

 

* Ex Oblivione

(망각으로부터, 4권)

 

* Sweet Ermengarde

(달콤한 에르망가르데 혹은 시골 처녀의 마음, 5권)

 

* The Nameless City

(이름 없는 도시, 4권)

 

* The Quest of Iranon

(이라논의 열망, 4권)

 

* The Moon-Bog

(달의 습지, 4권)

 

* The Outsider

(아웃사이더, 4권)

 

* The Other Gods

(또 다른 신들, 4권)

 

* The Music of Erich Zann

(에리히 잔의 선율, 1권)

 

* Herbert West–Reanimator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 1권)

 

* Hypnos

(히프노스, 3권)

 

* What the Moon Brings

(달이 가져온 것, 4권)

 

* Azathoth

(아자토스, 4권)

 

* The Hound

(사냥개, 4권)

 

* The Lurking Fear

(잠재된 공포, 4권)

 

* The Rats in the Walls

(벽 속의 쥐, 1권)

 

* The Unnamable

(형언할 수 없는 것, 4권)

 

* The Festival

(축제, 4권)

 

* Under the Pyramids

(피라미드 아래서, 해리 후디니 공저, 5권)

 

* The Shunned House

(금단의 저택, 2권)

 

* The Horror at Red Hook

(레드 훅의 공포, 4권)

 

* He

(그, 4권)

 

* In the Vault

(시체 안치소에서, 4권)

 

* Cool Air

(냉기, 2권)

 

* The Call of Cthulhu

(크툴루의 부름, 1권)

 

* Pickman's Model

(픽맨의 모델, 1권)

 

* The Silver Key

(실버 키, 3권)

 

* The Strange High House in the Mist

(안갯 속 절벽의 기묘한 집, 4권)

 

* The Dream-Quest of Unknown Kadath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3권)

 

* The Case of Charles Dexter Ward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 3권)

 

* The Colour Out of Space

(우주에서 온 색채, 2권)

 

* The Descendant

(후손, 4권)

 

* History of the Necronomicon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1권)

 

* The Very Old Folk

(토박이들, 4권)

 

* Ibid

(이비드, 4권)

 

* The Dunwich Horror

(더니치 호러, 1권)

 

* The Whisperer in Darkness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2권)

 

* At the Mountains of Madness

(광기의 산맥, 2권)

 

* The Shadow over Innsmouth

(인스머스의 그림자, 1권)

 

* The Dreams in the Witch House

(위치 하우스에서의 꿈, 4권)

 

* Through the Gates of the Silver Key

(실버 키의 관문을 지나서, 3권)

 

* The Thing on the Doorstep

(현관 앞에 있는 것, 1권)

 

* The Evil Clergyman

(사악한 성직자, 4권)

 

* The Book

(어떤 책, 4권)

 

* The Shadow Out of Time

(시간의 그림자, 2권)

 

* The Haunter of the Dark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1권)

 

* The Little Glass Bottle

(작은 유리병, 5권)

 

* The Secret Cave, or John Lees Adventure

(비밀의 동굴 혹은 존 리 남매의 모험, 5권)

 

* The Secret of the Grave

(묘지의 미스터리 혹은 "죽은 자의 복수", 5권)

 

* The Mysterious Ship (short version)

 

* The Mysterious Ship (long version)

(수상한 배, 5권)

 

* Discarded draft of "The Shadow over Innsmouth"

("인스머스의 그림자" 폐기된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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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의 추억들이 많이 사라져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화 가게, 비디오 가게, 동네 서점, 레코드 가게 등 우리 주변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던 추억들을 싼 가격에 잃어버린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cyrus 2016-08-17 11:57   좋아요 1 | URL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들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2016-08-17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7 11:59   좋아요 0 | URL
요즘 다시 러브크래프트 전집 독서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외전까지 다 읽으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으니까 재미있어요. ^^

transient-guest 2016-08-1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여름방학마다 한국엘 가면 두 달 정도를 동네 서점과 대여점, 비디오가게를 돌면서 지냈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저녁마다 호프집이나 소주방에서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었지요. 이젠 이런 저런 이유로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연락이 거의 끊긴 친구들도 있고...그렇습니다.ㅎㅎ 원서는 BN에서 만든 것 같네요. 러브크래프트는 영어로 읽어도 한국어로 읽어도 어쩜 그리 서리얼하고 무서운지요..ㅎ 이토 준지 또한 매우 은애하는 작가입니다. 제 생각으론 한국어로 나온 건 다 갖고 있는 것 같아요.ㅎ

cyrus 2016-08-17 12:0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반즈 앤 노블. ㅎㅎㅎ 저는 초딩 때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 한 번 보고 그림체가 너무 무서워서 쳐다보기가 힘들었어요. ^^;;

