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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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천 건은 됨직한 의미없는 신문 기사들, 그중에 악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적지 않은 기사들을 볼 때마다 외신은 어떻게 우리나라를 보고 있나 궁금하곤 했다. 우리가 보는 우리 아닌 객관적인 우리를 알고 싶었다.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라 김누리 교수의 강의 역시 내용조차 모른 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 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더구나 서로 신뢰가 있는 구성원끼리의 모임은 혼자라면 지나쳤을 좋은 책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사회학'이라는 주제로 이번 시즌 모임을 진행하면서 낯설지만 유익한 책들을 만나는 중인데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다시금 그 수많은 기사에 오르내리는 이름만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니 한숨이 나온다만.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노인빈곤률, 청소년 자살율 등등 불명예스러운 분야에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불행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 얇은 책에 어쩜 필요한 얘기만 쏙쏙 담겨있나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무관하게 묵직하게 나를 내리치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는 독일 사회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만 현재의 우리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고, 저들끼리 잇속 다툼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고 부끄럽고 혐오스럽다. 우리 나라의 비정상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진보도 아닌 사람들이 진보라 하고, 보수도 아닌 사람들이 보수라고 한다. 보수논객이라니 얼마나 사치스러운 표현인가!


촛불 광장으로 시민들이 이끌어낸 정치적 민주화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선 '개인의 민주화'부터 이루자고 다짐했다. 순종과 적응보다는 비판과 저항심을 가지고, 지금 당장의 즐거움 보다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우선시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야겠다는 다짐. 익숙하지 않아도 그 길이 옳다면 용기가 필요하므로 쉽지 않지만 그러하기에 노력해야 한다는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개인의 민주화'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선생으로서의 민주화.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수업을 하며 강조했던 '적응'에 대한 나의 가르침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물론 적응은 필요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나무라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응이 너무 힘든 건 학생이나 나나 매한가지인데 나는 너무 우리에게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독일의 비판 교육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적응 교육은 생각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기에 좀더 열어둬야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평가는 생각을 쓰는 방향으로 더 틀어야겠다는 노력도.


또 부모로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되었듯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이라도 집에 가면 부엌일에 손도 안대는 아빠가 있을 것이고, 아이에게 '~해라.', '~하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을 완전히 떠날 수 없지만(누가 좀 떠나게 해 주면 좋겠다.) 아이에게 공부를 즐기게 할 동력을 마련해주고 싶다. 내가 공부가 좋아서 지금까지도 배움을 놓지 않듯이, 내 아이들도 공부에 대해 자가발전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걱정한다는 핑계로 잔소리라는 무기를 장착하지 말지어다~!


소비자로서의 민주화에도 노력해야겠다. 소소한 소비를 하는 나를 꾸짖어본다. 소비가 생산을 촉진한다는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너무 많이 지배당한 노예의 모습에서 좀 벗어나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 꽉꽉 들이찬 나의 짐들을 보니 지구에게 너무 미안하다  또,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겠다. TV를 즐겨보지 않지만 가학적이고 비인간적인 프로그램을 보이콧하는 태도를 지녀야겠다. 얼마 전 개콘이 없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개그들 중 대부분은 비하와 가학이었다. 남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지나쳐야겠다.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것을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의는 어떨까 찾아보고 싶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에게 없는 68혁명의 존재에 대해 많이 놀랐고 그래서 그들의 70대와 우리의 70대의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하여 공과를 각자 인정하자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아니라 더 괜찮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렇게 기형적인 발전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빠른 발전보다는 바른 발전이 더 좋았을 것이다. 친일파를 빨리 처벌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외부에서 볼 때 우리가 비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가 일본과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과거를 청산한 독일이 지금의 독일이 되었다. 물론 독일이라고 다 옳겠는가만은 최소한 우리보단 인간적인 것 같다. 교육과 복지의 후진국으로서 GDP의 대부분은 상위 몇 %가 다 가져가는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로서 독일 정도면 부러워할 만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이나 일본의 지도자들 보단 낫다는 위안은 있지만 그것마저도 다음엔 또 못 지켜낼까 걱정이다. 녹색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수구 세력의 어부지리가 될 까봐. 안에서 떠들어대는 소리 말고 밖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명확한 일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외국 신문을 읽을 능력은 안 되니 책으로라도 많이 우리 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마주하고 싶다. 내년엔 사회 분야의 책을 좀더 읽어야겠다.우리가 아는 우리는 우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우리가 겪는 불행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을 더 자주 경험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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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혜윰 2021-01-01 02:52   좋아요 0 | URL
새해 사랑도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레삭매냐 2021-01-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김누리 교수님
의 교육 개혁에 대한 지론을 듣고서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저도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책이네요.

