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읽어라 -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김지안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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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 다가온 까닭일까. 또다시 몇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책이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책 읽는 인구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이제 정색을 하고 스스로 묻는다. 독자들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독서를 부추기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독서를 지적 능력을 높여주는 행위로 생각한다. 능력(ability)은 역량(competence)과 재능(talent)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 사고력, 어휘력, 논리력 등이 향상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교육열이 강한 부모의 관심은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다. 그중에서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많다. 독서가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맞다. 다만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독서 효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 책 읽는 부모는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독서를 즐기는 부모는 아이에게 독서가 즐겁고 가치 있는 것임을 늘 인식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책 안 읽는 부모는 독서가 만능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한다. 집에서 책만 읽는 아이는 사회성 및 대인관계, 의사소통에서 특징적인 저하를 보인다. 책은 아이의 생각과 행동반경을 관심사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따라서 아이는 타인과의 감정을 교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 영재를 키우려는 사회 풍토가 독서 만능주의를 초래했다. 독서 영재 열풍이 한풀 꺾여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독서 능력자를 예찬한다. ‘한국독서능력검정이라는 시험까지 등장했다. 시험 합격을 위한 독서가 평생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애서가들이 무척 좋아하고, 많이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날렵한 도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바다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겉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철근이 부실하거나 자루가 썩어 부러지는 도끼도 있기 마련이다. 단순한 이분법에 가까운 비유를 하자면, ‘좋은 책튼튼해서 쓸 만한 좋은 도끼’, ‘나쁜 책불량 도끼. 도끼를 만드는 사람은 책을 쓰는 작가와 같은 의미다. 독자는 내용이 불량인 책에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작업은 도끼 만드는 사람에게 불량 도끼에 불만을 제기하는 자세와 같다. 비판적 독서는 내용이 부실한 책, 즉 불량 도끼가 맞는지 아닌지 분별하는 자세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에 반박하는 비판적 독서를 기피한다. 비판적 독서가 책 많이 읽는 독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작가를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서 비판이 어려운 것도 있다. 비판적 사고가 없는 독서는 우리 내면의 바다를 더 딱딱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으나 생각하는 힘이 달린 돌머리가 나온다.

 

독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작가 혹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욕먹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비판해야 한다. 독자는 작가를 우러러 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이 바로 네 멋대로 읽어라. 비록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지만, 비판적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

 

이 책에 소설가 김탁환이 글 쓰는 목적을 솔직하게 밝힌 문장이 인용되었다. 그 문장을 간단하게 요악하면, 작가의 삶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투쟁하는 삶이다. 독자는 작가처럼 투쟁적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작가에게 덤벼드는 투쟁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작가에게는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독자는 작가를 괴롭혀야 한다. 독자도 투쟁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장석주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쓸 수 있는 용기다라고 했다. 그러면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서평(독후감, 리뷰)을 쓸 수 있는 용기다. 문장 표현이 서툰 서평은 졸작이 아니다. 작가와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평이 졸작이다. 책에서 발견한 사소한 문제점을 글로 밝히는 일은 독자가 내는 목소리다. 그런데 독자 위에 군림하는 작가는 독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니들이 뭔데 내 책을 판단해?” 심지어 다른 독자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쓸데없는 소음쯤으로 여긴다. “니가 뭔데 작가의 책을 판단해?” 우리 사회에 독서 만능주의만큼 심각한 것이 작가 만능주의. ‘독서 만능주의가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게 볼 수 있는 착각이라면, ‘작가 만능주의는 다독가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이런 착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누가 책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독자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

 

책은 살아 있다. 독자 앞에 다가선 책은 살아 있다. 독자님들아, 책 위에 대고 침을 뱉자.[참고] 작가에 대한 황홀경을 버리자. 작가와 책을 괴롭히자. 그게 바로 내 멋대로 읽기. ‘내 멋대로 읽기는 작가의 아우라를 거슬리는 독자 고유의 자세다. 무언가를 깨뜨리기 위해 무모하게 달려 들어본 독자만이 책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건져낼 때, 비로소 익숙한 삶의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참고] 김수영의 시 을 패러디했음.

 

 

 

    

 

딴죽 걸기

 

가장 안타까운 내용은 존 케네디 툴의 바보들의 연합이었다. 작가는 너무 아까운 삶을 살았으며 책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엔 절판된 상태다.” (52)

 

존 케네디 툴의 소설 바보들의 연합바보들의 결탁이라는 제목으로 도마뱀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지 않았다.

 

 

 

과거에 조롱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절판되었다. 알라딘 대구 동성로점에 조롱2권만 있다.

