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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대학교 1학년 때 룸메이트 언니의 영향으로 처음 접하게 된 아다치 미츠루. 절제된 듯한 간결한 그림선 만큼이나 절제된 표현들, '억눌림'이 아닌, 분명하게 '표현'은 하되 간결할 줄 알았던 그 매력에 아다치 미츠루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읽었던 러프와 터치 이후로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던 내게 알라딘 메인의 아다치 미츠루 신작 단편집 소식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러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맘설레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거침없이 구매를 클릭하고, 오늘 도착한 한무더기의 책들 중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모험 소년, 단편 중 하나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단편 리스트에 모험 소년이라는 작품은 없다. 단편집의 제목인 '모험소년'은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컨셉이다.
오늘을, '살아가며', 예전의 어느 한 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다소 현실을, '알고있다고 믿는' 나처럼, 일단 몸과 나이는 '어른인'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를 떠올리고, 과거의 꿈을 떠올리며, 그 때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이 단편집속 작품의 설정들은 내가 아다치 미츠루의 배너를 알라딘에서 보고, 아다치미츠루의 작품을 읽던 그 대학 1,2학년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그 마음만큼이나 아련하다. 철없고 순수하던 마음이 아련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한 그 때를 떠올리는 마음은 마지막 작품인 '스케치북' 속의 남자가 10년 전 그 카페에서의 자신을 떠올리고는 앉아있기가 불편해져 이내 카페를 나설 수 밖에 없던 마음과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일이 내게 아찔하다는 것은 그 시절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철이 들었거나, 혹은 성숙했음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 시절보다 내가 철이 들었다는 건 다소 슬픈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철이 들었다는 것이 꼭 성숙함을 근거로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실은 진짜 철이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이 과거의 한 시기를 떠올림으로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정제할 수 있었으며, 미래를 살아갈 따뜻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살아왔던 과거도, 또한 앞으로 만들어갈 과거도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만화처럼 간결하나 분명하게 새긴다.
훈훈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옆에 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만화다. 몇년 후쯤 다시 이 만화를 읽을 땐, 이 만화를 처음 읽으며 가졌던 지금의 아련함도 함께 떠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