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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분께 책을 선물하며 시답지않은 편지와 시 두 편을 함께 보냈다. 그분이 좋아할 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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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11-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들고 다녀요. 너무 좋아요.
폼 나고, 근사해요^^

그렇게혜윰 2014-11-17 13:51   좋아요 0 | URL
저도 이참에 첨 알게 된 시인인데 시가 참 좋네요^^
 

 

박준 시인이 주관하는 낭독회를 다녀온 참이다. 시집을 한 번 읽기는 했지만

잘 알지 못한 채 갔다가 깜짝 놀라서 왔다. 시인은 무척 따뜻했고 낭독을 참 잘했다. 맨 앞자리에서 시인이 읽어주는 시인의 시는 내 마음을 내내 흔들었다. 시인의 목소리를 타고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게 참 좋았다. 시집을 사지 않은 터라 사인도 받지 못하고 집에 와서 쓰다듬으며 읽어보지도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주섬주섬 기억들을 주워 낭독된 시들을 추려나 본다.

 

동지(冬至)

 

 

그때.

 

(작은 냄비에 두 개의 라면을 끓여야 했던 일을 열락悅樂이나 가는귀라 불러도 좋았을 때, 동짓날 아침 미안한 마음에 난 귀신도 아닌데 팥죽이 싫더라하거나 라면 국물의 간이 비슷하게 맞는다는 것은 서로 핏속의 염분이 비슷하다는 뜻이야라는 말이나 해야 했을 때, 혹은 당신이 배 속에 거지가 들어앉아 있나봐하고 말해올 때, 배 속에 거지가 들어앉아 있어서 출출하고 춥고 더럽다가 금세 더부룩해질 때, 밥상을 밀어두고 그대로 누워 당신에게 이것저것 물을 것도 많았을 때, 그러다 배가 아프고 손이 저리고 얼굴이 창백해질 때, 어린 당신이 서랍에서 바늘을 꺼낼 때, 등을 두드리고 팔을 쓰다듬고 귓불을 꼬집을 때, 맥을 잘못 짚어올 때, “맥박이 흐린데? 심하게 체한 것 같아바늘 끝으로 머리를 긁는 당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때, 열 개의 손가락을 다 땄을 때, 그 피가 아까워 아름다울 가자나 비칠 영자를 적어볼 때, 당신을 인천으로 내보내고 누웠던 자리에 그대로 누웠을 때, 손으로 손을 주무를 때, 눈을 꼭 감을 때, 눈을 꼭 감아서 나는 꿈도 보일 때, 새 봄이 온 꿈속 들판에도 당신의 긴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을 때)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별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마음한철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믿을 수 있는 나무는 마루가 될 수 있다고 간호조무사 총정리 문제집을 베고 누운 미인이 말했다 마루는 걷고 싶은 결을 가졌고 나는 두세 시간 푹 꿇은 백숙 자세로 엎드려 미인을 생각하느라 무릎이 아팠다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대화의 수준을 떨어트렸던 어느 오전 같은 사랑이 마룻바닥에 누워 있다 미인은 식당에서 다른 손님을 주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의 솜털은 어린 별 모양을 하고 어린 별 모양을 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은 밥을먹다가도 꿈결인양 씻은 봄날의 하늘로 번지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을 생각하다 잠드는 봄날, 설핏 잠이 깰 때마다 나는 몸을 굴려 모아둔 열을 피하다가 언제 받은 적 있는 편지 같은 한기를 느끼며 깨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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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낭독회는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종합예술무대였는데 그것은 이번에 제39회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이름들>을 상영해준 것이다. 신이수 최아름 감독은 이 영화를 박준 시인을 떠올리며 그를 만날 구실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박준 시인은 이 영화 속의 시인인 현철의 모습이 자신을 많이 닮아 놀랐다고 하니 감독님들과 시인은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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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의 만남, 독립 영화 감독과 젊은 시인의 만남 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데 신이수 감독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기 가수 손지연 씨가 마지막 무대를 빛내 주었다. 노래를 들으며 '볼매(볼수록 매력있는)'임을 확신하게 되는 손지연 씨의 노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 곡을 부르고 들어가셨지만 박준 시인의 요청으로 3집 앨범에 수록된 '그리워져라'를 피아노 연주와 함께 들었는데 이걸 못 들었으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노래가 좋았다. 울컥 해서 자칫 눈물 봉인 풀릴 뻔했다. 잘 들었다고 인사를 하는데 "들을 것도 없는 데 뭘~"이라고 말해서 더 좋았다. 볼매 맞다.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이야   커다란 상실감으로 어디도 간곳없고 머문곳 없어라
커다란 구름앞에 서있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처럼 아쉽게 사라져만가고 낙엽이 떨어져 날아 너에게 닿으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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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이름을 지어다 몇 달은 먹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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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2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자신의 시를 낭독해서 시너지 효과는 플러스 10배 정도 내는 분이 박준 시인일 겁니다.
시낭송가 못지 않은 목소리를 가지셔서 가끔 깜짝 깜짝 놀람..