 

 

 

 

※ 숨은 cyrus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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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05 19:54   좋아요 0 | URL
책 인증샷 올리는 것을 잊어버렸네요.. ㅎㅎㅎ

책이 들고 다니기 편했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어요. 초판 발행이 9월 1일이었어요. 제가 이 책을 8월 30일에 주문하고, 9월 3일에 받았어요. 주말에 이 책만 읽었어요. 블로그에 있던 글을 책으로 읽으니까 내용이 좋은데요. ^^

yureka01 2016-09-0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첫번째를 놓쳤네요..ㅎㅎㅎㅎ
그래도 순위권은 되야 할껀데 말이죠.

책이 리뷰를 낳고 리뷰가 또 책을 낳고.^^..

늘 그런 생각했습니다.
읽기만 읽고 쓰지 않는다면,,,절름발이독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읽기는 쓰기를 도모해야 하고..쓰기는 읽기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잘봤씁니다.^^


cyrus 2016-09-06 07:30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이 리뷰를 쓰면 저보다 `좋아요`와 `댓글` 수가 많을 겁니다. 제 리뷰는 책 이야기에 대한 비중이 적어요.

리뷰를 쓰면 책에서 본 것, 책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생각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면 아쉬워요. 읽고 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꾸준히 쓰는 게 좋아요. ^^

yureka01 2016-09-06 09:16   좋아요 0 | URL
뭐든 `처음` 에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첫 리뷰가 나옴으로써 다음 리뷰어는 또 참고하게 될 것이구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처음이란 의미가 굉장히 크죠..

요즘은 억지로라도 잠들기 전에 책 읽는데,
리뷰의 감상이 본래 책 읽는 것 보다는 훨씬 느낌 돋더군요.

책읽으면서 생기는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섞여서 또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고...ㅎㅎㅎ
부담도 적고 재미도 있고..좋더라구요..ㅎㅎㅎ^^

cyrus 2016-09-06 11:32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보다 ‘나중’에 쓰는 리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전에 썼던 리뷰의 내용과 그 리뷰 작성자의 생각과 비슷하게 겹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렵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책을 본 느낌을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판적 독서가 힘든 것 같습니다. 아직 비판할 만한 배경지식도 없고, 무엇보다 저자나 책이 마음에 들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눈감게 되요ㅎ 호오에 따라서 비판적이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요. 좀 더 중립을, 비판적 자세를 유지해야 좋을텐데요ㅎ

cyrus 2016-09-06 11:36   좋아요 0 | URL
비판적 독서가 하루아침에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고양이라디오님처럼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을 기록하신다면 책을 중립적으로, 비판적으로 보는 법이 생길 겁니다. 책을 읽어서 잡생각을 해도, 기록 없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져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되는대로 읽는 편이고, 정보를 얻기 위해 research를 하는 경우엔 저의 기준에선 책읽기로 치지 않습니다. 비판적 독서로 가기에는 보통은 책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냥 받아들이거나 읽어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부분은 조금 더 깊은 독서와 재독으로 고쳐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ㅎㅎ 숨쉬기나 밥먹는 것 같은게 저의 책읽기라서 그런 듯 싶지만, 사실 숨쉬기도 밥먹기도 잘 해야 하는 거니까, 같은 맥락으로 보면 책읽기도 잘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죠?ㅎㅎ

cyrus 2016-09-08 08:26   좋아요 0 | URL
서친님들이 쓴 리뷰 덕분에 책을 다시 볼 때가 있어요. 리뷰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

yamoo 2016-09-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사이러스 님이 영광의 1빠를 차지하셨네욤^^
대단하신 사이러스님!

cyrus 2016-09-12 16:22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그 다음 리뷰를 남긴 분들이 `좋아요` 많이 받을 거예요. 저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싶어요. 야무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
 
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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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고대부터 인류의 전쟁에 동원됐다. 인간과 동물이 하나가 되어 전장에서 싸우기도 했고 수송·통신·적 탐지에 투입됐다. 한니발이 이끈 카르타고 제국의 코끼리 공격에 혼이 났던 로마군. 돼지의 등에 기름을 바른 뒤 불을 붙여 뜨거움에 악을 쓰며 돌진토록 해 코끼리들을 교란한 전술을 썼다.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박쥐 폭탄 실험도 이루어졌다. 미국의 해병은 박쥐를 훈련해 가미카제 특공대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박쥐에 폭탄을 달아 투하하면 적의 공장 등 시설물로 날아가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1943년 이 계획은 돌연 중단되었다. 몇 년 후에 박쥐 폭탄보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무기가 등장했다. 그 무기는 바로 원자폭탄이다.

