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여인이 이혼 후 아이 한 명을 키우다 운명처럼 한 남자 이유상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동거를 시작하고 반대를 무릅쓰며 결혼했다. 하지만 반년 후 남편이 사라진다. 사랑했던 그의 이름과 신분 심지어 성별까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고 여자는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았다. 그래도 여자는 그를 간절히 그리워 하고 있다. <친밀한 이방인>은 사라진 그가 남긴 "책"의 원저자인 화자가 그 "남자"의 자취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그는 누구인가.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저를 책망하고 싶으시겠죠. 어떻게 한집에서 지내다가 결혼을 할 때까지 그 사람이 여자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느냐고요.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어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당신 옆의 그 사람이 남자혹은 여자인 것을 확신하느냐고요."

"그 사람은 까다로운 저희 어머니나 제 아이에게도 무척 친절했어요. 호리호리한 체구에 웃는 얼굴이 참 예뻤죠. 어쩌면 그때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유난히 손가락이 하얗고긴 것, 대화에 능숙한 것, 늘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던 것까지, 돌이켜보면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너무 달랐죠."


하지만 이유미의 연극은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 그 방향을 튼다. 그가 주인공이 아니었어?


"이 사기극에서, 이유미의 배당금은 얼마나 되는 거죠?"
사기극이라는 말에 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
"꼭 돈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먼저 그사람을 도왔고, 그다음에 그 사람이 나를 도왔죠. 저는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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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3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판타지 소설로도 실력을 뽐내시는 쿠앙 작가.
Rebecca Kuang은 1996년 광저우에서 태어나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성장했다. 첫 작품은 대학생 때인 만 19세에 쓰기 시작해 22세에 출판. 젊고 재능있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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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표지에 제목도 노란 얼굴. 의도적으로 갸름한 눈매에 저자의 이름까지 Kuang. 굳이 찾아 읽고 싶지는 않았다. 인종차별, 특히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담고 있을 '소설'이라 관심을 껐다. 그런데...


종종 들르는 독서 블러거의 감상은 "I devoured this book"이었다. 말 그대로 허겁지겁 삼키듯 읽었다고. 그냥 뻔한 아시안 주인공의 칙릿도 아니고 무거운 레이시즘 규탄만도 아닌 책이었다. 


매일 글쓰기 약속 덕분에 읽고 그냥 지나쳤던 책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 매일 한 권 씩 읽을 순 없으니까요)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 


Athena Liu is a literary darling. June Hayward is literally nobody. Who wants stories by basic white girls anyway? But now Athena is dead. And June has her unfinished manuscript. From the New York Times bestselling author of The Poppy War Trilogy and Babel comes a darkly funny literary thriller. (알라딘 책소개)


주인공 화자 준 헤이워드(백인)는 아테나 리우(중국계 미국인)과 대학부터 친구 사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부자인데다 작가 재능까지 겸비한 아테나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준은 책을 내긴 했지만 빛을 못 보고 있다. 뭔가를 쓰고는 있지만 편집자는 함께 신나하지 않아. 하지만 어찌어찌 준과 아테나는 남들 눈에 (과한) 우정을 나누는 상황이 되는데 준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어느날 아테나와 술을 마시고 그녀의 호화 아파트에서 간식을 먹다가 사고가 난다. 아테나가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질식사했다. 


여기까지가 아주아주 초반에 빠르게 나온다. 


119를 부르고 당황하고 황망한 사이, 준은 아테나의 미발표 원고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글을 자기 식을 고쳐 발표한다. 이렇게 손 봤으니 이건 준 자신의 원고다. 아무도 이 원고의 존재를 모르니 (아테나는 늘 손으로 글을 쓰고 친구도 없다) 자기 이름으로 발표한다. 다만 ... 이 책의 주제가 너무 아시안인 것이 걸린다. 1차대전 시기의 중국인 노동자. 그러니 조금 아시안스러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닌 이름을 쓰기로 한다. 엄마의 처녀적 이름인 자신의 미들네임 Song으로 준 헤이워드는 주니퍼 송이 된다. 책은 엄청난 호응을 받는다. 리뷰도 좋고 판매실적도 좋다. 하지만 막상 행사에서 준을 만난 사람들은 그녀가 백인인 것에 놀라고 뭔가 미심쩍어 한다. 중국계 미국인의 커뮤니티 초청 행사에서도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사실 아테나도 미국서 나고 자라 중국어도 제대로 못했기에 준보다 더 중국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제발이 저린 준은 아테나의 엄마를 찾아가 혹시나 남은 증거가 있을까 살피는데 트위터에 준 송 (헤이워드)가 아테나의 살인범이며 원고를 훔쳤다는 글이 올라온다.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준은 알 것만 같다. 여기까지가 중간. 


