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구매한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니...아!

밥벌이가 내 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무시할 수 없으나 정말 무시하면서 살고만 싶은 이 밥벌이의 중요함, 그리고 지겨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삶으로 부딪치며 뼈저리게 느끼곤 했다. 그리고 밥벌이가 매우 심히 지겹게 느껴지던 어느 날, 책꽂이에서 잊고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아...! 나는 이 책이 정녕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해 조목조목 다 쓰여진 책인 줄로만 알았다. 밥벌이는 지겨운 일이니 우리 모두 그만 두세! 라고 이야기해 준다면, 그래서 나의 마음을 좀 합리화해 준다면 기꺼이 그만둘 자세로 (정말?) 책을 읽던 스스로가 머쓱해진다. (그러고보니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만난 시기가 지금이 아닌 건 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이 책은 세상에 대한 김훈의 단상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 책에 실린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드러난, 세상의 구석구석을 보는 그의 시선은 예리하다. 하지만 따뜻하다.

박완서 선생님의 수필집 호미를 읽으며 나는 수필을 쓰고 싶어졌다. 그만큼 편하며 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김훈의 글은 어쩐지 나는 글을 써서는 안될 것만 같은, '작가의 길'이라는 것의 장엄한 벽을 느끼게 한다. (이는 박완서 선생님에 대한 폄하가 아니다.) 도무지 저렇게 써낼 재간이 내게 없음을, 역시 작가는 이렇기 때문에 작가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글이다.

벌써 반백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김훈의 에세이에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집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2000년대 초에 쓰여진 책인지라, 나 역시 현실로 살아낸 시간들을 작가의 눈을 통해 다시금 보게 되는데, 이는 참 즐겁고 신선한 작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밥벌이의 지겨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수록된 에세이 중 하나였던 '밥벌이의 지겨움'이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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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제목에 낚여, 게다가 두권이나 묶어주기에 샀어요.
책이 온 날 주르르~ 훑어만 보고 읽지 않았는데, 님의 서평 보니 차분하게 봐야겠어요.
정말 공감이 화악~ 오기를 기대하면서, 에구 오늘은 쉬고 월요일부터 또 밥벌이에 나서야지요! ^*^

웽스북스 2007-09-29 09:56   좋아요 0 | URL
크크 역시...! 저도 두권 묶어줘서 냉큼 구매한 거였거든요 ^^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그 책도 얼른 읽어야 할텐데 말이죵 ㅋㅋ

비로그인 2008-0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먹기 위해서 소설을 쓴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몇안되는 작가중에 하나인걸로 알고 있어요. 어느 여성지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는 신념이라는 것도, 신념을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다고요..그 가치관에 매력을 느껴서 김훈작가를 좋아했어요.
실제로는 단편을 읽어보니 문체가 상당히 거침없으면서도 쓰디쓴게 저는 어쩐지 읽어내기가 힘들더라구요 ^^ 그건 열심히, 치열하게 쓴다는 의미도 되고, 다른작가와의 차별적 의미도 갖는 것이지만, 술술 읽히지 않아 불편한 느낌이었어요.
밥벌이가 지겨운 일인건, 세상천지가 다아는 일인데 굳이 저런 제목으로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웬디양님 서평을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해요. ^^

웽스북스 2008-02-08 22:49   좋아요 0 | URL
리사님, 저는 소설가로서의 김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에세이스트로서의 김훈의 글들은 읽을만 한 것 같아요 단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거에요- 근데 리사님, 벌써 밥벌이가 지겹다는 걸 아시는 거에요? 전 그나이 때 몰랐던 것 같은데 ㅜㅜ

2008-02-08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9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밑줄] 화성의 인류학자
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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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 사연은 다소 독특하다. 지난 봄, 지인들과 '인생의 책'을 나눌 일이 있었는데, (엄밀히는 경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민정언니가 가져온 책이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심지어는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이 책을 데려왔다. 와인을 한 잔 마셨던 탓이라 변명하지는 않겠다. 하하! 그냥 그날의 분위기가 그랬다. 후회같은 건 하지 않아요, 책값이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ㅋ

이 책은 뇌신경학자인 올리버색스가 그가 만났던 일곱명의 환자들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걸 하나 고르라 하면 그것은 단연, 나의 무지함이다. 다양한 뇌신경 질환에 대해 '아 이런 병도 있구나'라고 깨달았다는 게 아니다. 그런 무지함이라면, 살면서 수도 없이 느끼는 것 아닌가.

