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설민석 작가가 2권짜리 삼국지연의를 출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나는 그 책의 좀 전에 어린이책으로 중국 3대 고전 문학을 읽던 참이었는데 역시나 그 중 제일은 <삼국지>인지라 이참에 더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삼국지의 세계로 다시 들어갔다. 이번 독서 여행 이전의 삼국지는 고등학교 때 한 권 씩 사서 읽던 이문열의 삼국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 두 번 읽은 장정일의 삼국지가 있다. 두번 읽었다는 건 그만큼 이전의 책보다 나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해준 어린이책은 보림에서 출간된 중국3대고전 세트이다. 그럼 시동은 걸었으니 들어가 보자.
사실 <장정일 삼국지>를 한 번 더 읽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삼국지연의'에 물린 참이라 정사를 알고 싶어졌고 더 명확한 그림을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다음 삼국지 여행 책은 <삼국지 100년 도감>이다. 출판사에서 도감 시리즈를 내는 모양인데 이 책만 읽었지만 지도가 무척 많이 삽입되어 있고 모두 컬러판이라 기존에 글자로만 상상했던 막연한 대치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되었다. 특히 위촉오와 주변국의 위치 및 세력이 머릿속에 분명하게 입력이 된다는 점이 유용했고 상상도로 그려놓은 전쟁화와 진지 구축의 상황이 정세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작가가 소설과 정사를 비교하여 설명해주어 좀더 비판적인 관점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게 된 점이 의미가 있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이렇게 정사랑 비교해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아 삼국지를 읽는 데에도 트렌드가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동시에 전에 어쩌다 사둔 한 권으로 나온 연의를 읽었는데 나름 축약이 잘 되어 있어 함께 읽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삼국지 미니북>이라는 책인데 재정가 도서로 가격은 5000원이 조금 넘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정리를 하는 차원에서 읽기에도 좋고 처음 읽는 사람이 입문하는 과정으로도 좋다. 그림도 있어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읽어도 충분히 괜찮을 법 했다. 물론 현재 출간 히트 중인 <설민석의 삼국지>도 2권이지만 지도가 실려있고 문장이 쉬워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후딱 쉽게 읽는다는 주변 평이 있다.
이 책들을 읽고 나자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 그리고 역사의 삼국지들에 대한 경계가 어느 정도 섰기에 본격적으로 당시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책을 물색하다 예전에 1,2권만 읽었던 <이중톈 중국사>가 떠올라 그의 책을 읽기로 했다. 삼국지 강의로 할까 하다가 지난번 읽은 중국사 책의 흐름이 좋았었기에 그 책으로 정했다. 비교할 순 없지만 이번 선택도 무척 좋았다. 이중톈만의 거침없는 글도 좋았고(번역이 더 좋았나는 모르겠다만) 무엇보다 명료한 관점이 좋았다. 가령, 중국의 삼국시대는 우리가 이렇게 천 년 넘게 기억할 만큼 중요한 시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수 천 년 중국 역사 중에 포인트가 몇 번 있을 텐데 그 포인트에는 들기 어려운 시기임에 동의했다.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썼을 때에는 그 내용을 요구하는 사회였을 거라는 점, 그러므로 지금은 또다른 삼국지가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짚어준 점도 좋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관중의 삼국지를 다시 새롭게 보게 하는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나관중의 삼국지는 물론 재미와 의미가 있지만 그리고 사실에 많은 내용을 두고 썼기에 지금도 나는 그 내용을 좋아하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게 즐길 것이 분명한 게 또 그 이야기일 테니까.
설민석의 삼국지를 주변에서도 읽기 시작하길래 나도 읽어볼까 했다가 이젠 굳이 축약본을 더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엔 드라마로 보기로 했다. 2010년에 나온 중국 드라마 삼국지는 95부 대작이고 찾아보면 그보다 줄여진 한국어 더빙판도 있지만 원작으로 보기로 했고, 현재 23부까지 보았다. 보던 중 초등학생 아들이 같이 보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도 나관중의 삼국지에 충실한 내용이며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다. 지금 인기 절정인 라진이 힘없는 한 협제로 나오는 점과 중반부에 나올 손권의 누이 역에 임심여가 나올 거라는 점은 재미의 덤이다. 물론 여타 고장극에서 만난 중견 배우들의 역할이 정말 찰떡 같이 들어맞는 괜찮은 드라마이다. 여포와 초선의 사랑은 너무 절절해서 여포에 대해서 더 궁금할 정도라는 게 호불호가 갈릴 테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실제 역사에서 말하길 유비와 유선이 조운(조자룡)이 입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홀대했다고 하는데 삼국지연의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윤아 주연의 '무신 조쟈룡'을 볼까 한다. 사마의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다방면으로 읽고 있는 삼국지에 대해 간략하고 비루한 글이지만 좀 남겨보고 싶었다. 일단은 드라마 정주행! 다음 독서 여행지는 어디일 지는 좀더 지켜보야겠다만 일단 글항아리에서 나온 책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