흥미진진진이라 사흘도 안 걸려서 밥책밥책책 하면서 읽었다. 특히 미국에서의 아시안 컬쳐에 대한 이야기와 출판계 뒷모습이 흥미로웠다. 아시안 문화는 누가 쓸 자격이 있는가. 


예전에 읽은 sf소설 <전갈의 아이>는 디스토피아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프리카 문화에 관심이 많아 <아프리카 소녀 나모>도 썼으며 애리조나 주 출신 백인이다. 그가 다룬 멕시코와 아프리카 문화가 시혜를 베푸는 시선 아래 대상화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프라 북클럽의 <어메리칸 더트>가 실제 중남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지 않고 대상화 하며 진짜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며 멕시코 난민 이민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작가는 푸에트리코 출신의 이민자의 자녀이며 미국에서 성장해 아일랜드인과 결혼해서 미국 백인 사회에 더 가까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반면 같은 소재를 다룬 청소년 소설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은 난민 출신 작가의 작품이다. 그럼 난민 기차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서 "더 진짜"라고 말할 수 있나? 증조부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리사 시Lisa See는 어떤가. <해녀들의 섬>은 한국의 해녀를 다루고 다른 책들은 <상하이 걸즈> <차이나 돌즈> 등 중국 문화를 다뤄  '21세기의 펄벅'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프랑스 태생의 엘에이 거주 중인 이 아시안 이름의 작가는 누가봐도 백인이다.  


그럼 아시안 문화와 소재는 그 혈통과 문화를 물려받은 집단에서만 창작 되어야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섣부른 '문화적 소유권 내지 자신감'으로 박상영 소설 안톤 허의 번역을 고친답시고 망쳐버린 재미교포 에디터의 일화를 기억한다. 더해서 한국 문화를 미국(백인) 독자의 입맛에 맞춰 멋대로 만든 한국 출신 작가의 소설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니 문화를 다룬다는 것은 작가의 출신보다는 태도와 실력에 달려있다. Yellowface 이 소설은 중국계 미국 작가가 백인 화자를 내세워 그 양면을 매우 재치있고 살벌하게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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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10-24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고맙습니다

유부만두 2023-10-24 19:20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으세요!

다락방 2023-10-24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옐로우 페이스 겁나 읽고 싶은데 번역서는 아직이네요.. ㅠ

유부만두 2023-10-24 19:21   좋아요 0 | URL
곧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정말 인기있었대요.
영어 원서 도전 해보시면 어때요? 문장이 평이하고 전개가 빨라요.
 


진짜 책 고수, 책 중독자들은 자기개/계발서를 업수이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몰래 몰래 읽는 개발서들이 꽤 된다. 정말 기운이 쭉 빠질 때 콜라 한 잔이나 진한 다방 커피 한 잔 처럼 이런 책들은 내 기운이 반짝하게 만들어 준다. 너무 잦으면 그 효과가 덜하긴 한데 (가만, 이거 며칠 전에 썼던 약 이야기랑 비슷해) 몸과 마음이 무거울 땐 '힘내자, 으쌰'하는 구호를 책에서 읽는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젊은 일본의 투수/타자는 놀라운 경기 실적과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그가 고1때 만들었다는 인생 목표와 실천 방안의 만다라트를 인터넷에서 보고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등 막내에게 보여줬더니, 심드렁하게 자긴 오타니 안 좋아한다며... 이 책은 오타니 본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책과 인터뷰 기사를 바탕으로 자기개발서 전문 작가가 실천법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루틴과 기록이 중요하고, 긍정적으로 "진짜" 믿고 그에 맞게 생활하라고 한다. 바라는 일이 어그러졌어도 무조건 정신승리 하는 대신 나쁜 일에는 좋은 일이 어떤 균형을 이루듯 생기는 법이라고 위로한다. 매일 작은 선행을 하는 것을 "운을 쌓는다"고 표현한 점이 특이해 보인다. 물론 그것에도 훌륭한 야구 선수가로 필요한 요소가 포함된다. 철저하게 완벽한 야구 선수가 되는 것. 실천 방법 하나씩은 어렵지 않아 보여도 전체적 그림을 보자면 좀 무섭기도 하다.  


