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쓴 미카미 엔의 소설이고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다. 옛 문화(고서당,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그리움과 생활밀착형 추리극.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 댁으로 내려온 이십대 여성 마유. 할머니는 100년 넘는 역사의 사진관을 경영하셨기에 그 사진관의 물건을 정리해야한다. 마유도 대학생 시절까지는 사진을 전공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마유가 찍은 사진이 빌미가 되어 가까운 친구를 잃었고 사진도 그만 둔다. 자연스레 그후 마유는 외할머니댁에는 발길을 끊었다. 


오랫만에 돌아온 사진관에는 관리인이 머문 흔적이 있고 그가 데려왔다는 까칠한 길고양이가 드나든다. 더해서 오래된 기구들과 서류,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필름이나 데이터의 현상물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기억과 미련들. 마유는 사진들의 주인을 찾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동네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알던 가게 아저씨, 근처 별장이 있다는 수려한 외모의 청년 마도리, 예전 대학 시절의 사진부 선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할머니 그리고 사진관과 오래된 인연임을 알게된다. 


마유의 예전 친구 그리고 사진과의 화해가 중심 이야기라면 동네 주민 둘(+둘)을 둘러싼 사진관 할머니 (그리고 증거가 될 사진들)의 관계도 중요하게 엮여있다. 정을 주고 받는 사람 사는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추억같지만 주위 사람들의 과오를 용서한 줄 알았던 할머니가 실은 주위 사람들의 비밀의 증거를 움켜쥐고 있었기에 무섭게 느껴진다. 비블리아 고서당 여주인공의 어머니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모든걸 다 아는 할머니 옆에 많은 걸 잊은 치매 할머니도 나온다. 기억이 여기에서도 키워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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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10-04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두 시리즈 비블리아, 니시우라 다 좋아해서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로 읽었었죠. 추리도 가미되니 추억 돋는 가을에 읽기에도 넘 좋을듯 합니다^^

유부만두 2023-10-04 22:43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비블리아 시리즈 좋아해서 가끔 꺼내 읽어요. ^^

책읽는나무 2023-10-04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었는데....마도리, 마유 이름은 얼핏 기억나는데.....할머니, 특히 치매 할머니는 전혀 기억나질 않아... 그럼 그렇지! 저의 치매같은 기억력 키워드를 가지고 갑니다.
근데 이런 책도 읽으시는 만두 님이 어쩐지 좋네요^^;;

유부만두 2023-10-04 22:44   좋아요 2 | URL
이런 책!!!! 제가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일드도 몇번이나 봤고요, 영화도 보고 심지어 만화판6권 짜리도 갖고 있습니다. 미카미 엔의 대담집도 재미있어요.
니시우라 사진관 보다는 비블리아가 더 재미있고요.

은하수 2023-10-05 00:06   좋아요 2 | URL
그쵸
역시 비블리아죠!^^
가리지않고 읽는거 넘 좋아요~~
저도 비블리아는 차마 처분 못하겠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23-10-05 06:49   좋아요 2 | URL
비블리아 도반 만세!!!!^^
 

하루키의 그 도시처럼 가상의 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거물을 '말려 죽이는' 이야기가 있다. <척살 소설가>라는 살벌한 제목의 중국 판타지 영화. 기업 회장님(알리바바 아니고 알라딘. 낯익은 알라딘 램프가 계속 나와서 여기 알라딘 생각이 났음) 역에 삼국지 중드 유비 위허웨이가 나와서 신선했다. 하지만 전체적 줄거리나 판타지cg는 신선하기 보다 매우 익숙하다. 영어 제목은 <작가의 오디세이>라고. 일단 거창하게 뽑아놨다.


알라딘 회장님의 목숨이 허접한 인터넷 소설가의 작품 때문에 위험하니 그 소설가 루쿵원을 살해하라는 제안을 받는 관닝. 그는 6년전 4살 딸이 납치 된 후 오로지 납치법을 추적하며 딸을 찾아 헤매며 살아왔다. 회장은 딸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며 협박같은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소설가의 소설이 이상하게 관닝의 꿈이랑 비슷하다. 괴물을 쫓으며 성으로 들어가고 아이는 잡혀가는 장면들. 관닝은 잠에서 깨면 꿈 내용을 수첩에 적어두곤 했는데 (하루키의 그 소녀 처럼) 그 내용을 소설에서 접하고보니 현실과 소설 속 내용이 겹쳐지며 혼란스럽다. 한편 관닝은 소소하게 초능력자로서 돌팔매질을 기가 막히게 한다. 그는 그 돌팔매질로 어린이 납치범 일당을 잡기도 하는데 그러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은근 가벼운 코믹+휴먼 터치로 관닝과 소설가 루쿵원이 가까워지게 하는데 관닝은 계속 자신의 딸이 어디에 있는지 그 실마리를 소설가 주변 인물과 장소에서 찾게된다. 영화 대부분은 아빠의 딸 찾기 보다 소설 속 판타지 전투와 살육 (척살!) 장면과 현실의 악당(역시 애매한 초능력자들)과의 격투 장면에 할애된다. 반지의 제왕이나 삼국지들, 트렌스포머, 액션 히어로 무비 등등에서 본 화면들이라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현실의 누구를 롤모델로 했는지만 찾으면 수수께끼는 쉽게 풀린다. 중국 무술 영화에 흔히 나오는 '아버지의 원수' 테마도 빠지지 않는다. 명절에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기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설거지를 했다. (


