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닮은 도시 - 류블랴나 걸어본다 4
강병융 지음 / 난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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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페이스북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우연히 참여하게 된 이벤트에서 아주 운좋게 당첨이 되어 저자의 사인본을 획득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해서는 난다의 '걸어간다' 시리즈 신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고 이전까지도 나는 걸어간다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딱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히 저자가 한국이 아닌 저 먼 나라 슬로베니아에서 책을 보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 일이 커진건가??? 그러니 고마움이 각별해진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사인본 책을 보내시기 전 작가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사진>

 

그리고 약 일주일 후, 책이 왔다. '류블랴나'라고 했다. '슬로베니아'라고 했다. 모두가 낯설었다. 그저 내게 익숙한 것은 '아내'라는 말 뿐이었다.  책을 받고 제목만 보고 단번에 든 생각은 "나를 닮은 도시는 어디일까?" "남편은 나를 닮은 도시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 두 가지였다. 책을 다 읽은 지금에야 나를 닮은 도시를 나는 어느 정도 정해두었다지만 읽기 시작할 때에는 아무런 답을 갖지 못한 채로 표지를 넘겼다.

 

 

 

표지를 펼치면 크게 류블랴나산책 코스 지도가 있고 거기에 표시된 곳은 책에서 다루어진 장소들이다. 그런데 저 분홍 동그라미 안의 알파벳은 뭐지? 목차를 보고서야 하하 웃었다.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슬로베니아어로 쓰여진 목차가 알파벳 순서대로였고,  그것이 지도에 표시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익숙한 이름인 '아내'의 자격으로 낯선 장소 '류블랴나'를 걷기 시작했다. 그 산책길엔 녹용군(용이 아닌 공룡)이 동행했고, 모든 류블랴나의 길에서 녹용군은 참 잘 어울렸다. 초록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류블랴나였고, 따라서 저자의 아내는 초록을 닮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낯선 곳을 걷는다는 것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갖고 있을 로망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나의 동선은 나의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여행이라고 한다. 가끔 그렇게 닿은 낯선 곳에서 정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의 가족은 그런 경우이겠고 아주 드물게 그곳은 우리에게 '슬로바키아'보다도 낯선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인 것인데, 글과 사진을 읽다보면 그 서정적인 느낌 덕분에 자꾸만 떠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만삭의 아내.....남편은 전형적인 정착민 스타일....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책을 읽고 류블랴나에 가면 저자가 직접 책에 나온 장소에서 맛난 커피와 수다를 제공한다고 하니 좀더 용기있는 자 떠나보면 어떨까?^^

 

책의 제목이 '아내를 닮은 도시'이기에 거기에 맞추느라 그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극진하다. 살짝 닭살스럽기도 하지만 낯선 곳에 자신만 믿고 따라와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있고, 그곳에서 오붓하게 살아가는 가족에게 만족하기에 그런 표현이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나름의 표현방식의 차이이겠지만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흐뭇하겠지? 남편에게 읽혀볼 참이다. 읽은 후에 물어볼 참이다. "나를 닮은 도시는 어디인 것 같아?" 그때 그가 말한 도시가 내가 생각한 도시와 같을까? 일단은 그냥 책을 따라 걸어보는 것만도 좋다. 가끔 툭툭 나오는 좋은 글들도 마음에 담아두고 말이다.

 

불편함도 무척 싫었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싫었던 것은 무의미함이었다. p39

'아님 말고'는 체념이 아닌 가벼움이다. 삶도 사랑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버거워지는 법이니.p95

 

각 장소마다 저자가 고른 사운드트랙이 있는데 유투브에서 책의 제목을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QR코드로 제공해줬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그럼 더 걷는 느낌이 좋았을 것 같다. 멀리 류블라냐에서 날아온 책 [아내를 닮은 도시] 덕분에 더운 여름 걷지 않아도 한참을 걷다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다시 한 번 각별한 고마움을 작가님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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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17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걸아본다` 첫번째 책인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를 읽으려던 차에 이 시리즈 4번째 책에 관한 글을 읽으니 시리즈 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보물선 2015-07-17 12:59   좋아요 0 | URL
다 좋아요. 조금씩만 읽었지만 다...!

그렇게혜윰 2015-07-17 13:35   좋아요 1 | URL
시리즈 명 그대로 걷는 느낌 충만합니다^^

보물선 2015-07-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륭씨랑 친한 페친으로써!
우왕~ 샘난다^^

그렇게혜윰 2015-07-17 13:36   좋아요 1 | URL
만삭이 큰 어드벤티지로ㅋㅋ

다락방 2015-07-1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둔지 오래인데 그렇게혜윰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그나저나 작가분이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헤헷. 이거 읽어보면 슬로베니아 가고 싶어지려나, 생각했어요.

