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 다른 방 트루먼 커포티 선집 1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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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즈음엔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의 책을 우르르 사들였다. 그중 한 사람이 트루먼 카포티인데, 내가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인 콜드 블러드]로 지금은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해 수없이 감탄을 했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뭔가 시니컬하고 독특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가 오드리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썼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소설도 읽어보고 영화도 다시 봤는데, 영화와 소설은 결이 달랐고 어쩌면 작가는 이 영화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 그 느낌은 아니지. 그리고 나서 시공사에서 당시 출간된 책들을 사뒀었는데 그중 한 권이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이다. 그후로 또 다른 작가가 땡겨 그 작가를 읽었던지 남은 책들은 빛만 바래져 책장에서 10년도 넘게 자리만 차지했다 이번에 내 책장을 파먹어주는 북클럽 멤버들 덕분에 읽게 되었다. 


초반에 읽을 때에는 트루먼 카포티의 수식어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문장'이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것 외에는 [인 콜드 블러드] 만큼은 딱히 매력을 못 느끼며 읽었다. 아마 모호함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갈수록 그 모호함은 도가 지나쳐 삶과 죽음을 오가기까지 하는데, 곱씹을수록 그러한 단계들이 상징하는 바들이 추가되니 결국에는 역시나 이번에도 작가에게 감탄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트루먼 카포티가 1940년대에 젊은 나이로 인기를 쓴 소설가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요즘 쓴 소설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문체에 독자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유동적일 표현들이 놀라웠다. 살아있을 때 부를 얻은 흔치 않은 소설가라더니, 좀 부럽구만. 


[작가란 무엇인가3]에는 트루먼 카포티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거기서 만난 트루먼 카포티는 굉장히 쾌활해 보였다. 역시 스타성이 있는 작가였어! 인터뷰에는 작가의 쾌활함 뿐만 아니라 놀라운 내용이 있었다. 바로 이 소설은 자전소설이 아니라는 말! 첫 장편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조엘의 처지가 어린 날 트루먼 카포티의 환경과 비슷해 당연히 자전적일 거라 생각했고 해설에도 그렇게 쓰인 듯 했는데 인터뷰에서 그는 그것을 부인했다. 오히려 [풀잎 하프]가 자전적이라고 했다. 다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하나? 하지만 자전적이든 픽션이든 그런 것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으니 차라리 다른 작품을 읽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소설을 남부고딕소설로 분류한다던데, 나는 그런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느낌보다는 열세 살 소년의 성장소설로만 읽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떠돌다가 알게 된 아버지의 거취,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조엘의 성장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실망한 후, 아버지의 대체자로서 랜돌프를 받아들이며 종국에는 성장을 이뤄내는 흐름으로 읽었다. 그 과정에서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동원해 다른 목소리와 다른 방을 경험하며 강해지고 성장하는 조엘의 모습이 괜히 기특했다. 음침한 면이 있어 혹시 애가 잘못되면 어쩌나 내심 염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도대체, 얘를 왜 부른거야?' 의문이 들었다. 조엘의 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산송장같은 그를 돌본다고 해도 감추고 싶을 것 같은데, 속죄하듯 조엘을 부른 랜돌프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독서모임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조엘이 아버지의 역할을 랜돌프에게 기대했듯, 랜돌프 역시 조엘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우발적으로 조엘의 아버지인 샌섬씨를 총으로 쏘기 전까지 랜돌프는 이런저런 혼란을 많이 겪었던 사람이었고, 그러한 경험이 그에겐 또 하나의 성장이었을 터, 그것을 조엘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현실과 상상 그 어디쯤에서 조엘은 랜돌프를 따라 누군가가 지키는 다른 목소리, 다른 방에 들어가고 죽었다 살아나며 비로소 아버지도 랜돌프도 다 떨어내고 조엘 그 자신으로 서게 되었다. 다른 인물들이 경험한 죽음들을 통해서도 성장의 모습이 엿보여, 어쩌면 성장이란 하나의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누군가의 삶을 함께 경험하면서 다른 목소리와 다른 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다 읽고 나서도,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뭔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모호함은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소설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읽을 때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 언제나 남아 있는 것. 모임원들은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지만 트루먼 카포티를 읽었다고 말하려면 그래도 한 작품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닌가? 난 세 작품 읽었는데 여전히 트루먼 카포티를 읽었다고 말하기에 괜히 양심이 찔린다. 그게 트루먼 카포티의 매력이던가? 그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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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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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책 중 가장 흥미롭다.
마거릿 애트우드 노벨상 주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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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6-29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대 찬성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6-2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찬성!! 찬성!!!
 