물론 나는 다양한 뇌질환 등에도 굉장히 무지하다. 하지만 무지는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폭력을 낳는다지. 나의 무지함은 스스로 나도 모르게 적용시켜 왔던 '정상'이라는 기준이 실은 얼마나 일방적인 것이며, 이 기준으로 누군가에게 정상이 될 것을 강요한다는 게 다분히 폭력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신체에 이상이 있어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경우에까지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심봉사는 당연히 눈을 떠야 하고, 초원이는 자폐증을 고쳐야 행복한 거겠지, 심봉사로, 초원이로는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없겠지, 라는 사고 방식이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인 버질은 눈을 뜨자마자 큰 혼란을 느끼고, 삶의 위협을 느끼기까지 한다. 저자는 시력회복이라는 선물이 저주로 탈바꿈했다는 표현을 쓴다. 나름 자신의 세계 안에서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가며 살아오고 있던 그에게 갑자기 보게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의 이전 세계의 파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정상이라는 기준을 우리 나름대로 만들며 제공하던 우리가 우리 기준으로 행복할 것을 강요해온 것이 그들의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 모습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 하지만 역시나 쉽지만은 않은 문제이다. 그렇지만, 그 편협함을 스스로 일깨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게 충분히 의미 있었다.

웬디, 웬디의 따뜻함으로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의 다름을 마음 가득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길, 라고 언니는 책 앞에 메모를 해줬다. 하지만 나는 역시나 그들의 다름에 대해 편협한 한 사람인 것을. 언제쯤 나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여전히 기약은 멀고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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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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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교 1학년 때 룸메이트 언니의 영향으로 처음 접하게 된 아다치 미츠루. 절제된 듯한 간결한 그림선 만큼이나 절제된 표현들, '억눌림'이 아닌, 분명하게 '표현'은 하되 간결할 줄 알았던 그 매력에 아다치 미츠루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읽었던 러프와 터치 이후로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던 내게 알라딘 메인의 아다치 미츠루 신작 단편집 소식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러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맘설레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거침없이 구매를 클릭하고, 오늘 도착한 한무더기의 책들 중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모험 소년, 단편 중 하나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단편 리스트에 모험 소년이라는 작품은 없다. 단편집의 제목인 '모험소년'은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컨셉이다.

오늘을, '살아가며', 예전의 어느 한 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다소 현실을, '알고있다고 믿는' 나처럼, 일단 몸과 나이는 '어른인'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를 떠올리고, 과거의 꿈을 떠올리며, 그 때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이 단편집속 작품의 설정들은 내가 아다치 미츠루의 배너를 알라딘에서 보고, 아다치미츠루의 작품을 읽던 그 대학 1,2학년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그 마음만큼이나 아련하다. 철없고 순수하던 마음이 아련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한 그 때를 떠올리는 마음은 마지막 작품인 '스케치북' 속의 남자가 10년 전 그 카페에서의 자신을 떠올리고는 앉아있기가 불편해져 이내 카페를 나설 수 밖에 없던 마음과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일이 내게 아찔하다는 것은 그 시절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철이 들었거나, 혹은 성숙했음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 시절보다 내가 철이 들었다는 건 다소 슬픈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철이 들었다는 것이 꼭 성숙함을 근거로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실은 진짜 철이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이 과거의 한 시기를 떠올림으로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정제할 수 있었으며, 미래를 살아갈 따뜻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살아왔던 과거도, 또한 앞으로 만들어갈 과거도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만화처럼 간결하나 분명하게 새긴다. 

