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가디언은 1위부터 100위까지 선정했다. 그런데 그 목록에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나라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고. 하지만 이런 순위를 모른 척 하기는 어려운 성격인 터라 나는 어떻게 이 목록을 정리해볼까 궁리해봤다.


 1위부터 10위까지만 정리해볼까? 아니다, 비록 지금의 나는 유행을 따르려는 뱁새가 된 사람이지만 왕년의 나는 베스트셀러는 일부러 피한 반항심이 있는 인물이었으니 1위부터 10위라는 목록은 달갑지 않다. 그럼 내가 읽은 책만 골라볼까? 아,,,, 기억력이 미천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85위부터 100위까지의 목록이다. 일단 앞에서부터 보라고 하면 일부러 뒤부터 눈길을 주던 나의 성격에 맞기도 하고 85위부터 하면, 85위인 한강 작가의 책을 1위에 올려놓을 수 있으니까? 이건 뭐 정신승리도 아니고 사춘기 궤변도 아니지만 남을 괴롭히는 자유가 아니니 그냥 내 맘대로 하련다. 


그리하여 1위는 <채식주의자>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몇 권의 한강 작가 소설을 읽었는데 <소년이 온다>는 엉엉 울면서 읽었지만 <그대 차가운 손>은 도무지 소화가 어려워 알라딘에 팔기까지 했다. 이후 용기내어 <채식주의자>를 읽고는, 난해하지만 어쩐지 공감이 가서 애껴뒀었다. 어쩌면 이 책이 한강작가를 말하는 책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다음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내게 한강 작가는 뭔가 대작가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가깝지는 않다. 그래서 설명서도 샀는데 아직은 읽지 않았다. 


2위부터 5위까지는 난 제목도 못 들어본 책이다. 나사는 못 친구 나사겠지? 미항공우주국은 아니겠지? 거의 이런 수준이다. 나사는 회전하고 선은 아름답고 왼손은 어둡구나....래그타임이라는 말 자체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19세기 후반 유행한 미국의 음악으로 재즈의 전신이라고 한다. 





























6위는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
















내가 읽은 버전은 왼쪽의 노란 표지 양장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나 버지니아 울프를 인생 작가로 결정한 후 처음 선택한 책이 [제이콥의 방]이었는데 선택의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뚜렷이 기억 나는 건, 내가 이 작가의 소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등대로], [파도] 등을 읽었고, 버지니아 울프를 여전히 사랑한다. 


7위, 10위, 12위, 15, 16위는 제목은 커녕 작가 이름도 들어보질 못했다. 역시 영국은 나랑 멀다. [사랑의 메신저]는 국내 번역본이 없으나 영화는 들여왔나 보다. 내가 중학교 때 사랑의 메신저였는데,,, 연애편지 대필.....

 





























8위, 9위, 11위, 14위는 공교롭게도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올라왔다. 가디언 선정 기준 1위부터 10위까지도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많던데, 이쯤 되면 책을 읽기 보단 사는 걸로 100위 목록을 체크하면 훨씬 비율이 높을 것 같다. 실제로 계산하니 읽은 작품은 21, 소장한 작품은 45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책장을 바라보며, 읽은 책도 이제는 읽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되새겨본다. 아마 민음사 패밀리세일 때 사둔 책들이었으니 그것만 해도 벌써 10년이 넘지 않았을까???


 




























13위는 토머스 하디의 [귀향]인데, 우리가 아는 [테스], [이름없는 주드]가 아니라 [귀향]이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제목만 보고 집에 있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책인 줄 알았는데 책 정보 넣으려다 보니 표지가 달라 확인하니 토머스 하디.... 이거? 아무래도 이 작품은 당분간 소장도 독서도 어려울 것 같다. 

















소설 100권을 그것도 영어 소설 100권을 특정 기관이 선정한 건데도 이렇게 듣도보도 못한 책이 많으니 세상에 얼마나 책이 많다는 뜻인가...그러니 내 책이 안 팔리고 안 읽혀도 너무 서운해 말자. 나는 우선 독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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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6-0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가디언 선정 85-100위라는거죠?
나사의 회전, 어둠의 왼손 다 꽤 유명한데... 차라리 1위-16위면 아는 소설이 많았을지도.

