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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갓난 아이와 겨우내 집에서 지냈던 나는 어서 어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계절이란 선거철과 비선거철로 나뉘는 듯 그들의 감정소모만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번엔 마치 대단한 세대교체를 이룰 것으로 시끄럽지만 교체된 인물이 얼마나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일지는 그리 기대치가 높지 않다.
마리우스가 유구르타를 잡으러 아프리카에 가는 동안 게르만족에게 대패한 로마는 큰 혼란에 빠졌고 그동안 '진정한 로마인'이라고 권력을 장악한 귀족들은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쳤다. 이 어려운 시기를 타개해 줄 영웅이라곤 오직 가이우스 마리우스만이 있을 뿐이지만 그는, 그는 '진정한 로마인'이 아니기에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혁혁한 공들 덕분에 그는 그 꼿꼿했던 로마의 법까지도 바꾸어 가며 또다시 집정관이 된다. 두번째 집정관이 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로마의 귀족과 평민 모두의 의견이 합해진 결과였고 그조차도 자신이 집정관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가장 이상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권력욕과 지도력이 있는 사람에게 국민이 원하여 권력을 주는 것, 우리 현실에선 가능할까? 말뿐이었던 상향식 공천은 그 말조차도 꺼내기 부끄러운지 오래이고 권력욕만 있되 지도력을 보여준 적 없는 정치인들은 그저 공천을 받기 위해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한 줄서기를 할 뿐이지 않는가.
"로마가 로마로, 심지어 현재의 로마 그대로라도 남으려면 모든 인민에게 투자해야만 합니다."(23쪽)라는 철학을 가진 마리우스의 주장은 당시로선 개혁을 넘어 혁명적인 주장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그 스스로 증명했다. '진정한 로마인'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전멸했고 최하층민 병사로 구성된 자신의 군대는 대승을 거둔 것이다. 두번째 집정관이 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증명한 결과이다. 비록 그것이 로마 귀족들의 반발이 있었을지라도 뚫어낼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진 영웅이 난세 로마에는 있었고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이다. 아니면 아직은 난세가 아니던가.
책을 읽으며 요즘 우리 나라로 치면 중도 보수로 볼 수 있을 루푸스에 대해 호감이 느껴졌다. 그는 '진정한 로마인'에 속하지만 그러하기에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로마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로마의 영웅 라이나스 이야기를 마리우스에게 들려준 것이나 마리우스의 두번째 집정관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로마 통치 방식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을 표현하는 것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저 자신의 권력이 빼앗기는 것이 아쉬워 "우리가 아는 로마는 죽어가고 있소!(335쪽)"라고 우는 소리만 하는 누미디쿠스에 비하면 훨씬 성숙한 태도이므로.
세대 교체이든 정권 교체이든 어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진통이 필요하다. 그렇게 진통을 겪으며 로마는 변화했고, 우리는 내도록 진통만 앓고 있다. 로마의 변화는 진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구태의연한 정치권은 '대한민국 그대로라도' 남겨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꾸만 퇴화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향한 칼바람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 칼 조차도 무디다고 느끼거나 칼바람이 분들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시선을 느끼는 자만이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권에서 자기 자신마저 구태의연하다고 표현한 마리우스의 말이 자꾸만 남아있다.
1권 리뷰는 http://blog.aladin.co.kr/tiel93/8269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