훈훈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옆에 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만화다. 몇년 후쯤 다시 이 만화를 읽을 땐, 이 만화를 처음 읽으며 가졌던 지금의 아련함도 함께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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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09-01-3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거 읽었어요! 1월에~ 12월에 선물로 받은건데~ 단편이라서 좀 아쉬웠어요..하나의 주제로 묶은 건 괜찮았는데...오래 전에 보고 히데노리를 접한 이후 아다치 미츠루는 자연 스럽게 멀어졌는데...10년두 넘게 안접하다가 보니 괜찮네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종교적 병역거부?
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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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의 평화의 얼굴은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당시 나의 도서 구매 정책 때문에 (2달간 구매 금지!) 선뜻 구매하지도 못하고 얼래벌래하다가 천원 할인 쿠폰도 놓쳐버렸다. 하지만 두달간 저 정책을 (어쨌든) 지켜준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 매우 뿌듯함을 보내주고 있는 중이다. 흐흣- 그리고 천원 더 주고 산 이 책은, 그 천원이 절대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김두식 교수의 쉽게, 말하듯 흐르듯 글쓰기는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글을 써야 한다면 그의 말투를 빌어오고 싶을 정도로 그의 말투는 정중하면서도 분명하다. 한껏 예의를 갖췄으며 모난 표현으로 상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드물다. (사실 나는 나름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 '상대'의 자리에 서보지 못했기에 '없다'라는 단언은 섣불리 못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논리까지 두리뭉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중하면서도 확실한 논리로 일단 그의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수 밖에 없도록 자신의 글을 전개해 나간다. 특히 상대의 논리를 설명하며, 그 논리가 가진 한계를 짚고, 그것으로 다시 상대의 논리가 가진 모순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 

소개가 늦었다. 이 책은 그가 오랜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책이다. 그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에게 단순히 관용을 베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에 먼저 (그들이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기에)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정죄하는 데 앞장서 온 주류 기독교에 대한 비판 및 반성의 촉구를 선행한다. 그 역시 주류 기독교에 속한 자이기에 자신의 반성 또한 곁들인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주류 기독교가 정치권들이 불편해할 만한 것들은 하지 않아 왔던 것과 주류 기독교에서 정의한 '이단'이라는 것을 사회 전체의 이단으로 규정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몰지각성에 대해 지적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무엇이 바른 것인지에 대한 사유하지 않음, 그리고 예수님의 평화의 명령을 몸소 실천하지는 못할 망정 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모순에 대해 가감없이 지적한다. 또한 많은 기독교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들 또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였으며, 이는 기독교 내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일임을 설명한다. 

또한 정부와 국가에게는 그들이 무엇을 위해 남북대치를 하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지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되묻는다. 남북대치의 목적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라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가 진정 옳은 것인지 묻는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그것의 기본정신을 포기해야만 하는 모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는 일부 사람들의 정당한 전쟁도 있을 수 있깅 양심에 따른 무조건적인 병역 거부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에도 일침을 가한다. 정당한 전쟁론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쟁에 나가기 전 그 전쟁이 정당한 지 여부에 대한 깊은 고찰과 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짜 정당한 전쟁론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하며 정당한 전쟁이라는 것이 이론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역설한다. 상대를 악에서 구하기 위해 상대를 죽일 수도 있다는 논리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만약 진짜 정당한 전쟁론자라면 전쟁의 상황이 닥쳤을 때 평화주의자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맺음말에서 그는 다시 입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택하겠노라, 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는다. 이는 이 책의 전신 격인 칼을 쳐서 보습을을 읽고 그에게 병역거부를 하겠다며 편지를 보냈다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러지 말 것'을 당부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어이없게도 박민규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찾아온 독자를 돌려보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공동체의 성원이 없는 가운데 '홀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택하기에 이 땅의 토양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설명한다. 결국 그는 그 자신의 몫을 많은 사람들이 양심에 근거한 선택을 하게 될 때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고 보는 듯 했으며 향후 그가 그 역할을 그답게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쟁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병역 및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문제 앞에 민감하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 본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기성 교회의 시각에 젖어 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 책은 이런 나로 하여금 그들에 대해 또한 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으며 향후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겠다는 다짐의 시작이 됐다.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에 이어 그가 준비중이라는, 교회와 정치, 그리고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번째 책에 담겨 있을 그의 목소리 역시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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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8-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 드네요 ^^

웽스북스 2007-08-13 13: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

멜기세덱 2007-08-1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김두식 교수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와 주류 기독교 계는 경청해야 할 것입니다.

