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우우욱

 

 

 

2021년에 500권을 읽으리라는 목표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 그야말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syo는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을 꽤 선호하는데, 내가 져도 나한테 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진 나는 윽, 내가 졌군, 역시 나 너는 정말 대단해, 도무지 이길 수가 없는 나여- 하며 기꺼이 패배를 인정하고, 그런 나를 보며 이긴 나 또한, 좋은 싸움이었다, 나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어, 누가 나 아니랄까봐 굉장하군- 하며 진 나를 기꺼이 보듬어주기 때문에, 나 자신과의 싸움은 늘 훈훈한 결말을 맺는다. 또한 그런 싸움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실제로 싸우지 않고도 승패의 향배를 대충 예상할 수 있으며, 그 예상을 바탕으로 나와 나는 기어이 싸우게 되어도 온건히 싸우려 최선을 다한다. , 봐봐, 내가 이렇게 펀치를 날릴 거야, 이걸 내가 맞으면 아프겠지, 그치? 그러니까 나는 때린 걸로 치고 나는 맞은 걸로 치자, 동의하지 나야? , . 이렇듯 싸움 대신 싸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30년 넘게 살아온 결과, 오늘의 syo는 굉장히 안온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호인이 되었다. 결코 자신을 채근하지 않고 이런들 저런들 만수산 드렁칡으로 칡차를 만들든 말든 늘상 느긋하게 자신을 관망하는 늘어진 인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어제 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성명 : syo / 성별 : 사내놈 / 촬영부위 : 삶을 대하는 태도

 

어쨌든 500권을 읽으려면 9월까지 380권을 달성하고 남은 석 달을 매달 40권씩 읽으면 되는 전개였다. 여기까지는 일단 성공적이다.



 

 

  누구인가

  산정에 오르기만 하면

  뒤에서 살짝 내 등을 떠미는 이는

  누구인가

  고픈 배를 움켜쥐고 발도 없이 평생을 올라

  마침내 산정에 다다르기만 하면

  살짝 내 등을 떠밀어

  한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이는

_ 정호승, <나의 수미산> 부분

 

우리는 이렇게 아무것도 예상치 못한 채 살아가지만 그렇게 해서 조금씩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믿는다. 나중에 백발 할머니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오늘의 당혹스러움을 내일로 미루는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떤가. 그런데도 기꺼이 겪어내며 살겠다면, 지금의 무게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알 때까지 분투할 자세만은 취하고 있겠다면.

_ 김금희, 나의 사랑 매기

 

삶의 태도부터가 행위의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행하는 모든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 그대가 말버릇처럼 내뱉는 '언젠가 저기'에 미치는 것이다. 막상 '언젠가 저기'의 근처에 당도했을 때, 손이 닿지 않는 부족분의 거리를 채워 줄 한 땀조차도, '지금 여기'에서부터 이미 시작되는 미래인 것이다. 절망의 최대 반전은, 그 절망의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어느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전을 무한히 미루며 지금의 무기력을 긍정하려고만 든다.

_ 민이언,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읽은 ---



377.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

 

- 일독(그땐나도대학생)

- 재독(이때부터는백수)

- 삼독(210928)

 

하나의 개념은 그 개념에 딸린 여러 가지 속성의 요약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라는 개념에는 자본주의가 형성되고 발전하고 변형되어온 과정, 경제제도로서의 여러 특성 등이 요약되어 있다(그런 점에서, 이론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면 개념은 본문이 아니라 차례와 같다). 그러므로 개념을 이해할 때는 사전적 정의보다 그 개념에 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똑같은 개념이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념의 연쇄는 이론을 구성한다. 이론가는 여러 가지 개념을 규정함으로써 이론을 생산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게 생산된 이론이 거꾸로 그 이론에 사용된 개념들을 재규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념과 이론은 유기적이고 교호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개념의 의미를 고정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이 된다. 개념을 정의가 아니라 이미지로서 포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_ 남경태, 개념어 사전


일독할 때 이 책은 정말 사전이었다. 사전 속에 있는 단어의 의미를 모두 아는 사람에게는 그 사전이 필요 없으므로, 누군가 사전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 사람의 부족함에 대해 알리는 바가 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에는 사전을 펼쳐놓고 읽어도 영문을 알 수 없는 개념들이 잔뜩 존재하는구나.

 

재독할 때 이 책은 다른 인문서들을 읽기 위한 몸풀기였다. 나는 이제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이런저런 독서를 거치다 보니 구력이 쌓여서(사실 이 책은 구력을 언급할 정도로 어려운 책도 아니다) 이미 이 책 속의 개념을 꽤나 습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독을 하니 이제 보인다. 인용한 부분은 이 책의 서문인데,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가르침은 이렇게 서문에 있었다. 이 책이 함유하고 있는 개념은 인문서 읽기의 필요조건은 되어도 충분조건이 되기에는 충분히 불충분하다. 그러나 서문의 이 구절은 앞으로의 독서 속에서 개념을 획득할 때 내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뭐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툭- 하고 가르쳐 주고 있다.

 

 

 


378. 대생 공부법

박동호, 김나현, 이기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

 

많은 수험생들은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을 위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한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공부해야 성적이 오르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쉬운 적만 때려잡아서는 경험치가 잘 오르지 않는다. 버거운 적을 잡아야 경험치도 많이 얻고 좋은 아이템도 잡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부의 가장 큰 적은 내가 못하는 단원’, ‘내가 못하는 과목이다. 이 부분을 때려잡아 레벨 업을 거듭한다면 어느 순간 성적은 물론이고 약했던 단원과 과묵에 대한 자신감 역시나 상승할 것이다.

