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을 삶아 양념장 만들기도 전에 다 까서 먹었다. 검색을 하니 두 가지 꼬막 삶는 법이 나오던데, 나는 물만 따로 끓이다 조미술 넣고 꼬막을 넣어 3분 삶았다. 꼬막이 입을 벌리는가 싶다가 다들 다시 닫고 물도 붉은 색이 돌았다. 뭔가 잘못 했나, 걱정이 됐지만, 30초 추가 삶기 후 잘 먹었다. 물을 넉넉히 잡았어도 꼬막은 짭짤했다. 껍질 안에 검은 게 보여서 뻘인가 했더니 '그건 내장이야. 맛있는 거'라면서 막내가 냉큼 집어먹는다.

 

어릴적 우리집에선 꼬막을 먹지 않았다. 식당에 가면 다섯 쪽 정도 반찬으로 나왔는데 보통 조개 보다 뚱뚱하고 더 간이 세서 무섭게 보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반찬 가게에서 예쁘게 양념장 셋팅까지 되있는 걸 몇 번 사왔을 뿐. 친구들이 꼬막 맛있다고, 잘 씻어서 삶아서 까먹으면 쉽다고들 해서 처음으로 해봤는데. 이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 안주 삼아 남편과 맥주를 마셨다. 술 못하는 남편은 탄산수로 기분을 냈다. 이렇게 하나씩 '원래 안하던 것'을 지워가는 게 재밌다. 세살 버릇이나 입맛이나 커가며 조금씩 바꾸면 되지.

 

화기 애애, 명랑 발랄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손에 들었고 잘 읽힌다. 그런데 안 웃기다. 웃을 수가 없네.

 

산달이 다다음 달이라 딸이 힘들까봐 부천에서 전라도 광주로 친정 아버지가 내려오심. 추석 명절. 딸은 강원도 원주 시댁에서 전부치고 음식 하고 다녀온 다음임. 손주들과 열심히 놀아주신 친정아버지는 어깨를 다치셔서 일도 못나가실 지경이 되심. 물론 딸네 부부에겐 숨기심. 출산 후, 항암치료 받으셨던 친정어머니가 딸 위해 내려오심. 치료후라 어머님이 음식 간을 못맞추심. 흉 다보고나서 반성하는 사위. 네살 두살 두 아들을 키우는 전업 주부, 둘째 조금 크면 공부하자, 고 남편과 구두 약속만 했는데 셋째 임신. 계획한 아이가 아님. 피임좀 하자. 딸은 '공주'가 희망이라고 뭐야~라면서 재밌어하는 아빠. 아들 연애(?) 이야기가 세꼭지 이상 들어있음. 식상해. 이런거. 예능프로 아저씨들 같아. 여덟살 어린 아내와 연애하는 게 어색하고 연애 땐 존대를 해서 자기 친구들 앞에서 어우야~ 했던 남편, 결혼후 강한 어른이가 된 아내에게 감탄(?)한다. 자기가 혼나며 배운다고. 이런것도 너무 뻔하고요...시댁에 큰돈 들어갈 일이 생겨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아내가 슬그머니 내 놓은 통장엔 딱 그만큼의 돈이 들어있다니. 일이 만원씩 모아온 아내 ....그날 아내는 외출후 한참 지나서 들어왔다고. 들어왔으니 잘 해요. 쫌. 친척들 서른몇 명 다 모여서 여름 휴가를 갔는데 (아버지 소원이라고) 어머니는 큰 솥 두 개에 소머리 넣고 밤 늦도록, 새벽에도 소머리 국밥을 만드셨다. 아, 어머니, 라고 하면서 옆에서 멀뚱히 앉았다네. 소머리국밥 맛있게도 드셨겠지, 이기호 작가님. 이런 '휴가'에 아내랑 애들 끌고 갔잖아. 아내는 그 서른 몇 명의 설겆이며 뒤치닥꺼리를 ....하아....남편이 육아와 살림에 지친 아내 돕자고 설겆이 해도 밤에 아내가 다시하는 소리가 난대. 자긴 너무 서투르니까. 배워요, 쫌.