2016-08-1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7 12:04   좋아요 0 | URL
며칠 전부터 제 서재가 계속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방문자 수와 댓글 수가 인기 서재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ㅎㅎㅎ

저는 자주 만나는 분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

stella.K 2016-08-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박이다. 네 생일 때문에...?
나도 30에 저런 선물 못 받아 본 것 같은데 부롭군.
30을 다시 살 수도 없구.ㅠ
러브크래프트가 도대체 뭐시간디.
나도 한 번 읽어봐고 쓰것다고 다짐하면서도 당췌...

cyrus 2016-08-17 15:11   좋아요 0 | URL
30이라는 숫자의 나이가 20만큼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현대문학 출판사에 나온 러브크래프트 단편 선집 추천합니다. 전집을 읽으려면 1, 2, 3권만 읽어도 좋고요. ^^
 

 

 

일요일, 어제까지 연이어 책장 정리를 했습니다. ‘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에 응모하려고 문학동네 출판사에 펴낸 책들을 모조리 찾아냈습니다. 원래 박스에 따로 보관된 책들도 꺼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덥고, 귀찮아서 포기했어요.

 

 

 

                                           

 

 

1. 제발 조용히 좀 해요레이먼드 카버 (2004)

2.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레이먼드 카버 (2005)

3.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2014, 반양장)

    

 

blanca님의 글을 보고나서 레이먼드 카버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이웃님 대부분은 카버의 책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대성당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구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판은 노란색 바탕에 대성당 건물이 그려진 표지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대성당개정판이 나오기 전만 해도 중고가가 엄청 비쌌습니다. 저는 대성당구판을 알라딘 동성로점에서 샀습니다. 구판과 개정판을 함께 보관하다가 부족한 책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구판을 매장에 팔았습니다. 만약에 너무 늦게 팔았으면 적은 액수의 매입가를 받았을 겁니다. 세 권 모두 두 세 번 이상 읽었는데, 제대로 된 서평을 작성해본 적이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좋은 책일수록 서평 쓰기 힘듭니다.

 

관련 글 : [왜 그러는 거니, 얘야?] (201493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7156325

    

 

    

 

                                          

 

 

4.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2004)

5. 아홉가지 이야기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2004)

    

 

샐린저의 미발표 작품이 수록된 샐린저 평전(민음사, 2014)을 제외하면 번역된 샐린저의 모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프래니와 주이는 인디북이라는 출판사에 나온 것입니다.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프래니와 주이호밀밭의 파수꾼은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추천 작품입니다.

 

관련 글 : [샐린저라는 네 가지 수수께끼] (2014127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6850116

    

 

 

 

  

 

6. 세한도 (키워드 한국문화 1)박철상 (2010)

7. 정조의 비밀편지 (키워드 한국문화 2)안대회 (2010)

8. 구운몽도 (키워드 한국문화 3)정병설 (2010)

9. 왕세자의 입학식 (키워드 한국문화 4)김문식 (2010)

10. 조선인의 유토피아 (키워드 한국문화 5)서신혜 (2010)

11. 처녀귀신 (키워드 한국문화 6)최기숙 (2010)

12. 책벌레와 메모광정민 (2015)

    

 

7권의 책 모두 출판사 이벤트와 관련이 있습니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7권은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은 것입니다. 2010년 알라딘에 이달의 시리즈라는 이름의 서평 이벤트가 매달마다 열렸습니다. 20107월에 열린 이달의 시리즈이벤트가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서평 이벤트였습니다. 이벤트 상품이 2010년에 출간된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6권이었습니다. 저는 조선인의 유토피아서평으로 응모해서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리고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에 다뤘으면 하는 주제를 댓글로 남기는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저도 댓글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그때 무슨 내용을 썼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나름대로 진지한 내용의 댓글을 작성했고, 적립금 5천 원을 받았습니다.

