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이 배달돼 왔을 때엔 저 만치 던져놓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22개월 아이에겐 너무 어려운가 걱정을 했는데, 24개월을 채우더니 제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동물원을 다녀와서는 더 열심히 보고, 이젠 동물 이름도 거의 다 외워가고 있다. 발음은 아직 새기 때문에 부모만 알아 듣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아이가 말문이 트여가는 것이 이 책을 통해서 보여서 기쁘다. 친숙한 그림과 쉬운 말 표현의 지문이 아이와 같이 책을 읽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단점이라면,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어 주어야 한다는것. 그리고 왠일인지 호랑이가 이 책에선 빠져 있다는 것. 그래서 정작 다른 책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아이는 "야옹이"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데 그 얼굴에 대고 틀렸다고 얘기해 주기 정말 미안하다.

 

책 뒤의 지도와 동물들의 사는 곳의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끼꼬(코끼리)", "퍼프비(거북이)", "시슘(사슴)" , "버포(버팔로)", "꼼(북극곰)"을 열심히 찾는 아이의 진지한 얼굴은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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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도서관 책꽂이에서 얼마전 성추문으로 구속된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다. 해당 출판사도 절판시킨 그 시집이 아무런 표시 없이 그자리에 꽂혀있었다. 또한 위안부 소녀상을 향한 망언을 쏟아낸 일본 작가의 신간, 이 역시 출판사에서 절판 결정을 내렸는데 신간 코너에서 볼 수 있었다. 놀라움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 사서에게 알렸는데, 처음 듣는 소식인양 바로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어찌해야할지 직원들끼리 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지랍을 떤 게 겸연쩍어서 나는 서둘러 도서관을 나오고 말았다. 괜히 이야기 한걸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텐데? 그런데 사서들은 왜 문학계의 큰 뉴스였던 그 두 책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을까?

 

작가의 공과 사는 어떻게 구별되는 걸까, 개인적 일탈은 작가의 문학과는 떼어서 혹은 연결지어 보아야할까? 작가의 발언은 개인적 단상인가, 아니면 공공발언이 되는가? 개인사의 소소한 일담 들을 작품 안에서 만났을 때 어디까지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피츠제럴드의 주벽과 젤다의 갈등은 어디까지 문학(사)의 영역일까. 헤밍웨이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의 '노인과 바다'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 그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감탄하며 읽었던 나는 역사관이 형편없는 한국인일까. 독자인 나는 절대로 국적, 사회적 입장을 완전히 벗을 수 없는데 작품은 어디까지 역사와 사회의 책임을 지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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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 the Great Gatsby 를 읽고 Fitzgerald의 화려한 인생사를 더 알고 싶었다. 전기보다는 읽기 편한 소설형식으로 엮은 Z를 택했다. 아마존 평도 나쁘지 않고 (아마존 채널의 드라마의 인기도 거들었다. 그나저나 왜 아마존 드라마는 볼 수가 없는건가요. ㅜ ㅜ 테크놀로지 너무 모름미다) 얼마전 읽은 Tender is the Night가 궁금증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Gatsby를 극복하긴 어려웠지.

 

화려한 인생경험과 찬란한 꿈, 어쩌면 허상을 바라보고 스콧과 젤다는 글을 썼을까. 예술을 모방하는 인생, 인생 속에서 예술을 살아낸 사람들. 그들의 부서지고 일그러진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미국 여성 참정권은 1920년에 법률화가 됩니다.) 미국의 재즈 시대, 신여성 flapper 그리고 페미니즘. 젤다가 페미니스트로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 속박과 굴레로 고생한 것은 확실하다.

 

칠십몇 년 전 인생을 끝낸 젤다와 스콧의 이야기가 책을 덮고 나서도 아릿하게 가슴에 남는다. 책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헤밍웨이와 젤다의 그 순간은 그럴법도 아닐법도 하지만 아, 스콧....그가 이 정도였다니 (뻥이 아니라니) 아프도록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만큼 Gatsby는 빛난다. 그 이상의 소설이 나오지 않은 것이 더더욱 안타깝다.