그렇게혜윰 2013-12-21 0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첫 낭송을 듣는데 그대로 마음으로 직행하더라구요^^

2013-12-20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12-21 03:48   좋아요 0 | URL
오늘 하루종일 이 노랠 엇박으로 흥얼거렸어요ㅋㅋ

옮겨적은 글은 받으실분도 좋아하시길 바라 봅니다^^
 

잠 안 오는 밤이 있다. 다음 날 무지막지하게 중대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이루는 밤. 토요일 밤이 그러했다. 안 마시던 맥주를 두 캔이나 먹었는데 잠이 오기는 커녕 뭔가가 쓰고 싶고 읽고 싶고 그랬다.

 

시집들을 뒤적거렸다. 그 밤에 딱 어울릴만한 시집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김성대의 시집 <사막 식당>을 좋아한 까닭에 사 두었던 그의 첫번째 시집을 아직 읽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쳤다. <귀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귀없는 토끼'도 맘에 들고 '소수 의견'도 맘에 든다. 슬슬 읽다, 마음에 꼭 드는 시를 한 편 찾았다.

 

 

 

 

시 : 마임의 방 , 겨울 모스크바 편지

시집 : 귀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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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이 참 좋습니다~^^
<귀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보관함에 고이 담아 두었어요~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1 21:55   좋아요 0 | URL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이더라구요.
김성대 시인의 <사막 식당>도 참 좋구요^^

페크(pek0501) 2013-12-1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안 오는 밤엔 시집을 읽어야겠어요. 저도...
시만 좋은 게 아니라, 누구 글씨가 이렇게 멋지나요? ^^

페크(pek0501) 2013-12-11 15:02   좋아요 0 | URL
제가 언제 추천을 눌러나봐요. 안 눌러지네요... ㅋㅋ

그렇게혜윰 2013-12-11 21:56   좋아요 0 | URL
잠이 안 오는 밤에 왠지 위로 받고 싶을 때, 그 역할을 시가 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하 글씨는 무릎 위에 놓고 쓴 거라 썩....ㅋ 고맙습니다^^
 

어제 세번째로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낭독회에 갔다. 오늘의 호스트는 신해욱 시인과 김소연 시인, 그리고 가수 요조였다. 늘 가던 언니들과 그리고 신해욱 시인을 좀 심하게 좋아하는 광주사는 동생과 함께 즐겼다. 갈땐 언니들과, 올땐 그 동생과. 녀석 때문에 내가 좀 얼굴에 철판을 깔았지만 어쨌거나 훈훈한 낭독회 자리였다.

 

갈 땐 두 권의 시집을 가져갔다. <눈물이라는 뼈>와 <간결한 배치>. 미처 다 읽고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읽으니 특히 김소연 시인의 시가 좋았다. 낭독회에서 요조를 위해 쓴 곧 출간될 시집 [수학자의 아침]에 실릴 시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세 분의 목소리가 낭독에 정말 잘 어울렸다. 많이 연습하신 듯 조화도 정말 좋았다. 초반의 떨림 가득한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지고 목소리 연기까지 해 주시는 신해욱 시인님의 사랑스러움이 기억에 남는다.