그렇게혜윰 2015-07-17 14:51   좋아요 0 | URL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이 막 가고싶어지네요....신혼부부처럼 애정이 퐁퐁 나는 것이 신기한 내가 이상한건지^^;;;

강병융 2015-07-2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원작보다 따뜻한 서평 감사합니다. (QR 코드를 넣고 싶었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게 되었답니다.)
류블랴나로 언제든 오세요! 제가 있는 한 커피와 수다는 항시 대기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융, 류블랴나에서.

그렇게혜윰 2015-07-28 19:34   좋아요 0 | URL
QR코드 넣는 것에도 저작권 동의가 필요한 거군요^^;;
언제나 행복하게 지내시길요^^
 
어린이 인성사전 -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이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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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권정생과 이오덕의 편지글을 엮은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를 읽던 참이었고 그 책의 후반부에서 김용택의 시에 대해 두 분이 나누신 이야기를 표시해두고 있었다. 또한 지난 달부터 온라인모임에서 시읽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컨셉을 보고 문득 시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를 하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그 문학교육 수업은 답도 내지 못한 채 마감이 되었겠지만 그때 아마 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가 교육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했다. 10년도 더 된 언젠가 채인선 작가가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폈을 때 '사전'이 이래도 되나, 싶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 책의 방향성이 학교에서 적용이 될 때 아름다운 효과를 느껴봤기에 더욱 그렇게 마음이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책 소개를 하기 전에 시작이 참 장황했다.

 

처음엔 이 책의 저자인 시인 김용택이 여러 가지 가치에 대한 시를 새로이 그 가치에 맞춰 쓴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럼 사실 좀 억지스러울 수 있을 거란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기존에 여러 시인들의 시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어 시를 소개하고 뒤이어 시인 김용택이 아닌 교사 김용택으로서(이건 내 생각이다.) 가치에 대한 짧은 글을 이해하기 쉽게 썼다. 시라는 것이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그 가치에만 적용이 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그것에 의문을 갖기 보다는 그것은 김용택의 선택이었고 독자로서의 나는 다른 가치를 뽑아낼 수있다는 해석의 다양성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꼭 책에 쓰여진대로가 아니라 그런 방향으로 우리가 봐도 좋다는 의미 말이다. 가령,  김용택의 <우리 아빠>라는 시를 저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보았지만 읽는 이는 '감사'로 느끼고 '감사'에 대한 마음을 가꾸도록 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동시를 통해서 아름다운 마음을 가꾸는 것이지 특정 시에 특정 가치가 실렸다는 것을 외라는 게 절대 아닐 테니까.

 

53가지의 가치를 다룬 책이니 이 책에 소개된 시만도 53편이 되는 것이다. 왠만한 동시집 한 권의 분량이다. 거기에 김세현 작가의 그림이 정말 압권이다. [엄마 까투리]에서 느꼈던 강렬함이 동시와 어우러져 있으니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시의 구절을 그림과 함께 직접 쓴 것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들만 모아서 쫙 어딘가에 붙여놓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떨 땐 주객이 전도된 듯 그림에 더 시선이 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53편의 그림작품이 실렸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채인선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이 출간 이래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전'이라는 말의 느낌과 달리 동화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리 국어 사전]이 사랑받는 이유도 따뜻한 세밀화 덕분일 것이고. 따라서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목적의 동시가 '사전'이 된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뒷받침되어 있으므로 오래 사랑받을 것 같다. 아주 사소한 딴지를 걸자면 '자연'이라는 주제는 인성이라는 더 큰 주제에 맞게 하려면 '자연 보호'라고 해야하지 않나 하는 정도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그 주제를 보며 존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가 떠오른 것을 보니 시든 그림책이든 동화든 간에 우리 아이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것을 소홀히 할 뿐이었다. 이렇게 기획된 책에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싶다. 아이들 마음이 아프지 않고 예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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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리 2015-07-15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어린이 인성 사전>을 기획 편집한 김세리라고 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치 기획 초기부터 책의 진행 과정을 다 내다보신 듯한 선생님의 리뷰에 뜨끔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잠깐 제 이야기를 하면 이 책을 진행하면서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책의 무게감이 상당히 버거워 중심을 놓치기 일쑤였고, 여러 차례 헤매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도 정말 많았고요. 그런 과정을 거친 책이 세상에 나오고, 문단의 어떤 평론가보다 정확하게 이 책의 맥을 짚어주는 독자를 만나니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느 구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전에 써주신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리뷰를 보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절이 많았는데 그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니 더욱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써주신 리뷰를 저희 이마주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허락하시면 블로그에 게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밝은 눈으로 좋은 책에 날카로운 서평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끔 놀려오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렇게혜윰 2015-07-1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편집자분을 만나니 제가 더 반갑네요^^ 블로그 게재 괜찮습니다^^