중국 소설 드라마를 많이 아시니까 영국 소설 좀 몰라도 어때요.

근데 귀향 표지 왜 저렇....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러니까 앤디위어
나만 재미없나요?
마션도 영화는 재밌던데 소설은 포기
이건 그래도 읽긴 하는데 아주 재밌다고는....
그냥 와 이 작가 완전 똑똑하다 그러나 문체 때문에 나는 그 똑똑함도 한 발짝 늦게 느껴지고...
열심히 읽었는데 아직 450쪽....앞으로 250쪽이 더 남았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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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5-19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ㅎ 근데 좀 많이 길더라고요. 재미는 마션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짧기도 하고?

그렇게혜윰 2026-05-19 21:14   좋아요 0 | URL
읽은 사람은 다 재밌다고 ㅋㅋㅋ 이걸 더 좋게 평가하는 분들이 많던데요? 영화를 봐야겠다는 의지로 읽고 있어요!

건수하 2026-05-20 13:19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이게 더 재밌었는데.. 너무 길어서요. 다른 사람한테 권할 땐 마션을 권할 것 같아요 ㅋㅋ
 
기억으로 가는 길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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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자미 드 레모! 라는 인사말로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이 책은 지난 1월 프랑스문학 출판사 레모에서 모집한 북클럽에서 내가 고른 첫번째 책이다. 그러니까 나는 1월부터 지금까지 다른 책들을 고르는 것도 미루고 이 책도 읽다 덮다 반복하다 4개월을 끌어왔다는 말이다. 이것은 책의 잘못이 아니고, 순전히 나의 문제이다. 올해는 유난히 책을 읽는 속도도 양도 예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데, 그것이 바쁜 탓인지 게으른 탓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올해는 그럴 모양이다.....하지만, 잊을만 하면 보내주는 레모 출판사의 대표이자 이 책의 번역가인 윤석헌 대표의 메일이 쌓여갈수록 이 책은 내 마음에서 점점 떠올라 드디어 이 달 초에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사실 내용도 두께도 읽기에 어려운 책은 아니라 집중만 하면 앉은 자리에서도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몇 번을 되돌려 다시 읽기 시작하여 이제야 겨우 다 읽었다. 그런 덕분인지 이 책이 주는 여운만큼은 길게 남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게으르게 읽는 것도 독서의 괜찮은 한 방법이 아닐까? 지금 읽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역시 앞부분을 몇 번을 갔다오는지....


파트릭 모디아노는 널리 알려지다시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고, 나 역시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할 무렵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샀던 기억이 있다. 읽었을 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그냥 산 것까지만 인정하자. 이 책 [기억으로 가는 길]은 노년이 된 작가 보스망스가 슈브뢰즈라는 지명을 듣고 떠오른 50년 전의 기억으로 시작한다.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카미유, 마르틴 헤이워드의 안내로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나고 그 무리들을 통해 그보다 15년 전인 유년의 기억까지 끌어올리게 되는 오로지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목 참 솔직하다. 


이 소설은 작은 디테일들이(작다고 하기엔 사건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범상치 않지만) 불러오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년 시절에 보았던 어떤 장면,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아 잊고 지냈던 어떤 기억에 대한.  만약 보스망스가 유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때에 앞서 말한 무리들(책에서는 '얼간이들'이라고 표현한다.)을 만나지 않았다면, 유년의 기억은 그저 내면 깊숙이 자리할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그 무리들 중 한 사람을 스치지 않았다면, 또 그로부터 15년 후 오퇴유를 가 보지 않았다면, 또 지금 대화 중에 슈브뢰즈를 거론하지 않았다면 기억은 드러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이지만 반복되는 되새김질에 우리의 기억은 망각이라는 거대한 담요를 걷어내고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다 결국은 한 순간 모든 것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좀 무섭기도 하다. 