미라클모닝은 전에도 읽었던 책이다. 아침에 일찍(하지만 무리하지 말고 각자의 신체 리듬에 맞는 한도에서) 일어나서 하루를 계획하고 기록하고 눈으로 구호를 보고 말하고 믿어야 한다고. 건강한 몸을 관리하며 건강하게 하루 하루를 채우라고 한다. 이런 준비를 아침에 하면 하루를 한 주를 일 년을 잘 살아내고 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으쌰. 


8시 17분에 쓰기 시작해서 13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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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23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업수이 여기는 건 아니고... 아 그러고 보니 전 고수도 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3 10: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독서 중독자 만화에 나온 것처럼 흔히 그렇게 말하니까요. 잠자냥님 고수 아니시고요, 초고수이십니다.

잠자냥 2023-10-23 10:46   좋아요 1 | URL
(먹는) 고수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다락방 님처럼 고수 키워볼까 진지하게 고민...(만 함)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3-10-23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책하수인가보네요 ㅋㅋ 내 앞에 오는 모든 책을 자기계발서화하는 나~

유부만두 2023-10-23 15:41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 ㅎㅎㅎㅎ

하이드 2023-10-23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타니 쇼헤이 책 이번에 두 권 나온거 다 읽었고, 미라클 모닝은 생각나면 한 번씩 읽습니다.

유부만두 2023-10-23 15:41   좋아요 0 | URL
오타니 책은 너무 방법론 중심으로 기대와는 달랐어요. 전 오타니 개인과 야구 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미라클 모닝이나 해빗 루틴 이런 책은 가끔 생각나면 펼치게 되네요.

책읽는나무 2023-10-24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라클 모닝 울집에도 있어요.
아들 졸업 선물로 받아 온 책인데 내가 읽어봐야지! 그래놓곤 계속 미루고 있는...
저 책 읽으면 더 일찍 일어날 것 같네요.ㅋㅋ

유부만두 2023-10-24 09:40   좋아요 1 | URL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믿고 기록하고 실천하래요.
그런데 전 일단 목표를 생각하고 적기가 어렵네요.
˝****하기˝라는 문장은 생각만 해도 어쩐지 부끄러워져요.
이래서 미라클 못함. ;;;
 

도서관에 갔다가 웃기는 표지에 끌려서 앉은 자리에서 읽고 왔다. 


아이가 어딘가에 끼여있는 강아지를, 모기를, 펭귄을, 곰을, 스컹크를, 문어를 꺼내 풀어준다. 흰 강아지가 흰 구름에 끼인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엉뚱한 연결도 보인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곳은 '방구 냄새'의 문방구 같은 말 장난도 있다. 문어발 골기퍼도 연상 가능하네. 


엄마 아빠가 싸운다. <알사탕>의 아빠의 속마음 사랑의 매 아니고 사랑의 잔소리 처럼 빼곡하게 엄마와 아빠는 서로의 일상 행동에 대한 지적을 하는데 둘 다 '집안 꼬라지'를 엉망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둘다 억울해 한다. 무술 동작을 닮은 엄마 아빠의 지적질하는 옆 모습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있다. 바로 이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보통의 동화/설화 구조라면 아이가 여지껏 구해주었던 동물과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이 작업에 함께 하겠지만 이번 책에서는 아이가 혼자 씩씩하고 슬기롭게 끼인 그것을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기에 제일 어울리는 자신이 그 곳에 낑가들어간다. 


이야기 끝에는 아까 풀어주었던 동물들이 다른 물건에 끼어서 아이네 집 앞에 줄 서 있다. 나 좀 빼도... 끼인 것들 뺄 일은 끝이 없다. 아이는 내일도 모레도 바쁘겠지. 


이야기는 뻔하고 문장이나 설정도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림이 매력적이다. 장난스러우면서 약간 불량해 보인다. 착한 아이 그림책 아니고 뭔가 껄렁해 보이고. 엄마와 아빠도 어른이랍시고 나서서 가르치는 대신 말썽을 부리고(싸우고) 있다. 이러니 우리의 어린이 주인공이 다 해결하고 도와야 한다. 아휴 바뻐, 근데 나 없으면 우리 엄마 아빠 어쩌겠어, 라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아이의 큰 눈과 두 뺨에 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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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0-3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좋아합니다. 여기에 꼭 적어놓고 가리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