 

군에서 동물을 전쟁에 투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감각이 인간보다 뛰어나며 먹이 외에는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아 유지하기 쉽다. 하지만 군사적 효용성과는 별개로 이는 동물 보호론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한다. 군사 목적으로 포획 당한 동물들은 훈련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상식적으로 동물은 당연히 감정을 느낀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에게는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인간만이 지구상의 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 학대나 착취가 용인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고귀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개 사육장의 끔찍한 실태가 최근 알려졌다. 개 100여 마리가 좁디좁은 철창 속에 빼곡히 갇혀 있다. 업주들은 이런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어미 개들이 강제로 새끼를 배게 해 낳은 강아지를 반려견으로 내다 팔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호’를 명문으로 개들을 가둬놓고 사실상 방치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만든 사육장도 문제가 많다. 많은 개들이 함께 있다 보니 병들거나 서로 싸우다 죽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주인의 동의 없이는 긴급 구조가 불가능하다.

 

만약 프리모 레비가 개 사육장의 끔찍하고 참혹한 실태를 목격했더라면 ‘아우슈비츠가 동물을 대상으로 해서 부활’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프리모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 말 반 파시즘 운동에 참여해 악명 높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이송당했다. 단지 유대인이란 이유로 끌려온 수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두려움에 떤다. 나치의 잔인한 학살행위 속에서 수인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만이 유일한 목적이 돼버린 채 점차 동물화되어 간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극한상황에서 수인번호로 인식되며 물건처럼 취급받는 그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에서 수인들은 고통과 욕구만 남긴 채 존엄성과 판단력을 잃어버린 ‘텅 빈 인간’이 되어버린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교수형에 처하는 모습을 본 뒤에도 그들은 잠을 청하고 죽을 나누면서 배고픔이라는 일상적인 분노를 가라앉혔다.

 

사육장 우리에 갇힌 개들도 마찬가지다. 사육장은 도저히 살아있는 개들이 지내는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인 곳이다. 부패하는 사체 바로 옆에서 새끼들에게 젖은 물리는 개, 낳자마자 굶주림에 지친 개들의 먹이가 된 새끼들, 신체 일부가 잘려 불구가 된 채로 죽음을 기다리는 개. 그들은 배설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썩은 음식물 찌꺼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개들도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이 만든 아우슈비츠에서 눈 뜨고는 못 볼 정도로 망가지고 죽어간다. 레비 또한 아우슈비츠 참상을 잘 알기에 말 못하는 동물들이 인간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으리라. 그는 <고통에 반대하며>라는 글에서 동물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고통을 감지하는 존재이므로 고통을 일으켜선 안 된다. 레비는 곤충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지 의심하고 있는데, 그들도 ‘타자’다. 머리에 서식하는 이(蝨)와 개의 생명까지도 가치 있게 여기는 이규보의 주장처럼 개와 이, 소와 양을 모두 똑같이 여기는 것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태도다. 반대로 레비는 이들의 생명 가치가 서로 다르다고 보는 상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한 사람만 손을 들기 어려운 문제다.

 

인류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인간성의 가치가 퇴색되어 타자를 연민하는 어진 마음을 잃었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고, 특히 동식물의 아픔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감수성이 마비되었다. 동물들은 인간의 삶을 위해 기계 부품처럼 죽어가고 또 그만큼 채워진다.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자들은 폐기 품처럼 가차 없이 제거된다. 동물이 학대받는 사회에서는 인간도 학대받는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나치의 민간인 대량 학살을 두고 “우리는 ‘이름 없는 범죄(a crime without a name)’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했다. 불행하게도 나치와 아우슈비츠가 사라진 지금도 ‘이름 없는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겨우 반세기 전에 제노사이드(genocide)의 비극을 겪은 민족이 세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향해 대량 학살극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살려는 마음으로 가득한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목숨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문명을 이뤄가야 한다.” 슈바이처 박사가 우리에게 던진 이 말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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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08-30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치가 수용소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게 수용소 포로들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거였죠. 숟가락을 일부러 제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육장도 마찬가지 논리일 겁니다. 대상도 동물인지라 비판을 피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겠죠..

cyrus 2016-08-30 18:3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인간은 동물을 인간의 하부 존재로 봤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동물의 희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08-3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즐로 네메스의 영화 <사울의아들>에서 시체처리반인 존더코만도가 떠오르네요
˝침묵과동조˝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cyrus 2016-08-30 18:38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 불법 반려견 사육장이 엄청 많을 겁니다.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한데,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져 있어서 감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불법 사육장 실태를 알면서도 관리를 미루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리핀은 철거용역들이 쥐에 기름을 부어 불을 붙였다고 합니다. 쥐가 판자촌으로 들어가면 집이 불타니 반항하는 철거민들을 그리 다뤘다고..

cyrus 2016-08-30 18:40   좋아요 0 | URL
그런 야만적인 짓이 우리나라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사람 목숨마저 경시하는 짓입니다.

yamoo 2016-09-01 11:45   좋아요 0 | URL
헐~~ 그런 창의적인 생각을 고런 일에 사용하다뉘!!