_ 박동호, 김나현, 이기준, 의대생 공부법

 

이런 조언은 굉장히 단순하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생각해보면 단순히 공부의 차원을 넘어서 삶의 어떤 태도에 대한 조언으로도 읽힌다. 생각해보면 syo는 늘 버겁지 않은 적을 잡는 것을 좋아했다. 쉽게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용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몸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고, 어제 읽은 책보다 약간만 더 어려운 책을 찾아 헤맸기 때문에 늘 입문서/개론서에서 그쳤다. 버거운 적. 버거운 적이라.

 

, 이 책은 쓸만하다. 굉장히 독창적인 공부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할 말은 다 해주는 책이다. 심지어 문제집 추천 코너도 있고, 노하우 전수와 자랑이 귀엽게 뒤섞인 의대생들의 인터뷰 코너도 있는 알찬 구성.

 

 

 


379.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

 

- 일독(17080x)

- 재독(210928)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한낮의 카페 한가운데 좌석에서든,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는 한밤의 방 한구석에 홀로 기대 앉아서든, 모두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을 때 그 고독은 사실 다른 고독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자 한 자 책을 쓰는 저자의 고독과 한 줄 한 줄 책을 읽는 독자의 고독 사이. 그 책을 읽는 나의 고독과 그 책을 읽는 너의 고독 사이. 물론 우리는 서로에게 결국 남입니다. 그러나 홀로 된 채 책을 읽고 쓰는 타인들이 느슨하게 서로 연결될 때, 그 끈은 세상의 다른 범주들과 달리 억압하지 않습니다. 그 작은 평화 속에 위엄이 있고 위안이 있습니다.

_ 이동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재독이기도 하지만, 일독 때도 딱히 독서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동진 선생님의 글이 좋았고, 책에 첨부되어 있는 추천도서 500선 가운데 몇 권을 내가 읽었으며 몇 권을 내가 읽을 것인지를 가늠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뭐 그랬던 것 같다. 책에 대한 사랑을 밝히는 데 스스럼없는 사람(선생님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독서 슬럼프가 없었다고 한다)이 글마저 잘 쓸 때, 그 책은 그냥 손에 잡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히고 그러는 것. 처음 읽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딱히 뭔가 얻은 것은 없다. 그냥 재미있어서 읽었다. 그랬더니 이 책의 제목처럼 되었다. 결국 뭔가를 얻은 것이다.

 

 

 


380. 별게 다 행복합니다

명로진 지음 / 마음의숲 / 2021

 

네이버에 검색하면 명로진 선생님의 책이 62종이나 나온다. 최초 작품이 90년인 걸 감안해도 많은 수고, 2020년에는 무려 4권을 출간했다. 출판계의 사이보그 장석주 선생님에 비하면 절반, 기계 인간 강준만 선생님에 대면 1/5에 못 미치는 숫자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많은 책에 놀랐다. 어릴 적에는 브라운관 안에서 명로진 선생님을 보곤 했었는데…….

 

이 책은 뭐랄까, 곱게 말하면 인문학적 시선을 대상에 던져 반사되는 통찰을 기록한 책이고, 쉽게 말하면 그냥 명로진이 만난/만날 사람같은 책이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하는 생각은 보는 사람의 것만도 보이는 사람의 것만도 아닌, 두 사람분 이상의 어떤 것이기 때문에 늘 의미는 있다. 그러나 syo60권 이상의 책을 써내는 사람이 매 책마다 고이 빛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범했다.

 

우리는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할 때 행복하다고 알고 있었다. 실은 원대한 목표와 계획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들이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음을 유재석은 몸소 보여주었다. ‘꿈 따위는 갖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몰려온다. 숨 쉬며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히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꿈을 갖지 말자. 행복해지려면.

_ 명로진, 별게 다 행복합니다

 

 

 

--- 읽는 ---

수학사 아는 척하기 / 지오딘 사르다르 외

나는 당신이 N잡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기백, 송종국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 편성준

처음부터 생명과학이 이렇게 쉬웠다면 / 사마키 다케오, 사마키 에미코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 금정연 외

60개의 이야기 / 디노 부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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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9-28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른 아점으로 죽 먹으면서 읽다가 죽뿜었어요. 누구인가 (궁예 버전으로)… 등 떠미는 이 ㅋㅋㅋㅋ 바로 나 자신 ㅋㅋㅋ 아 쓰바 오늘도 나는 나를 민다 ㅋㅋㅋ 암튼 쇼님 오백권 힘내. 나는 제2의 성이랑 소설의 정치사 남음 ㅋㅋㅋ

다락방 2021-09-28 11:45   좋아요 2 | URL
페투도 남았잖아요? 🙄

공쟝쟝 2021-09-28 11:56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 제2의 성 영업 성황 중이니 페투는 다음달로 좀 봐주실 수 없을까요? 굽신굽신 ㅋㅋㅋ 🙇🏻‍♀️🙇🏻‍♀️🙇🏻‍♀️

다락방 2021-09-28 11:58   좋아요 2 | URL
왜이러세요, 쟝쟝님? 이러시면 마치 제가 기한 안에 못읽었다고 마감 되면 재촉하고 압박하는 리더 된것 같잖아요? 아시잖아요, 저는 여러분을 자유롭게 풀어놔두는 사람이라는 거... 저 잔소리하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아시잖아요? 다른 분들 오해하시게 왜 이러시는거에요? 네?

