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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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쯤 전에 로맹 가리와 찰스 부코스키의 말년 에세이를 읽었다. 위대한 소설가 답게 그들의 에세이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주옥같은 표현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제 다시 말년의 에세이를 읽었다. 올리버색스의 [고맙습니다]가 그것인데 사실 나는 올리버색스가 누군지 몰랐다. 책등과 표지의 모자가 이름과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정도였지 그가 의사일 줄이야...난 당연히 소설가인 줄 알았다. 아마 저 책의 디자인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 책의 위의 두 소설가들의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주옥같은 표현은 거의 없고 우울함이나 예술가 특유의 기질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편안하고 건강하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책이 웰다잉에는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나는 이런 책들에 끌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불쑥 들면서 왠지 스산해져서 당분간은 좀 미래지향적인 책을 읽어봐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역자의 말처럼 올리버 색스를 좋아했던 독자들은 그의 책 끝에 이 얇은(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얇은 책이다) 책을 배치하면 될 것이요, 나처럼 처음 그의 글을 읽는 사람은 그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될 책이다. 더구나 요즘 내가 뇌와 신경에 대해 관심이 많으므로 그의 책 한 권을 더 읽어보기로 했다.

 

며칠 전 지인의 아버님이 간암으로 위독하시다며 지인이 눈물 짓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프다며....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웰다잉이 있긴 한걸까? 그건 어쩌면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만 Well한 것은 아닐까? 죽음의 막바지에선 누구나 생에 미련이 남지 않을까? 그럴 바엔 갑자기 죽는 게 낫지는 않을까? 모르겠다. 죽는다는 것을 생각할 나이가 벌써 된 걸까? 젊을 땐 사실 죽음이 썩 두렵진 않았다. 현실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가진 게 별로 없어서 미련이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생각하면 무엇보다 내 아이들이 걸리니까. 그 아이들에게 미련을 두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삶을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그게 아마 내가 말년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얻은 소소한 결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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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런걸요~ 벌써? 싶지만 ..역시 미래가 두렵고 걱정되서 그런지 ..자꾸 눈에 들어요!

그렇게혜윰 2016-09-08 09:28   좋아요 1 | URL
주변에서 죽음을 자주 보는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장소] 2016-09-08 10:24   좋아요 1 | URL
도처에 있는게 죽음이고 삶인데 ㅡ이상하죠!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걸보면 ...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
힐러리 멘텔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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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은 [작가의 책]에서 힐러리 맨틀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아주 여러 번. 그래서 언젠가 그 책에 추천된 [울프 홀]을 읽어봐야겠다고 메모를 해 둔 참이었다.

 

지난 달엔가 지지난 달엔가 도서관 신간 신청에 [혁명 극장]을 신청해 둔 참이다. 그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을 당시 나는 연체 중이라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는데 그 후로도 그 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즉, 나 말고는 달리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며칠 전 도서관 신간 서가에서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을 발견했다. 하지만 5권이 이미 꽉 찬 터라 그냥 눈도장만 찍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5권 중 한 권이 비었을 때 이 책을 이끌리 듯 빌려왔다. 힐러리 맨틀. [울프 홀]의 후속작.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울프 홀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혁명 극장]. 아~~ 내가 [혁명 극장]을 신청할 당시 도서관에서 작가를 검색해서 이 책도 같이 구입을 했구나. 그렇다면 [울프 홀]은? 없었다. 절판인지 품절인지에 걸렸던데 그래서 구입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살짝 망설였다. 순서에 어긋나게 읽어도 될까? 하는 고민 때문에. 그러나 곧. 여기서 덮으면 언제 읽을 지 몰라....읽기 시작!

 

한강 작가의 맨 부커 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맨 부커 상?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과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이 맨 부카 상 수상작이라고 했는데? 대단하구나! 연작을 모두 수상하다니!! 그렇게 읽어나간 책이다. 그러나 제목은 그냥 두지 그랬니...하는 아쉬움은 여기에나마 토로하며...