붉은돼지 2016-08-3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유럽사산책>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아우슈비츠를 포함해 수천만명이 죽어나갔다는 그 어마무시한 제2차 세계대전 말입니다....정말 그 엄청난 학살과 살육을 보고 있으면 그저 입이 딱 벌어져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인간이란 과연 어떻게 생겨먹은 종족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저는 돼지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꿀꿀꿀

cyrus 2016-08-30 18:42   좋아요 0 | URL
˝살찐 돼지보다 책이 배고픈 붉은돼지님이 돼라˝

붉은돼지님을 위한 말입니다. ^^

yureka01 2016-08-3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라는 모순은 단세포가 인간으로 진화시킨 지구의 욕망 탓이겠죠..
지구라는 행성의 자기모순이 바로 인간인듯..

사람만 없으면 지구는 그 스스로가 참 견딜만했을지도 모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소리가 터무니 없다는 게 인간의 역사는 아닐까 싶더군요...

지구야 넌 인간이 나온게 너의 최대 실수일꺼야..라고 지구의 자책성 소리가 들리는 거 같습니다.

cyrus 2016-08-30 18:45   좋아요 1 | URL
한쪽에서는 인류 멸종을 초래하는 인간들이 있는 반면, 또다른 쪽에 인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 고심하는 인류가 있는 걸 보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표맥(漂麥) 2016-08-3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 생각나는 글 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극도의 이기심이 숨어있나 봅니다... 에궁...

cyrus 2016-08-31 16:59   좋아요 1 | URL
이기심뿐만 아니라 잔혹성도 숨어 있어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복잡해요.

yamoo 2016-09-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본성은 순자가 설파한 대로 `악`한게 맞네요. 아무리 봐도 그런 책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cyrus 2016-09-01 13:16   좋아요 0 | URL
어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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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른 오후. 평화롭게만 보이는 그 날 학교 풍경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미식축구를 하고, 옆 교실에는 수업이 한창이다. 분주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미국 한 고등학교의 풍경이다. 순간 철컥하는 차가운 금속음. 그리고 이어지는 총성. 평화로운 학교 전체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은 미국 최악의 교내 총기참사 사건이 되었다. 2명의 재학생이 총알을 무차별로 난사, 13명이 죽고 23명이 다쳤다. 사건을 일으킨 2명의 소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산 자들이 할 일은 분명하다. 비극이 또 다른 비극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제 학교 총기사건은 매우 흔한 일이 됐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학교에서 자꾸 폭력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매번 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미국 사회 그 자체에 있다. 각계 전문가와 언론 들은 총기 난사의 원인으로 마릴린 맨슨의 록음악, 폭력성 짙은 비디오게임, 잘못된 가정환경 등 일상의 탓으로 돌렸다.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를 만든 마이클 무어는 총의 천국인 미국인의 총기 집착증에서 원인을 찾았다. 하지만 누구도 총기를 난사한 두 명의 가해자의 범인동기에 대해서 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언론은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데만 주력했고, 사건을 확대 해석하면서까지 가해자들을 비정상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가해자의 잔인한 면이 밝혀질수록 가해자는 극악무도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다. 언론의 시선에 따라 총기 사건을 바라본 대중은 대량살인의 가해자를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비난한다. 과연 괴물을 낳아 키운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죽은 아들을 흉측한 모습으로 묘사한 언론 보도를 듣는 일이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1] 상실과 비난과 자책. 클리볼드 부부는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고통을 겪었다. 사랑으로 키운 아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가해자의 어머니를 괴롭힌 건 살인 괴물의 부모라는 낙인보다는 형언할 수 없는 죄책감과 괴로움이었다.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책 A Mother's Reckoning에서 아들의 죽음과 비극 이후의 삶을 고백했다. [2]

 

딜런은 중학교 때 영재 코스에 들어갈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다. 그러나 수는 딜런이 술을 마시고 종종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이 아들의 비행과 우울증을 미리 알았으면 끔찍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책이 가해자의 어머니가 썼다는 사실만으로 불편한 감정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의 범죄를 사죄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살인 괴물이 된 아들을 모성으로 감싸 안은 변명이 아니다. 수는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면서 아들이 일으킨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을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책을 썼다.

