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달력을 받아서 이렇게 쓰고 있다. 



처음엔 소박하게 옛 하드커버 2권을 갖고 있는 펭귄판으로 시작해서 이미 완간되었으니 연말까지 느긋하게 읽기로 했다. 매일 15쪽 씩 하면 한달에 펭귄 (페이퍼백) 한 권 분량으로 읽을 수 있다. 펭귄은 책 후반에 주석을 모아 놓아서 한 권을 끝내면 며칠 여유가 생기는 일정이 된다. 하루 15쪽이 너무 적다고 느껴질 땐 몰아서도 읽었더니 내친김에 민음사도 읽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의 1부 콩브레를 펭귄으로 먼저 읽은 다음 민음사 판으로 읽는데 (민음사는 2022년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으로 완간 예정이란다. 현재 10권까지 나와있음),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흐름이랄까, 화자가 처해진 시공간이 조금 더 상상가능 하달까. 


지금은 2부 스완의 사랑을 읽고 있다. 1부의 연상 묘사 지옥을 지나오니 연애 이야기는 만만하다? 외모도 별로이고, 딱히 공통 관심사가 없던 오데트를 스완이 어떻게 천천히 사랑하고 집착하게 되는지 그려진다. 별로였다가 뜨거워지는 사이. 오데트의 교태, 그러다 어느 날 '가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상대의 부재를 느끼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러브 테마곡 뿐 아니라 둘만의 러브 암호를 갖게 된다. (19세기 마차는 19금)


두 가지 번역본을 연달아 읽다보니 번역문의 차이가 종종 보인다. 겸사 겸사 낡은 책 상자에서 원서도 꺼내서 찾아보고 있다. 매일 여기 서재에 기록을 하기엔 번거로워서 트위터에 짧게 짧게 뭐라고 쓰고있다. 불어 공부를 겸해서 프루스트를 읽는다면 펭귄 판을, 아니라면 민음사 판을 추천한다. 펭귄은 직역도 많고 표현들의 유래를 (아, 여배우 가르보 이야기는 빼고요) 상세히 주석 달아 놓았다. 


지난번 ㄷ 님께서 자랑하신 색연필이 탐나서 한 자루 샀고, 파스텔 사인펜도 마련해서 나도 자랑삼아 사진을 찍었다. 달력 표시는 프루스트 진도 상황. 크리스마스 즈음에 완독 (일단 펭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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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1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님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빠샤!!

유부만두 2021-02-02 07:01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완독! 빠샤!

수이 2021-02-01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게으름뱅이는 진도 따라 가기는 힘들 거 같고 막 몰아 읽고 이렇게 가야하나 잔꾀를 부리다가 그러다가는 완독이고 뭐고 또 포기하겠구나 싶어서 저도 오늘 스누피 달력에 체크합니다.

유부만두 2021-02-02 07:02   좋아요 1 | URL
미뤄서 한번에 많이 읽기 보다는 조금씩 나눠 읽기가 더 쉬운 듯 해요. 지금부터 매일 17쪽씩 하면 연말에 저와 함께 완독하실 수 있어요!

비연 2021-02-01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걸 또 사야하나 생각중..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2 07:02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쵸. 일단 책과 필기도구가 ㅋㅋㅋ

persona 2021-02-01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으시다니! 게다가 책탑이 무척 멋지고 예쁘네요. ㅎㅎㅎ 진짜 민음사랑 같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_ 저는 아직도 엄두가 안 나지만 일단 적어둬야겠어요. ‘민음사랑 펭귄이랑 같이 읽자’ 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2 07:03   좋아요 2 | URL
민음 판본은 겉 표지를 벗겼더니 더 진하고 예쁜 양장 표지가 나와서 읽을 땐 저런 차림?으로 읽어요. 민음사랑 펭귄 번역이 꽤 달라요. 문장도 (때론 오역 같...) 어휘도요. 함께 천천히 읽으니 별 부담도 없고요.

얄라알라 2021-02-01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알라딘 다이어리 더 사려했는데 일찌감치 품절이라 아쉽더라고요. 달력 넘 알뜰하게 잘 활용하시네요

유부만두 2021-02-02 07:05   좋아요 1 | URL
책상 달력이 여유분이 있어서 알라딘 달력은 책읽기 계획표로 쓰기로 했는데, 괜찮죠? ^^

파이버 2021-02-01 14: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일 꾸준히가 정말 어려운데 이렇게 실천하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파스텔사인펜도 너무나 색이 곱네요…

유부만두 2021-02-02 07:05   좋아요 2 | URL
파스텔 사인펜 맘에 듭니다! 색이 진하지 않아서 표시한 문장이 잘 보이면서 강조가 되요. 그런데 ‘검정색‘이 셋트에 들어있는 건 좀 ;;;

blanca 2021-02-01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색연필이 궁금한...전 분명 다 읽었는데 왜 내용이 생소한 거죠? 흑흑.

유부만두 2021-02-02 07:07   좋아요 1 | URL
색연필! 스테들러 약간 두꺼운 것, 초록색으로 마련했어요.
블랑카님께선 10권까지 다 읽으셨으니 내년에 나올 마지막 두 권만 느긋하게 기다리시겠네요. 내용 생소하시다면.... 다시 읽으...??? (차마 말 못함요)

바람돌이 2021-02-01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구도자의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유부만두 2021-02-02 07:08   좋아요 1 | URL
구도자, 아니에요! 1부만 잘 버티면 2부는 좀 낫더라고요.
매일 나눠서 읽으니 할만해요. ^^

psyche 2021-02-02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완독을 목표로 읽고 있는 것도 대단한데 두가지 번역본을 읽다니!!

유부만두 2021-02-02 09:05   좋아요 2 | URL
하하하 언니, 제가 늘 계획은 거창합니다! 프루스트 읽기 도전이 몇번째인지 몰라요. 하지만, 이번엔! 기필코! 랍니다. 두 번역본을 읽는 건 이해를 하기 위해서에요. 백년전 유럽사람 글이 확 와닿진 않잖아요.;;;; 그런데 그걸 왜 굳이 읽으려 하냐고 물으신다면,.... 음......

붕붕툐툐 2021-02-0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지당~ 두 개 판본도, 달려도, 달력X 표시도!! 완전 응원합니다!!!
(잃어버린 시절과 시간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네요~)

유부만두 2021-02-05 06:58   좋아요 1 | URL
네, 펭귄 판 역자는 ‘시절‘에 더 큰 의미를 두고는 있는데 잘 와닿지는 않아요.
하지만 종종 본문에서 다른 부분을 발견하면서 두 번역서는 어쩌면 두 다른 소설 세계를 펼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붕붕툐툐님의 프루스트 독서 응원합니다! 어서 그 연상 묘사 지옥에서 빠져 나오세요. 더 크고 넓은 지옥이 (도돌이표 포함)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자 죽지는 않아요, 물귀신 만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