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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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권정생의 삶을 쓴 책을 읽은 후에 그분의 강아지똥같은 삶에 느낀 바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분의 삶을 본받아 무언가를 따라할 수 있지는 않았고 그저 그분의 책을 많이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행동을 했을 뿐이었다. 그때만해도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감동은 그에 미치지 못했었다. 집에 그분의 책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책이 너무 많으셔서 뭐부터 읽어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권정생의 삶은 이전의 책에서 느낀 바와 비슷했고 그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하는 구절구절마다 밑줄이 그득하지만 그 토로를 상대해준 이오덕의 애정과 됨됨이에 더 많은 눈길이 갔다. 어찌 보면 세상에 대하여 탄식하고, 슬퍼하고, 욕하는 것은 그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것에 비해 쉬운 일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비록 표현은 권정생에 비해 사회비판을 덜 했을지 몰라도 그 사회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이오덕의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편지를 읽다보면 권정생보다 높은 연배의 이오덕이 언제나 권정생을 높이며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권정생의 삶이 한 길을 걷도록 하는 데에 있어 이오덕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 편지글이 권정생과 이현주 간에 왕래한 것이었다면 굉장히 우울하며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텐데 이오덕의 현실감이 균형감을 가져온 것이라 생각한다.

 

주고 받은 편지를 읽다보면 이 편지들은 개인과 개인 혹은 문학가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로 보기 보단 한 권의 인문서적으로 읽힌다. 책 안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절절한 권정생의 글들이 가득하고, 그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오덕의 행동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환자의 몸으로 어린이문학작가로서의 외길을 걸은 권정생의 삶은 슬픔과 아픔을 넘어 고귀하다. 자신의 책 [강아지똥]의 강아지똥처럼 민들레꽃을 피우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이오덕이 있다. 낮은 곳을 높게 대하는 이가 바로 이오덕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낮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다독이는 두 분의 편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노년의 그들은 모두가 아팠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의연한 모습은 그들의 삶이 평생 깨끗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들에겐 지울 것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사후에 더더욱 그들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몇이나 있을까? 읽다보면 부끄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도 세상은 마찬가지이니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참말로 부끄러운 세상이니까. 인문서적의 입문으로 가까운 이에게 읽도록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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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7-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라서요. 깨알자랑입니다^^ 님의 리뷰를 읽으니 어서 읽고 싶어지네요~~

그렇게혜윰 2015-07-07 09:51   좋아요 0 | URL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transient-guest 2015-07-09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이네요. 이오덕 선생님은 참 고마운 분인 듯. 언어를 지키는 노력 말고도 이렇게 따뜻한 맘으로 사셨군요.

그렇게혜윰 2015-07-09 10:10   좋아요 0 | URL
저도 왠지 우리말을 연구하신 분이라 좀 딱딱하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면 늘 겸손하고 바른 방향으로 삶을 사시려는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물론 아동문학과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