 

범죄 심리학자들과 법의학자들은 대량살인에 관해 적지 않은 연구를 내놓았지만, 유발 원인에 대해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생전 행동을 관찰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수는 딜런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면서 그가 어떻게 분노를 키웠는지 스스로 되짚어 보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딜런은 분명 평범한 소년이었다. 다만 속에서는 분노가 끊어 넘치고 있었고, 사건 2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이런 데서 딜런의 깊은 좌절과 분노를 읽을 수 있다. 누적된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고 해소할 수 없으면 극단적인 충동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이 저지른 행위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행동을 개인의 특성이나 기질적인 성향에 귀인(歸因)하는 인지적 오류다. 언론은 총기 난사 사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사안을 과대평가하면서 보도했다. 선정적인 보도는 범인이 극한 상황으로까지 몰고 갔을 법한 여러 가지 외부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방해한다. 사건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환경적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발생원인은 바로 주인공의 성격이나 기질 때문이라고 황급히 간주해버린다. 이러한 현상이 무릇 미국에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증오범죄 사건의 가해자를 우발 범행을 일으킨 괴물로 몰아가는 일관된 시선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가해자가 왜 증오심을 가지게 되고 그 증오심을 범죄로 표출하는지 찾아야 한다.

 

이 책을 읽은 부모라면 자녀들이 과연 행복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분노 표출을 억압당하며 살아온 아이들은 언젠가 그 쌓아둔 분노를 한꺼번에 터트린다고 한다. 흔하게는 사춘기 시절 반항으로 나타나지만 심각하게는 범죄를 저지르는 등 억압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터지고 있다. 감정 조절이 성숙한 어른도 화를 냈다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질 수 없다. 하물며 어른보다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어떻게 갑자기 화를 풀 수 있겠는가. 어른들은 어린 게 뭘 알겠어라며 아이들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아이가 화를 낼 땐 분명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감정을 바라보지 말고 아이와 같은 눈높이로 바라봐야 한다. 아이의 숨은 마음을 이해하는 첫 단추는 공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81~82

[2] 원제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어머니의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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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16-08-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가 왠지 머뭇거려져서 도서관에서 외면 했어요 .

cyrus 2016-08-19 20:31   좋아요 0 | URL
저는 국내 번역본 제목이 읽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yureka01 2016-08-1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됩니다..
요즘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죠.

한번도 아이 키우는 연습조차 해보지 못했거든요.

재대로 할 수 있을지 경험도 없이, 아이 낳고 양육을 하게 될때 닥치는 어려움은
아무래도 사회가 복잡해지고 나아가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세상일수록
더욱 아이 키우기는 어려워지겠지요.

다짐이야 백번 잘 키워야지 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아이키우기가 처음이었단 사실이거든요....

부모가 될려면 심리학도 공부해야 할듯합니다.....
아이 심리를 모르면 정말 돌이킬수 없는 상처도 주는게 부모니까요....

리뷰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cyrus 2016-08-19 20:3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육아 일에 자신이 없어요. 게으르고, 집에 있으면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것 같아요.

심리학 공부 말씀에 공감합니다. 예전에는 자녀가 안 다치고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 자라는 것이 최고였지만, 이제는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합니다.

블랙겟타 2016-08-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예전에 이 사건을 소재로 만든 `볼링 포 콜럼바인`과 `엘리펀트`를 본 기억이 나네요.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겟어요.

마지막의 말, 숨은 마음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공감`이라고 하신 대목에서 많은 걸 느낍니다. ^^
왜냐면 지금 친구가 그 `공감`을 필요로 할것 같아요..

cyrus 2016-08-19 20:37   좋아요 1 | URL
제가 두 편의 영화를 보지 않아서 책 내용과 비교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가해자 엄마의 입장에서 서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서니데이 2016-08-19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은 금방 돌아오네요.
cyrus님,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6-08-19 20:3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 ^^