청아 2021-09-28 12: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9-28 12: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말하않 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9-28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대생 공부법>저도 사두었는데 (저는 사두기만;;)어쩐지 의대생 아니어도 도움받을만한 그런 지점이 있을거라고 예상했더랬습니다. 맞았네요ㅎㅎ
글고 syo님 자신만의 싸움 얘기에
저는 저랑 너무 안싸웠구나 좀 많이 풀어줬구나 종종 맞짱좀 떠야겠다 느끼고 깨우칩니다.
그래도 500권은 엄두안나요;;홧팅!!👍👍👍

syo 2021-09-28 12:39   좋아요 1 | URL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 제일 부질없는 짓입니다. 걔 말고도 싸워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나요.....

청아 2021-09-28 12:54   좋아요 3 | URL
앗 (_-_)

syo 2021-09-28 13:48   좋아요 2 | URL
😉

새파랑 2021-09-28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년 500권이라니 대단하네요 👍
전 200권이 목표인데 ㅋ
500권달성을 응원합니다~!!

syo 2021-09-28 12:40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그러나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500권 읽고 200권은커녕 20권 읽은 것만 못하기 때문에 😄

Falstaff 2021-09-28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일 앞에 인용한 시 쓰는 정모 씨는 와우 대단해요, 대단해.
어째 40년이 넘도록 그리 한결 같을까요?
같은 금형으로 만든 풀빵 기계에 밀가루 반죽만 좀 다르게 해서 그그저께도,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저 한 식구 같은 것들만 쪼르르르르르르.... 찍어내는 실력이라니!
명색이 동시, 시, 소설 신춘문예 3관왕이면 소설이나 함 써보든지.

syo 2021-09-28 13:4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 권 두 권까지는 세상 이런 시가 없다 싶다가, 세 권 네 권부터는 아, 세상 이런 시는 죄다 정호승 선생님 이름 달고 나오는구나 싶다- 뭐 이런 말씀인거죠?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28 14:10   좋아요 2 | URL
콕 집어서 이 양반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서정춘의 지적대로 간혹가다가, 설사하듯 시를 찍어내는 시인이 있기는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28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과의 온건한 싸움이 이렇게 잘 이기며 진행되면 돼요 안 돼요? 네? 결코 자신을 채근하지 않고 늘어져 있다면서 9월까지 380권 읽었다는 거 자랑인거죠? 나무늘보 사진은 왜 넣었어요.
아.. 왠지 늘보 눈이 총명해 보이는 것이 저 자세로 독서중인가 보다..
<개념어 사전> 저도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syo님이 일독때 느끼셨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네요 ㅎㅎ

syo 2021-09-28 13:52   좋아요 2 | URL
저는 올해 무난히 500권을 달성하기 위해 읽는 책의 난이도를 자유낙하시켰습니다......
그리고 나무늘보라니요, 저건 저예요.

제 멘탈증명사진입니다. 🦥

mini74 2021-09-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나무늘보 너무 귀여움. 자기와의 싸움의 이득 승자도 나 패자도 나 ㅎㅎㅎ 넘 좋은 삶의 자세십니다 ~~

책읽는나무 2021-09-2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살펴 보니 김금희의 나의 사랑 매기..저 책을 읽었는데 인용문은 생전 처음 보는????ㅜㅜ
500권 목표 이루시려면 일단 건강이 우선!!
밥 잘 챙겨 드시옵소서!!!!

북다이제스터 2021-10-0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보다 질이죠!’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전 항상 ‘양질 전화의 법칙’을 말씀 드리곤 합니다.^^
 

 

수염할배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았지

 

 

 

1

 

요 며칠 읽고 쓰는 일이 퍽 권태롭다. 눅눅해진 호밀빵 같다. 손이 잘 가지 않고 억지로 입에 구겨 넣으면 목이 턱턱 막히는 읽기. 베어 물 때마다 가루는 흩날리고 테이블은 어떻게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문장. 답지 않게 하루 한 권 읽는 데에도 꽤 많은 양의 아등바등이 필요한 중이고 한 주간 글을 쓰지 않았다.

 

 

 

2

 

별일은 없고, 그저 가을 오는 소리, 들리지 않는 그 소리가 한창 시끄럽다. 하늘은 매일 새로 그리는 그림 같다. 계절감이 난만하고 구름은 두텁지만 밝다.

 

 

 

3

 

지난 목요일에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아무래도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며칠째 극심한 살찜을 앓고 있다. 그 전 주, 그러니까 명절 연휴 직전의 체중계와 이번 주의 체중계는 지나치게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입도 없으면서 한 LED로 두말을 하다니. 앉아 있을 때 배가 튀어나오는 일이야 오래 묵은 비극이지만, 그래도 서 있을 때는 어떻게든 밀어 넣을 수가 있었다. 완전히 감추어지지는 않아도 그 입체감을 평평한 아스팔트 위의 자기 주장 약한 과속방지턱 수준으로 깎을 수는 있었다. 그러던 것이, 백신 접종을 전후로 하여 그 귀엽고 애처로운 노력마저 부질없어진 상황. 논리적 추론과 인과적 사유가 아주 몸에 배어 있는 공대생 출신의 날카로운 뇌세포가 이 모든 악의 원흉이 백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게 있을 수가 없지, 아무렴!

 

 

 

4

 

마르크스는 자본의 본문을 이런 첫 문장으로 연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부는 하나의 거대한 상품 집적으로 나타나고, 하나하나의 상품은 이러한 부의 기본형태로 나타난다.