 

초고속 배움의 과정으로 배운 캘리로 와이셔츠 마분지 잘라 만든 조악한 책갈피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온 밤. 시를 옮겨적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집에 와 사인본과 낭독회에서 받은 낭독 시 모음 소책자를 펼쳐들고 한 편씩 옮겨 적어 본다. 옮겨 적으며 문득 시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사그라들수 있는 간절함이라면 간절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두둥! 쓰라고 한다면 그저 놀이라고, 몰두할 수 있는 놀이라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정말 잘 놀았다고 기분 좋아지는 그런 놀이라고, 이런 저런 생각 잠시 잊을 수 있는 무아지경의 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다 잡소리다만.

   

 

10월엔 김소연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된다. 그 전에 두 분 시인의 시를 많이 읽고 싶다. 시를 읽는 가을 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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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서예를 배운지 6개월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갈 때 반, 못갈 때 반이었다. 현재 '타, 터, 토, 투, 튜'를 배웠는데 꾸준히 수강했다면 지금쯤 어떤 문장을 익히고 있을 터였다. 우리 모임에서 평생학습축제에 작품 한 개씩을 내게되어 있었다. 아직 내 수준이라면 단어나 써서 내야겠다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서른 자 가량 되시는 구절을 주셨다.길이도 길이었지만 문장이 낯간지러웠다. 기왕 붓글씨 작품을 쓸 거라면 시를 쓰고 싶었다.

 

 

 

 

 

지금 내게 선택하라면 황진이의 시를 한 수 옮겨적는다 했을 텐데 당시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읽던 시가 김성대의 <사막 식당>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우울한 내용은 지양하라셨고, 시인의 시중 가장 서정적이라고 여긴 '월롱역'을 옮겨적기로 했다.

 

이번 주도 결석했다. 이러다 선생님 얼굴에 그야말로 먹칠하겠다 싶어 집에서 간간히 연습 중인데 거짓말 아니고 참 재밌다. 다만, 허리가 아플 뿐이다. 첫 날엔 글씨를 너무 크게 삐뚤빼뚤 써서 내 이름 석자 넣을 자리도 모자랐는데 둘째 날인 오늘은 이름을 넣는데 성공했다. 오늘 두번째 장을 쓰는데 왠걸 자리가 많이 남는다. 뚫어지게 쳐다보니 한 글자를 빼먹고 썼다. 아, 김샌다. 허리도 아프고 김도 새서 좀 긴 휴식을 갖는다. 바람이 불고 좋다. 다음엔 어떤 시를 써보면 좋을까, 이런 바람을 닮은 바람도 가져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시집을 뒤적거려 쓰고 싶은 구절을 찾아볼까 싶어 책장에 갔는데 막막하다. 그러다 며칠 전 다녀온 낭독회가 생각났다.

 

 

그분들의 시집 중 집에 있는 것은 총 4명의 시인의 시집 6권이었는데, <사막 식당>에서 '월롱역' 찾아내기 어려웠던 만큼 붓글씨 쓰기에 괜찮은 시구 찾기가 쉽진 않다. 좋아하는 시라고 해도 붓글씨는 걸어두고 보는 작품이라 너무 우울하거나 어두운 구절은 피하게 된다. 더욱이 현대시의 경우 언어 유희가 많고 난해하기도 하여 더욱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낼 때의 희열, 그게 재미다, 고 말하기엔 너무 찾기가 어려웠다. 다들 왜 이리 우울한 시들만 쓰셨는지,,,나는 왜 이리 그들의 우울한 시들을 사랑하는지 처음으로 의문을 가져봤다.

 

 

 

 

 

 

 

 

 

1. 오은 '아이디어' 중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발아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 난초와

한 떨기 장미로 피어난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2. 심보선 '휴일의 평화'

아름다운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사랑하는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문득 창밖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3. 허연 '나비의 항로'

사막,

쓰고 말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곳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 기적이

하루 종일 일어난다는

 

앞으로는 시를 읽으면서 한 가지를 더 고려하게 될 것 같다. 시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또 하나 늘어난 것이 좋다 나쁘다는 잘 모르겠다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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