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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8월
평점 :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에 가깝고 그래도 꼭 하나 정하라고 하면 불교의 정서에 더 잘 맞다. 역사서 혹은 소설로서 십자군 원정이나 모세의 이야기를 접한 적은 있지만 편편이 이루어져 도대체 서양 세계에서 유대인을 왜 그렇게 박해해왔는지, 그리고 그 유대인의 이스라엘은 왜 지금 이런 전쟁을 계속해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통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관계를 알았고 그래서 그들의 역사속의 엉킴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마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전쟁은 언제나 나쁘므로.
처음부터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고 낯선 종교의 영역이고 책의 두께도 그렇고 긴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해 가며 읽었는데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글 자체가 술술 잘 읽히는 것이 저자가 나처럼 분야에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쉽게 쓰여진 책이다.
역사적으로 모두 아브라함에 기원한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그 기원이 유대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폐쇄적인 성격 때문에 박해를 당하게 되었다. 그들이 애시당초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선교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각자의 종교를 인정하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이슬람교가 우마이야 왕조에서처럼 관용적인 태도로 타 종교를 대했더라면 어땠을까?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미 많이 지나간 이야기라 확신할 수는 없다. 책에서 읽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영국이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에게 이중 약소만 하지 않아더라면 지금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지금처럼 참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그럴 것이고 UN이 정치적인 태도로 형식적인 제스처에 중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 진정 평화를 위해 노력하여도 그럴 것이다. 도무지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치가 떨리는 세상이다.
십자군 원정 당시나 나치 시대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면 내가 유대인이라고 할지라도 치가 떨리고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지금도 바로 보게 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십자군 원정 당시의 관계국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뭐 남의 탓만 하겠지. 그래서 예루살렘에 있는 쇼아 추모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진 거시 아니겠는가.
"용서는 하지만 망각은 또 다른 방랑으로 가는 길이다."
-p452
어쩐지 지금 우리들의 문제와도 관련이 되는 듯 하다. 힘을 가진 쪽이 힘이 없는 쪽을 탄압할 때의 역학 관계는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용서와 함께 어쩌면 망각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느꼈었던 동정과 슬픔이 현대의 이스라엘을 보면 쏙 들어가버린다. 동정과 슬픔은 커녕 그 반대의 감정 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잊지 않되 용서를 했어야 하는데 용서도 망각도 하지 않아 이렇듯 잔혹해졌는가!
책을 읽으며 일전에 읽었던 [람세스]나 [십자군 이야기], 그리고 영화 [십계]가 새삼 떠올랐다. 비록 아브라함도 유일신도 믿지 않지만 역사를 알기 위해 그리고 사회를 알기 위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 분야가 되었다. 이 책으로 시작을 하되, 예수의 존재를 통해 생겨난 유대교와 기독교의 대립과 이슬람교 내의 시아파의 사상이 궁금하다. 나같은 먼 나라의 힘없는 개인이 그것들을 알아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지적 욕구도 아니오 읽다보면 그 힘의 관계에서 발견하게 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의 씁쓸함을 느끼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두운 일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그러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은 많다. 이 책은 비록 객관적 서술이 많아 감정을 쏟을 일은 없었는데 아마 다음에 읽게 될 책들은 감정을 쏟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오하고 읽으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