그렇게혜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렇게혜윰 2021-01-01 02:52   좋아요 0 | URL
저희 남편도 읽으면서 좋다고 말하더라구요. 요즘을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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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현실적인 조언이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초'라는 말을 붙이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계약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요즘에 '책 출판하는 법'에 관한 책이나 강좌도 많지만 그런 책들도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긴 힘들 거 같다. 일단 그 바닥에서 살아가야하는데 이곳저곳 눈치살필 일이 많으니까. 그런 면에서 책을 많이 낸 중견 작가로서 정명섭 작가는 좀 자유로운 모양이다.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책이리라. 


그의 소설들처럼 에세이 역시 아니 그보다 더 가독성이 좋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어제 아침에 읽기 시작해서 일상 생활을 하면서 읽으니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 딱 마무리 지 을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꼭 필요하기에 두고 꺼내 읽어야 할 것 같아 소장용이라고 감히 말한다. 오히려 소설들보다 더^^ 나는 몽실북클럽에서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는데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이상 왠지 책을 한 번 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번 내기도 어려운 책인데 프롤로그로 나온 그의 100여권의 저작물들에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책이 자주 나온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히가시고게이고는 저리가라요, 마쓰모토세이초 쯤은 되는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그러니 얼마나 출판 계약서를 많이 써봤겠는가? 믿을 만 하지 않은가?


출판 계약에 관심없이 그저 그가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냈는가를 알아가는 재미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불치병들>이라는 꼭지가 재밌었는데 어릴 적 시나 소설을 써보고자 했을 때 겪었던 병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게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불치병이구나 싶어 웃음도 났다. 책의 표지엔 "글 잘 쓰는 것보다 어쩌면 투고 잘하는 것이 중요할지도...."라는 작가의 글이 인용되어 있지만 내용에서 정명섭 작가는 작가의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한다. 자료 조사라던지, 일단 끝을 맺어야한다던지하는 노력을 강조한다. 지름길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하며 투고나 계약이 성공하기까지의 수백번이 고생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당연하지만 경험자의 말은 잔소리 아닌 조언이 된다.

이렇게 치열하게 산 작가의 책이라니 자주 나와도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한 번 더 눈길주고 읽어봐야겠다. <살아서 가야 한다>처럼 재밌게 읽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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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춘추전국이야기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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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대만 고궁박물관의 유물을 보면서 유물 앞에 적인 안내글에 'Spring and Autumn'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그 이름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봄과 가을이라니...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듯이 그 시대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시대였고 자연의 평화로움보다는 짐승들의 야생성이 더 어울리는 시대였다. 그런데 왜 공자는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올 한 해 공자를 그렇게 읽고도 그것 하나 기억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지만 그래도 그런 고운 이름을 지어줘 고맙다고 말하련다. 


올 한 해 '하나의 책'에서 '논어 읽기' 독서 모임을 함께 했다. 코로나로 인해 초반엔 거의 참석 못했고 마지막 3번을 참석했다. 그 마지막이 8월이었나? 아무튼 그때까지 나는 공자와 논어에 대해 다방면의 독서를 했다. 리링, 이중톈, 양자오, 김영민의 책을 포함한 공자와 논어 관련 책들을 읽었고, 영화 [공자]도 보고, EBS다큐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도 보고, 가장 오래는 지금 소개하려는 [춘추전국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이 먼저인지 논어가 먼저인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책이 딱 필요할 때 집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역시 책은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달았다. 한 권 읽을 때마다 정리를 좀 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읽는 데에만 몰두해서 지금은 '춘추전국'도 '논어'도 어렴풋한 앎만 유지하고 있다. 더 잊기 전에 한 페이지에라도 정리를 해 두어야겠다 싶어 마지막을 끝낸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1>

