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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닮은 도시 - 류블랴나 ㅣ 걸어본다 4
강병융 지음 / 난다 / 2015년 5월
평점 :
사실 페이스북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우연히 참여하게 된 이벤트에서 아주 운좋게 당첨이 되어 저자의 사인본을 획득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해서는 난다의 '걸어간다' 시리즈 신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고 이전까지도 나는 걸어간다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딱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히 저자가 한국이 아닌 저 먼 나라 슬로베니아에서 책을 보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 일이 커진건가??? 그러니 고마움이 각별해진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사인본 책을 보내시기 전 작가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사진>
그리고 약 일주일 후, 책이 왔다. '류블랴나'라고 했다. '슬로베니아'라고 했다. 모두가 낯설었다. 그저 내게 익숙한 것은 '아내'라는 말 뿐이었다. 책을 받고 제목만 보고 단번에 든 생각은 "나를 닮은 도시는 어디일까?" "남편은 나를 닮은 도시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 두 가지였다. 책을 다 읽은 지금에야 나를 닮은 도시를 나는 어느 정도 정해두었다지만 읽기 시작할 때에는 아무런 답을 갖지 못한 채로 표지를 넘겼다.

표지를 펼치면 크게 류블랴나산책 코스 지도가 있고 거기에 표시된 곳은 책에서 다루어진 장소들이다. 그런데 저 분홍 동그라미 안의 알파벳은 뭐지? 목차를 보고서야 하하 웃었다.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슬로베니아어로 쓰여진 목차가 알파벳 순서대로였고, 그것이 지도에 표시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익숙한 이름인 '아내'의 자격으로 낯선 장소 '류블랴나'를 걷기 시작했다. 그 산책길엔 녹용군(용이 아닌 공룡)이 동행했고, 모든 류블랴나의 길에서 녹용군은 참 잘 어울렸다. 초록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류블랴나였고, 따라서 저자의 아내는 초록을 닮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낯선 곳을 걷는다는 것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갖고 있을 로망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나의 동선은 나의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여행이라고 한다. 가끔 그렇게 닿은 낯선 곳에서 정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의 가족은 그런 경우이겠고 아주 드물게 그곳은 우리에게 '슬로바키아'보다도 낯선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인 것인데, 글과 사진을 읽다보면 그 서정적인 느낌 덕분에 자꾸만 떠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만삭의 아내.....남편은 전형적인 정착민 스타일....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책을 읽고 류블랴나에 가면 저자가 직접 책에 나온 장소에서 맛난 커피와 수다를 제공한다고 하니 좀더 용기있는 자 떠나보면 어떨까?^^
책의 제목이 '아내를 닮은 도시'이기에 거기에 맞추느라 그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극진하다. 살짝 닭살스럽기도 하지만 낯선 곳에 자신만 믿고 따라와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있고, 그곳에서 오붓하게 살아가는 가족에게 만족하기에 그런 표현이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나름의 표현방식의 차이이겠지만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흐뭇하겠지? 남편에게 읽혀볼 참이다. 읽은 후에 물어볼 참이다. "나를 닮은 도시는 어디인 것 같아?" 그때 그가 말한 도시가 내가 생각한 도시와 같을까? 일단은 그냥 책을 따라 걸어보는 것만도 좋다. 가끔 툭툭 나오는 좋은 글들도 마음에 담아두고 말이다.
불편함도 무척 싫었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싫었던 것은 무의미함이었다. p39
'아님 말고'는 체념이 아닌 가벼움이다. 삶도 사랑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버거워지는 법이니.p95
각 장소마다 저자가 고른 사운드트랙이 있는데 유투브에서 책의 제목을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QR코드로 제공해줬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그럼 더 걷는 느낌이 좋았을 것 같다. 멀리 류블라냐에서 날아온 책 [아내를 닮은 도시] 덕분에 더운 여름 걷지 않아도 한참을 걷다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다시 한 번 각별한 고마움을 작가님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