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나가노하루

어제 막 다 읽은 책이다. 환자를 돌본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나는 노화된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도 절실히 느끼는데 조현병 엄마를 여덟살부터 돌봐야했다니 그 삶이 가늠되지 않았다. 본인 역시 양극성 장애를 가졌고 언니도 우울증에 쉽지 않은 가정이다. 엄마 돌보기를 그만둔지 16년이 되었고 현재는 자신을 돌보는 데에 집중한 저자의 결단을 결코 비난할 수 없다. 아니 응원하고 싶다. 일단 본인 삶은 본인이 가장 적극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돌봄에는 한계가 있다. 피붙이라 하더라도. 티비에 나오는 신계 사람들은 흔치 않아서 티비에 나오는 것이니까.

[장안의 여지], 마보융

장안24시와 마찬가지로 당현종 천보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즉 당현종이 혼군인 시기이다. 중드보다중국사 에서도 그를 성군이라 불러야할지 혼군이라 불러야 할지 모른다고 한 꼭지를 할애했는데, 이 책에서는 혼군 타임으로 양귀비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여지(리치)를 구해오라는 특사를 임명한다.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의 주인공은 어찌됐건 수학적으로 궁리하고 있다. 그건 그가 계산만 잘하는 말단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인데, 그가 이 역할을 맡기부터 그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마보융의 이전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뢰가음(레이자인)이 주연하여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나 미남이 출연하지 않아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듯 한데, 믿고보는 마보융이니 소설 끝내면 시작해야겠다.

[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출근할 때 자투리 시간에만 읽는 학교도서관 책인데, 아 츠바이크는 어쩜 평전인데도 글발이 느껴지는지 감탄하며 읽는다. 이 책읽고 마리 앙투아네트도 읽어야지! 주워듣기만 피의 메리니 엘리~~~자벳이니 했는데 이 참에 서양사 상식도 하나 채워야겠다. 근데 너무 두꺼워서 자투리 시간만으로는 진도가 안 나가서 앙투아네트는 언제 만날지 미지수다. 발자크까지 읽고 싶은뎅.

[매스커레이드 라이프], 히가시노게이고

이 책도 7월에 다 읽은 책인데, 투명한 나선을 읽어야겠다 싶은 참에 그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 중이라 투병을 짐작도 하지 못했는데 죽음이라니 마음의 갈피를 잠시 잃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소설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을 불평했던 어리석은 독자였구나. 최근 읽은 이 소설과 가공범, 침묵의 퍼레이드 등이 좋아서 이젠 기복이 사라졌구나 했었는데 그것이 삶의 마지막 투혼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하니 숙연하다. 마지막 작품이 일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니 106권의 작품 세계가 있어 그를 잊지는 않을 것 같다. 학교 연구실에 갖다 둔 내 히가시노 컬렉션을 샘들이 좀 적극적으로 읽으시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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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목소리, 다른 방 트루먼 커포티 선집 1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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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즈음엔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의 책을 우르르 사들였다. 그중 한 사람이 트루먼 카포티인데, 내가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인 콜드 블러드]로 지금은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해 수없이 감탄을 했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뭔가 시니컬하고 독특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가 오드리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썼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소설도 읽어보고 영화도 다시 봤는데, 영화와 소설은 결이 달랐고 어쩌면 작가는 이 영화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 그 느낌은 아니지. 그리고 나서 시공사에서 당시 출간된 책들을 사뒀었는데 그중 한 권이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이다. 그후로 또 다른 작가가 땡겨 그 작가를 읽었던지 남은 책들은 빛만 바래져 책장에서 10년도 넘게 자리만 차지했다 이번에 내 책장을 파먹어주는 북클럽 멤버들 덕분에 읽게 되었다. 


초반에 읽을 때에는 트루먼 카포티의 수식어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문장'이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것 외에는 [인 콜드 블러드] 만큼은 딱히 매력을 못 느끼며 읽었다. 아마 모호함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갈수록 그 모호함은 도가 지나쳐 삶과 죽음을 오가기까지 하는데, 곱씹을수록 그러한 단계들이 상징하는 바들이 추가되니 결국에는 역시나 이번에도 작가에게 감탄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트루먼 카포티가 1940년대에 젊은 나이로 인기를 쓴 소설가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요즘 쓴 소설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문체에 독자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유동적일 표현들이 놀라웠다. 살아있을 때 부를 얻은 흔치 않은 소설가라더니, 좀 부럽구만. 