 

작년 책벌레와 메모광서평 이벤트에 응모하려고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만... 떨어졌습니다.... ㅋㅋㅋㅋㅋ

    

 

관련 글 :

[조선 지식인들, 유토피아를 꿈꾸다]

(조선인의 유토피아서평, 201072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3957684

 

[책벌레의 얼굴을 보다]

(책벌레와 메모광서평, 2015113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7983688

 

 

    

 

 

13. 논어김원중 역, 글항아리 (2012, 양장)

14. 노자김원중 역, 글항아리 (2013, 양장)

    

 

글항아리는 문학동네 소속 브랜드 출판사 중 하나입니다. 마르크스와 공자, 노자 그리고 미셸 푸코가 한자리에 모여 있군요. 일부러 저렇게 책을 꽂은 것이 아닙니다. 그냥 막 꽂다 보니 공간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15. 천진난만한 탕녀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2000)

16. H 서류이스마일 카다레 (2000, 품절)

17. 자명한 이치코니 팔멘 (2001, 절판)

18. 플랫폼미셸 우엘벡 (2002, 구판)

19. 일러스트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2005)

20. 순례자파울로 코엘료 (2006, 구판)

21.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슈테판 츠바이크 (2010)

22. 브리다파울로 코엘료 (2010)

23. 죽은 군대의 장군이스마일 카다레 (2011)

24. 여자 없는 남자들무라카미 하루키 (2014)

 

 

16, 17, 18번 책은 한 번도 안 읽었어요. 우엘벡의 플랫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권이 절판된 것이라서 나중에 읽으려는 마음에 샀습니다. 코니 팔멘은 독일 출신 작가입니다. 자명한 이치는 코니 팔멘의 처녀작입니다. 스물일곱 살의 여자 주인공이 일곱 명의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자아를 스스로 발견해내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사실 저는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추천 작품을 사서 읽으려는 특이한 서벽(書癖)이 있습니다. 자명한 이치, 플랫폼, 체스 이야기가 피터 박스올 추천 작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글 :

[탕녀가 진짜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천진난만한 탕녀서평, 2016127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188184

 

    

 

 

 

 

 

25.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 (20139)

26.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20147)

 

관련 글 :

[예술, 잃어버린 삶의 일부를 찾는다]

(영혼의 미술관서평, 2014527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7023192

 

[뉴스티콘(Newsticon)을 향해 탱크를 몰자]

(뉴스의 시대서평, 2014828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7122217

 

    

 

    

                                

 

 

27. 복화술의 목소리엘리자베스 D. 하비 (2006)

28. 한밤중에 잠깨어정약용, 정민 엮음 (2012)

29. 죽어가는 자의 고독노베르트 엘리아스 (2012)

    

 

복화술의 목소리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작품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분석한 내용의 책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라서 생각 없이 골랐는데, 학술논문 분위기가 나는 문체에 겁먹어서 완독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었어요.

    

 

 

                 

 

 

 

 

30. 상징의 비밀 (비밀언어 시리즈 1)데이비드 폰테너 (1998, 절판)

31. 신화와 점성학리즈 그린 (2000, 절판)

32. 근대 개인주의 신화이언 와트 (2004, 품절)

    

 

문학동네 출판사도 한때 신비주의 및 점성학과 관련된 책을 펴낸 적이 있었습니다. 세기말부터 펴낸 비밀언어 시리즈는 총 6권의 책으로 나왔습니다만 한 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절판되었습니다. ‘비밀언어 시리즈의 장점은 도판입니다. 흥미진진한 그림이 실려 있어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상징의 비밀은 희귀성이 높은 책입니다. 비밀언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며 이 책의 역자가 최승자 시인입니다. 이 책에는 타로카드를 설명한 내용도 있습니다. 신화와 점성학은 완역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별자리 점성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원래 엘리너 캐턴의 소설 루미너리스(다산책방, 2016)신화와 점성학을 같이 읽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점성학 지식을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을 출판사 관계자님께 질문합니다. 이 책은 도대체 어제 나오는 겁니까? 이 책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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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6-08-1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항아리가 문학동네 소속인줄 처음 알았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리도 참 잘하셔...

