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빼고 664쪽 소설의 194쪽까지 읽었다. 아직 거장도 마르가리타도 안 나왔다. 작품을 안 태운다는 (태우나??? 아직 모름) 웅장한 예술 거장 대신 버스 값 잘 챙겨들고 버스 타(려고 시도하)는 통통한 검정 고양이는 나온다. 이 고양이는 악당 삼/사 인조에 속해서 직립보행에 말도 하면서 사람도 팬다. 작가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의 개-인간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2년 전에 읽으면서 곧 거장을 만나겠다고 했었네?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2476900



예수아와 빌라도의 선문답 장면, 부동산 사기와 뒷거래, 정신병원, 텔레포트가 현란하게 (뻔뻔하게 마법 같은 장면들도) 펼쳐진다. 그런데 환상적 리얼리즘보다는 블랙유머 포함한 현실 풍자 느낌. 빌라도 장면이 더 건조하게 그려진다는 게 흥미롭다. 작중 현대인 1920년대 러시아는 (작가는 1940년 사망할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지만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하고 책은 1962년에야 나온다) 처음부터 문인협회장 모가지를 자르고 주택조합장 목도 따버린다. 방금 읽은 익숙한 교훈 하나, 중요한 서류 들고 가는 길에 절대 공공 화장실에 들르지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dvd커버의 여자 아님)이 기차 플랫폼에서 떨어뜨리는 책이 바로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다. 민음사 책은 총 695쪽 짜리라 들고 가다 흘리고 모를 수가 없다. 영문판 페퍼백은 절반 두께인듯. 아직은 생판 남인 (책 안 읽는) 남주인공(젊은 시절의 오토- 톰 행크스의 아들이 연기함)이 공식처럼 책을 주워주며 둘은 연결되는데… 그가 책 읽는 사람이라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책 건네며 어떤 말을 했을까? 아 이 영화에도 고양이 나온다. 말은 못하지만 엄청 귀여운 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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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없애기 위해 언어규범도 바꿀 수 있을까? [평범한 이웃, 유럽]
출처 :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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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17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양성평등 ˝장관˝도 있는 스페인, ˝they˝쓰기 운동 하는 스위스, 풍토와 인식이 정말 다르네요!

유부만두 2023-09-18 07:48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도 바로 이 they 사용을 이야기 합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이다. 언어, 특히 성차별적 은어와 욕설에 담긴 사회적 통념과 폭력 관계에 대한 해설이 흥미롭다. 미국 영어에 대한 책이라 여러 예시들은 검색과 비유로 이해해야 한다. 언어 사회학 책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저자의 욕설의 방향 전환과 전복과 전유하기는 저자의 주장대로 “재미 있잖아” “내가 그러고 싶어” 더하기 “욕 잘하면 똑똑한 거임” 으로는 설득력이 충분치 않다. 넘치는 tmi 슬럿 류 어휘 목록에도. 그런 부분이 책 제목에 걸맞게 아주 길다.

내가 먹물 속물이라 그런가 늙어서 그런가 읽으면서 자꾸 “뭐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눈에 확 띄는 제목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겼으니 절반은 성공한 책이다. 여러 찐한 은어와 욕설을 우리말로 하나하나 반역한 역자의 노고에 진땀이 난다. 근데 욕설 많이 하는 사람은 똑똑하다기보다 기가 세고 남 신경 덜 쓰면서 어휘력이 모자라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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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6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욕설 부분에서 약간… 음 굳이?!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 내가 꼰대인가보다 했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6 22:01   좋아요 3 | URL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를 읽으신 분이 꼰대이실리가요. ㅎㅎㅎ
이 책은 사회 언어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는 강점은 있는데요, 뭐랄까 저자가 참 젊고 용감하다,란 느낌이 들어요. 만두 할매는 이틀만에 완독하느라 기운 빠져부럿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9-1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야...저는 왜 마지막 세 줄에 아프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6 2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니에요! 열반인님은 순한 맛 어휘 사용자이심요!

얄라알라 2023-09-17 12: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열반인님 ˝순한 맛˝

왜 최민수 배우와 강주은 쇼호스트님 두 분 보면,
강주은님이 워낙 성격이 좋으시니 ‘욕‘을 쓰셔도 그 욕이 우아한 사교어처럼 들리는 매력이 있잖아요

저도 유부만두님 말씀에 동감.

열반인님 뭐라 하셔도, 매력적인 순한 맛. ^^

다락방 2023-09-16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똥꼬발랄 문체가 거슬려서 별 다섯은 못주겠어요 ㅋㅋ 완독 아직 안했지만요 ㅎㅎ 역시 저도 꼰대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9-16 22:56   좋아요 0 | URL
말 안 해도 알아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16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너무 궁금해지는 리뷰인데요!!! 뭐 어떻게 바꾸길래 ㅋㅋㅋㅋㅋㅋㅋ 제가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유부만두 2023-09-17 07:52   좋아요 2 | URL
젊은 독자에게선 어떤 리뷰가 나올지 벌써 궁금합니다. ^^
 


누가 말을 하든, 음정이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그 이유로 남성이 더 권위적으로 들리고 싶을 때 음정을 낮추는 것이다(어떨 때는 의식적으로, 어떨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258)








의도적으로 이런 남성적 낮은 목소리를 이용한 여성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스가 생각난다.



테라노스 사건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시리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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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언어학적인 이중 구속의 양면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은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이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세라 페일린과 함께 대선 캠페인에 등장했을 때였을 것이다. 이 두 여성의 대비는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젠더를 연구하는 교수가 이런 장면을 꿈꿨을 정도였다. 1984년 미스 와실라와 대회 우정상을 거머쥔 페일린은 짜 맞춘 듯 클린턴과 정반대였다.(260)




정치학자인 엘빈 림Elvin T. Lim은 2009년에 이렇게 말했다. ˝클린턴은 비호감이지만 유능하고, 페일린은 호감이지만 무능하다고 생각할 만한 객관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2008년 미국 정치에서 가장 유망한 두 여성이 이중 구속의 양면을 이토록 완벽하게 담당하고 있는 건 우연 이상이라고 설명해야 한다.˝(260)


권력을 쥔 모든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만들고, 윈프리처럼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낸다 해도,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여성 리더가 어떻게 들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이기 때문이다.(268)



영상은 snl 풍자 코미디 _ “갑자기 다들 sexism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하지만 We don’t agree on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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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16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학적 이중구속˝.....^^

유부만두님 덕분에 이 생소한 표현을 찾다 보니, 그레고리 베이트슨까지 소환되네요^^
아...읽어봐야 하는 것인가...영상 내용을 다 이해를 못하겠는데 하는 참입니다.

유부만두 2023-09-17 07:53   좋아요 1 | URL
영상은 코미디 풍자라 두 여성의 대조를 더 강조하는 거에요. 이쁜 바보와 못난이 능력자? 둘다 여성이기에 지도자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