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도서관 책꽂이에서 얼마전 성추문으로 구속된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다. 해당 출판사도 절판시킨 그 시집이 아무런 표시 없이 그자리에 꽂혀있었다. 또한 위안부 소녀상을 향한 망언을 쏟아낸 일본 작가의 신간, 이 역시 출판사에서 절판 결정을 내렸는데 신간 코너에서 볼 수 있었다. 놀라움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 사서에게 알렸는데, 처음 듣는 소식인양 바로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어찌해야할지 직원들끼리 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지랍을 떤 게 겸연쩍어서 나는 서둘러 도서관을 나오고 말았다. 괜히 이야기 한걸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텐데? 그런데 사서들은 왜 문학계의 큰 뉴스였던 그 두 책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을까?

 

작가의 공과 사는 어떻게 구별되는 걸까, 개인적 일탈은 작가의 문학과는 떼어서 혹은 연결지어 보아야할까? 작가의 발언은 개인적 단상인가, 아니면 공공발언이 되는가? 개인사의 소소한 일담 들을 작품 안에서 만났을 때 어디까지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피츠제럴드의 주벽과 젤다의 갈등은 어디까지 문학(사)의 영역일까. 헤밍웨이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의 '노인과 바다'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 그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감탄하며 읽었던 나는 역사관이 형편없는 한국인일까. 독자인 나는 절대로 국적, 사회적 입장을 완전히 벗을 수 없는데 작품은 어디까지 역사와 사회의 책임을 지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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