작가 공원국은 제나라의 관중과 한고조를 무척 편애한다. 그건 대놓고 하는 일이라 스포일러는 아니리라. 1권의 시작을 관중으로 하고, 마지막 11권을 유방으로 하는 것은 그의 편애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수미쌍관의 미학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관중이 1권의 주인공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하기까지 1년인데 그 사이 나는 [봉신연의]라는 대작을 읽었다. 그 책을 먼저 읽었으면 이 책이 더 잘 이해가 되었을텐데 그 점이 못내 아쉽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나는 주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고 있다. 봉건제의 주나라가 힘이 약해질 때 사방팔방에서 강력한 제후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주나라 황실을 명분으로나마 보필하면서 저들끼리 세력다툼을 한다. 나라의 구분이랄 것도 잘 없지만 아무튼 동쪽엔 제, 서쪽엔 진(秦), 남쪽엔 초, 북쪽엔 진(晉)이 4강으로 자리잡는다. 그중 제나라에 관중이 있다. 주나라의 세습 문제에서 패한 관중이 포숙의 도움으로 제 환공의 참모가 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학창시절 '관포지교'라는 사자성어를 배울 때 익히 알고 있는 그 내용이다. 그런데 우정을 넘어 관중이라는 인물이 정치적으로 대단한 존재라는 것 이번에 알았다. 부국강병의 제나라를 만들기 위해 뛰어난 정치를 하는 관중과 그런 관중을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제환공의 케미가 왜 지금 이 세상에는 없는가 안타깝다. 그런 관중이기에 작가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것이겠지?


관중은 절대로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 다만 관중은 여론을 끌고 간다. 관중은 뒷다리를 무는 물뱀이 아니라 천하에 널리 알려진 법룡이었다. (277쪽)


관중과 환공은 기존의 예법보다도 자신들의 입으로 말한 기준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307쪽)


관중 사후 멀쩡하던 제환공이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을 보니 관중은 비록 2인자였으나 나라를 지키는 데에는 1인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관중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품어내며  재미있게 춘추시대의 초반 모습이 쓰여있었다. 1권에서 사로잡힌 그 힘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게 한 동력이라 생각한다. 재밌다는 말이다.


<2>

북쪽의 진 문공이 제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두번째 패자가 된다 진문공은 선왕 진혜공이 진(秦) 목공에게 패해 왕위에 오른 인물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초반엔 야망이 없었으나 차츰 야망이 생기고 잔인함과 집요함까지 갖춘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어 간다. 이 시대에는 제환공보다는 진문공 같은 사람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춘추시대는 그 이름과 달리 전쟁의 시대가 되어가는 중이므로. 초나라에 대항하는 진,진,제,송나라의 회맹에서 그는 두번째 패자로 인정받는다만 여기에 숨은 호랑이가 있으니 바로 진혜공을 무찌른 진목공이다. 진목공은 꽤 괜찮은 인물로 춘추오패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진문공이 죽고 나서도 진에 패해 서쪽 지역에만 머무는 변두리 패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먼훗날 결국 진나라는 해낸다!


<3>

그럼 세번째 패자는 누가 될까? 남쪽의 초장왕이다. 그는 무력 군주로 넓은 안목을 지니고 전쟁과 회맹을 모두 잘 한다.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제환공이 유교적 군주라면, 진문공은 병가적 군주요, 초장왕은 도가적 군주라는 것이 작가의 평이다. 이 시대엔 그래도 매력적인 군주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물론 형편없는 군주도 적지 않지만.


가까운 곳과 먼 곳을 구분하지 않고 중심을 잡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이들은 그 바름을 애정으로 이해했고 목숨까지 바쳤다. (252쪽) 


계산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닌 것 같고 초장왕의 바탕이 그러했던 것 같다. 


