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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바로 읽기 ㅣ SU 신학총서 1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지음, 김대웅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5년 5월
평점 :
들어가며.
설교자로서, 잠언서를 아주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입문서 격으로 주문한 책. 아니나 다를까, 잠언서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위해서라면 아주 그만인 책이다. 그저 86쪽 밖에 되지 않은 얄팍한 두께지만, 그 고갱이는 결코 가벼이 볼 것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이 책을 접하는 거의 누구나 지금까지의 잠언서 이해가 다소 피상적이며,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렀음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몸 말.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묻는다. "최근에 잠언서를 다룬 좋은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잠언서를 다루는 설교를 최근에 해본 적이 있는가?"(10쪽) 생각해보니 까마득하다. 그것은 아마도 잠언서를 성서 본문으로 채택하는 일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석에 대한 난망, 현실 적합성에 대한 고려 등, 잠언서를 슬쩍 뒤로 제쳐 두게 만들 만한 핑계들은 얼마든지 많았으니까. 물론, 그것은 결국 신학적 미욱함의 소치였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명백히 드러내주었다.
기존의 해석자들은 잠언을 여러 개의 단편으로 분리시켰고, 또 부분적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왔다. 나 또한 그랬다. 그동안 잠언의 말씀들을 파편적으로 보았을 뿐, 하나의 큰 덩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지적하며, 잠언을 전체적 관점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본 서의 거멀못과 같은 1장부터 9장까지의 말씀을 잠언서 전체에 대한 해석의 열쇠로 삼고, 근본 지혜, 곧 (창조주) 하나님 경외를 얼개 삼아 ‘잠언서 전체를 하나의 일관된 문학작품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곧 저자의 주된 생각이다.
저자의 이 전체적 관점은, 잠언의 말씀들이 단지 ‘순박한 인과율’이 아닌, ‘계발적 교육학’의 의도 하에 편집되었다는 추론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잠언서 편집자로서 현재의 구성을 만든 현자’들은 잠언의 지혜들을 구체적인 개별 행동이나 그 결과와 연관시키기 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하는 인격 또는 그 생활 습관으로 보고, 거시적 차원에서 잠언서를 지금과 같이 편집-구성했던 것이다. 그래서 잠언서의 말씀과 그 맥락은 그야말로 독자들을 점진적으로 “계발하는“ 가르침이 '된다'.
편집 비평에 근거한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으며, 그간의 오류들을 깨닫고, 잠언서를 바라보는 새롭고도 적실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본 서의 4번째 장인 <삶의 위한 지혜: 잠언 31장의 여성상>에서, ‘지혜’의 근본인 하나님 경외가 결국은 일종의 신앙 행위들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통치, 정치, 정의, 법정, 자연에 대한 관찰 등과 같이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 곧 일상의 구체적 행위들과 직결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참으로 새겨들을 만하다. 또한 책의 말미에 수록된 6장 <잠언서 설교를 위한 제언>은 현장의 설교자들에게 실제적인 면에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오며.
잠언서의 해석학적 지평을 넓혀주고, 잠언 설교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 참 좋은 책. 강렬했던 책의 한 문장으로 짧은 서평을 그만 맺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언서 전체를 하나의 건물로 인식하고 그 속에 들어가 사는 것이다.”(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