 

맨 부커 상....이런 느낌이구나. 굉장히 궁금했던 시기의 영국 이야기이다. 자칫 치정극으로 전개되기 쉬운 소재이다. 그런데 매우 담백했고 날카로웠다. 주인공이 헨리8세도 아니고 앤 불린도 아닌 토마스 크롬웰이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의 성격이 이토록 냉정한가, 에 대해서는 내 아는 바가 없어 평가를 할 수가 없으나 문장과 문맥에 흐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맨 부커 상과 무관하게 후속작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읽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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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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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ㅠㅠ 긴 글 날렸다 ㅠㅠ 다시 짧게 ㅠㅠ

 

민음한국사]를 읽을 때 무척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잘 만든 느낌'이었다. 반면 이 책은 '친숙한 느낌'이 많이 든다. 아마 TV에서 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만 그것을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잘 추스린 덕분이기도 하다.

 

내용은 이미 [민음 한국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기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진행자와 전문가 패널, 비전문가 패널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과정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도 한 겹 더해진다. 가령 정도전은 2인자가 아니라 1인자는 아니었을까? 2인자에게 뒤통수맞은? 그런 생각들.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조선의 일본통 이예라는 분을 그전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꽤나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는 것, 황희 정승의 삶이 굴곡졌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 정도.

 

"백성들이 좋지 않다면 행할 수 없다"는 세종의 말과 행동을 보면 요즘 '진실한 사람'의 뜻이 많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들은 누가 좋은 행동을 하는 거니??? 며칠 전 공관위를 공갈위로 잘못 들었는데 맥락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서 혼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요즘 오락 프로 대신 시사 프로 보는데 참 웃기다. 나 웃길 생각에 개그 회의 하지 마시고 역사책을 읽으시라 권하고 싶다, 국정 말고.

 

 

125

그날을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 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을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뒤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 안도현 [잡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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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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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갓난 아이와 겨우내 집에서 지냈던 나는 어서 어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계절이란 선거철과 비선거철로 나뉘는 듯 그들의 감정소모만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번엔 마치 대단한 세대교체를 이룰 것으로 시끄럽지만 교체된 인물이 얼마나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일지는 그리 기대치가 높지 않다.

 

마리우스가 유구르타를 잡으러 아프리카에 가는 동안 게르만족에게 대패한 로마는 큰 혼란에 빠졌고 그동안 '진정한 로마인'이라고 권력을 장악한 귀족들은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쳤다. 이 어려운 시기를 타개해 줄 영웅이라곤 오직 가이우스 마리우스만이 있을 뿐이지만 그는, 그는 '진정한 로마인'이 아니기에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혁혁한 공들 덕분에 그는 그 꼿꼿했던 로마의 법까지도 바꾸어 가며 또다시 집정관이 된다. 두번째 집정관이 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로마의 귀족과 평민 모두의 의견이 합해진 결과였고 그조차도 자신이 집정관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가장 이상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권력욕과 지도력이 있는 사람에게 국민이 원하여 권력을 주는 것, 우리 현실에선 가능할까? 말뿐이었던 상향식 공천은 그 말조차도 꺼내기 부끄러운지 오래이고 권력욕만 있되 지도력을 보여준 적 없는 정치인들은 그저 공천을 받기 위해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한 줄서기를 할 뿐이지 않는가.

 

"로마가 로마로, 심지어 현재의 로마 그대로라도 남으려면 모든 인민에게 투자해야만 합니다."(23쪽)라는 철학을 가진 마리우스의 주장은 당시로선 개혁을 넘어 혁명적인 주장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그 스스로 증명했다. '진정한 로마인'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전멸했고 최하층민 병사로 구성된 자신의 군대는 대승을 거둔 것이다. 두번째 집정관이 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증명한 결과이다. 비록 그것이 로마 귀족들의 반발이 있었을지라도 뚫어낼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진 영웅이 난세 로마에는 있었고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이다. 아니면 아직은 난세가 아니던가.

 

책을 읽으며 요즘 우리 나라로 치면 중도 보수로 볼 수 있을 루푸스에 대해 호감이 느껴졌다. 그는 '진정한 로마인'에 속하지만 그러하기에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로마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로마의 영웅 라이나스 이야기를 마리우스에게 들려준 것이나 마리우스의 두번째 집정관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로마 통치 방식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을 표현하는 것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저 자신의 권력이 빼앗기는 것이 아쉬워 "우리가 아는 로마는 죽어가고 있소!(335쪽)"라고 우는 소리만 하는 누미디쿠스에 비하면 훨씬 성숙한 태도이므로.