<4>

바야흐로 초나라와 진(秦)의 연합이 이루어진 때,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각국의 힘쓰기가 치열하다. 그래서인가 큰 나라 작은 나라 할 것 없이 명신들도 적지 않다. 정나라의 자산, 송사라의 자한, 제나라의 안자, 초나라의 굴건과 위엄, 진(晉)나라의 조무 등. 그 명신들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그들 덕분인가 4강국은 휴전을 하고 주변의 자질구레한 나라들만 괴롭힌다. 당시 초 영왕은 폭군이었다고 하니 나머지 제후국들의 괴로움을 짐작할 만 하다. 


작은 나라의 정치인은 큰 나라의 정치인들보다 더 청렴해야만 비로소 큰 나라를 상대할 수 있다. 그래서 작은 나라의 정치인 노릇이 더 어렵다.(?쪽) 


고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대한민국 정치인들!!!


<5> 

초평왕 시절 인재가 많은데 그 인재들이 오나라로 간다. 오자서는 이간질 당한 오사의 아들이라 복수를 위해 오나라로 가고, 백비는 진나라의 백종, 초나라의 백주리의 후손으로 역시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건너가 오왕 합려를 돕게 된다. 초나라는 월을 이용해 오를 견제하지만 오나라 왕 합려에선 오자서와 백비 외에도 제나라에서 온 손무도 있었으니 막강했다. 초소왕이 성장하여 초가 이기기도 하지만 그보단 오나라가 월나라, 제나라와 싸우면 거기서 어부지리를 얻는 게 더 컸다. 이때의 월왕 구천과 범려, 서시의 이야기가 유명하게 전해진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절치부심 와신상담한 구천에 의해 목숨을 잃으니 합려를 네번째 패자로 말하고 구천을 다섯번째 패자로 말하는데 이 둘은 앞의 세 사람에 비해 좀 약하다. 아무래도 중앙은 진출하지 못했으니까.


<6>

제자백가의 사상을 담았다. 기록을 따로 해 놓은 게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 많았다.


<7> 

춘추시대에는 그래도 명분으로나마 주나라나 노나라는 건드리지 않았다만 전국시대는 이름처럼 '너 죽고 나 살자'는 시대로 각국의 병법과 외교 수단이 경쟁하는 시대라 하겠다. 위문후에게는 오기([오기병법])가 있었고 진효공에게는 위나라에서 건너온 상앙이 있었으며, 제조왕에게는 손빈이 있었다. 오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군사의 고름을 입으로 짜내준 이야기가 유명하고, 상앙은 자기의 법에 자기가 죽은 이로 유명하니 각국의 전술가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오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맹자나 장자에서 익히 본 위혜왕(양혜왕)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디 모자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나라를 약하게 만든 장본인이 되니 참 왕이 아니었으면 좋은 이웃이었을 텐데 아쉽다. 장자에서 본 혜시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장자를 읽어보고 나서 해야하겠지만 사기꾼 이미지가 강하다. 전국 시대, 실로 명분은 버리고 실익을 취하는 자가 힘을 얻는 시대라 하겠다. 


<8>

합종연횡. 연나라의 유세가 소진은 조를 중심으로 연, 제, 초, 한, 위 6국의 합종을 이루나 1년만에 진나라의 장의에 의해 무산된다. 초나라에서 굴욕을 당하고 진나라에서 쓰임을 받아 6국의 합종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연횡을 펼친 자로 중국 드라마 [미월전]에서 보자니 진나라에서 일을 얻기 전엔 참 이러저리 찬밥 신세였다. 그러니 어디에라도 자기를 써 주는 자에게 충성하였으리라. 말을 엄청 잘했는가 보다. 뜻은 소진이 더 좋은 거 같은데...제나라 선왕이 꽤 성군이었는데 운이 좋았다면 진 대신 제나라가 중심이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그 뒤의 제민왕이 의심병이 많아서 금방 약해졌을 것 같긴 하다. 이때 진나라 왕위에 오른 진 소왕에게는 그 유명한 선태후(미월)도 있고, 위염과 백기 장군도 있었다. 무엇보다 진 소왕 자체가 리더십이 있는 왕이었으니 진이 가장 유리하기는 했다. 각 나라에 있는 유세가들의 모습과 그들을 대하는 왕들의 모습이 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 <대진제국3>을 같이 봤는데 썩 재밌었다. 