[작가란 무엇인가3]에는 트루먼 카포티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거기서 만난 트루먼 카포티는 굉장히 쾌활해 보였다. 역시 스타성이 있는 작가였어! 인터뷰에는 작가의 쾌활함 뿐만 아니라 놀라운 내용이 있었다. 바로 이 소설은 자전소설이 아니라는 말! 첫 장편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조엘의 처지가 어린 날 트루먼 카포티의 환경과 비슷해 당연히 자전적일 거라 생각했고 해설에도 그렇게 쓰인 듯 했는데 인터뷰에서 그는 그것을 부인했다. 오히려 [풀잎 하프]가 자전적이라고 했다. 다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하나? 하지만 자전적이든 픽션이든 그런 것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으니 차라리 다른 작품을 읽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소설을 남부고딕소설로 분류한다던데, 나는 그런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느낌보다는 열세 살 소년의 성장소설로만 읽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떠돌다가 알게 된 아버지의 거취,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조엘의 성장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실망한 후, 아버지의 대체자로서 랜돌프를 받아들이며 종국에는 성장을 이뤄내는 흐름으로 읽었다. 그 과정에서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동원해 다른 목소리와 다른 방을 경험하며 강해지고 성장하는 조엘의 모습이 괜히 기특했다. 음침한 면이 있어 혹시 애가 잘못되면 어쩌나 내심 염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도대체, 얘를 왜 부른거야?' 의문이 들었다. 조엘의 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산송장같은 그를 돌본다고 해도 감추고 싶을 것 같은데, 속죄하듯 조엘을 부른 랜돌프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독서모임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조엘이 아버지의 역할을 랜돌프에게 기대했듯, 랜돌프 역시 조엘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우발적으로 조엘의 아버지인 샌섬씨를 총으로 쏘기 전까지 랜돌프는 이런저런 혼란을 많이 겪었던 사람이었고, 그러한 경험이 그에겐 또 하나의 성장이었을 터, 그것을 조엘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현실과 상상 그 어디쯤에서 조엘은 랜돌프를 따라 누군가가 지키는 다른 목소리, 다른 방에 들어가고 죽었다 살아나며 비로소 아버지도 랜돌프도 다 떨어내고 조엘 그 자신으로 서게 되었다. 다른 인물들이 경험한 죽음들을 통해서도 성장의 모습이 엿보여, 어쩌면 성장이란 하나의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누군가의 삶을 함께 경험하면서 다른 목소리와 다른 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다 읽고 나서도,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뭔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모호함은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소설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읽을 때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언제나 남아 있는 것. 모임원들은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지만 트루먼 카포티를 읽었다고 말하려면 그래도 한 작품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닌가? 난 세 작품 읽었는데 여전히 트루먼 카포티를 읽었다고 말하기에 괜히 양심이 찔린다. 그게 트루먼 카포티의 매력이던가? 그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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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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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책 중 가장 흥미롭다.
마거릿 애트우드 노벨상 주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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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6-29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대 찬성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6-2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찬성!! 찬성!!!
 

도서전에서 산 책

예전만큼 구매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1. 타이피스트에서 김이듬 시인에게 싸인을 받고 시집을 한 권 추천받았다. 덤덤하게 쓰는 시가 본인은 맘에 든다시며.

2. 청미출판사에서 요즘 유대인이 주인공인 책 읽고 있으며 프리모 레비 책 좋아한다고 하니 추천해주셨다.

3. 레모출판사에서는 조르주페렉의 책을 샀는데 유명해서 읽은 것 같지만 안 읽은 작가이다.

4. 까치글방에서 키캡에 낚여 들어가 사온 책은 표지도 제목도 맘에 든다.

딱 이만큼 사고 왠만한 굿즈 쪽은 쳐다도 안 봤다. 굿즈를 보려면 인파응 헤쳐야 했기에. 줄 서서 구매해야 하는 부스도 가지 않았다. 그 책들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나 아니어도 사 줄 사람이 저렇게나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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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6-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사셨네요. 전 두 권 (선물) 사고 한 권 선물받아옴 ^^

그렇게혜윰 2026-06-28 17:09   좋아요 1 | URL
예전에 비하면 ㅋ

카스피 2026-06-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안좋아진후부터 도서전은 아예 쳐나보지도 않아요 ㅜ.ㅜ

그렇게혜윰 2026-06-28 17:08   좋아요 0 | URL
눈만 문제가 아니에요. 허리가 아파요 ㅎㅎㅎ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타이피스트 시인선 7
김이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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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전 가려고 나서는 길인데 잘 가는 건가 모르겠다.
가? 말?

아침부터 전복 손질하느라 정신없이 나오느라 김이듬시인 사인회 노려보고 시집 하나 딸랑 챙겨 나왔다. 타이피스트 들러야지!

레모 북클럽이니 레모출판사 부스도 들러야지!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청미도 들러야지!

대형 출판사는 그냥 안 들러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마실 삼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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