cyrus 2016-08-16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문학동네의 영향력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8-16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항아리 출판사 쫌 좋아라 하는데, 문학동네 소속인줄 님 페이퍼 보고 알았네요.
전 이제 책을 안 읽겠다고, 는 못하겠고, 절대로 쌓아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님의 `대성당`관련 매입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저 휴가기간동안 저희동네 알라딘 중고 매장에 책 팔러 갔다가,
가져간 책이 너무 헐값이라서 다시 들고 오려다 말았어요~ㅠ.ㅠ


cyrus 2016-08-16 20:05   좋아요 0 | URL
출간된 지 일년 지난 책도 매입가 액수가 낮은 편이에요. 매입불가 책도 많아졌고요. 매입가 금액이 너무 적어도 팔아넘겨야 합니다. 다시 가지고 갈 수 없으니까요.. ^^;;

blanca 2016-08-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사진과 함께 링크되어 있으니 눈에 쏙 들어와요. 이 더운데 박스에서 책 꺼낸다는 생각만으로 땀 나네요. 저 오늘 책 정리 하려고 우체국에서 박스 사서 들고 오다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cyrus 2016-08-16 20:08   좋아요 0 | URL
선풍기 틀어놓고 책장 정리를 했습니다. 주말에 대구 날씨가 엄청 더웠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어요. ^^

또 봄. 2016-08-16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카버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으로 알게 됐어요.
세월호참사 때 이동진씨가 출판사의 양해를 구하고 한 챕터를 다 읽어주신다 했는데, 그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었어요.
그 감동으로 이후 중복되더라도 레이먼드 카버 책은 사게 되더라구요.

cyrus 2016-08-16 20:11   좋아요 0 | URL
카버의 소설의 묘미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장면과 문장인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6-08-17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 두 권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는데 예정된 출간날짜가 지나갔어도 아직 미출간으로 나오네요. 레이먼드 카버는 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함께 하루키에서 많이 접했는데 작품은 몇 권 못 읽어봤네요.

cyrus 2016-08-17 12:06   좋아요 0 | URL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출간 알림이 뜨면 당장 주문해야겠어요. ㅎㅎㅎ
 

 

 

 

 

 

 

 

 

 

 

 

 

 

 

 

 

 

2009년 군대에 있었을 때, 중대장실을 청소했다. 중대장실 안에 훈련 교본과 국군 관련 잡지 등이 잔뜩 꽂힌 책장이 있었다. 청소를 하면서 중대장의 책장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거기에 특별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군대에 역사교과서를 보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 책으로 오랜만에 역사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책을 보려면 중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중대장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남은 군 생활이 피곤해진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단번에 접었다.

 

 

 

 

 

 

 

 

 

 

 

 

 

 

 

 

 

 

 

 

 

 

 

 

 

 

 

 

 

 

 

 

 

 

 

 

전역 후 학교를 다시 다녔다.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한 과제를 준비했다. 한국 현대사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드디어 군대에 만났던 교과서를 입수했다. 책이 학교 도서관에 있었다. 《대안교과서 한국 현대사》도 있었다. 난 처음에 대안교과서가 엄청 대단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 내용을 검토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뉴라이트’의 실체도 알게 되었다.

 

오늘 같은 뜻 깊은 날에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우길 것이다. 그들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8월 15일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더 중요한 기념일로 여긴다.  

 

해방의 진정한 의미는 1948년 자유, 인권, 시장 등의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이 세워짐으로써 비로소 확보될 수 있었다.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를 미래지향적으로 고쳐 생각해야 한다. 종래 광복절을 해방절로만 기억해 온 것을 지양하고, 보다 중요하게 건국절로 경축해야 한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144쪽)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헌법)

 

 

뉴라이트의 건국절 집착은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 운동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깎아내린다. 이승만 정부 출범부터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쓰려는 뉴라이트의 숙원은 극단적인 역사 왜곡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은 그것을 '건국'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잔치'지만, 그것을 '분단'으로 간주하는 부류에게는 일제의 한국 지배는 한국인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한 폭력적 억압 체제였다.

 

국내외의 한국인들은 불굴의 투쟁으로 독립의 권리를 끝내 쟁취하였다. 그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78쪽)

 

식민지 한국의 경제통계가 1980년대 말부터 한국과 일본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정비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1910~1940년에 한국에서 일본과 동일한 속도로 연간 3.6%의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오늘날 국내외 대부분 학자는 식민지 한국을 비정상적 형태이기는 하나 근대화된 자본주의사회로 이해하고 있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96쪽)

 

 

식민지근대화론과 수탈론의 논쟁은 치열하고도 질기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뉴라이트 경제학자들은 일제 식민지를 암흑기가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 성장의 뿌리로 본다. 그들의 주장을 반대한다고 해서 경제성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분명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기준으로 역사를 본다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하는 기준이 모호해진다. 식민지 조선의 근대화 촉진을 옹호하는 논리는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 논리와 닮았다.