합종을 깬 것은 진이 아니라 산동 나라들의 욕심이었다. (302쪽)


무수한 가능성이 있던 시대, 전국. 그 가능성 중 하나였던 진. 진이 승기를 잡는 것도 어쩌면 예측불가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9> 

전국시대 4공자라 하면, 제민왕 때문에 진나라에 갔다가 거기서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제로 돌아온, 유세객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제나라의 맹상군이 있고, 조나라의 좀 찌질한 느낌의 평원군이 있으며, 초나라의 좀 멋진 춘신군이 있으나 그중 제일은 작가 공원국이 애정해마지 않는 '협의 정신'을 가진 신릉군 위무기가 있었다. 당시 북쪽의 진은 이미 조,한,위로 나뉘어 있었고 그중 조나라가 진(秦)나라에 대적할 만 했다. 당시 진나라는 범저가 재상으로 있었는데 장의는 축에도 못길 기회주의자로 보인다. 대장군인 백기와의 사이도 안 좋아 결국 백기를 죽게 만들고 자기의 말년도 좋지 않았다.  드라마 [대진제국3]에선 꽤 멋있게 나오는 백기도 실은 장평전투에서 어마어마한 살상을 했으니 동정심은 넣어두련다. 이 장평 전투에 띨띨한 조나라 장수와 왕을 보면 백기보다도 더 죄가 크다.  


진시황이 왕위에오르고 신릉군 위무기도 죽고 이제 멋진 사람은 없는 때이다. 우리에겐 '폭군 진시황과 문란한 태후와 그의 남자들인 여불위, 노애'로 더 잘 이해되는 시대, 우리가 알다시피 그런 진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도자는 싸움의 기술도 알아야 하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301쪽)


<10> 

진왕은 나름 똑똑하고 리더십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무튼 초반 병법은 율로, 내외정은 이사에게 맡기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나라를 키운 왕이다. 한, 조, 연을 차례차례 멸망시키고 위, 초, 제까지 멸망하니 드디어 '황제'가 탄생했다. 그간의 봉건제를 철폐하고 군현제를 실시한 것은 물론 이것저것 많이 없애고 많이 만들었다. 말년이 추해서 안타깝지만 중드에서 최근 왜 멋진 캐릭터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시대 자국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11> 

진2세는 환관 조고에 의해 나라를 말아먹는다. 조고와 척을 진 진의 세력가들은 모함으로 죽게 되고 이상한 나라 진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항우와 유방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원래 초왕에 셀프등극한 진승을 도와 진을 공격하는 세력이었는데 진승이 패하는 바람에 독립하게 된다. 유방보다는 항우가 더 큰 세력을 가지는 것은 일단 항씨 집안이 초나라에서 명문가이기도 하고 항우 자체가 큰 싸움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참을성 및 판단력이 떨어져 진나라 왕들처럼 막 죽이고 짓밟아 민심을 얻지 못했다. 반면 유방은 1:1로 붙으면 항우에게 지겠으나 항우에게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역이기, 장량, 팽월, 진평, 소하 , 영포 거기에 한신까지! 심지어 한신, 진평, 영포는 항우한테서 온 인재들이었다니 유방의 사람을 끄는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 하다. 


항우는 자기 감정을 감추지도 억누르지도 못하는 기분파였던 모양이다. 유방은 감정도 잘 감추고 필요하다 싶으면 입장을 싹 바꾸기도 하던데, 그런 사람이 결국 천하를 가지나 보다. 유방은 목숨이 위험할 때 좀 비겁하다 싶을 정도로 도망을 치기도 하지만 항우는 장렬하게 자결한다. 20만 이상의 목숨을 쉽게 죽인 그 죄는 진나라 백기만큼 크기에 동정할 필요는 없겠다. 


