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과를 학점은행제로 이수 중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수업이지만 어제의 한 수업은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여 영화를 좀 보았다. 너무 긴 다큐멘터리라 미처 다 보진 못했지만 영화는 무척 인상깊었다. 초반엔 졸음을 이기지 못한 구간도 있었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몰입하며 메모까지 하게 되었으며, 문득 도서관이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 생각의 결과물 중 하나가 이 페이퍼이다.
1.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3시간 반에 가까운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과연 문헌정보학과 관련이 없는 사람도 흥미로울까 싶을 정도로 뉴욕라이브러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래 바로, <도서관에 간 사자>에 등장하는 사자가 등장하는 도서관 말이다!
영화는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도서관과 비슷하구나 여기다가도 분관에서 진행되는 아이들의 기초 학습 교육, 정보 서비스, 일반 시민의 강연과 자작시 낭송, 취업 박람회 등을 꽤 긴 호흡으로 보자니 우리의 도서관 다른 점이 많이 보였다. 저자 강연이나 공연, 독서 모임 등은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도 흔히 보는 프로그램들이지만 취업 알선부터 이민자 교육 등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낯설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보다 훨씬 많은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어 놀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서관이 뉴욕시의 많은 정책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었다. 시는 공공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서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그들의 의견과 협조를 구한다. 이런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해서 미국에서 도서관의 위상에 대해 낯설고도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저소득층을 위해 생활 지원 정보를 하고 장애인 및 이민자 교육을 담당하는 것을 보면서는 그들의 위상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다. 저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나 유럽과 달리 미국의 도서관은 공적 자금 외에 민간 자금으로도 운영되기에 더 능동적일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의 모습이 틀렸다기 보다는 언젠가 우리도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수업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뉴욕 도서관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어도 좋을 것 같아 <뉴욕 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을 추가했다. 영화에서도 특정 가문에 대한 질문을 도서관에서 하고 그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정보를 서비스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과연 저 질문이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2. <러브레터>
나에게 도서관 영화는 곧 <러브레터>였다. 20대 초반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렸던 이 영화는 대출기록카드의 낭만적 기능을 보여준다. 얼마 전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나카야마 미호가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소식에 좀더 애틋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40대에 본 영화는 그때의 감정과는 다른(몰입 보단 흐뭇함?) 감정으로 보게 되었지만 도서관에 대해서만큼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개인정보가 낭만보다 중요한 시대이다보니 더이상 이런 류의 로맨틱 서사는 사라질 터이니 더더욱 귀한 영화가 되었다. 도서대출카드 안녕, 손편지 안녕~ 미래의 도서관 로맨스는 어떻게 그려질까? 정보봉사봇과의 로맨스는 아니길....도서관 버전의 <Her>.... 근데 이 영화 보고 깊이 몰입한 1인....
3. <장미의 이름>
사 놓은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읽지 못한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수도원이 도서관의 기능을 하던 때,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나는 말할 능력이 없으니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서도 말할 수가 없다. 다만, 숀 코너리라는 대단한 배우가 등장하니 더욱 기대된다고 할 수 밖에. 올해는 이 책을 꼭 읽고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나저나 알라딘에 한글 자막 버전은 이미지가 없어서 삽입하지 못했다.
4. <베를린 천사의 시>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이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보고 나서는 그 마음을 잘 알 것 같았다. 흑백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한 장면 중에 천사들이 베를린 주립 도서관에서 인간들의 내면을 곁에서 듣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 분량 면에서 도서관 등장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이 페이퍼에 꼭 넣고 싶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공간이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문헌정보학스러운 편협함일까? 아무튼 나는 그렇다고! 빔 벤더스 감독의 에세이가 있다고 하니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문헌정보학을 배우며 도서관에 대해서 사서에 대해서 이용객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이전에도 나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고 사랑했으나 지금은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달까?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사서가 아니라, 지식의 보관소였던 수도원, 천사들이 사랑하는 장소, 낭만이 숨쉬던 장소, 지역의 허브로서의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이 뭔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미래에 내가 이 사랑스러운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치다 다쓰루처럼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도 싶지만 그건 차라리 이용객의 입장에서 더 그럴 것 같다. 사서의 입장에서는 <날마다, 도서관>으로 오세요! 라고 해야 하겠지? 도서관을 생각하니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책을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