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그 도시처럼 가상의 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거물을 '말려 죽이는' 이야기가 있다. <척살 소설가>라는 살벌한 제목의 중국 판타지 영화. 기업 회장님(알리바바 아니고 알라딘. 낯익은 알라딘 램프가 계속 나와서 여기 알라딘 생각이 났음) 역에 삼국지 중드 유비 위허웨이가 나와서 신선했다. 하지만 전체적 줄거리나 판타지cg는 신선하기 보다 매우 익숙하다. 영어 제목은 <작가의 오디세이>라고. 일단 거창하게 뽑아놨다.
알라딘 회장님의 목숨이 허접한 인터넷 소설가의 작품 때문에 위험하니 그 소설가 루쿵원을 살해하라는 제안을 받는 관닝. 그는 6년전 4살 딸이 납치 된 후 오로지 납치법을 추적하며 딸을 찾아 헤매며 살아왔다. 회장은 딸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며 협박같은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소설가의 소설이 이상하게 관닝의 꿈이랑 비슷하다. 괴물을 쫓으며 성으로 들어가고 아이는 잡혀가는 장면들. 관닝은 잠에서 깨면 꿈 내용을 수첩에 적어두곤 했는데 (하루키의 그 소녀 처럼) 그 내용을 소설에서 접하고보니 현실과 소설 속 내용이 겹쳐지며 혼란스럽다. 한편 관닝은 소소하게 초능력자로서 돌팔매질을 기가 막히게 한다. 그는 그 돌팔매질로 어린이 납치범 일당을 잡기도 하는데 그러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은근 가벼운 코믹+휴먼 터치로 관닝과 소설가 루쿵원이 가까워지게 하는데 관닝은 계속 자신의 딸이 어디에 있는지 그 실마리를 소설가 주변 인물과 장소에서 찾게된다. 영화 대부분은 아빠의 딸 찾기 보다 소설 속 판타지 전투와 살육 (척살!) 장면과 현실의 악당(역시 애매한 초능력자들)과의 격투 장면에 할애된다. 반지의 제왕이나 삼국지들, 트렌스포머, 액션 히어로 무비 등등에서 본 화면들이라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현실의 누구를 롤모델로 했는지만 찾으면 수수께끼는 쉽게 풀린다. 중국 무술 영화에 흔히 나오는 '아버지의 원수' 테마도 빠지지 않는다. 명절에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기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설거지를 했다. (
소설 속의 절대 악은 적발귀신, 즉 빨간 머리 악마이다. 팔이 네 개 씩이나 달린 건장한 근육질의 이 악마는 우리의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보다는 농구 애니 스타 '강백호'를 닮았더라. 머리 나쁜 것도 그렇고.
그런데 "무빙"시리즈의 초능력과 겹치는 장면이 있다고 남편이 알려줬다. 특히 전기사용자/번개맨(차태현)의 행동 지침(?)이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