도서전에서 산 책

예전만큼 구매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1. 타이피스트에서 김이듬 시인에게 싸인을 받고 시집을 한 권 추천받았다. 덤덤하게 쓰는 시가 본인은 맘에 든다시며.

2. 청미출판사에서 요즘 유대인이 주인공인 책 읽고 있으며 프리모 레비 책 좋아한다고 하니 추천해주셨다.

3. 레모출판사에서는 조르주페렉의 책을 샀는데 유명해서 읽은 것 같지만 안 읽은 작가이다.

4. 까치글방에서 키캡에 낚여 들어가 사온 책은 표지도 제목도 맘에 든다.

딱 이만큼 사고 왠만한 굿즈 쪽은 쳐다도 안 봤다. 굿즈를 보려면 인파응 헤쳐야 했기에. 줄 서서 구매해야 하는 부스도 가지 않았다. 그 책들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나 아니어도 사 줄 사람이 저렇게나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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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6-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사셨네요. 전 두 권 (선물) 사고 한 권 선물받아옴 ^^

그렇게혜윰 2026-06-28 17:09   좋아요 1 | URL
예전에 비하면 ㅋ

카스피 2026-06-2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안좋아진후부터 도서전은 아예 쳐나보지도 않아요 ㅜ.ㅜ

그렇게혜윰 2026-06-28 17:08   좋아요 0 | URL
눈만 문제가 아니에요. 허리가 아파요 ㅎㅎㅎ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타이피스트 시인선 7
김이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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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전 가려고 나서는 길인데 잘 가는 건가 모르겠다.
가? 말?

아침부터 전복 손질하느라 정신없이 나오느라 김이듬시인 사인회 노려보고 시집 하나 딸랑 챙겨 나왔다. 타이피스트 들러야지!

레모 북클럽이니 레모출판사 부스도 들러야지!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청미도 들러야지!

대형 출판사는 그냥 안 들러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마실 삼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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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책장소들

지난 수요일 과감하게(?) 반차를 쓰고 책장소1인 숲속도서관에 다녀왔다. 아 이 별것없는 루트라니! 그러나 내겐 너무 소중하고 짧은 시간. 아직 덜 읽은 휴먼스테인을 반납 후 다시 빌렸다. 21일이 독서모임이라 책이 필요하기도 해서 1,2권 모두 빌렸다. 휴먼스테인은 백인의 삶을 산 흑인의 이야기인데 이는 전문 영어로 패싱이라고 한단다. 그 이야기는 필립 로스보다 먼저 넬라 라슨이 썼다고 해서 간 김에 패싱도 빌려왔다. 다행이 소설은 짧았다. 얼른 휴먼스테인 읽고 패싱까지 읽고 가서 이쁨받아야지 ㅎㅎㅎㅎ 휴먼스테인 영화까지 가능할까? 안소니 홉킵스에 니콜키드만이라니. 휴먼스테인을 읽다가 델핀 루가 구인광고한 이미지를 챗지피티에게 그려달라고 했었다. 추가 프롬프트는 70대 그리고 전신상으로. 안소니홉킨스랑은 헤어스타일부터 다르구만 ㅋ

이런저런 책을 더 빌리고 좋아하는 자리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책장소2인 동네서점1로 갔다. 그곳은 고등학교 앞에 위치한 문구점 겸 서점이지만 몇 년전부터 내겐 동네서점책대출 장소 역할을 한다. 다만 학교 앞 서점이라 5시에 문 닫는 게 아쉽다. 그래도 온 가족 50권의 매출을 담당하는 우리 가족과 내적 친밀함을 유지하는 곳이라 내겐 소중한 책장소이다. 사장님께도 우리 가족이 소중하시겠지?^^ 그곳에서 오늘도 책 한 권을 빌려왔다. 살까 하기도 했지만 빌린 책을 먼저 읽는 특성상 빨리 읽으려면 대출을 먼저! 이날 빌린 14일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기획한 책이라니 기대 만발이다! 다른 작가들 이름은 내겐 낯설다. 채플린이라는 서점 이름처럼 늘 단정한 옷차림의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자전거를 몰고 책장소3인 동네서점2에 갔다.