 

세대 교체이든 정권 교체이든 어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하다. 그렇게 진통을 겪으며 로마는 변화했고, 우리는 내도록 진통만 앓고 있다. 로마의 변화는 진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구태의연한 정치권은 '대한민국 그대로라도' 남겨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꾸만 퇴화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칼바람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 칼 조차도 무디다고 느끼거나 칼바람이 분들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시선을 느끼는 자만이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권에서 자기 자신마저 구태의연하다고 표현한 마리우스의 말이 자꾸만 남아있다.

 

 

1권 리뷰는 http://blog.aladin.co.kr/tiel93/8269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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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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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으로도 이 시집은 슬픔을, 죽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게 그런 경험이 없다면 젊은 시인의 시집이라는 이 시집을 좀더 쉽게 열어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전 그런 경험이 있기에 이런 제목의 시집을 더구나 저보다도 훨씬 어리다는 남자 시인의 시집을 열어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인들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은 읽지도 사지도 않았었지요.

 

그러다가 자주 가던 낭송회에서 박준 시인이 호스트로 나오게 되어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고, 통통하고 정겨운 외모의 그는 이 시집과 당최 어울리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시를 듣자마자 이건 진짜구나! 싶은 마음에 그렇게 그 낭송회를 다녀와서야 시집을 읽어봤습니다.

 

미인이니 죽음이니 하는 오래된 낱말들이 시로 만들어질 때 우리는 더이상 새로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준시인의 미인과 죽음을 만났을 때 최소한 저는 새로운 반응을 하였습니다. 웃자고 얘기하자면, 이 시집을 읽고 '이제부터 미인은 박준꺼!'라고 했습니다. 오래전 김경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이제부터 시차는 김경주꺼!'그랬듯이 말이지요. 그만큼 '미인'이라는 말은 박준시인의 시를 통과하면서 기존에 갖던 미인의 이미지를 전복했습니다. 미인은 아름답기보다는 슬프고 그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미인이 있습니다. 벌써 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겐 아프고 슬프고 그립고 미안한 이가 있습니다. 최근에야 꿈을 꾸지 않지만 저 역시 꿈 속에서 미인을 만납니다. 미인은 꿈속에서 더 곱습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면 솔직히 힘든 마음이 들어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십 년쯤 흐른 뒤에서야 사람들에게 미인의 이야기를 꺼내놓곤 합니다. 슬픔을 자랑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것은 꺼려집니다. 내가 왠지 미인을 이용하는 것 같아 슬픔은 그저 내가 감내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인이 미인을 이토록 시집 한 권에 가득히 담아놓은 것을 보고나니 미인을 말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더 바꾸기로 했습니다. 보고싶어하고 추억하는 것,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것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대하기로 했습니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굳이 강조하는 것은 미안함 때문이겠지요...나만 너무 행복하면 안될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그리움을 가릴 수 없어 내가 아직 당신을 생각한다는 그 마음만은 말해도 되지 않느냐? 허락해 줄 수 있겠냐고 묻는 것 같습니다. 미인은 허락하겠지요? 그의 미인도 나의 미인도.

 

편견은 복면가왕에서만 던지는 것은 아니어야 하겠지요? 처음에 가졌던 시인의 나이와 시의 간극에 대하여 가졌던 편견은 이제 많이 사라졌습니다. 시인은 이제 결혼을 하였고 수줍게 농담을 던지던 젊은 남자의 모습과 좀더 어울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바라건대 다음 시집에서는 슬픔과 그리움과 미안함이 아닌 다른 것을 펼쳐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집에 대하여서는 편견에서 시작하여 호불호에 이르기까지 많은 감정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이 시집 자체는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서정시와 젊은시인의 난해한 시의 그 사이에서 매우 세련되게 자리잡은 위치가 특별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생각건대 표현의 세련됨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 적은 시들 외에 부분을 옮긴 시들도 적지 않아 몇 편을 추려 소개해 봅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나요?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아이와 카페를 찾았습니다. 혼자 올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남편에게 두 아이를 보게 하는 것은 양심상 그럴 수 없었는데 시를 옮기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동안 아이는 옆에서 만화책도 읽고 끄적거리기도 하고 연산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아이는 지루해하면서도 행복해합니다. 문득, 아이가 슬픔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면 그 시작이 시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진짜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대한 늦게 주고 싶은 것이니까요. 미인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미인의 마음을 알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그 사이에서 쉬는 시인의 숨소리가 저는 다만 좋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그리고 나의 슬픔을 미인이 허락하였으니 고운 자랑거리로 품고 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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