소설 속의 절대 악은 적발귀신, 즉 빨간 머리 악마이다. 팔이 네 개 씩이나 달린 건장한 근육질의 이 악마는 우리의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보다는 농구 애니 스타 '강백호'를 닮았더라. 머리 나쁜 것도 그렇고. 



그런데 "무빙"시리즈의 초능력과 겹치는 장면이 있다고 남편이 알려줬다. 특히 전기사용자/번개맨(차태현)의 행동 지침(?)이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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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지만 전에 읽었던 하루키 소설의 많은 소재들이 재등장한다.


열일곱살, 순수한 첫사랑, 가슴, 갑작스런 이별, 어긋나는 정상적 어른의 관계, 꿈, 이세계, 그림자, 나의 반쪽, 망령 혹은 유령, 빙의, 구덩이, 굴, 숲속, 갑부집 아들, 혼자 밥하고 청소하기, 무조건 믿기, 중요한 건 내 마음, 난 여기 또 저기, 아니 여기 말고 저기, 그 소녀, 도서관, 책, 시간, 커피, 재즈, 겨울, 달 밝은 밤, 날 가져요, 합체, 이제 다시 시작이다.

첨 보는 대파 두 줄기는 그나마 신선하고 서글펐다.

명절 어르신과의 만남이었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독자를 못 믿는지 자꾸 반복하고 다짐하고, 채근하고 설명하고. 설정에 공들이는 건 알겠는데 예전처럼 휙 넘어가질 못하고 자꾸 주춤거려서 맥이 빠졌다. 같이 벼랑에서 뛸 준비 되있었다고! 그 검은 강에 다이빙 하려던 찰라였어!

어색한 2인칭 '너'를 향한 1부 끝에서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가보자! 했더만 (제목에서 카프카와 진격의 거인을 상상했던 나의 잘못) 다시 슬로 모드로 돌아왔다. 길고긴 시골에서의 2부의 마무리, 꿈결의 강물 속을 걷는 노년 작가의 진심을 엿보았다. 짠해서 욕을 삼킨다. 3부에서 나약함은 벗고 병렬 혹은 치환의 절정으로 돌진하나 싶었는데….아 … 이렇게 풀어가나요? 소년이여, 초심이여.

늘어지고 반복되는 설정과 순한 맛의 (등장인물들에겐 고통이었겠지만 하루키와 레이먼드 카버의 독자에겐 익숙한) 위기들은 750쪽 책을 여러번 덮고 완독을 할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름과 작가 경력이 그때마다 나를 붙들어주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나눠 읽길 권한다. 편지봉투 받고 세 쪽 동안 뜸들이다 봉투 여는 주인공이라 빠른 전개와 흐름을 바라는 사람은 복장이 터져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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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02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대파 두 줄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02 20:57   좋아요 1 | URL
읽으셨죠? 그 장면의 대파 두 줄기에 눈물 두 줄기 흘리셨죠?!

잠자냥 2023-10-02 21:04   좋아요 1 | URL
아니요, 읽지는 않았는데 ㅋㅋㅋㅋ 왠지 찰진 비유라서 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은 안 읽을 것 같아요… ㅎㅎ

유부만두 2023-10-02 21:06   좋아요 2 | URL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대파 두 줄기 나와요;;; 슬픈 장면인데.
자냥님께 이 책 권했다간 대파로 맞을거 같아서 참아요.

단발머리 2023-10-0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출간되고 그 다음날 구매했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이유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있었네요.
저는 그 기대감(하루키니까....)에 속아 한 장, 또 한 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우아! 4분의 1 읽었네요. 대파 나올때까지 전진!!

유부만두 2023-10-03 15:17   좋아요 1 | URL
천천히 읽으시면서 과거의 하루키 책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은 독법일듯 합니다. 다만 제 성미가 급해서... 대파는 2부 중간쯤 나와요.