근래 들어 자주 생각하기를, 나는 여기저기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많아서 뇌가 알아서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어떤 대상에 대해서는 기억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것에는 굉장히 세세하게 기억을 하여 주변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전혀 기억을 못해서 나만 단둘이 만나는 망각의 신이 따로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 무려 65년 전의 기억이라니, 내 기준에서는 가능한 이야기같지 않은데 그런 이야기도 불현듯 끌어내는 매개가 있다면 모조리 끌려나올 수 있다는 것일까? 다시 생각해봐도 무섭다.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뭐였더라?


학교 다닐 때 교과 내용을 엄청 열심히 듣는 아이는 아니었지만(주로 자느라) 신독이나 평상심이나 전진교 같이 꽂히는 개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다. 듣자마자 내적 친밀감을 느꼈는데, 그 이후론 망각이라는 말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이라는 곡을 무한 반복 청취한 적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망각하고 있었던 그 망각이란 녀석이 생각났다. 망각의 깊은 늪에서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오는 기억, 그 기억에 디테일(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이 더해지면서 실체가 드러나는데 그 과정이 비록 유쾌하지 않아도 시작된 후에는 다시 망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마지막엔 싫든 좋든 복원된 기억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다면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도 같다.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기억이라는 실체 없는 존재가 인생의 한 고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아, 나에게 만약 그런 기억이 있다면 아무 것에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고 복원되지 말기를, 기억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싹 지워버리고 싶다. '나를 잊지 말아요.'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예전부터 기억되기 보단 기억되지 않기를 원했기에 보스망스가 보물을 찾았건 못 찾았건 상관없이 난 그가 전혀 부럽지 않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기억'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천착해온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의 소설도 좋지만, 대놓고 [기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이 소설을 파트릭모디아노의 첫 소설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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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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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 "네가 시골 살아서 그렇지 서울 살았으면 맨날 너 잡으러 다녔을 거다."라고 하셨는데, 살면 살수록 그 말이 내게 딱 맞다. 강력한 덕질 유전자를 보유한 지라 어디에든 빠지지 않으면 삶이 재미가 없다. 그렇게 중드에, 책에, 배구에, 야구에 빠지더니 지금은 쇼핑라방에 빠졌다. 빠지는 곳이 여럿이면 자연 한두 군데에는 소홀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쇼핑라방과 중드에 좀더 치중한 삶을 살다보니 자연 책에 소홀하다. 올해 읽은 책이 30권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책에 관한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티가 난다. 하지만 사람이 늘 같은 모양으로 살면 무슨 재민가, 올해는 이런 모습으로 살기로 한다. 내가 원래 정신승리 영재다.


그렇다고 책을 멀리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독서량이 반토막이 났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평균치에는 훨씬 웃돌고, 독서모임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다이어리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독서하는 습관은 여전하다. 다만, 그것에 대하여 묵히고 글로 푸는 일이 멈췄을 뿐이다. 그것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오늘은 이언 맥큐언의 [속죄]에 대해 쓰고자 한다.


매달 만나는 독서 모임에서 아주 감사하게도 우리집 책장 파먹기를 주제로 책을 선정하여 모임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달엔 밀란 쿤데라 책이 많다고 하자고 제안했는데 하필이면 없는 [농담]을 골라 당황했지만, 이달엔 이언 맥큐언의 [속죄], 다음달 엔 필립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책장 확인 후 선정했다. 현재 판매 중인 [속죄]는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가진 책은 초판 17쇄본으로 2014년에 구매한 후 10년이 넘게 책기둥만 바래졌을 뿐 이번에 처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면서도 책기둥이 허얘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책장에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게 갸륵했다.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1부를 읽으면서, 나는 모든 인물에게 세심함을 발휘하는 작가를 느꼈다. 아마 읽는 나이에 따라 공감이 더 되고 덜 되는 정도가 다를 것 같은 건 읽는 사람의 사정일 뿐 작가는 모든 인물의 사정을 다 보듬어 지면을 할애했다. 브리오니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글쓰기'에 대해 서술한 많은 문장들을 읽으며 이언 맥큐언 자신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가지는 애정과 책무에 대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버지니아의 [파도]를 언급한 부분에서 이런 나의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의 작곡가가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쓸 수 없듯이 현대의 소설가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토대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지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생각과 인식 그리고 마음이었다. ---(중략)---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세 번이나 읽은 그녀는 인간 본성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종류의 소설만이 그 변화의 본질을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 흐름을 읽어낼 수 잇따면, 그리고 그 흐름을 균형 잡힌 구도 속에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학사에 길이 빛날 없적이 될 것이다. (394쪽)