마침 사장님은 근처 학교에서 하교한 따님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계셨고 딸이 없는 나는 조금 부러웠다. 따님을 보내고 사장님은 김금희 작가가 운영하는 페퍼로니북클럽의 꾸러미를 건네주셨다. 아직 남종영 작가의 다정한 거인을 미처 다 못 읽어서 책이 들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연재물들만 들어있었다. 잠깐 얘기하자면 다정한 거인은 고래에 대한 책으로 학술적 내용인데도 술술 잘 읽힌다. 고래에 없던 관심도 생기는 중이다. 서점에 왔으니 책을 사야지, 하던 차에 레모의 책택배를 끌러 진열하시길래 한 권 추천 받았다. 필립 로스 소설에서 이어진 유대인과 관련된 책을 요구했더니 개와 늑대를 추천해주셔서 사기로 했다. 인증샷을 찍고 인스타에 올리니 레모출판사에서 퍼갔고 마침 레자미드레모 북클럽 메일이 왔길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번 도서전은 사전예매에 지쳐 안 갈란다 했더니 모바일 티켓을 한 장 선물해주셨다. 레모 부스는 꼭 가야지! 서점에서는 그 앞전 내 책장소들이었던 서울시민대학의 두번의 북토크 이야기를 했다. 김민철 작가와 남형석 작가 그리고 아운트의 이야기. 강동구에서 아운트 서점이 생겼을 땐 방문의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갔었는데 이젠 더 가까운 서점이 생겨 이런 행사에만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아운트는 영향력이 커졌으니 나 한 사람쯤 더 작은 서점에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근래의 책장소들을 모아보니 그래도 책과 가까운 삶을 산 듯 하다. 비록 어제는 퇴근 후에 고척까지 가느라, 고척에 가면서도 서울아트책보고를 못들렀지만 말이다. 간신히 7위에 올라선(?) 롯데, 칭찬하마 ㅋㅋㅋㅋ

다음주 책장소는 도서전이 될 것인데 아직 언제 갈지 정하지 못했다. 혼자 가고 싶은 마음 반, 같이 가고 싶은 마음도 반이다. 결정 참 못해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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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6-20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십니다. 패싱은 영화로도 나왔어요~

그렇게혜윰 2026-06-20 13:23   좋아요 0 | URL
패싱도요? 숙제가 점점 늘어남 ㅋㅋ

그렇게혜윰 2026-06-23 23:32   좋아요 1 | URL
패싱 영화 넘 좋은데요?

건수하 2026-06-23 23:37   좋아요 0 | URL
전 영화가 약간 더 좋더라고요 :)

그렇게혜윰 2026-06-23 23:3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저도 좀 ㅋㅋㅋㅋ 아름답습디다.

단발머리 2026-06-2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놀란 포인트가 여럿인데요~~

자전거를 타고... 에서 한 번 놀라고, 온 가족 50권 대출에서 한 번 더 놀라고요. 고척에서 다시 한 번ㅋㅋㅋㅋㅋ화룡점정은 네일아트~~ 너무 이뻐요, 그렇게혜윰님!!

그렇게혜윰 2026-06-20 13:24   좋아요 0 | URL
고3 학부모가 되면서 사치가 늘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동네서점책대출 개인당 10권인데 예산부족하면 다 못하기도 하지만 저희는 10월 전에 다 채워요 ㅋㅋㅋ 50권째 반납할 때 사장님 90도 인사해주심요 ㅋㅋ

카스피 2026-06-2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속도서관이라니 이릉이 넘 멋지네요.이름 그래도 숲속 깊숙히 있는 운치있는 도서관일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한번 가보고 싶은데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궁금해 지네요^^

그렇게혜윰 2026-06-23 23:30   좋아요 0 | URL
동네에 동산이 있는데 그 끝자락에 있어요. 도서관 전문 건축가가 설계해서 예쁘고 자연과 잘 어울러져서 좋아합니다^^ 강동숲속도서관이에요.

그렇게혜윰 2026-06-23 23:31   좋아요 0 | URL
도심지에 있어요. 양원숲속도서관이 좀더 숲에 가깝게 있고요. 둘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