얄라알라 2023-10-0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횽....제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지 사진이 천천히 로딩 되길래......˝대파 두 줄기˝가 꼭 ˝얇게 뺀 가래떡˝ 같이 생겼구나...했네요. 대파 두 줄기와 슬픔의 정서....책 읽어보라고 낚으시는 유부만두님^^ You Win이십니다^^ 느린 호흡 익숙하진 않지만, 읽고 싶어졌어요

유부만두 2023-10-03 15:18   좋아요 1 | URL
얇게 뺀 가래떡, 맞아요. 그런 모양이네요. ^^ 대파 두 줄기 말고도 (그 생뚱맞음 외에도) 여러 소재들을 찾아서 연결해 보셔도 즐거우실 거에요. ^^

공쟝쟝 2023-10-05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세계관… 촘촘한… 워쩔…. 제겐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치다 센세이가 하루키 극찬하기에 한권 쯤 읽을까 싶었는 데 놀숲(읽음)말고 한권만 츄천해주신다면 바로 이 책 일까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05 20:05   좋아요 0 | URL
저 같으면 놀숲 말고는 <기사단장 죽이기>. 2권이라 사이즈도 적당합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05 20:07   좋아요 1 | URL
퇴근하시고 북플타임이십니까? (저는 농땡이 타임입미다!!) 자꾸 제가 단 댓글에 단발머리님 댓글이 달리고 있어서 알림이 울립니다! 기사단장 죽이기 알겠습니다!!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저는 놀숲읽고 울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05 20:08   좋아요 0 | URL
실례지만……. 어느 지점에서? @@

공쟝쟝 2023-10-05 20:09   좋아요 1 | URL
둘만의 장례식으로 애도하는 지점에서…(그런데 곧바로 둘이잤나? 기억이 안나네요ㅋㅋㅋ 울다 멈췄나 그랬음 ㅋㅋㅋ)

잠자냥 2023-10-05 22:20   좋아요 1 | URL
쟝 남자구나…? 하루키를 읽고 울다니…!

공쟝쟝 2023-10-05 23:33   좋아요 0 | URL
이 댓글 때문에 먼지더미에서 하루키 책을 찾았습니다. 564페이지. “그날밤 우리는 네 번 했다.”
내 눈물이 왜 나왔다 들어갔는지 깨달은 지점.

잠자냥 2023-10-05 23:35   좋아요 1 | URL
아……. 완전 이해했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23-10-05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완전 맘에 쏙 들어요.

유부만두 2023-10-06 09:01   좋아요 0 | URL
보물선님 마음 알거 같아요. 하... 좀 그랬어요.
 

지난 달에 읽기 시작한 뇌과학 책들이 어렵지 않아서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몇달 전부터 끌고 있던 챈들러 작품집 하권도 완독했고요. 그의 말년작에는 애잔할정도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말로 탐정이 나와서 측은지심도 느꼈습니다. 전자책 캐시백으로 읽은 <암컷들>은 넘치는 예시에 어지러웠지만 '여성다움'이란 편견은 쓰레기통에나 던져버려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교양고전독서>는 좀 쉽게 가볼까 싶어서 읽었는데 이 책이 고전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따끔하게 얘기하더군요. 책은 자상한 문장으로 쓰였지만 선생님의 깐깐한 톤이 지배적이라 아주 재미있는 독서는 아니었고요. 이제부턴 읽고 몇줄이라도 기록을 남겨야지 요즘 북플에 예전 독서한 책이라고 올라오는 것들이 너무나 생소해서 계속 놀라는 중입니다. 맞다. 그래서 뇌과학, 기억력 쪽 책을 읽기 시작했네요. <오토라는 남자> 영화에 나오는 책이라 읽은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기대 이상으로 기괴발랄난리부르스심오문학 올인원이라 재독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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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01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치는 예시 ㅋㅋㅋ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저도 다시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불가코프는 왜 동물들에게 말을 하게 했는가.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02 15:12   좋아요 1 | URL
말 많은 사람들 만으로는 부족한가봐요. 개도 고양이도 다 할 말 참지 않고 쏟아내자!!!

단발머리 2023-10-01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he Brain> 저 안 읽었는데 표지 친근한 거 무슨 일일까요? 혹시 그 사정을 아시면 제게 좀 알려주시고요.
이 중에서 저는 <하비비>를 제일 먼저 도전하고 싶어요. 만화이고.... 에..... 성경과 코란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02 15:16   좋아요 0 | URL
하비비는 기독교인에겐 너무 쎈 이야기 아닐까 싶은데요? 근데 또 이게 미국백남 작가 작품이라 단발님의 관심사 중 하나인 “오리엔탈리즘”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을 거에요. 해주셈.

더 브레인 책은 알라딘 메인 화면에 많이 올라왔었어요. 저도 거기에 낚인…

호시우행 2023-10-02 0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 목록표는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우고 싶네요. 알려주세요.

유부만두 2023-10-02 15:11   좋아요 0 | URL
북플의 독보적 칸에서 읽은 책 등록하고 히스토리 보기 화면을 캡쳐했어요. ^^

새파랑 2023-10-02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9월에 엄청 많이 읽으셨네요~!!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다는... 10 월도 화이팅입니다~!!

유부만두 2023-10-02 20:58   좋아요 1 | URL
네, 10월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 새파랑님도 화이팅! 입니다.
 

10년전 읽었다는데 기억이 안나;;;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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