 

하아.....이런 이야기는 이미 신문에 방송에 생활에 넘치고 넘치는 이야기들이잖아. 어제만해도 감기 걸린 아기를 바라보는 기자 아빠의 짠한 육아 엣세이가 신문에 나왔는데. 첫 단락에 낮에 병원 다녀온 아기, 자기는 만취해서 집에 오니 열이 38도가 넘더라, 아빠가 술에 취해 자버렸는데 엄마가 밤새 간호했네, 아빠가 나빳쪙, 미안~ 하고 있더라 .아. 지겨워.

 

이기호 작가의 책은 유머도 화목한 가족애도 뭣도 안 보였다. 작가님과 마음산책에서 '며느라기'라는 왭툰을 좀 보시고, 아니, 주변에 육아를 하는, 쳐다만 보면서 입만 산 사람들 말고, 진짜 뭔가를 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요. 그렇게 해서 새로운 명랑 발랄 생활 육아를 보여주세요. 어렵겠지만.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8-01-0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공감! 저 이 책 있는데 안 읽을래요!

유부만두 2018-01-07 11:56   좋아요 0 | URL
발랄하고 착한 남편, 아버지 글이지만 그 부인의 고생이 보이더라구요.
너무 흔한 글이라 속상했어요.

psyche 2018-01-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꼬막 한번도 안 삶아봤는데.... 우리집에서도 꼬막 안드셨거든. 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으니 음식점에 갔을때 반찬으로 나오는거 잘 먹었지만 집에서 해먹어 볼 생각은 안했거든. 여기 한국마트에 가도 싱싱한 꼬막이 있으려나.

유부만두 2018-01-07 11:57   좋아요 0 | URL
혹시 중국마트엔 있지 않을까요? 거긴 예전에도 수족관(?) 같이 차려놓고 생선이랑 조개랑 생것을 팔던데요...

어릴 때 먹어본 게 아니면 직접 요리할 생각이 잘 안나던데 전 용기를 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8-01-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꼬막 넘넘 좋아해요.
꼬막정식집 보면 군침이!!
그래서 꼬막데친 사진을 보니 또 군침!!^^
근데 저도 한 번도 삶아 먹어 보진 않았단 생각이ㅋㅋ
해캄이 잘못되어 모래가 씹힐까봐 겁나서 집에서 해먹을 엄두를 못냈어요.먹고 난 껍질 비린내도 감당 안될 것도 같고ㅜㅜ

근데 이 책은 그런건가요??
이기호 작가는 명랑발랄 이미지가 있었는데, 내가 읽었던 책은 그랬던 것같았는데 이 책은 그렇군요!!!!

유부만두 2018-01-07 12: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꼬막비빔밥도 맛있죠!
저도 해감 걱정이 되어서 잘 씻어놓은 걸 한살림에서 샀어요. 처음 하는거라 겁도 났고요. ^^ 껍질 비린내도 안났어요. (끓일때 정종 대신 조미술을 넣었어요)

이기호 작가의 다른 책은 즐겁게 읽었어요. 명랑발랄하고요.
이 책 역시 문장과 상황은 명랑과 약간의 찡함이라는데...그 상황이 너무나 뻔하고 부인 고생이 반복되니까 속상했어요.

목나무 2018-01-0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복언니 추천으로 알게 된 며느라기. . . 언니는 이미 알고있었군요!!! 이기호는 어느순간부터 쫌. . . . ;;;;

유부만두 2018-01-08 10:30   좋아요 0 | URL
며느라기, 정말 대단하지?!!!!
이기호 작가의 이 책은 ‘보통의 착한 남편’의 뻔한 일상을 되풀이해서 더 실망이야.

