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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읽는다는 것 - 엄마 독서평론가가 천천히 고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책 40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8월
평점 :
크게 기대를 가지고 읽은 책은 아니었다. 책을 권하는 책은 절반 이상은 내용이 잊혀지고 남은 절반은 읽은 기억도 안나고 그 남은 절반의 절반의 절반만이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보면 안다. 이 책은 어떨까?
사실 내가 어린이책을 읽은 것은 그림책과 초등학생을 위한(모든 학년을 아우를 수 있도록 중학년 정도 수준의?) 동화책 정도였지 성장 소설은 사실 좀 우선 순위 밖에 두었었다. 내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이 12살, 그리고 큰 아이가 10살이니 사춘기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할 충분한 시기이니 좀더 늦기 전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성장 소설을 추천하는 책인지도 모르고 읽다가 '아!' 한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성장 소설은 거의 읽어본 바가 없다는 말씀!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는 워밍업이 안되어 그런지 몰라도 1부 보다는 2부와 3부에 추천해준 책과 곁들인 글들이 더 좋았다. 우선 작가 한미화의 글들.
이미 사춘기 자녀를 키워본 선배 엄마의 진심어린 충고는 앞으로 사춘기 아들을 키울 내게 나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교육은 아이를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며 살살 달래고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다. 원칙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되, 먼저 부모가 좋은 본보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건 지금껏 부모인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99쪽)
마찬가지로 자식 키우는 이야기인데 요즘 부모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하다못해 책도 너무 많아서 간절함이 없는 게 내 아이의 모습인지라 요즘 고민이 많다. 뜨끔하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아이가 지닌 본성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욕망하기 전에 부모가 모든 것을 먼저 해결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뭔가를 갖고 싶은 건 지금 내게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데 아이들에게는 부족한 것, 갖고 싶은 것, 아쉬운 것이 없다. 급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말만 하면 부모가 다 해주고, 설사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 해도 시험만 잘 보면 사준다.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현관문 앞까지 따라가며 먹여주는 엄마들, 숙제의 모범 답안까지 만들어주는 엄마들, 아이 손을 끌고 학원에 데려가는 엄맏르이 키운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겠는가. 그저 엄마가 싫어하는 것만 알고 안 하면 될 뿐,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도 없다. (188쪽)
또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공감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글도 나를 돌아보게 한다. 다만, 신의 부름까지는 공감하지 못했다. 그저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노동자의 의미로 공감한다. 나는 어떤 선생인가?에 대한 자문.
그리하여 학교를 졸업한 지 20여년 만에 교사는 미래가 없는 직업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직업이구나, 직업이라기보다는 신의 부름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어 탄식했다. 그만큼 교사는 사명감이 없다면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사 노릇하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교사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107쪽)
이런 고민을 좀 해결해보고자 저자는 책을 권한다. 작가 황선미가 책에서 힘을 얻었듯이 문학이 강자보단 약자에게 몰입을 하게 만들어주니 우리 혼란한 사춘기와 그의 엄마, 선생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가 슬쩍 언급한 '나를 울린 책들' 리스트와 같은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럴 정도로 리스트를 알지 못하므로 저자의 추천 목록에 한번 기대어 보기로 했다. 개중 내가 읽은 책들이 있었는데 내가 몇 안 읽은 주제에 막 권하고 다닌 책들이니 일단 작가와 나는 어떤 면에선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니 믿어보련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어쩌면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사람으로서 내 급소를 맞은 느낌이 드는 책들도 있었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피하지 말고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추천도서 목록은 목차와 부록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중 내가 우선적으로 꼽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프린들 주세요]는 내가 4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강추하는 책인데 이 책을 쓴 앤드루 클레먼츠의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내가 다음 달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했는데 역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린드그렌의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것으로!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린드그렌을 읽으려면 이 책도 같이 다시 읽어봐야겠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는 나도 아이들도 우리 아들도 재밌게 읽은 책인데 수지 모건스턴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제목만 많이 봤는데 읽어야 할 책!
[한밤중 톰의 정원]은 집에 고이 모셔 둔 책인데 이제 봉인을 해제할 시간이다.
이현 작가의 [장수 만세]가 궁금하다.
조금 묵직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읽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이 책 삽화, 어제도 언급했지만 마스다미리 저리 가랄 정도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