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즌 2 제작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강한 시즌 2 제작에의 의지를 남기고 종영한 크크섬. 아, 이렇게 끝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야. 비밀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규. 불투명한 제작여부이기에, 그렇게 끝내지 않으면 정말 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제작진들이 강수를 둔건 아닐까.
크크섬의 비밀을 보게 되면서 사실 가장 크게 기대하고 궁금했던 건 김병욱 빠진 김병욱 사단의 건재여부였다. 일단 하이킥 제작진의 이름을 걸고 갔으나, 그 중심에 있던 김병욱 PD 없이 가는 거였으니까. 김병욱 표 시트콤을 심하게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가 빠진 김병욱 사단의 작품도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그리고 결론은, 아, 역시 그 맛깔스런 캐릭터들의 장만은 김병욱 PD의 몫이였구나, 라고 내릴 수 밖에. 김부장이나 윤대리, 김과장 같은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럽긴 했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다소 무미건조했다. 나 하이킥 때는 정말 모든 캐릭터를 다 사랑했었다구.
에피소드 중심이 아닌 전체 스토리 중심의 시트콤인지라, 사실 앞에 10회를 안보고 11회만 봐도 재밌는 국내 기존 시트콤과는 달라서 신규 시청자 유입이 다소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그렇기에, 2시즌이 제작되도 신규 시청자를 유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기에 신규 시청자 유입이 어려워 제작이 무산될 수 있다면 으흑. 안돼요오. 사실 나처럼 처음부터 보는 시청자들은 앞쪽 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도 재미났는걸. 염소고기 에피소드 (결국 김과장은 염소와 화해를 한다) 도 그렇고, 테리우~스 람세~스 하던 두 과장도, 찌질한 윤대리의 귀여운 면도 (니나 없는 새 이상현 역에 전격 캐스팅했다. 잘생기고 찌질하다는 이유로. 내맘대로 ㅋㅋ) 그리고 까칠까칠 김부장의 어리숙한 단면들도 어찌나 남같지가 않던지. ㅎㅎㅎ
하지만 더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곧 에피소드화 할 수 있는 기존의 무난한 설정의 시트콤들보다 에피소드 구성이 더 어렵긴 했겠지만, 극한 상황이기에 나올 수 있는 비범한 에피소드들도 있었을텐데. 시즌2 제작을 위해 아껴두고 있는 거에요? 그런 거에요? (그렇다고 말좀 해주세요) 그리고 사실 크크섬에 조난당한 일일쇼핑 직원들은 그리 극한 상황도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한다. 안락한 주거공간과 넉넉한 옷 (아니 당췌 어찌 2박 3일 낙도봉사 가면서 캐리어에 1주일치 옷을 담아간단 말이냐. 이다희의 메이크업박스도 그렇고. ㅎㅎㅎ 꽃무늬 스카프는 웬말이냐) 그리고 충분한 먹을거리. 하여, 인간의 극한에 달한 욕심보다는 (욕심의 극한이란 기껏해야 음식물을 좀 꿍쳐두는 시후정도) 협동하고 함께하는 모습만 보여주니 끝에가서는 인간의 막장쯤을 보고팠던 내게 (아, 그랬으면 또 그만큼 가슴이 아팠을테지만) 조난이란 참 낭만적인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도 시즌2에서 보여줄건가요? 그럴건가요? (그럴거죠? 아껴둔거죠?)
내가 이런 상황이었음 어땠을까. 막판에 화장은 무슨 화장. -_- 자연주의로 살았을테고, 아마도 또 말도 안되는데 설득력은 넘쳐나는 논리로 (-_-) 팀원들을 미혹한 후에 미궁에 빠뜨렸을 것 같다. ㅎㅎㅎ 생활력은 제로. 기초체력 제로. 흠. 아무래도 입만 살아있는 그릇된 아이디어 박사. 굉장한 민폐형 인간이 됐을 것 같다. 이런 캐릭터. 너무 전형적이려나. (아, 나도 전형적 인간이라니 -_-)
암튼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우리나라 시트콤계에 이런 시도가 다양해진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 ㅎㅎㅎ 무조건 시즌2 제작을 바라야 나의 이런 아쉬움들이 많이 해소될 것 같다. 아. 그런데 이런 간절한 바람은 어디에 가서 투고해야되는건지.
ps1. 김병욱 PD는 현재 드라마 준비중이라고 한다. 기대중. 그리고 프란체스카의 노도철피디 (3대완소 시트콤피디중 두번째) 역시 드라마국으로 옮겨 종합병원 시즌2 제작중. ㅎㅎ 노도철표 종합병원이라니. 으흠. 매우 궁금하다. 닥본사는 어렵겠지만.
ps2. 크크섬 후속 작품은 노도철피디와 프란체스카/두근두근체인지를 함께 만든 명콤비 신정구 작가의 작품이란다. 자, 노도철 없는 신정구는 또 어떨까? 후훗. 세상은 좁은데 볼 드라마는 너무나 많아. (아, 어쩜좋아)
ps3. 여기까지 봤으면, 저를 기절시킨 날개천사 김과장 구경하고 가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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