라로 2018-01-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오늘은 방금 도시락을 먹고 들어와서 눈물은 안 나와요~~~.ㅋㅎㅎㅎㅎ
그래도 꼬막은 먹고 싶네요,,,저 해산물 킬러에요~~~.( ˝)

유부만두 2018-01-08 14:30   좋아요 0 | URL
라로님께선 음식 사진에 열정적으로 반응하시네요! ㅎㅎㅎ
꼬막 맛있었습니다! 눈물이 날만큼!

라로 2018-01-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건 갑자기 생각난건데, 셋째는 정말 계획없이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그런 경우고,,,유부만두 님도 조심하세요~. 응?^^;;;
글고 며느라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유부만두 2018-01-08 15:3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
옆에 계셨으면 제 맴매를 피할 수 없었어요!!!

며느라기는 인스타에서 봐요. 계정없지만 볼 수 있죠. 네이버에 검색 ‘며느라기’로 하세요. 링크 넣으려했는데 잘 안되네요...

북극곰 2018-01-1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인사 드리는 거죠? ^^ 보기만 하고 댓글을 잘 안 달고 댕겨서...
유부만두 님 페이퍼에는 늘 맛난 음식이 등장하는군요.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만...ㅠㅠ

동화책 리뷰들도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이들책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이라서요. ㅎ

유부만두 2018-01-18 19: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극곰님!
예전에 (찾아보니 무려 2015년) 가즈오 이시구로 책 글에 인사 건네주셨어요. ^^ 반갑습니다.

동화책을 처음엔 아이들 때문에 읽었는데 이젠 제가 좋아서 읽고있어요. 리뷰랄게 있나요;;;; 맘대로 써보고있어요. 앞으로 맛있는 사진으로 여러 친구들 약을 올리려합니다..
 

어린이가 겪은 전쟁 이야기. 화가가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그림과 엣세이를 엮었다. 열살 이전에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곳은 중국. 그곳에서 유럽인, 미국인들만이 특별하게 살던 어린 시절, 첫 그림은 돌회랑에서 포도를 던지며 놀다 개에게 팔과 머리를 물린 일로 시작한다. 고통 대신 주위 상황과 어른들의 반응만 아스라히 떠오른다고.

 

공손하던 중국인 하인과 새로 만난 '버릇없는' 미국인을 비교하는 어린이. 아버지가 바라던 '강한 남자' 대신 소심한 마음에 죄책감 까지 갖고 커나가야 했다. 어른 세계의 결정에 따라 사는 곳과 친구가 바뀌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어린이가 안쓰럽다. 하지만, 그 시절에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는 중국인들은 갓 태어난 여자 아이를 공동묘지에 버렸다. 인도인 하인은 나으리의 손님인 소년에게 정원의 뱀을 주의하라고  '예의 바르게' 이야기한다. 시절이 그랬다지만 어린이의 힘겨운 성장기에 순수하게 시선이 맞춰지질 않는다. 어머니의 '본국'인 캐나다 생활과 좋았던 중국 시절의 차이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이 아름다운 그림 엣세이를 낸 '어른' 저자는 잘 알테니까.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선물해주신 ㄷ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정에 가서 두어 시간 막내를 기다려야 했다. 부모님 모두 외출하셔서 혼자 느긋하게 독서를 하려고 했는데, 조금 졸았다. 우리 아부지는 화초를 참 잘 기르신다. 문구점에서 파는 행운목 (연필 같이 생긴 것들)도 50센티 넘게 쑥쑥 키워주심. 그러나 당신 키는 ..... (이수근 정도 이심)

 

 

이렇게 예쁘게 노란 꽃도

 

 

손톱 크기의 분홍꽃들도 이렇게 귀엽게 달려있다. 예뻐서 물을 주고 싶었으나, 내가 손을 대면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참았다. 아빠가 전화로 '화초 만지지 마라'고 하셨다.

