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을 삶아 양념장 만들기도 전에 다 까서 먹었다. 검색을 하니 두 가지 꼬막 삶는 법이 나오던데, 나는 물만 따로 끓이다 조미술 넣고 꼬막을 넣어 3분 삶았다. 꼬막이 입을 벌리는가 싶다가 다들 다시 닫고 물도 붉은 색이 돌았다. 뭔가 잘못 했나, 걱정이 됐지만, 30초 추가 삶기 후 잘 먹었다. 물을 넉넉히 잡았어도 꼬막은 짭짤했다. 껍질 안에 검은 게 보여서 뻘인가 했더니 '그건 내장이야. 맛있는 거'라면서 막내가 냉큼 집어먹는다.

 

어릴적 우리집에선 꼬막을 먹지 않았다. 식당에 가면 다섯 쪽 정도 반찬으로 나왔는데 보통 조개 보다 뚱뚱하고 더 간이 세서 무섭게 보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반찬 가게에서 예쁘게 양념장 셋팅까지 되있는 걸 몇 번 사왔을 뿐. 친구들이 꼬막 맛있다고, 잘 씻어서 삶아서 까먹으면 쉽다고들 해서 처음으로 해봤는데. 이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 안주 삼아 남편과 맥주를 마셨다. 술 못하는 남편은 탄산수로 기분을 냈다. 이렇게 하나씩 '원래 안하던 것'을 지워가는 게 재밌다. 세살 버릇이나 입맛이나 커가며 조금씩 바꾸면 되지.

 

화기 애애, 명랑 발랄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손에 들었고 잘 읽힌다. 그런데 안 웃기다. 웃을 수가 없네.

 

산달이 다다음 달이라 딸이 힘들까봐 부천에서 전라도 광주로 친정 아버지가 내려오심. 추석 명절. 딸은 강원도 원주 시댁에서 전부치고 음식 하고 다녀온 다음임. 손주들과 열심히 놀아주신 친정아버지는 어깨를 다치셔서 일도 못나가실 지경이 되심. 물론 딸네 부부에겐 숨기심. 출산 후, 항암치료 받으셨던 친정어머니가 딸 위해 내려오심. 치료후라 어머님이 음식 간을 못맞추심. 흉 다보고나서 반성하는 사위. 네살 두살 두 아들을 키우는 전업 주부, 둘째 조금 크면 공부하자, 고 남편과 구두 약속만 했는데 셋째 임신. 계획한 아이가 아님. 피임좀 하자. 딸은 '공주'가 희망이라고 뭐야~라면서 재밌어하는 아빠. 아들 연애(?) 이야기가 세꼭지 이상 들어있음. 식상해. 이런거. 예능프로 아저씨들 같아. 여덟살 어린 아내와 연애하는 게 어색하고 연애 땐 존대를 해서 자기 친구들 앞에서 어우야~ 했던 남편, 결혼후 강한 어른이가 된 아내에게 감탄(?)한다. 자기가 혼나며 배운다고. 이런것도 너무 뻔하고요...시댁에 큰돈 들어갈 일이 생겨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아내가 슬그머니 내 놓은 통장엔 딱 그만큼의 돈이 들어있다니. 일이 만원씩 모아온 아내 ....그날 아내는 외출후 한참 지나서 들어왔다고. 들어왔으니 잘 해요. 쫌. 친척들 서른몇 명 다 모여서 여름 휴가를 갔는데 (아버지 소원이라고) 어머니는 큰 솥 두 개에 소머리 넣고 밤 늦도록, 새벽에도 소머리 국밥을 만드셨다. 아, 어머니, 라고 하면서 옆에서 멀뚱히 앉았다네. 소머리국밥 맛있게도 드셨겠지, 이기호 작가님. 이런 '휴가'에 아내랑 애들 끌고 갔잖아. 아내는 그 서른 몇 명의 설겆이며 뒤치닥꺼리를 ....하아....남편이 육아와 살림에 지친 아내 돕자고 설겆이 해도 밤에 아내가 다시하는 소리가 난대. 자긴 너무 서투르니까. 배워요, 쫌.

 

하아.....이런 이야기는 이미 신문에 방송에 생활에 넘치고 넘치는 이야기들이잖아. 어제만해도 감기 걸린 아기를 바라보는 기자 아빠의 짠한 육아 엣세이가 신문에 나왔는데. 첫 단락에 낮에 병원 다녀온 아기, 자기는 만취해서 집에 오니 열이 38도가 넘더라, 아빠가 술에 취해 자버렸는데 엄마가 밤새 간호했네, 아빠가 나빳쪙, 미안~ 하고 있더라 .아. 지겨워.