_ 카를 마르크스 지음, 강신준 옮김, 자본 I-1

 

모든 마르크스 입문서나 개론서는 저 문장을 쎄게 다룬다. 자본이나 이 아니라 상품에서 분석을 시작했는지, 진짜로 부의 형상이 상품의 집적으로 나타나는지 아닌지 등등을 경제적 · 사회문화적 논법을 동원해서 설명하곤 한다. 그런가 보다 했고 중요한가 보다 했다. 비문학 고전을 읽는 일은 대체로 그렇게 진행된다. 그런가 보다, 중요한가 보다.

 

토요일, 10년만에 코스트코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syo는 저 문장이 경제학적 문장이 아니라 심리학, 심지어 정신분석학적 문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왔다. 그곳은 그야말로 엄청난 상품의 집적이었다. 14만원 단위로 묶어 파는 소고기 한 더미, 3L의 술이 들어 있는 유리병의 피라미드, 산처럼 쌓여 있는 호밀빵,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감자칩……. 그 어마어마한 상품의 벽에 둘러싸인 syo는 저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14만원짜리 소고기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카트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곳에서 나를 둘러치고 있는 것들이 상품이 아니라 돈다발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냥 그 돈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부자가 되어서 돈을 가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그것들을 가지고 싶다고. 하지만 나를 둘러싼 것들이 돈이 아니라 상품이어서, 나는 바로 그것들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그것들을 가질 수 있는 부를, 그러니까 그것들을 가질 수 있음을 가지고 싶었다.

 

견물하면 생심하는 모양이다. 견하는 물이 커지면 생하는 심도 비례하여 커진다. 누군가에게 물욕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양쪽에 무한한 종류의 상품이 무한에 가까운 양으로 쌓여 있는 복도를 걷게 만드는 것이 괜찮겠다. 물론 교보문고나 대학 도서관의 거대한 서가 사이를 거닐면서, 이미 나는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 읽은 ---

 


369. 약국 안 책방

박훌륭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

 

세상엔 수많은 부탁과 거절이 상충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거절을 당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 사람은 아마 엄청난 자존감 하락에 시달릴 거라 예상한다. 모르긴 해도 하고 있는 일이나 더 크게는 삶에 대한 의욕마저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거절당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한 가지를 잊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을 거절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내 욕구,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절한다. 난 다른 이에게도 거절당하는데 내 자신까지 거절해야 할까? 우리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가족의 행복, 중요하다. 인류의 평화,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내 자신의 행복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_ 박훌륭, 약국 안 책방

 

한번 들으면 도저히 까먹을 수 없는 이름의 소유자 박훌륭 선생님을 처음 발견한 것은 전작이자 선생님의 첫 번째 책, 이름들에서였다. 선생님은 공대생이 되어서 약사가 되더니 책방 주인이 되었다. 기이한 삶이다. 기이하지만 탐나는 삶이다. 심지어 글도 좋았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공대를 나온 공대생이 약사이면서 책방 주인인데 글도 잘 썼다. 욕이 나왔다. 까야지. 이름들은 좋으니까 못 까겠고, 다음 책 나오면 어떻게든 까야지, 하는 삐뚜름한 마음을 먹고 기다렸는데, 나왔다. 약국 안 책방. 가만두지 않겠다- 하고 덤벼들었다. 그리고 좀 애매해졌다.

 

사실 syo가 그렸던 건, 약국 안 책방이름들만큼이나 훌륭해서 아, 역시 박훌륭 선생님, 졌다 졌어, 훌륭하게 져버렸어, 이러면서 함박웃음과 함께 마무리되는 그림이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호기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말릴 사람이 두 명 이상일 때만(왼팔 오른팔을 잡혀줘야 하므로) 말리지 마, 이거 놔 봐,를 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맘껏 호기로워지는 사람처럼, syo가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약국 안 책방이름들만큼 괜찮지 않았다. 완전히 망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뭐랄까, 말릴 사람이 딱 한 명 있는데 걔는 너무 비실거리고 고분고분해서 내가 말리지 마- 하면 어 그래 그럴게 하면서 바로 말림을 포기할 것만 같아서 도리어 세게 굴지 못하겠는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370. 나를 살리는 철학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 최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1

 

이런 식이다.

 

마음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답니다.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삶에 대처하려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지켜보면서 돕는 마음이죠. 철학자들이 돕는 마음이 바로 후자입니다. 일상의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완전히 분리된 관점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좋은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좋은 철학은 당장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에만 매달리지 않아요. 원인과 뿌리를 찾아 제거하고자 합니다. 그 뿌리가 깊다면 깊이 파내야 하고요.

  삶의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세요. 인내하고 꾸준히 연습하고 올바른 생각을 하게 되면, 내게 남은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도 깨닫게 될 겁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자신에게 던져진 운명적인 조건들을 받아들여야 하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이 있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그 시간도 결국 지나갈 겁니다. 그런 순간에도 인내심을 가지세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시간이 되면 오고가는 기분이라고 생각하세요.

_ 알베르트 키츨러, 나를 살리는 철학

 

여러분께 괜찮은 책이 될지 아닐지는 요 샘플 한번 발라 보고 판단하시기를.

 

출제범위는 고대 그리스 · 로마 시대의 철학자들까지다. 사실 그때까지의 철학자들이 마음 치료에 쓰기 좋다. 특히 스토아학파 사람들은 그냥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즉효로 먹힐 만한 말들만 왕창 쌓아놓고 건너간 사람들이니까. 스토아학파의 철학만으로 멘탈 멘토링하는 책도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쪽이 좀 더 든든하긴 했다.