AgalmA 2016-08-20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총기 수는 2억 7천만 정, 민간인 100명 당 88정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합니다. 세계 1위죠. 총기 소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불안정한 정신 때문이라는 건 전제가 잘못되었죠.
사람이 늘 평정할 수 있나요. 상태나 사태가 악화되면 나쁜 맘 먹고 우발적일 수도 계획적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때 바로 옆에 총이 있다면?
미국은 곧 교통사고사보다 총기사고사가 1위가 될 거란 전망이죠.
테러다 뭐다 하며 전세계적으로 사회 분위기는 어수선하니 자기 보호를 위해 더 총을 사겠죠. 911 포함해 십년 간 테러로 죽은 사람보다 1년 동안 총기 사고로 죽는 미국인이 10배는 더 많은 데 말입니다. 이 악순환을 그나마 완화하려면 총기규제를 엄격히 해야 하는데, 이 문제 참 답 없어 보이더군요.
사회 분위기와 체제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고 아이를 못 돌본 부모,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만 질타될까봐 덧붙여 보았습니다.

cyrus 2016-08-20 10:30   좋아요 1 | URL
저도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총기 제조업 협회와 은밀하게 손잡고 있는 보수 주류 세력이 워낙 탄탄해서 총기 규제 찬성 여론이 점점 높아져도 논쟁만 가열될 듯합니다. 어떤 사건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사회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가 총기 규제를 엄격하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 개인의 문제는 불안정한 정신으로 인한 극단적인 일탈입니다. 언론이 총기난사 사건을 개인의 문제만 부각시켜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2016-08-20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0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0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0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21 16:50   좋아요 0 | URL
명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저자가 이런 원인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들의 일기 등을 토대로 아들의 우울증 증세와 자살 신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미리 확인하지 못해 후회한다고 썼습니다.

오쌩 2016-08-22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들이 아는 자녀가 전부라는 착각을 버려야합니다.
가정에서 보이는 자녀의 모습이 다가 아니죠.실제로 학교에서 자녀의 행동과 모습은 가정에서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학자는 부모보다 또래집단이 더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만약 또래집단에서 소외되고, 질이 안좋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면 그영향을 무시할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6-08-22 20:44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와 어울리는 친구들에도 관심을 가져야죠. 부모가 맞벌이를 하게 되니까 자녀에 대한 관심을 쏟을 수가 없어요. 이러면 자녀와 부모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안 좋은 감정들을 계속 마음 속에 담게 됩니다.
 
探書의 즐거움 - 오래되고 낡았으나 마음을 데우는 책 이야기
윤성근 지음 / 모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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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세종도서 독서감상문 대회 출전작

 

 

정말 어렵다. 책을 가까이한 적 없는 사람에게 책의 장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솔직히 나는 종이책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러나 아주 그런 것만도 아니다. 두툼한 부피감과 종이 냄새 없는 전자책이 과연 종이책만큼 매력적인 대상인지 살짝 의문이 든다. 종이책을 많이 접한 세대는 종이의 질과 결을 느껴가며 엄지와 검지를 써 책장을 넘길 때의 기쁨과 향기를 안다. 게으름을 맘껏 부리며 느릿느릿 읽어본 경험도 있다. 지금은 오히려 읽을 게 귀한 게 아니라 잘 안 읽어서 문제다.

 

새 책은 망각을 위해서, 헌책은 기억을 위해서 존재한다. 책들이 대형 서점에서 빠르게 사라질 즈음, 헌책방에서는 어둠 속에 쌓여서 특별한 만남을 기다린다. 헌책방은 유통기한이 끝난 책들의 공동무덤이 아니다. 헌책방은 책들을 숨 쉬게 한다. 헌책방에는 이런저런 사연들이 갈마들었다. 그 책 속에 담긴 오래된 사연들이 시간 속에서 증발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옛날에 좋아했지만 한동안 펼치지 않았고 앞으로도 펼치지 않을 책, 좋아하지만 잘 기억하고 있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책, 괜찮은 책이지만 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 두루 손짓한다. 그런 책들이 돌고 돌면, 먼지에 파묻힌 책의 가치가 사람들의 손을 타며 두 배, 세 배가 된다.

 

《탐서의 즐거움》에는 책과 관련된 삶의 무늬가 시간의 축을 따라 새겨졌다. 추억 혹은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넘쳐났다. 손바닥 크기의 문고판 책을 들고 다니며 읽거나, 먼지 쌓인 헌책방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 헤매던 경험은 이제 공유하기 쉽지 않은 추억이 됐다. 옛날 책에 녹아든 삶의 이야기를 살려내는 작업에 그런 시간의 결이 보인다. 《탐서의 즐거움》에 소개되는 책들은 사람으로 치면 연세가 높은 고령자다. 나이 든 노인의 옷에 홀아비 냄새가 풀풀 풍기듯이 오래된 책에 퀴퀴한 곰팡내가 난다. 닳고 찢어져도 책 속에 있는 이야기의 힘은 팔팔하다. 《탐서의 즐거움》의 저자이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인 윤성근 씨는 헌책의 무한한 생명력을 감지했다. 표지를 조심스럽게 펼치면, 그 안에서 저자와 독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이야기꽃이 활짝 피게 된다.