웽스북스 2007-08-13 13:03   좋아요 0 | URL
네, 멜기세덱님~!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바람결 2007-08-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부터 관심하던 책인데, 좋은 리뷰를 만나 반갑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한 명의 종교인으로써 '평화'의 참된 의미와 대면할 수 있는 계기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웽스북스 2007-08-13 22:56   좋아요 0 | URL
네, 바람결님, 평화의 참된 의미를 마구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감사드립니다!

마늘빵 2007-08-2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드님 서재 통해 건너왔습니다. 왜 여길 몰랐을까.

웽스북스 2007-08-27 21:1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유명인이신 아프락사스님 서재를 여러번 다녀왔는걸요 ^^
제 서재는 뭐, 모를만 합니다 흐흣

2010-03-15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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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당연히 알 수 있듯, 바리데기는 우리 나라의 전통 설화인 바리공주 설화를 그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바리공주처럼 일곱번째 딸로 태어나 버림받을 뻔했다 하여 '바리'라고 이름지어진 북한 소녀. 그 출생만큼이나 그녀의 운명 또한 참 지속적으로 기구하다. 한 번도 역사의 중심에 선 적은 없지만, 항상 역사와 세계의 직격탄을 맞으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할까? 

이 책은 그의 전작인 손님, 그리고 심청의 연장선 상에 있다.
예전에 심청을 읽고 간단히 리뷰하면서 이런 글을 썼었다. 

손님이 굿의 형식으로 한민족의 역사와 한을 잘 풀어냈다면
이번엔 역사와 함께 성숙해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좀더 방대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전통 설화의 설정을 빌려온 한 여성이 온몸으로 역사를 살아내면서 성숙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심청의 연장선 상에 있고, 전통 무속의 형식을 빌어 세상과의 화해를 꾀한다는 점에서 또한 이 작품은 손님의 연장선 상에 있기도 하다. 심청의 여주인공이 19세기를 온몸으로 살아냈다면, 바리데기의 여주인공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세기, 21세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손님이 개인과 개인의 화해를 통한 세계와 세계의 화해를 추구했다면 이 책은 자신과 자신의 화해를 통한 개인과 세계의 화해를 시도한다. 

자신과의 화해가 곧 세계와의 화해의 시작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결국 세계란 개개인으로 이루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세계에 대한 책임을 개개인에게 묻는 것이 틀린 논리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게 세상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물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이 아니기에 더욱 가혹했을지도 모른다. 너가 그들을 뒤돌아보지 못했잖아, 너가 그들을 미워했잖아, 결국 너부터야, 라는 마치 어르신에게 혼나는 듯한 황석영 선생님의 직설적인 메시지는 참 강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가혹하지만 그게 정답으로 가는 첫 걸음임을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에서는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었고, 세상은 여전히 희망적일 수 없음을 암시하며 끝내는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나약한 개인일 뿐인 인간 개개인이 '생명수를 알아보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임을 말하기에 또한 지극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어떻게 읽으면 매우 희망적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읽으면 매우 절망적이기도 한 이 책 안에는 결국 인간에게서 희망을 보고 싶다,는 황석영 선생님의 바람이 간절히 녹아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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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10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구입을 망설이는 중인데~~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만요!
요즘엔 무거운 독서는 피하는 중이지만 좋은 서평에 추천 꾸욱!

웽스북스 2007-08-10 12:50   좋아요 0 | URL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무거운 책들을 피하다 보면 또 어느순간 너무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싫고, 그래서 다시 무겁게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암튼 적절히 균형감 있게 읽는 걸 좋아한답니다 전 ^^ 유치뽕한 책들도 가끔 얼마나 재밌는데요 흐흐

leeza 2007-09-0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보고 나니깐 왠지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요즘 여기저기에 자주 나오는 책이다 보니 오히려 더 미뤄지게 된다는... 인간에게 희망을 보게 되는 그 날을 위해~ 추척 꾸욱 누르고 갑니다.

웽스북스 2007-09-08 23:58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미흡한 서평보다 더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