 

 

 


371. 스물넷,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주연 지음 / 미래북 / 2021

 

스물넷에 약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스물넷이면 무엇이든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제목을 붙인 이가 나이라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스물,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면, 그 나이에 그런 결심을 하는 것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어 그랬나 보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그게 뭐 별일이라고 제목에까지 달아놨지- 하고 갸웃하거나 하겠지. 제목이라는 것은 그냥 뽑는 것이 아니어서, 평생 쌀밥 먹는 사람은 어제도 쌀밥을 먹었습니다하는 제목을 달지 않는다. 그런 제목은 하루에 고작 한 끼를, 그것도 라면으로 겨우 해결하며 힘든 삶을 살던 사람이 어느덧 평범한 삶을 영위하게 된 이야기랄지, 금식과 미음을 오가며 몇 년 투병을 하던 사람이 완쾌하고 드디어 쌀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야기랄지, 뭐 그런 이야기에 달릴 만한 제목이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평범하면 제목이 특별하고, 제목이 평범하면 그 제목이 실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있고, 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목을 뽑은 이는 스물넷에 약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제 마흔을 코앞에 둔 하릴없는 백수의 꼬이고 꼬인 마음에는 제목 자체가 그다지 곱지 않다. 서른일곱은 어쩌라고.

 

제목 놓고 잡설이 길었는데, 책 자체에서는 그다지 특별함을 찾지 못했다. 수없이 많은 유학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제목에서 벌써 가재눈을 떠서 그런가, 사람들이 동기 부여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 노오오오오오력 뽐뿌가 생기지도 않았다.

 

 

 


372. 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마야 괴펠 지음 /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1

 

프랭크 보먼과 윌리엄 앤더스와 제임스 러벨은 달을 촬영하기 위해 우주로 나갔다가 지구 사진을 가지고 귀환했습니다. 나중에 나사NASA’지구돋이Earthrise’라는 시적인 제목을 붙인 이 사진은 인류가 촬영한 가장 중요한 사진 작품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지금껏 촬영된 환경 사진들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사진은 우리의 환경 전체를 담은 유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별 외에 우리는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근본적으로 인류가 이미 500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해주었을 뿐입니다. 지구가 편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것은 적어도 최초의 세계 일주 이후 누구나 알았던 사실이지요. 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 이로써 인간이 만물의 중심일 수 없다는 깨달음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 덕분에 지구의 유한함과 특이성은 손에 잡힐 것처럼 분명해졌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경험은 이런 커다란 맥락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인간이 어떤 사안을 두고 그리는 그림은 반드시 그 사안과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림은 인간이 어떤 관점으로 사안을 보는지 알려줄 뿐입니다. 이런 차이는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그림의 간극은 매우 커서 오늘날 우리가 갈등하는 모든 문제를 낳기 때문이지요.

_ 마야 괴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지구가 부서져 가고 있음을 주장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의 싸움은 어떻게 되는 중일까. 목소리는 전자가 큰데 권력은 후자가 커서 도무지 결착이 나지 않는 것일까? 이제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딱 이만큼만 쓰고 버리고 내뿜으며 나아가더라도 망할 수밖에 없는 멸망의 궤도에 지구는 이미 들어선 것일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무엇을 하려는 의지가 내게 있을까? 나는 오늘도 고기를 먹고, 플라스틱과 비닐을 이용하고, 물 쓰는 데 위기감이 없고, 여름에 에어컨을 줄여도 그건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통장 잔고를 위해서 그러는 건데……. 하지만 읽는 책이 늘어날수록 점점 마음도 따라 불편해지는 것을 보면 내 양심이 남산위의저소나무처럼 철갑을 두른 것만은 아닌 것도 같고……. 하여튼 계속 읽어볼 일이다.

  

 

 


373.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

루돌프 타슈너 지음 / 김지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

 

오늘날에도 스스로 공식을 세우고 전문적인 수학자나 수학 전공자처럼 공식을 활용해 보라는 시험 문제가 출제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라는 어른들의 욕심이다. 음악이나 미술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수학적 재능을 가지지 않은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식이 한정되어 있다. 공식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연습도 좋지만 그보다는 공식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외국어와 문학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영어 시간에 엄청난 산문이나 시를 써낼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며 줄리엣의 말에 젖어드는 경험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모두에게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잔인무도한 일이다. 반대로 영어 수업에서 오직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에만 초점을 맞추어, 어린 시절에 훌륭한 글을 접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_ 루돌프 타슈너,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

 

선생님, 계산기가 있는데 수학을 배워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어요- 라는 질문은 만고불변 만국공통인 것 같다. 유독 수학만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은 수학 자체가 지닌 악독한 난이도 탓도 있겠지만, 수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일단 무조건 윽박질러서 끌고 가려는 교육의 탓이 있다. 그러나 사실 국민교육 체제에서 피교육자의 필요를 교육자(체제)의 필요보다 우선시하여 존재하는 과목은 없다. 피교육자가 얻는 것들은 일종의 외부효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떤 과목이 내게 왜 필요하고 중요하냐는 질문은 공교육 체제 하에서 기본적인 모순과 맞닥뜨린다.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과목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대신 공교육 체제에 들어설 입장권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은 더욱 의미가 없다. 많은 책들은 수학적/논리적 사고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수학을 추켜세우지만, 그런 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을 시간에 수학책을 읽고 문제 풀이에 매달린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수학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건, 수학 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가는 학과가 제공하는 직업이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수포자인가 아닌가가 문/이과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문과 계열의 과에 입학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을 복수로 전공하지만, 그 반대의 일은 흥미와 성향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최소한 이 나라에서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느냐 하면, 돈 버는 데 쓴다고 대답해도 무방한 것이다.