김세리 2015-07-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락 감사합니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서 김세현 작가가 직접 가훈을 써주시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가훈도 좋고, 급훈도 좋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이벤트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좋은 하루되세요~~

2015-08-30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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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권정생의 삶을 쓴 책을 읽은 후에 그분의 강아지똥같은 삶에 느낀 바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분의 삶을 본받아 무언가를 따라할 수 있지는 않았고 그저 그분의 책을 많이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행동을 했을 뿐이었다. 그때만해도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감동은 그에 미치지 못했었다. 집에 그분의 책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책이 너무 많으셔서 뭐부터 읽어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권정생의 삶은 이전의 책에서 느낀 바와 비슷했고 그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하는 구절구절마다 밑줄이 그득하지만 그 토로를 상대해준 이오덕의 애정과 됨됨이에 더 많은 눈길이 갔다. 어찌 보면 세상에 대하여 탄식하고, 슬퍼하고, 욕하는 것은 그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것에 비해 쉬운 일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비록 표현은 권정생에 비해 사회비판을 덜 했을지 몰라도 그 사회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이오덕의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편지를 읽다보면 권정생보다 높은 연배의 이오덕이 언제나 권정생을 높이며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권정생의 삶이 한 길을 걷도록 하는 데에 있어 이오덕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 편지글이 권정생과 이현주 간에 왕래한 것이었다면 굉장히 우울하며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텐데 이오덕의 현실감이 균형감을 가져온 것이라 생각한다.

 

주고 받은 편지를 읽다보면 이 편지들은 개인과 개인 혹은 문학가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로 보기 보단 한 권의 인문서적으로 읽힌다. 책 안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절절한 권정생의 글들이 가득하고, 그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오덕의 행동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환자의 몸으로 어린이문학작가로서의 외길을 걸은 권정생의 삶은 슬픔과 아픔을 넘어 고귀하다. 자신의 책 [강아지똥]의 강아지똥처럼 민들레꽃을 피우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이오덕이 있다. 낮은 곳을 높게 대하는 이가 바로 이오덕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낮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다독이는 두 분의 편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노년의 그들은 모두가 아팠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의연한 모습은 그들의 삶이 평생 깨끗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들에겐 지울 것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사후에 더더욱 그들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몇이나 있을까? 읽다보면 부끄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도 세상은 마찬가지이니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참말로 부끄러운 세상이니까. 인문서적의 입문으로 가까운 이에게 읽도록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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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7-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라서요. 깨알자랑입니다^^ 님의 리뷰를 읽으니 어서 읽고 싶어지네요~~

그렇게혜윰 2015-07-07 09:51   좋아요 0 | URL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transient-guest 2015-07-09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이네요. 이오덕 선생님은 참 고마운 분인 듯. 언어를 지키는 노력 말고도 이렇게 따뜻한 맘으로 사셨군요.

그렇게혜윰 2015-07-09 10:10   좋아요 0 | URL
저도 왠지 우리말을 연구하신 분이라 좀 딱딱하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면 늘 겸손하고 바른 방향으로 삶을 사시려는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물론 아동문학과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시구요^^
 
여기는 대한민국 푸른 섬 독도리입니다 - 섬초롱꽃이 들려주는 독도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3
장지혜 글, 문종훈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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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이들은 태어나서 말 배우고 여행 다니고 지도 보다 보면 '독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히 우리나라의 섬이라고 알고 지내지만 그것이 '왜' 우리나라의 섬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아이는 별로 없다. 독도 관련 전시나 체험관에 가도 독도의 모습과 그곳의 동식물에 대해 알고 갈 뿐 더 깊이 아는 방법은 부모나 학교의 교육이 전부이지만 사실 부모도 그것에 대해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고 바로 구입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때문이다. 동화로 본다면 좀더 아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독도전시관>

 

이 책은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다. 사실 그것도 리뷰를 쓰고자 한 지금에야 알았지 이 책이 한국사의 카테고리에 있는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겐 그저 차분하고 아름다운 동화책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섬초롱꽃이다. 원래 독도에 살던 꽃이 아니라 자기 이름도 모르는 아직은 새싹인 이 꽃은 원래 독도에 살던 동물들과 식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독도의 역사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섬초롱꽃 뿐만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역시 새롭게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저쪽 나라 사람들이 독도를 자꾸 이상한 이름으로 부른다며?"

"응, 나도 들었어. 다케시마인가?

다케시마는 저쪽 나라 말로 대나무 섬이라는 뜻이래."

"그러니까 더 말이 안 되지.

바닷바람 때문에 독도에는 대나무처럼 키 큰 소나무가 살 수 없잖아!

게다가 전에는 울릉도를 다케시마로, 독도를 소나무 섬인 마츠시마로 부르더니 왜 갑자기 또 이름을 바꿔 부르는 거야?"