 

들고 간 책은 황정은 작가의 '웃는 남자'였는데, (라로님 말씀처럼 저도 빅토르 위고 생각이 났지요) 김유정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황정은의 수상작은 예전에 읽었던 '디디의 우산' 뒷 이야기. 디디가 겪는 하찮은 세상과 비극이 문장에 묘사에 충분하게, 하지만 넘치지 않게 담겨 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문장을 적어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건성으로 읽히지 않는 이야기. 디디와 디의 생활, 그리고 여소녀의 그 검은 복도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건조하다. 눈 앞의 저 푸릇푸릇한 화초들, 추운 날씨에 거실로 들여놓은 화분을 하나씩 바라보다가 황정은 소설 속 방, 거리, 그리고 세운상가는 얼마나 무채색인가 떠올렸다. 하지만 진공관은 뜨겁다. 손을 덴다. 미지근한 사물들 보다는 낫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8-01-05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아빠는 이수근보다 쪼끔 커요 ㅎㅎ 아침에 기분 좋은 페이퍼 봅니다. 햇살 가득 담긴 사진이 마음 따스하게 하네요. 뜨거움과 미지근함 사이에서 오늘 다섯째 날을 맞이합니다.

유부만두 2018-01-05 10:2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프레이야님. ^^
어젠 햇볕이 거실까지 잘 들어와서 따뜻했어요.
황정은 작가의 소설 속 공간은 춥고 어두웠고요. 그래도 황정은 작가 소설이 좋아요. 벌써 5일! 이렇게 2018년을 채워갑니다.

psyche 2018-01-0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웃는 남자‘라는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어. 나는 제목을 처음에 보고 ‘웃는 경관‘이라는 추리소설을 떠올렸다는...ㅠㅠ

유부만두 2018-01-06 08:32   좋아요 0 | URL
맞다, ‘웃는 경관‘ 추리소설 있었죠?!!
역시 언니의 전문분야!

hnine 2018-01-0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하시려고요. 돌아가신 제 친정아버지께서도 식물 키우는걸 무척 좋아하셔서 제게도 여러번 주셨는데 잘 살려키운 것보다 죽인게 더 많아요.
벤자민 저렇게 크게 잘 자란 것 보니까 보기 좋네요. 사진 처럼 저렇게 예쁘게 자라야할 칼랑코에와 꽃기린도 제가 왕년에 죽인 적 있는 식물들 ㅠㅠ
다행히 행운목은 지금 제 집에 잘 살아서 쑥쑥 크고 있답니다.

유부만두 2018-01-06 08:33   좋아요 0 | URL
나무 이름도 아시는 hnine님 존경합니다. ^^
부모님께 화초 키우는 취미를 물려받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요.
관심과 사랑을 덜 주어서 그런걸까요.

라로 2018-01-0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에 사진 보고 울었어요.ㅠㅠ
제 친정 엄마 생각이 나서요.
님의 아버님처럼 제 친정어머니도 식물을 잘 살리시고 키우셨던 분인데,,,
제 친정에도 저렇게 베란다에 화분이 빽빽하게 싱싱하게 있었더랬는데요,,,,
아! 이 페이퍼는 정말 정말 정말 엄마 생각을 하게 하네요,,,,,,,,,,,만두님.

유부만두 2018-01-06 08:35   좋아요 0 | URL
아, 죄송하고 ... 저도 슬퍼지고 ....
따뜻한 거실과 화초들, 사람들이 친정 생각하게 돼요.
....
손 잡아드리고 싶어요.

그렇게혜윰 2018-01-0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를 들었다놨다^^
저희 식구들은 다 화초를 죽이는데 ㅠㅠ 엄마는 나이 드시니 잘 키우시더라구요. 공을 들이는 탓인가 봅니다^^

유부만두 2018-01-06 08: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공을 들여야 하나봐요. 전 화초를 들여도 금방 잊어요.
때론 물을 너무 줘서, 혹은 안줘서....
새해엔 한 살 더 먹었으니 좀 나아질까요?

