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과학에 배추흰나비 한살이가 나온다. 교육청에서 배추흰나비 알을 분양해줬다. 케일 화분 6개에 알을 키우게 되었다. 알에서 애벌레가 나왔고, 수 십마리의 애벌레는 케일을 먹으며 쑥쑥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게 정말 신기했다.

 

  지난 연휴 동안,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 바람에 애벌레가 걱정되어 학교에 한번 점검차 왔다. 정문이 잠겨 있어 기사님를 부르는 것도 죄송해서 ' 잘 있겠지. ' 하며 되돌아갔다. 하지만 내내 마음이 쓰였다. 모두 죽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어제 교실에 오자마자 애벌레한테 달려갔다. 웬걸? 애벌레가 케일을 다 먹어치워 케일이 온데간데 사라졌고, 애벌레는 먹을 게 없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행이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다 아사하겠다 싶어 학부모한테 전화를 하여 케일 화분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동네 화원에 가봤으나 이미 시기가 지나 구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다른 반 선생님께 케일 화분을 구걸하여 겨우 하나를 얻었다.  부회장 2명이 애벌레를 모두 싱싱한 케일로 옮겼다. 나도 다른 아이도 애벌레 만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둘은 참 용감했다. 먹이를 만난 애벌레는 열심히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이 화분 하나로 번데기가 될 때까지 견뎌낼까 걱정이 되었다.

 

  오늘 아침, 애벌레한테 가보니 또 케일을 다 먹어치워 서로 붙어 있었다. 이제 어디서 케일을 구한담?  다른 학년에 쪽지를 보내 케일이나 배추 화분을 구한다고 하였더니 5학년에서 연락이 왔다. 싱싱한 케일을 주시겠다는 것이다. 5학년 실과에서 모종 심기를 해서 조별로 키우는 화분인데 이렇게 기부해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회장 4명을 보내 화분을 접수하고, 또 애벌레를 이사시켰다. 애벌레가 실을 자꾸 내서 옮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혹시 케일 맛이 달라 안 먹으면 어쩌지 했는데 기우였다. 싱싱한 케일을 만난 애벌레는 미친듯이 먹어댔다. 진짜 먹보다.  케일에 구멍이 뻥 뚫렸다.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엄청 먹어대는 듯하다. 5학년에서 준 케일은 다행이 커서 며칠은 견딜 듯한데 하루빨리 번데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반은 애벌레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리 반은 너무 많아서 식량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식량문제는 먹이보다 개체수가 많을 때 발생하는 거라고 부연설명을 해줬다. 그래도 애벌레는 서로 먹지는 않았다.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땠을까? 역사 속에서는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애벌레가 바로 눈앞에서 꼬물꼬물거리니까 신기한가보다. 징그럽다고 꽥꽥 소리지르는 통에 애벌레가 스트레스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알 때부터 길러서인지 정이 들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애벌레 앞에 붙어 있는 아이도 있다. 한 마리가 케일에서 탈출하여 아이 발에 밟혀 죽었다고 땅에 묻어 줘야 하지 않냐면서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였다. 직접 기르다보니 정이 듬뿍 드나보다. 나비가 되면 떠나보내야 되는데.... 애벌레가 케일 갉아먹는 것을 보면 진짜 귀엽다. 똥을 싸는 모습도 직접 봤다. 수 십 마리가 싼 똥 덕분에 냄새도 좀 난다. 식량이 부족하여 여기저기 구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 된 듯하다. 조별로 키우던 화분을 기꺼이 기부해 준 5학년 * 반에게 금화 초콜릿을 보내 드렸다. 심부름 다녀 온 회장말이 언니 오빠들이 금화 초콜릿을 보더니 선생님한테 몰려와서 난리가 났단다. 우리반 애들에게도 언니오빠 만나면 고맙다고 꼭 인사하라고 교육을 시켰다.

 

  내일쯤은 번데기가 되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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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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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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