한의 황제가 된 유방은 법에 관해 너그럽고 사면도 수시로 하고 새 나라를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 대외 정벌도 안 하고 신사적인 왕이 되었다. 다만, 초반에 의심병이 돋아 한신, 팽월을 토사구팽한 면도 보이지만 그건 그가 그 시대에 살아 남아야 했던 통일 국가의 황제이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제국의 건설자는 비정함도 천하의 갑이요 온정도 천하의 갑, 속이 좁기도 천하의 갑이요 속이 넓기도 천하의 갑이었다. 물론 비겁함도 갑이요 용기도 갑이었다. 잔인함과 인자함이 이렇게 뒤섞여 있지만 왜 그를 영웅이라 하는가? 가운데에 어떤 과오가 있든 그의 처음과 끝은 서로 호응하는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246쪽)


그렇다면 이 책도 처음엔 관중, 끝엔 유방으로 울림을 주니 영웅적 면모를 가졌다 할 수 있으려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11권을 급하게 출간했나 다른 권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오탈자가 꽤 있었다. 12권을 내려다 못 냈다는 걸 봐선 좀 급하게 낸 모양이다. 그점 빼고는 마지막이라니 아껴아껴 읽었다. 


잠시 쉬었다가 내년엔 [초한지]를 읽을 계획이다. 그 사이 [동주열국지]를 읽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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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2-13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전 1권 사두기만 했어요. 엄두가 나질 않아서요. 저자 공원국 선생 정말 대단하다, 생각이 들어요.

동주열국지 글항아리에서 나온 걸로 읽으실 계획이신가요? 같이 읽자고 하고 싶....지만 그런 계획 보따리가 제겐 을매나 많겠습니까. ^^ 전 한 권짜리 신동준 선생이 엮은 걸로 갖고 있어요.

초한지, 그렇죠. 초한지! 어디 걸로 읽으실 계획이신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전 오래 붙들고 있었던 ‘십팔사략‘ 이제 남송 마무리 단계입니다. 송나라 당파싸움 장면은 너무 낯익어서 할 말이 없고 그래요.

그렇게혜윰 2020-12-13 08:34   좋아요 1 | URL
십팔사략 단권짜리 읽고 있어요 현대지성클래식. 동주열국지는 정리 차원에서 읽을 더라 단권짜리 땡기네요^^ 글항아리 동양고전이 참 좋은데 다 살 순 없고 단 권짜리들만 모으는 중 ㅋㅋㅋㅋ 초한지는 교유서가책 사뒀어여^^
 
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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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이 소설의 화자가 딱 그짝이다. 티미의 남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이름이 나왔었나?)는 작가라는 직업에 걸맞게 각각의 사건에 자신의 상상력으로 상황을 모두 메꾸는 좀 피곤한 사람이다. 소설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도 나는 이런 화자는 물론 그의 아내 티미와  '장갑맨' 중 그 누구에게도 이입을 할 수 없었다. 소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겨우 이입할 대상을 찾았는데 그건 부부의 첫째 아이였다. 


어떻게 "당신이 내 여자이기만 한다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지? 그건 소설가의 망상이 아닐까? 그래, 20대 세상을 좀 모를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은 중년 부부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그것이 부부의 이름 안에서 가능하다고 믿었을까? 그 무슨 짓이 결국 사랑이 될 거라는 걸 모를 수 있을까? 그런 공공연한 허세를 듣고 자랐던 첫째 아이가 부부의 파국을 유책 배우자인 엄마가 아니라 아빠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아빠가 찌질하게 구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구는 것도 다 꼴보기 싫고 미울 것 같다. 나조차도 남편에겐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내가 아주 초반부터 이 부부, 잘 하는 짓이다 싶었다....