 

그렇지만 수학 공부에는 저자가 주장하는 장점들도 분명히 있다. 입시와 관련 없이 수학을 공부하고, 시간을 들여 방정식을 풀어가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만나보았다. 일하면서 느끼는 건데, 학교 다닐 때 수학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 하는 말은 이제 조금만 더 들으면 지겹겠다.

 

 

 


374. 미아로 산다는 것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

 

박노자 선생님 맘은 왜 늘 내 맘 같을까. 아니지, 내 맘은 왜 늘 선생님 맘 같을까. syo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사회, 정치 그런 거는 그냥 내가 선생님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쫄래쫄래 따라간 거라고 생각하면 끝이지만, 하다하다 이제 이런 대목까지 쌤맘내맘 할 줄이야.

 

인간은 좀 특이한 동물입니다. 지능이 높은 만큼 뇌를 쉬게 해야 하죠. 그래서 인생에서 3분의 1은 수면 시간인 데다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어떤 '도취'의 체험입니다. 도취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방법도 있고, 자주 섹스하면서 오르가슴을 즐기는 방법도 있고, 대마초를 피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흐나 스크랴빈의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 감상의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요. 요즘 같으면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일종의 오르가슴 같은 환희의 기분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겟죠. 정말 각양각색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정신에 위험할 수 있는 방법도("할렐루야"), 심신에 모두 안 좋은 방법도(대마초, 주류), 몸에 좋은 방법도(헬스), 정신에 유익한 방법도(독서, 음악 감상), 심신에 모두 좋은 방법도(요가와 명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관계) 있습니다. 사회의 과제는 구성원이 어릴 때부터 나쁘지 않은 도취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독서삼매의 유쾌함을 일찌감치 학교교육에서 보여준다든가, 사랑과 섹스가 마음과 몸에 얼마나 좋은지 일찌감치 성교육 과정에서 가르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_ 박노자, 미아로 산다는 것

 

, 도취의 체험으로서 최고의 자리, ‘심신에 모두 좋은것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 선생님이시여.

 

 

 


375. 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1

 

생각해보면 읽기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읽기가 있고, 그래서 모든 책은 모두에게 저마다 다른 책이라는 말은 정론이기도 하고 멋있기도 해서 자주 입길에 오르지만, 막상 저마다의 책 읽은 글을 읽어보면 실제 차이는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진다. 그것은 독창적 책읽기가 보통의 내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쉬운 경지가 아닌 탓도 있겠고, 자기가 읽은 것을 읽은 대로 쓰는 데에 필요한 공력이 막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책 읽은 글을 우리가 읽는 행위 역시 읽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모든 책은 모두에게 저마다 다른 책이라는 말 만큼이나 인기 있고 폼나는 말이 있다. ‘모든 독해는 일종의 오독이다.’ 그러니까 어떤 책 읽은 책이 같은 장르의 다른 책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을 때, 이 책이 독창적인 독해를 제공한다기보다 평범한 독해에 독창적인 경험을 어설프게 접붙여서 독창성의 총량을 겨우 맞춘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세 개의 수문을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다. 저자의 독해, 저자의 글, 우리의 독해. 그러나 그 점검은 너무도 품이 많이 드는 데다 해 봤자 1, 2단계에서 벌써 걸려든다는 느낌만 얻기 십상이라, 그냥 대체로 아래와 같이 말하고 만다.

 

이 책은 무난하다. 알라딘에 이런 글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

 

 

 


376. chaeg 2021. 9.

()(월간지)편집부 지음 / ()(잡지) / 2021

 

 

 

--- 읽는 ---


세 개의 달 / 듀나 외

개념어 사전 / 남경태

의대생 공부법 / 박동호 외

60세부터 인생을 즐기기 위해 중요한 것 / 쇼콜라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박혜성

투자의 본질 / 박세익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 요나스 요나손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 있다 / 유영제 외

별게 다 행복합니다 / 명로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백조와 박쥐 / 히가시노 게이고

루디크러스 / 에드워드 니더마이어

페미니즘의 투쟁 /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선의 언어 / 손민호

불공정사회 / 이진우

베드타운 /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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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9-27 1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어제도 쌀밥을 먹었습니다 제목 좋은데요. 한 권 써주시죠 ㅎㅎㅎ

syo 2021-09-27 13:53   좋아요 6 | URL
생각해보니 쌀밥을 잘 안 먹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안 되네요.....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일이군요 쌀밥먹기는

Falstaff 2021-09-27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와... 좋아요 열 개!!!!
저 오늘 10여 년 만에 수염 기르고 출근했습니다. 작은 애 중학교 졸업할 때 길렀는데 지금 스물아홉 살이니까 한 13년 만입니다. 근데 마스크 때문에 김이 좀 샜습니다.
그래도!!! 날 잡아서 제목이 ˝수염할배˝라니, 이런 환영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ㅋㅋㅋㅋㅋ

syo 2021-09-27 21:32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맞춤하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아직 근무하던 시절, 마스크 안으로 면도하지 않은 수염을 달고 구청에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밥 먹다가 걸렸어요......😣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뭐라 한 것과 비슷한 압박감.....