순오기 2018-01-08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분과 햇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
화초도 사랑을 주어야 잘 자라는 듯...
내 친정엄마도 화초를 잘 키우시는데, 위에 두 언니는 가져가면 죽이고
딸 셋 중엔 내가 잘 키우는 편인데...요즘엔 신경을 안써서 그도 잘 못해요.ㅠ

유부만두 2018-01-08 08:10   좋아요 0 | URL
(부모님 대신) 고맙습니다. ^^
순오기 님께선 화초도 나무와 숲도 아끼시니 잘 키우실 것 같았어요.
추운 겨울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가난한 집의 아이, 세탁일을 하는 어머니를 돕느라 숙제 할 시간도 없는 소년 페르코. 어머니나 선생님, 주위의 어른들은 사정을 들어주지도 않고 혼부터 낸다. 페르코는 미리 주눅이 들고 겁을 먹었다. 사실을 말해도 믿지 않을거야, 의심하겠지, 도망을 갈 길을 가늠하며 포기하는 페르코. 하지만 주지의 어머니는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고마운 어른이다. 주지도 페르코의 말을 듣고 믿어준 첫 친구다.

 

참 하늘빛 꽃 물감을 얻어서 그림을 그린 페르코에게 그 비밀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긴다. 아이들이 비밀친구 그룹에 끼어들려 애쓰고 그 비밀을 각자 제멋대로 다루는 모습이 흥미롭다. 참 하늘빛 덕에 위기에 빠지기도하는 페르코. 숲에서 혼자 밤을 지내는 페르코, 주지와 함께 갇혀버리는 헛간에서 페르코의 용기와 슬기가 빛나고, 강가에서 만난 종교심 깊은 사람들을 대하는 페르코는 재치꾼이 된다. 이 모든 '해결'은 참 하늘빛 물감의 힘만으로 이뤄진걸까. 페르코가 성장하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 페르코 주변의 어른들은 (예전처럼) 페르코를 윽박지르거나 무시하지 못하고 그의 눈을 보고 그의 말을 들어야한다. 주지가 처음부터 그런 것 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평이 나빠서 기대치를 한참 내려놓고 시작했기에 차태현이 맡은 김자홍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액션씬들도 꽤 흥미로웠고, 해리포터 만큼 즐길 수 있겠다 싶었으나....하아.... 역시나 신파가 도를 넘었다. 김자홍과 군대의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인물이 형제로 엮였다기에 걱정이었는데, 그 어머니가 청각 장애인이기까지 한다네... 아들 둘을 연달아 잃고, 게다가 억울한 누명을 쓴 둘째 이야기에 억장이 무너질텐데 그 어머니가 장애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쩌나 싶었는데, 큰 아들이 이미 십오 년 전 가출을 했다고?.. 그 직전에 벌어진 일은....

 