소설에서도 나오듯 우리는 누구나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스쳐지나가는 그 '아무나'와도. 하지만 그 스침을 지속으로 만들지 않는 한 수많은 그 기회들은 자연 소멸된다. 그런데 그 기회를 장려한 남편과 한껏 누린 아내의 결혼 생활이라니 그들은 그것이 유지될 거라고 정말 믿은 걸까? 단지 실험 정신이 뛰어났던 걸까? 소멸될 기회들조차 경계하는 사람들도 진절머리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에 무모하게 자신했던 이들 부부에게도 그 어떤 긍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이 부부의 이별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타미 부부가 감정을 우습게 본 그 마음을, 서로의 감정을 너무나 굳건하게 본 그 마음을 보며 어린 날 한때 가졌던 내 마음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 소설의 목적이 그 어린날의 감정을 소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너무 메마른 사람인가 모르겠지만 소설가의 표현이 섬세하든 안 하든(굉장히 디테일하게 쓰는 작가이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도 훤히 보인다고 할까?) 이야기 자체에 공감을 못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진다. 아무튼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내눈엔 너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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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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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교육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지만 왜 시간이 지날수록 말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소가 되었을까? 말을 잘한다는 것은 유려함의 상징이라기 보단 사기꾼의 상징에 가깝게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말에 대한, 욕에 대한 동화들이 적지 않지만 주로 초등 저중학년 수준의 책들이 많았다. 어른들이 읽는 [--말들]과 같은 에세이들도 있지만 청소년 소설은 딱히 유명한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말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 다섯 편이 들어 있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 / 조영주

 

어린 시절 자신을 말로 괴롭히던 희선에 대한 기억을 치료하는 계기가 된 소설을 쓴 해환이 다시 희선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자기의 소설을 읽었다면 희선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데 정작 다시 만난 희선은 피해자에 공감했다니 해환으로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동주 삼촌의 진단대로 희선은 '멘탈 뱀파이어', '감정 흡혈귀'이다. 살면서 말을 폭주기관차처럼 쏟아부어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사람을 한둘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것이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어떻게 각성시킨다? 해환의 복수는 참신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피할지어다.

 

리플/정해연

무심코 단 악플에 지나가던 모지리가 중상을 당했다. 아무도 그 지경까지 의도한 것은 없지만 원래 사고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게 터지는 법이다. 모두를 불행하게 한 재혁의 우월감. 그 우월감이 만들어낸 타인에 대한 무시와 경멸. 말 이전에 맘보를 곱게 쓸 지어다.

 

말을 먹는 귀신 / 정명섭

다섯 편의 소설 중 밑줄이 가장 많은 작품이다.

"네가 남한테 상처 주는 건 괜찮고, 남들은 너한테 상처 주면 안 되는 거야?"

"말이라는 것은 입 안에 든 칼이랑 다를 바가 없지. 그래서 조심하지 않으면 타인은 물론 자신을 해치는 법이란다."

악의란 원래 악의 없음으로 표현되는 것 아닐까? 성혁이 진훈에게 가한 것은 엄연히 학교폭력인데 세상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입 안의 칼을 휘두르는 아이가 어찌 성혁 뿐일까? 모두 말의 감옥에서 말 먹는 귀신을 만나 봐야 정신을 차릴까? 실제로 말의 감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 / 김이환

말에 대한 에스피 시티와 콘트랙트 시티의 상반된 정책이 인상깊은 SF소설이다. 가끔은 콘트랙트 시티에서처럼 속의 말을 나오는대로 지껄여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걸 편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소설. 말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햄릿이 사라진 세상 / 차무진

마스크 시대엔 말도 마스크가 대신해줘야 할까? 이 시대에 유독 공감이 가는 설정이다. 언어가 아닌 비언어로 전달되는 의미들. 세익스피어의 소설들로 회복되는 말이라는 설정도 뭔가 신화적인 느낌이 든다. 말이 참 죄가 많다, 아니 사람이 참 죄가 많다.

 

내가 읽기 전 아이를 먼저 읽혔는데 이맘 때 아이는 자기 표현을 아끼는 모양인지 그냥 "재밌어."라고만 대꾸했다. 내가 읽어보니 그 이상으로 할 말이 많은 책인데 이제는 나의 말이 아이를 구속하고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된다. 말은 하기 전에 많이 생각해봐야겠다.

 

#몽실북클럽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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