이 소설의 화자인 브리오니는 자신이 철없이 저지른 막대한 죄를 속죄하기 위해 이야기를 새로 짓는다. 하지만 속죄가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속죄하기 위해 노력한 브리오니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당연하지만 많이 잊고 사는 사실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속죄를 한다며 결국은 자기 마음 편하자는 행동을 하고는 한다. 애시당초 속죄는 가능하지 않은데,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로 속죄의 시늉만 하려고 한다. 브리오니는 어떠한가? 그녀 역시 언니 세실리아와 연인 로비의 인생을 구덩이에 몰아넣은 죄를 글의 형식을 빌려 속죄의 시늉만 한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50여 년을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브리오니의 태도만큼은 시늉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녀의 속죄 노력에 대해서는 폄훼하지 못하겠다. 악마같았던 소녀 시절이었지만 그 꼬마 악마를 그냥 두고 본 어른 악마들에 비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브리오니 만큼은 커녕 발끝도 못 따라갔을 것이다.


소설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일단 그렇게 쓸 수 있다. 음악가는 음악가대로 화가는 화가대로, 가수는 가수대로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만약 속죄의 노력을 해야한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을까? 나 역시 글일 지도 모르겠지만 브리오니만큼 솔직하게는 어려울 것 같다. 문득, 에세이를 투고할 때 받은 피드백이 떠오른다. 에세이는 자기 이야기가 더 드러나야한다는 말. 아마 대단한 작가들은 그 과정을 한 번은 거쳐야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터이고 이언 맥큐언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건 그 역시 그 과정을 분명 겪었을 거라 짐작하게 한다.


[속죄]는 속죄의 가능 여부부터, 작가의 소명,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서처럼 아픈 시대 안에서 더 처참해지는 개인의 운명까지 느끼게 했다. 영화 <어톤먼트>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모임의 구성원들이 모두 영화도 영화대로 좋다는 평가에 도리어 잠시 미뤄두게 된다. 이렇게 글을 뱉고 좀더 소설을 내 안에서 묵힌 다음에 영화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의 죄를 지니고 산 브리오니와 마음의 죄를 무시하고 산 롤라와 폴, 누구의 삶이 더 행복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롤라와 폴일 것이다. 나도 아마 그들처럼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브리오니는 이언 맥큐언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그들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되돌리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소설가라는 것, 그들이 쓴 소설이 이토록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깨닫는다.

책을 읽으며 초반에 인물 관계도를 그려달라고 AI에게 부탁했다. 초반에 그린 것이라 추후에 추가된 관계에 대해서는 표현되지 않았으나, 도리어 그것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에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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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4-2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죄는 두번 읽었는데 좋았어요.
농담도 공산주의자도 다 좋은 책이네요.^^

그렇게혜윰 2026-05-10 22:48   좋아요 1 | URL
오늘 독서 모임 날짜 잊고 공산주의자 못 읽고 못 나갔어요 ㅋㅋㅋ 그런데 모이신 분들이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다음달에도 필립로스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미국3부작 다 읽고 가려고용!

단발머리 2026-05-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리에 그림까지 더해진 독서 노트라니요~~ 너무 멋진 것입니다!!

그렇게혜윰 2026-05-10 22:48   좋아요 0 | URL
에이아이를 요렇게 이용하는 건 괜찮은 거 같아요
 

알라디너 분 중 이 책들 모두 다 읽기 전이신 분께 제가 택배 보내드릴게요. 착불 아님.

단, 스티커 밑줄 안 떼고 그냥 갑니다....
사진별로 1분씩 해도 좋고 한 분이 다 하셔도 좋고 원하시는 책만 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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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윰님 멋잔 책 나눔 박수로 응원합니다.짝짝짝~~~~

그렇게혜윰 2026-01-04 13:56   좋아요 0 | URL
참여도 하셔야죠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