stella.K 2021-09-27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화이자 한 달 전에 맞았는데 어제 뉴스 보니 30대 가장이 화이자 맞고
보름만에 사망했다는 소식 있던데 심난하더군요. 곧 2차 맞을 때가 돌아오는데.
연로한 울엄마도 2차 맞고 끄덕도 없었는데...
1차 때 부작용으로 잠을 많이 잘 수도 있다고 해서 그걸 은근 기대했는데 개뿔!
기분상 어찔한 적은 있어도. 주사 바늘 들어갈 때 그래 목숨을 내놓는다. 죽기 밖에 더하겠냐 하다가도
목숨이 아깝긴 아깝더군요. 2차를 맞아야 하는 건지 원.
그래도 스요님은 행복하게 잘 사셔야 합니다.ㅠㅠㅋㅋㅋㅋ 뭐라는 건지...

scott 2021-09-27 16:53   좋아요 4 | URL
뉴스에 나오는 건
부작용 사례들만 추려서 입니다

부정적이게 생각하면 안됨!

stella.K 2021-09-27 17:04   좋아요 4 | URL
네네. 친절한 스콧님!ㅎㅎㅎ

syo 2021-09-27 21:33   좋아요 2 | URL
저는 사실 그런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살찜증상이 걱정일 뿐이지요.....

독서괭 2021-09-27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윽 3번이 뼈를 때리는데요 ㅋㅋ 저도 얼마전 화이자 2차를 맞았는데, 뭔가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고 피곤한데 이것이 백신 때문인지 그냥 원래 그런건지 헷갈리더라구요. 다행히 저는 몸무게 변화는 없습니다만, 사람마다 부작용의 양상이 다른 법이니 syo님은 백신 때문이 틀림 없습니다, 암요.
읽고 계신 책 중에 읽은 거 이동진 책 하나인데 syo님에게는 특별히 효용이 없을 듯 합니다. syo님은 이미 독서법 한권 쓰실 내공 아닌가요?

syo 2021-09-27 21:34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빼박입니다. 2차까지 맞으면 핵돼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말씀하신 이동진 독서법은 심지어 재독입니당 ㅎㅎㅎㅎ

mini74 2021-09-27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대생 출신의 뇌세포도 살이 찐게 아닐까요 동글동글 귀엽게. 글 내용이 정말 귀엽습니다. ㅎㅎ 노력하면 안 되는게 어디있겠습니까. 배에 힘을 좀 더 주고 걸으시면 될듯 ㅎㅎ박훌륭작가님이 두번째에선 반훌륭작가님이 되신건가요 ㅎㅎ 이름들이 더 읽고 싶어지네요 ~~

syo 2021-09-27 21:35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지금도 없는 복근이 최선을 다하느라 부들부들 떠는 중인데 여기서 더 힘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이름들> 쪽이 조금 더 괜찮았습니다. 두 권 중 한 권만 보실 거라면 그쪽을 추천합니다.

scott 2021-09-27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식욕의 계절!
소요님!의 식욕은 책 밥, 글밥
三님과 심신에 좋은거 골고루 드세요


syo 2021-09-27 21:35   좋아요 2 | URL
백신 때문이라니까요.......
그런 걸로 하자구요..... 😭

그레이스 2021-09-27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작용이 살찜?ㅋㅋ
진심이신가요?
오늘은 이과인듯 이과 아닌 책이 많네요^^
박훌륭작가 혹시 손님이 와도 책읽느라 모르는 것 아닐까요?

저도 박노자 좋아합니다.

syo 2021-09-27 21:36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약국에서 책방을 하시지만 근무 중에 책을 보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약과 책을 ‘파는‘ 사람인 느낌? 물론 당연히 어느 정도 책을 보긴 하시겠지만.....

박노자 선생님은 사랑입니다 😍

2021-09-2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7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09-27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내일 2차 맞으러 가는데....살찜 부작용!!
넘 공포스럽군요ㅜㅜ
오늘은 이동진 독서법 한 권 중복되었어요^^

syo 2021-09-27 21:37   좋아요 3 | URL
살찜 부작용을 조심하세요!
체온계보다 무서운 체중계......

붕붕툐툐 2021-09-27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은 부작용을 목격했지만, 쇼님의 부작용은 상상초월이네요~!
박훌륭님은 정말 훌륭하실 거 같아요. 와~ 이름 영원히 기억날 듯!!
박노자 선생님이 말씀하신 심신에 모두 좋은 방법이 제가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

반유행열반인 2021-09-27 21:26   좋아요 2 | URL
으아니 쉼표 앞에 거요 뒤에 거요?

반유행열반인 2021-09-27 21:26   좋아요 2 | URL
이거 너무 의기양양하게 쓰셔서 제가 노파심에 그만…

붕붕툐툐 2021-09-27 21:33   좋아요 2 | URL
에이~ 참~ 열반님도~ 제가 매일 하는거 그거 있잖아요~😉

syo 2021-09-27 21:39   좋아요 2 | URL
뒤에 거죠.
당연히 뒤에 거 아니겠어요?