 

책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서 절판된 고은 시인의 소설 《일식》 초판을 찾아다닌 딸의 사연은 뭉클하다. 수소문 끝에 절판본을 손에 넣는 장면은 애서가의 심장을 뜨겁게 한다. 특히 헌책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기쁨으로 벅찬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직도 그 옛날 사소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헌책방이 존재하는 이유다. 헌책방은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소다. 책을 찾으려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저마다의 추억은 발길을 헌책방으로 향하게 하는 끈끈한 강자성(强磁性)이다.

 

이 세상에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뻔했던 책의 사연도 있다. 이런 책들은 좋게 말하면 ‘희귀한 책’, 조금 과장하면 ‘전설의 책’이다. 반면 작가 본인에게는 들춰내고 싶지 않은 ‘망작’, ‘괴작’이다. 박완서 작가는 생전에 이 한 권의 작품만 소설전집 최종 결정판에 포함하지 않았다. 1979년에 나온 《욕망의 응달》이다. 《욕망의 응달》 줄거리가 지금으로 보면 정상적이지(?) 않다. 김영하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소재로 무협소설 비슷한 작품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소설 제목은 《무협학생운동》. 작가 프로필에도 기재된 적이 없는 전설의 책이다. 작가 본인들은 불태워버리고 싶은 망작을 부끄럽기 짝이 없는 ‘흑역사’로 여기지만, 독자들은 헌책방 아니면 들을 수 없는 헌책 비사(祕史)를 좋아한다.

 

책이라는 것은 단지 지식을 알아가는 하나의 매개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윤성근 씨는 책을 통해서 자신이 여태 모르고 살아온 삶의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인생을 알고, 그 인생에 필요한 것을 알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동반자다. 알고 싶은 것을 더 알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다. 이곳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 옛날 지식을 잔뜩 쌓아 모은 낡은 저장소가 아니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지식이 아니라 종이책의 느긋함이 아닐까 싶다. 늘 새로운 정보에 목마르지만 그런 이미지를 장시간 들여다보고 있으면 멀미가 난다. 너덜너덜해진 책을 천천히 들춰보면서 그 속에 잊고 있던 정겨운 추억을 발견한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탐서의 즐거움》 158, 160, 161쪽에 ‘막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막장은 탄광의 맨 끝부분 또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탄광 막장에서 일하는 상황을 ‘막장 인생’이라고 한다. 이 뜻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은 막다른 궁지에 몰린 상황에 ‘막장’ 표현을 많이 쓴다. 나도 한때 ‘막장’ 표현을 자주 썼다. 본래 의미가 왜곡된 채 부정적인 표현이 된 막장을 쓰는 것은 가장 뜨거운 곳에서 탄광가루를 마시면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실례다. 윤성근 씨가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라는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막장 표현이 왜 잘못되었는지 저자 스스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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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1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갓 출간된 새책의 잉크와 종이 내음.
그리고 오래 묵어서 쿰쿰한 종이의 곰삭은 내음...
종이 질감의 촉...
그리고 멋진 생각이 깃든 아름다운 문장이
날개짓하는 느낌....
그리고 빈 여백에 느낌을 연필로 쓰는 소리들...

읽고 난 후의 오래 오래 여운이 퍼지는 심금....

이런거요...ㅎㅎㅎㅎㅎ

cyrus 2016-07-12 16:30   좋아요 1 | URL
책을 읽는 행위를 시적으로 표현한 문장이 정말 좋습니다. ^^

북깨비 2016-07-1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정보 감사합니다. 아 진짜 재밌을꺼 같아요. 😍😆😁

엇, 이분 `책이 좀 많습니다`를 쓰신 분이군요. 그 책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그전에도 그후에도 꾸준히 책을 내오셨다는거 오늘 검색해보고 처음 알았어요.

cyrus 2016-07-12 16:32   좋아요 1 | URL
헌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윤성근 씨의 책은 필독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책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가끔 제가 헌책방에서 찾은 책을 소재로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데, 윤성근 씨의 글쓰기 방식을 많이 참고합니다. ^^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나이, 셀룰라이트, 주름살. 점점 늘어가는 것들이다. , 검은 머리카락, 수명. 차차 줄어드는 것들이다. 인간의 몸은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 불가능한 일을 실현했다. 그는 나그네를 유인해 자신의 침대보다 길면 잘라서, 짧으면 늘여서 죽였다. 그 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폭력적인 규준을 의미하게 된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오랫동안 눕혀진 사람들이 많다. 바로 여성들이다. 똑똑한 여성은 피곤해서 싫고, 얌전한 여성은 답답해서 싫단다. 여성은 남성 중심적 잣대가 요구하는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

