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베드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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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생체시계학자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은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체 주기를 따른다(즉 오전 7시 반쯤 되면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덟 명을 뺀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종달새고, 나머지 한 명은 올빼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유전적으로 암호화되며 삭제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한 번 올빼미는 영원한 올빼미라는 말이다. (중략)
시릴 코널리는 말했다.
'해가 진 뒤 글을 쓰면 저녁의 땅거미가 내 글에 푸르스름한 빛을 흩뿌린다. 그러면 왜 아침에 글을 쓰지 않느냐고? 안타깝게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침이 정말 짧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일찍 잠에 드는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데도 내가 늦게 일어난다고 못 참아 히는 걸 보면 참 별난 일이다. (중략)
모든 생물이 한꺼번에 나와 활동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영역을 공유하는 게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땅거미가 지고 나서 어슬렁거린다고 주머니쥐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야간 비행을 하는 누에나방에게 타락했다고 꾸지람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나절이면 자고 밤이면 노래를 한다고 쏙독새를 게으른 늦잠꾸러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그와 비슷한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나머지 10분의 9에 해당하는 이들에게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는다. (중략)
올빼미의 평판은 이미 구제불능일지도 모른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농부들, 제빵사들, 의사들이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사람들은? 강도, 매춘부, 밤도둑들이다. 자정이 넘도록 몰래 어슬렁거리고 다니면 뭔가 감추는 게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밤이 되면 고블린과 시체도둑, 뱀파이어, 좀비, 마녀, 마술사, 악마, 생령, 마귀, 반시괴물, 폴터가이스트, 변종 늑대인간, 부기맨이 신출귀몰한다. 물론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마음에 위안이 되는 이런 것들은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 버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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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뼛속까지 올빼미인지는 모르겠다. 이 글들을 옮겨 적다가 잠깐 쓰러져 졸았으니, 어쩜 나는 뼛속까지 올빼미는 아니겠지만, 아침보다 저녁이 좋고, 낮보다 밤이 편한 인간이니, 잡종 올빼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미덕인 사회가 되버린 이유는 뭘까. 왜 도대체 하나같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이 세상을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해버렸으며 나처럼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보다 잠을 더 적게 자는 사람은 게으른 인간이 되고야 마는 걸까. 왜 이런 일종의 '생득적 특성'들은 종종 인격과 결부되곤 하는걸까. 그리고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까. 유전적으로 암호화되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밤이 좋다. 밤에 읽는 책도 좋고, 밤에 쓰는 글도 좋고, 가끔 밤을 지새우며 보는 드라마나 영화들도 좋아한다. 밤에 일찍 잠드는 일이 그리 아까울 수 없다. 아침잠은 단 한톨도 아깝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아침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쉽고, 밤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깝다.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라는 놀라운 비밀을 나는 너무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지.

한챕터씩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조만간 다른 주제에 꽂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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