 

이승만의 정치이념과 정책은 자유민주주의, 반공주의, 반일정책, 북진통일로 요약된다. 이승만의 정치이념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였다. 자유민주주의에 철저했던 만큼,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의 비타협적 반공주의는 신생 대한민국을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동질적 국민의식을 배양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반공의 이름으로 반대파가 탄압되거나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권이 부정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산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대한민국의 기틀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올바로 잡는 데 동시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158쪽)

 

그(박정희)는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소수 엘리트의 지도적 역할을 중시하였다. 그는 민주주의에 관해 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서양식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족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기초한 민주주의로서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민족적 또는 행정적 민주주의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186쪽)

 

뉴라이트의 우상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각각 ‘시장경제의 토대를 마련한 건국의 공로자’, ‘근대화의 주역’으로 규정한다. 해방 직후 친일파 처단을 위한 반민족특위가 조직됐지만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건 이승만 정권에 의해 와해했다. 해방 뒤에 친일파를 처벌하고 민족정기를 세워야 할 일이 지배 우파세력의 이익 때문에 당장 정쟁이 되어버렸다.

 

 

 

 

 

 

 

 

 

 

 

 

 

 

 

 

 

지금 와서도, 마땅한 역사적 과제인 ‘친일 잔재 청산’이 공론화되는 순간 바로 특정 정파 편들기 또는 죽이기가 되어버린다. 뉴라이트는 이승만 정권이 체제를 위협하는 좌파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을 막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친일파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승만 정권의 과오를 알면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치이념을 ‘반일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친일파를 권력의 기반으로 삼았음에도 강한 반일을 견지했던 이승만 정권의 타협 흔적마저 나 몰라라 한다.

 

대안교과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자유민주주의에 철저했던 만큼,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대척점이 공산주의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라고 믿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단어이고, 공산주의는 경제 체제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권력이 소수에게만 있는 독재 전체주의다. 유신체제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전체주의’에 유사한 체제였다. 전체주의는 세상의 모든 구성원은 하나(국가)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뉴라이트는 박정희 정권의 전체주의를 ‘민족과 국가에 대한 헌신으로 기초한 민주주의’로 미화했다.

 

대안교과서 집필진은 한쪽 전체를 할애하면서까지 이승만과 박정희의 업적을 찬양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설명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안창호, 김구, 윤봉길 등 독립운동에 기여한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작게 배치된 것과 비교된다. 이승만과 박정희 우상화 작업에 몰두하는 뉴라이트의 모습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북한 따라 하기와 다름없다.

 

 

이승만 정부는 야당과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의도로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1958년 12월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승만에 대한 개인숭배도 강화되었다. 초등학생들은 조회 시간에 대통령 찬가를 불렀다.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하는 편지쓰기 같은 행사가 강요되었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163쪽)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 자유경제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기 위해 ‘이승만 시 공모전’을 주최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세로 드립’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의 시 두 편이 수상작에 선정됐다가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뉴라이트는 권력에 기생하여 역사의 진실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입지 기반을 다지려고 하는 세력이다. 이런 세력은 ‘진짜 보수’라고 말할 수 없다.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의견을 좌파의 공격적인 태도로 매도한다. 그들은 대안교과서 서문에서 비판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책은 모든 종류의 모든 수준의 비판에 열려 있다. 사실이 잘못 소개된 곳이 있으면 기꺼이 고치겠다. 역사관이 편향되었다면 바로잡음에 망설이지 않겠다. 이 책이 열려 있음은,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결국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유익하고, 좀 더 성찰적인 역사로 가득 찬 교과서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큰 뜻에서, 너의 내가 따로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 2008년 3월, 교과서포럼 일동 (책을 내면서, 7쪽)

 

 