 

이 책 번역판 내주세요. 아니면 제가 알라딘에 번역해 올려버릴겁니다. (게을러서 실현 가능성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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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2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이 번역해 올려주세요!!!

유부만두 2017-04-28 10:3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부지런할리가 없쟈나요....ㅜ ㅜ

단발머리 2017-04-28 13:53   좋아요 0 | URL
지금부터 부지런해지셔서 알라딘에 번역 올려 주세요오오오~~~~~^^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별일 없고요, 심심하고 갑갑한 봄이라고 투덜댔는데 어젠 초여름 날씨더라구요. 카페에선 찬음료를 주문했어요. 이름도 길어서 메뉴판을 보면서 떠듬떠듬 주문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음료 안의 얼음이 다 녹았어요. 컵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흘러내려서 얼른 냅킨으로 받쳐놓았어요.

 

잘 지내나요? 그런 날도 있고요, 덜 잘 지내기도 했어요. 책을 읽는 게 얼마나 하찮나 싶어서 우울하기도 하고, 주인공에 한참 감정이입해서 "얘, 그 남자는 아니야!" "그 길로는 가지마!"라고 소리내서 (진짜로 육성 폭발이라지요) 말리기도 했어요. 아, 그 소설은 뭐 한 백몇십 년 전에 씌인거긴 하죠. 그러면서 살짝, 아,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어떤 와인에 (어떤 안주에) 어떤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러곤 조금 부끄럽기도 또 부럽기도 했어요. 이 오묘한 느낌은 뭐라 설명이 안되네요.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남편 출근 시키고, 아르바이트 하던 일은 뜸한 요즈음, 책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지난 봄 생각도 하면서요. "독서공감"을 다시 펴보았어요. 그 안의 통통 튀는 독서 느낌, 그때도 역시나 넘쳐 흐르는 공감능력. 그래요, 이것 때문에 내가 두번 째 책을 곧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나봐요. 하지만 이 두 책은 꽤 닮았지만 엄청나게 다르게도 보이네요. 이젠 공감을 넘어서 하고 싶은 말, 나아갈 길을 그려내는 것 같아요. 맞나요? 아, 당신은 잘 지내고 있네요. 내가 다 기분 좋아질 정도에요.

 

더운 날이 될거래요. 오늘도. 하지만 아직 저녁 퇴근 길은 차가울 걸요. 아니, 어쩌면 당신은 이런 날도 뜨거운 음료를 후후 불며 마실지도 몰라요.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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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4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지의 눈이 어떤 의미인지 읽고 나서야 알았다. ..  그게 맞겠지?... 블랙 유머, 정치 풍자...의 소설이라는데 "블랙" 까지 밖에 모르겠다. 유머는 .... 웃을 수가 없어. 불편한 상황과, 욕, 비속어가 엄청 나오는데, 읽으면서 오물을 입에 넣는 기분이 들었다. 읽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

 

프랑켄슈타인도 생각나고 얼마전 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이리 저리 끊고 이어서 더 커다란 그림, 더 기괴한, 그래도 사실이었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블랙유머"가 넘치는 소설이네. 걸작은 걸작인데, 취향 탓인지 추천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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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오물을 입에 넣는 기분>>완전 공감합니다
저도 이책 절판돼서 한창 인기 치솟았을 때 구판으로 읽었는데 기대에 미치지못해서 조금 실망했어요. 희소해서 인기였던건지 찬양글을 너무 많이봐서 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갔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정판에는 ˝그렇게 가는 거지˝, ˝짹짹?˝ 같은 펀치라인이 없다고 들었는데 전 이 부분 때문에 그나마 웃었던 독자라 좀 아쉽기도 해요

유부만두 2017-04-12 21:12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추임새(?)는 ˝뭐 그런거지˝와 ˝지지배배뱃?˝으로 나오네요. 걸작의 아우라는 마지막 책을 덮으며 (쬐끔) 느꼈지만 힘든 독서였어요. 뭐 이렇게 한 작가를 알게되는거죠. 보니것 책을 또 찾아 읽을것 같진 않지만요. ^^;;

유부만두 2017-04-12 21:17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 위안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