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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을 환영하오, 필그림 선생" 스피커가 말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빌리는 입술을 핥으며 잠시 생각하다 마침내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나지요?"
"그것 참 지구인다운 질문이군. 필그램 선생. 왜 하필 당신이냐?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 왜 하필 우리지? 왜 하필 어떤 것이지? 그 이유는 단지 이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오. 호박에 갇힌 벌레들을 본 적이 있소?"
"있습니다" 사실, 빌리의 사무실에는 문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무당벌레 세 마리가 들어 있는 반질반질한 호박 덩이였다.
"필그림 선생.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것이오. 왜라는 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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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는 (나로서는) 매우 간만에 불라에 갔다. 차를 마시며 나와 H님은 제5도살장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고 있었고, 불라 사장님은 우리의 얘기를 들으며 딴짓 중이었다.
불라 사장님은 달팽이를 키우는데, 달팽이가 알을 낳아, 그 새끼들을 따로 그릇에 담아 상추 위에 올려놓았다. 30마리쯤 되는 새끼들이 상추를 많이 갉아먹어서, 새 상추로 옮겨주려고, 한마리, 한마리씩 달팽이를 옮기고 있는데 그 중 한 녀석이 툭! 아래로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카페, 워낙 작은. 지름 1cm도 안되는 달팽이를 찾는 것은 어려웠기에, 달팽이의 운명은 거의 결정되는 듯 했다. 이 때 H님이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저 달팽이는 '왜 하필 나지?' 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실 그 달팽이가 떨어진 데 무슨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툭, 하고 떨어진 것일 뿐. 그렇게 가는거지.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인 불라 사장님이 핸드폰 불빛을 켜고 그 달팽이를 찾아내,
애기 달팽이는 다행히 살아났다는 아름다운 전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