 

 

 

 

 

특히 아줌마는 외롭다. 가는 곳마다 움츠러들고 마음이 편치가 않다. 세상의 모든 주책없음이 아줌마들의 것인 양 매도한다. 나이 든 여자는 무조건 아줌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나이 든 여자를 적당히 호칭할만한 말조차도 없는 세상이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공포는 여성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 여성에게 있어서 나이가 드는 것은 추하거나, ‘미모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뭔가 새롭게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이젠 나이 들었으니까하고 체념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들은 친구가 주는 작은 선물에도 즐거워하는 소녀.

 

마스다 미리의 여자라는 생물은 내적 갈등에 휘말린 소녀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밝힌 책이다. 소녀는 여자라는 어른이 되면서 고독한 싸움을 한다. ‘소녀로서의 자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받기 위해서 꾸며야 할 여자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이기적이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을까. 결혼도 안 했는데 곧 다가올 폐경기의 삶이 불안해진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순간은 이들을 하루하루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여자는 온전한 자아를 지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는지 평가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여자의 기준은 혹독해지고 있다.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소녀들은 위축되거나 우울해 한다. 소녀들은 스스로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 아닌 관중들 앞에서 여성역할에 자신을 맞춰가는 배우가 되면서 늙어간다. 남자 친구가 생기는 여자가 되려면 빵을 조금씩 먹어야 하고, 엄마는 딸에게 바나나를 덥석 베어 먹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소녀는 그 이유를 모른 채 바나나 껍질을 조금 벗겨 숟가락으로 우아하게 떠먹는다.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 옷차림, 관심사 등에 맞추면서 살아간다.

 

 

 

 

 

몇 살이 되어도 여자가 되고 싶다.” 마스다는 이 유행어를 비웃는다. 여자는 나이 먹을수록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진화 생물이 아니다. 전통적 여성성을 수행해주기 바라는 남성 중심적 편견들이 여성의 삶을 나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마스다의 만화나 글이 항상 그렇듯이 여성들은 자신의 고민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냥 쿨하게 문제를 받아들일 뿐이다. 마스다는 이 책에서 몇 살이 되어도 우리는 이런 여자가 되어야 한다보다는 몇 살이 되던 우리는 소녀다를 보여준다.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진 아이돌 그룹 I.O.I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이라고 노래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여자는 꿈을 꾸는 소녀들이다. 그녀들도 자신만의 꿈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이제는 여자를 무시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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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2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들이 편안하게 사회활동하는 나라들 대부분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죠...

그러고보면 여기는 멀어도 한참 멀었어요.

여자들이 편한 나라.....어쩌면 이게 행복한 사회의 첫걸음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6-06-21 19:3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 여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게 되면 특혜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alummii 2016-06-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녀같은 할머니로 늙고싶어요 지금 이 나이에 사과머리하고 힙합 배우러 다닌답니다 ㅋㅋㅋ 남들이 욕지기 난데도 신경안씀 ㅋㅋ

cyrus 2016-06-21 19:33   좋아요 0 | URL
정말 바람직한 삶의 자세입니다. Show `mii` the money!!! ^^

stella.K 2016-06-2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그렇긴 해. 난 더도 말고 30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
나이 먹는 게 왤케 부담스러운 건지.
그래도 그건 그냥 부담스러운 거지 첫번째 바람은 아냐.
나이 먹을수록 바람은 건강해서 같이 사는 사람 걱정 안 끼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거뿐인 것 같아.

글구 남자도 몇 살을 먹든 애라잖냐. 똑 같은 거지 뭐.
여자는 남자더러 애를 안 낳아봤으니까 그렇다고 그러고,
남자는 여자더러 군대를 안 갔다와서 그런다고 그러고.
사람 사는 거 다 똑 같은 것 같아.ㅋ

cyrus 2016-06-21 19:34   좋아요 0 | URL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남자들도 나이듦에 불안함을 느껴요. 아재 소리 들으면... 아흑... ㅠㅠ

감은빛 2016-06-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는 순간 강은교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그 분의 시를 그리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국문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면서 강은교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그 나이에도 천상 소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cyrus 2016-06-24 20:55   좋아요 0 | URL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셨군요. 저는 직접 뵙지 못했지만, 장영희 교수님이 천상 소녀 같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