(8쪽)

 

갈매기들이 들려준 이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할 줄 아는 이에 비해 턱없이 적을 것이다.  섬초롱꽃이 사철나무를 만나 갈매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던 점을 묻자 사철나무도 섬초롱꽃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이야기들 역시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적잖이 있다. 하물며 아이들에겐 어떨까?

 

이런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섬초롱꽃을 비롯한 천연기념물인 동식물들과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식물들이 살기에 그저 편하지만은 않은 독도의 날씨와 지형을 견디고 꿋꿋이 생명을 키워나가는 아름다운 동식물들 말이다. 드디어 섬초롱꽃이 꽃을 피워 생물학자에게 발견되고 이름을 갖게 된다. 섬초롱꽃. 참 곱고 예쁜 말이다. 독도에서 처음 피어난 섬초롱꽃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하니 독도에서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누구 한 사람 정성을 다하지 않는 이가 없는 듯 하다. 그러니 그곳에서의 삶의 얼마나 당당할 것인가!

 

"내가 사는 섬은 독도! 내 이름은 섬초롱꽃!" (62쪽)

 

동화가 이렇게 섬초롱꽃의 당당한 말에 끝이 난다면 뒤이어 독도에 대한 정보글과 사진이 이어진다. 이부분은 분명 한국사의 영역이다. 쭉 읽다가 우리의 주인공 섬초롱꽃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억울해진다. 독도에서는 2008년에 과학 교사 이명호 선생님이 이 꽃을 발견하였고 이 꽃이 한국 특산종이지만 그보다 먼저 이 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일본인이라 이 꽃의 학명은 '다케시마나'라고 한다니 억울하지 않을 수 있으랴? 새삼스럽기에 좀 민망하지만 독도에 대한 애정이 그리고 긍지가 생긴다. 동화는 동화대로, 정보는 정보대로 차분하고 알차게 들려주는 이 책으로 독도에 대한 첫걸음을 시작해보길 잘했다 싶다. 아이와 독도에 가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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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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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예뻐서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데 회색 바탕의 빨간 글씨 그리고 소피 칼. '소피 칼'이라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아, 리움 미술관! 그게 언제더라? 무려 5년도 더된 어느 날 대학원 수업 중에 처음으로 방문한 리움 미술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보았다. 그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괜히 반갑다. 그런데 왜 나 요즘 예쁜 책을 좋아하는 건가? 책 읽기 싫은건가?? 아무튼 이 책, 집에 오자마자 집중해서 다 읽었다. 책정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길어보이지만 긴 책이 아니라 좁은 책이다. 길이는 일반 책과 다르지 않다. 두께도 그렇고....안되겠다 얼마나 이쁜지 보여줘야겠다! 이런 거 사진을 썩 잘 찍지 못하는 게 함정이지만^^;;

회색 직물느낌 나는 표지에 금빨간(빨간색인데 금바른 것처럼 빛난다는 뜻의 급조어^^;;) 글씨가 음각되어 있는 표지와 책등. 책배에는 금빨간칠이 번쩍번쩍!! 내부엔 파리를 떠난 날부터 일본을 떠난 날까지 92일 간의 사진이 짧은 글과 함께 실렸다. 매일매일 그를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여행을 하는 소피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떠올리메 당당했다. 92일간의 일본길을 뒤로하고 그를 만나기로 한 날, 그에게 이별을 통보받기 전까지는.

 

마지막 사진의 왼쪽 페이지는 그녀가 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첫날부터 100일 되는 날까지 '그날'의 상황을 거의 내용 변화없이 반복적으로 기록한 글과 그날의 숙소와 빨간 전화기의 사진이 실려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녀가 그녀의 아픔을 풀어놓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 상대들의 아픈 사연들이 실려 있다. 남의 아픔으로 나의 아픔이 반감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겠지, 실제로 소피 칼은 석 달만에 완전 치유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난 오른쪽의 사연들은 제각각 다 다른 아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읽어넘겼다. 대신 왼쪽 소피 칼의 반복되는 상황 기술에서 조금씩 보여지는 감정의 변화를 집중해서 읽었다. 22일부터 그녀는 그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31일부턴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이후엔 점점 글도 짧아지고 단순하게 그때의 상황을 주요사실만을 기록할 뿐이다. 91일엔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고 덤덤해지고 99일부턴 쓸 말이 없다. 참 매력적인 방법 아닌가? 난 왜 이별을 극복할 때 이 방법을 알지 못했을까? 다시 이별을 한다면 이 방법을 꼭 써먹고 싶은데,  아~ 사랑도 이별도 남의 일 같아......

 

예쁜 걸로 치자면 근래에 본 책 중 가장 예쁘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썩 관심 없던 사람도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되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별을 극복하는 누군가에게 정말 매력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아, 써먹고 싶다 이 방법......수년 전의 충격적인 소피 칼의 모습은 이렇게 매력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내게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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