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지난 11월 감기에 걸린 큰 아들을 데리고 무리하고 다녀온 속초행. 그때 동아서점에 들러서 큰 아들과 신나게 책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론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가 폐렴까지 앓게 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좀더 오래 머무르지 못했고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사실 그때 우리 가족 컨디션도 별로였지만 사실 주인 내외분들에게도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따스한 기운은 느끼지 못했다. 그점이 좀 의아했는데, 그건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이니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3대 사장님의 성격이 그러시구나 싶어 이해가 갔다.
그래도 누가 봐도 여행객이었을 우리 네 식구의 모습을 보았을 그 시선을 책에서 느끼게 되니 일면 다행이다 싶었다. 난 또 괜히 조용한 서점에 폐가 되었을까 내심 걱정을 했었다.
다짜고짜 여행객들에 대한 내 사사로운 입장부터 밝힌다면, 나는 그냥 이분들이 존경스럽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의 많은 이에게 '서점'이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는지 알 만큼은 알고 있다. 그렇게 낭만의 커튼을 걷어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적어도 서점이라는 곳이 보편적으로 여행 중에 들를 만한 공간으로서 인식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좋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당신은 여행 중에 서점에 왔기 때문이다. (163쪽)
그곳에서 '서점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구입했던 책. 지금은 선물을 하여 현재는 없다. 아이의 책을 사주고 싶었는데 포켓몬책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도 결정을 못해 내 책을 샀다.
그리고 책에서도 말했고,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포켓문고 진열대. 넘 귀여웠는데 그때 이 책들을 살 걸 그랬나? 담엔 이 책들 중 한 권을 사리라. 아님 그 주변에 환히 표지를 빛내고 있을 독립출판물을 사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에필로그를 비롯해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쓴 부분이 참 좋았다. 사실 말로는 잘 못 전할 진심이 책에 꾹꾹 마치 손으로 눌러쓴 것처럼 진솔하게 다가왔다. "그 아저씨 어디 있어요?"라는 에피소드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존경심이 이 글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에필로그에선 사실 눈물이 울컥 솟아오르는 것을 겨우 참았다.
올해엔 좀더 건강한 컨디션으로 동아서점에 가리라. 그러면 주인분이 비록 썩 살갑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여행객으로서 서점을 찾아온 우리를 내심 반겨주고 있으리라 믿으며 나 한 권, 아들 한 권 그렇게 골라 창가쪽 테이블에서 조금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오리라. 그래도 되겠죠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