 

이기호 작가의 책은 유머도 화목한 가족애도 뭣도 안 보였다. 작가님과 마음산책에서 '며느라기'라는 왭툰을 좀 보시고, 아니, 주변에 육아를 하는, 쳐다만 보면서 입만 산 사람들 말고, 진짜 뭔가를 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요. 그렇게 해서 새로운 명랑 발랄 생활 육아를 보여주세요.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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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8-01-0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공감! 저 이 책 있는데 안 읽을래요!

유부만두 2018-01-07 11:56   좋아요 0 | URL
발랄하고 착한 남편, 아버지 글이지만 그 부인의 고생이 보이더라구요.
너무 흔한 글이라 속상했어요.

psyche 2018-01-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꼬막 한번도 안 삶아봤는데.... 우리집에서도 꼬막 안드셨거든. 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으니 음식점에 갔을때 반찬으로 나오는거 잘 먹었지만 집에서 해먹어 볼 생각은 안했거든. 여기 한국마트에 가도 싱싱한 꼬막이 있으려나.

유부만두 2018-01-07 11:57   좋아요 0 | URL
혹시 중국마트엔 있지 않을까요? 거긴 예전에도 수족관(?) 같이 차려놓고 생선이랑 조개랑 생것을 팔던데요...

어릴 때 먹어본 게 아니면 직접 요리할 생각이 잘 안나던데 전 용기를 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8-01-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꼬막 넘넘 좋아해요.
꼬막정식집 보면 군침이!!
그래서 꼬막데친 사진을 보니 또 군침!!^^
근데 저도 한 번도 삶아 먹어 보진 않았단 생각이ㅋㅋ
해캄이 잘못되어 모래가 씹힐까봐 겁나서 집에서 해먹을 엄두를 못냈어요.먹고 난 껍질 비린내도 감당 안될 것도 같고ㅜㅜ

근데 이 책은 그런건가요??
이기호 작가는 명랑발랄 이미지가 있었는데, 내가 읽었던 책은 그랬던 것같았는데 이 책은 그렇군요!!!!

유부만두 2018-01-07 12: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꼬막비빔밥도 맛있죠!
저도 해감 걱정이 되어서 잘 씻어놓은 걸 한살림에서 샀어요. 처음 하는거라 겁도 났고요. ^^ 껍질 비린내도 안났어요. (끓일때 정종 대신 조미술을 넣었어요)

이기호 작가의 다른 책은 즐겁게 읽었어요. 명랑발랄하고요.
이 책 역시 문장과 상황은 명랑과 약간의 찡함이라는데...그 상황이 너무나 뻔하고 부인 고생이 반복되니까 속상했어요.

목나무 2018-01-0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복언니 추천으로 알게 된 며느라기. . . 언니는 이미 알고있었군요!!! 이기호는 어느순간부터 쫌. . . . ;;;;

유부만두 2018-01-08 10:30   좋아요 0 | URL
며느라기, 정말 대단하지?!!!!
이기호 작가의 이 책은 ‘보통의 착한 남편’의 뻔한 일상을 되풀이해서 더 실망이야.

라로 2018-01-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오늘은 방금 도시락을 먹고 들어와서 눈물은 안 나와요~~~.ㅋㅎㅎㅎㅎ
그래도 꼬막은 먹고 싶네요,,,저 해산물 킬러에요~~~.( ˝)

유부만두 2018-01-08 14:30   좋아요 0 | URL
라로님께선 음식 사진에 열정적으로 반응하시네요! ㅎㅎㅎ
꼬막 맛있었습니다! 눈물이 날만큼!

라로 2018-01-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건 갑자기 생각난건데, 셋째는 정말 계획없이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그런 경우고,,,유부만두 님도 조심하세요~. 응?^^;;;
글고 며느라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유부만두 2018-01-08 15:38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
옆에 계셨으면 제 맴매를 피할 수 없었어요!!!

며느라기는 인스타에서 봐요. 계정없지만 볼 수 있죠. 네이버에 검색 ‘며느라기’로 하세요. 링크 넣으려했는데 잘 안되네요...

북극곰 2018-01-1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인사 드리는 거죠? ^^ 보기만 하고 댓글을 잘 안 달고 댕겨서...
유부만두 님 페이퍼에는 늘 맛난 음식이 등장하는군요.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만...ㅠㅠ

동화책 리뷰들도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이들책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이라서요. ㅎ

유부만두 2018-01-18 19: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극곰님!
예전에 (찾아보니 무려 2015년) 가즈오 이시구로 책 글에 인사 건네주셨어요. ^^ 반갑습니다.

동화책을 처음엔 아이들 때문에 읽었는데 이젠 제가 좋아서 읽고있어요. 리뷰랄게 있나요;;;; 맘대로 써보고있어요. 앞으로 맛있는 사진으로 여러 친구들 약을 올리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