뉴라이트 역사관은 퇴행적인 역사 인식이다. 5·16 세력이 산업화·근대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헌정 질서를 뒤엎은 쿠데타마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역사도 공과 과를 함께 안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와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편견을, 그것도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대안교과서에 향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교과서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역사를 지우고, 권력을 그리려는 사람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다. 교과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책이 버젓이 서점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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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8-1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가 필요합니다. 쓰레기 청소가...극단적이지만 맘 같아서는 싹 긁어모아서 어디 외딴 무인도에 떨어뜨려놓고 배틀로얄이라도 시키고 싶어요...그러면 안되겠지만...(되려나??)ㅎㅎ

cyrus 2016-08-17 12:07   좋아요 0 | URL
한 곳에 모이면 자신들만의 구역을 만들어 활동할 사람들입니다. ㅎㅎㅎ
 

 

 

 

어젯밤 유성우가 쏟아져 내리던 하늘을 보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집 주변에 가로등과 건물 사이로 흐르는 빛의 세기가 강했다. 하늘 위로 뻗은 도시의 빛 때문에 유성우를 맨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밖에 나가지 않고 오랜만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펼쳤다. 그 책에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세이건이 천문대에 일했을 때 겪은 일이다. 야간 근무 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가 전화를 봤자 술 취한 아재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천문학자 바꿔 봐!” 세이건이 자신이 천문학자라고 대답하자, 아재는 하늘에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세이건은 그 시간에 혜성이 지나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재가 본 것은 혜성이라고 알려줬다. 아재가 혜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세이건은 지름이 1km 넘는 눈 덩어리라고 설명했다. 한참 동안 수화기에 침묵이 흘렀다. 아재가 말했다. “진짜 천문학자 좀 바꿔 봐!”

 

혜성은 먼지와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다. 혜성이 태양에 근접해서 오면 먼지와 얼음덩어리가 태양의 열에 녹기 시작한다. 그래서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혜성에서 나온 물질이 남는다. 그 물질이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유성이 된다. 요즘 혜성과 유성우 관측 시간을 언론으로 접할 수 있다. 천문대에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된다. 언론이 알려준 관측 시간에 맞춰 밤하늘에 바라보면서 기다리면 된다. 언론이 유성우 쇼가 펼쳐진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화려한 밤하늘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성우가 잘 보이는 천문대로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만큼 유성우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천문대 관계자는 시골이 관측하기 좋은 장소라고 말하자 허탈감에 빠진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천문대가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은 장소라고 믿고 찾아온 사람들이 시골에 가서 보라고 말하는 천문대 관계자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천문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서 안전을 위해 가로등을 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링크]

 

유성우를 맨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몇 분에 하나씩 스쳐 가는 유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린 유성우는 시간당 수백 개까지 내리는데, 엄청 많이 내리면 수십만 개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기권으로 향하는 유성우의 수가 많으면 유성우 쇼라고 빗대어 표현한다. 그들은 유성우를 간절하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낚으려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사실 유성우가 어느 정도 내리는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낙하하는 우주 물질은 태양과 주변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어느 위치에 떨어지게 되는지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혜성이나 소행성도 마찬가지다.

 

유성우 쇼를 보지 못한 실망감에 천문대에 전화 걸어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서 천문대 관계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워서 비난하는 의견을 남기는 사람들도 없었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행동이다. 새벽까지 인공 불빛이 번져있는 도시에서 유성우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언론은 유성우 관측의 어려움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마치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그들이 천문학자에게 자문한다고 해도, 결국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우면서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린다. ‘화려한 유성우 쇼라는 과장된 표현을 써가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유성우의 등장에 사람들은 크게 실망한다. 사람들은 유성우를 보지 못한 이유가 가까이에 있는데도 잘 모른다. 도심의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다.

 

 

 

[링크] [“별똥별 보러 천문대 오라더니, 다시 시골로 가라고?”] 연합뉴스, 201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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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예 볼 생각을 안 했씁니다. 빛 공해를 피해서 빛이 없는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도시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어디..서울시 쌍문동에서 유성우 보겠다고 하늘 쳐다보는 거는 좀.... ㅎㅎ

cyrus 2016-08-14 06:26   좋아요 1 | URL
영화나 드라마에는 도시 밤하늘에 별이나 유성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오잖아요. 그 장면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여성혐오 셀프테스트 - 혹시 내 안에도 여혐의 씨앗이? (뉴스타파, 2016년 6월 30일)

http://newstapa.org/misog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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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7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강씨앗이라네요..ㅎ

cyrus 2016-08-17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친하게 지내는 서재 이웃님들 모두 건강씨앗일 겁니다. ^^

rhkrdudgns12345 2018-08-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 떡잎 입니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