점점 김자홍이라는 인물이 영 찜찜해지더니 마지막 장면, 어머니의 그 하해와 같은 용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다. 신파라면 펑펑 울고 카타르시스라도 느낄텐데 이 찜찜한 기운은? 왜 이렇게 무리를 했대요? 그리고 그 군대 상관은 왜 양심선언이랄까, 은폐한 사건의 발각이랄까 하는 단계도 겪지 않고 영화가 끝나는 겁니까? ... 영화는 책이 아니라 영화니까, 라고 하기에도 많이 아쉽다. 여름에 개봉 예정이라는 2탄, '이승편'의 동현이와 할아버지가 잠깐 나온다. 동현이의 놀라운 싱크로율 때문에 아마 또 영화를 챙겨보겠지...만, 이번엔 차사들도 바뀌는걸까? 만화책에는 출연하는 주호민 작가는 나올까? ... 호기심 때문에 난 안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01-0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에서는 진도 끝내고 공부하기도 그렇고, 별로 할 것도 없고 해서 영화를 자주 보여주나 봐요.
하도 많이 보여주다 보니, 또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이 영화를 단체관람 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아이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는 감상평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차태현을(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차태현의 인간적인 면모가)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찜찜한 인물이군요.ㅎㅎㅎㅎ 만화책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유부만두 2018-01-04 07:26   좋아요 0 | URL
김자홍의 ‘악행‘과 거짓말, 그 해법이 영화의 특이한 점일텐데요, 마지막의 급 해결 부분이 공감이 덜 되었어요. 저런 인물이라면 앞에서 보았던 선행들은 다 뭐였지? 싶기도 하고요, 결국 내가 한 말과 행동보다 부모/이웃/친구의 덕을 보는 거라면, 만화의 지옥 중 어느 한 부분을 더 크게 설정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댓글을 달면서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어느 행동에서 배경이 되는 ‘사연‘을 더 무게 있게 다룬다고 느껴요.
왜 그랬을까, 그럴만했겠지, 의도는 좋았으나, ....등등
그래도 김자홍의 행동, 그 순간의 선택은 ...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어요. 차사들도 꽤 열연했고요, 그런데도 많이 아쉽네요.

psyche 2018-01-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웹툰 너무 좋아하는데 영화평이 나빠서 안그래도 슬퍼하고있었어. 그래도 볼까 했는데 안보는게 나을까?

유부만두 2018-01-04 07:28   좋아요 0 | URL
궁금하면 보세요~ 재미있는 장면도 꽤 되니까요.
한국선 천만 관객 돌파, 라고 뉴스에 났어요.

책읽는나무 2018-01-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아이들이 만화책을 본탓인지? 영화를 보고 싶어해서 같이 봤습니다.

차태현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연예인이라 캐스팅 했었다는 후문이 있더라구요.
그럴만하다!!!라고 영화를 보긴 했는데 보면서 차태현이 이 역을 잘못 맡은게 아닌가!!란 측은한 생각 저 또한 가졌습니다.
형제로 묶어버린게 좀 억지스러웠어요.
차사들의 배우들도 김향기 빼곤 두 사람은 다른 배우들이 맡았음 어땠을까?아쉬움도 좀 있었지만 다 보고 나니 그런대로 하정우와 주지훈이 연기를 잘했단 생각도 들곤 하고....^^

근데 전 어머니의 용서하는 신파장면에 완전 눈물의 홍수를!!!ㅋㅋ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목까지 타고 흘러 내리더라구요ㅜㅜ
영화 다보고 나오니 괜히 기분까지 울적ㅜㅜ

책의 내용을 완전히 살릴 수는 없겠지만 늘 책을 너무 재미나게 읽었을적엔 영화가 좀 많이 아쉽긴 합니다.
근데 애들은 재밌었대요ㅋㅋ
2편도 봐야하나?저는 미리 걱정인데 애들은 잔뜩 기대하더군요.
만두님의 말씀처럼 주호민 작가가 깜짝출연 하면 좋겠어요ㅋㅋ

유부만두 2018-01-04 07:32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용서...장면에서는 안 우는 사람들이 없죠! 완전 초강력인데요. ㅜ ㅜ

기대 이상으로 차사들이 재미있게 영화를 끌어갔어요.
동생 수홍이가 대신 현몽하는 바람에 형은 어머니와 대화할 수 없는건가, 싶어서 안됐지만...이제 환생해서 새로 잘 살겠죠? ^^

2탄 영화에서 용역으로 주호민 작가가 카메오 출연을 할지 엄청 궁금해요!

희망찬샘 2018-01-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은 책이지만 책을 다시 사서 보고 또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들딸 모두 좋아하더라고요.

유부만두 2018-01-04 07:35   좋아요 0 | URL
예전에 책을 보고 작년에 뮤지컬 관람을 하면서 책을 다시 봤는데,
만날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이야기네요.
저희집 아이들도 다 재미있게 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