저는 뒤에 거에 100표 던질 테니
반님은 앞에 거에 한 표 던져서 1:100으로 제가 이긴 걸로 하면 괜찮겠습니다 😎

붕붕툐툐 2021-09-27 21:51   좋아요 1 | URL
😎😎😎😎

얄라알라 2021-09-30 23:07   좋아요 1 | URL
ㅋㅋ이번 syo님 페이퍼 대화하듯 읽으니 중간 중간 댓글 달고 싶은거 몇 번 참았는지 모릅니다. 읽는 사이 댓글 내용 까묵했는데, 툐툐님 댓글 보고, 아, 맞아맞아^^ 하면서 시간순으로 다시 복기 중 ㅋㅋ

저는 송편 부작용 찜인데 syo님은 그래도 공대생 분석이 가능한 찜이신건가요?ㅋㅋ

그리고 진심, ㅎㄹ 작가님은 한 번 들으면 존함 잊을 수 없겠어요


저는 중2때 함수 배워서 뭐하냐고 대들 듯이 물어봤다가 조금 난감했던 상황 연출되었던 기억 나는데 다들 그 질문 하시는 거군요^^ 나만 반항한 게 아님^^

공쟝쟝 2021-09-28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자찡 놓은지 좀 오래되었는데 저런거(?)도 쓸 줄 알다니…. ㅋㅋㅋㅋㅋ 스무살 소녀(?) 공쟝쟝의 인생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 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추억에 젖으며 tmi를 투척한다)
저 코스트코 안가봤는데 ㅋㅋㅋㅋ 한럾이 무한에 가까운 감자칩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9-28 11:15   좋아요 2 | URL
노자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녀 공쟝쟝의 죽창 스토리 언제 한번 페이퍼로 썰 풀어줘요.

공쟝쟝 2021-09-28 11:20   좋아요 1 | URL
어머 이 사람 미쳤나봐 ㅋㅋ 죽창이이라니.. 저 손씻었어요 😤

scott 2021-10-08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요님 이달의 당선 추카
불금, 三님과 맛나는거 배불리 ^ㅅ^

mini74 2021-10-08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맛집 ㅎㅎ 소요님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10-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축하드려요 500권을 향해 화이팅~!!

그레이스 2021-10-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1-10-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10-0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부작용은 어떠신지요 ㅎ

thkang1001 2021-10-0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이 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연휴 되세요!

황후화 2021-10-0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축하드려요~~~
 

 

풍경사진아재와 중년바지아재

 

 

 

1

 

꽃 사진 풍경 사진 자꾸 찍으면 아재라고 했는데 진짜 아재다. 왜 진짜 아재냐 하면, 이러면 아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걸 알고도 하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 아재 포인트다. 꽃을 찍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면 아재임을 알면서도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패기. 더는 저항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래 나 아재요- 하고 외치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경지(지경). 같이 사는 친구가 중년을 디자인하다를 모토로 하는 쇼핑몰에서 바지를 사기 시작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렇지만 저 하늘 파란 거랑 구름 입체적인 것 좀 보라고. 참을 수 있는 아재 있습니까…….

 

 

 

2

 

그래서 아재답게 10년 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문득 돌아보았는데, 그때의 syo는 논산훈련소와 육군정보통신학교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막 받았나 받기 직전이었나 그런 syo였다. 아재는 10년 전 신병이었다. 10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구하다, 기구해. 내 기억에 2011 그해 여름의 3대 흉사凶事는 강남역 침수, 우면산 산사태, syo의 입대였다.

 

 

 

3

 

그리고 그해의 은 인생의 리즈 시절을 구가할 가능성을 그저 가능성으로만 소진시키고 있었다. 얼떨결에 편입에 성공해서 인서울하였으나 친구가 없었고, 친구가 없었으나 외롭지 않은 바람에 무슨 무통증 걸린 사람이 장기 손상되는 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사회성을 잃어갔다. 이것이 적성이다 싶어서 바꾼 전공은 그것이 적성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만 남긴 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알파벳이 되어 성적표에 못박혔다. 그래서 편입 성공 이후 계획했던 빛나는 인생은 빚나는 인생으로 쾌속전환의 급물살을 탔고, 2년쯤 지나고 보니 갓 제대한 syo나 갓 졸업한 이나 그놈이 그놈이어서 그놈들은 많이 놀랐다. , 너에겐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있었잖아. , 가능성은 늘 있어. 지금도 있지. 단지 그게 영원히 가능성으로 남을 뿐이야.

 

오늘의 우리는 의 연애 가능성을 생각한다. 불가능은 없다. 가능성은 늘 있다. 단지 그게 영원히 실현되지 않고 무한한 크기의 박제로 남기에 문제일 뿐이다.

 

 

4

 

아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 집에선 아마도 아재 냄새가 나겠지. 으아아아아아앙…….


 

 

우리는 복권 석 장과 편의점 빙수를 들고 근처 냇가에 갔다. 그리고 내천을 등지고 복권을 긁었다. 석 장 중 한 장이 1000원에 당첨되었다. 우리는 쓸쓸히 환호했다. 1000원이 당첨되면 그 1000원은 다시 복권을 사는 데 쓰게 된다. 그게 복권계의 상도니까. 그래서 우리는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 한 장과 교환하고 다시 내천으로 갔다. 그리고 플래시를 켜고 복권을 긁었다. 1000원이 당첨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에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으로 바꾼 다음 다시 내천으로 갔다. 이쯤 되니 뭔가 저의가 있는 것 같았다. 신이 살아갈 최소한의 빌미로서 1000원을 우리 삶에 던져 놓고 그것을 당근 삼아 유산소 운동을 시키고 있다고.(이로써 신이 우리 삶에 딱 1000원만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신은 헬스 트레이너이고 우리는 개인 PT를 받고 있었던 것. 애당초 당첨되지 않았다면 시간 낭비도 안 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1000원이 당첨되는 바람에 결국 우리가 얻은 건 0원과 움직임이었다. 그렇다. 친구와 나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1000원이 아니라면. 오직 1000원만이 우리를 걷게 한다…….

  친구와 나는 우리의 삶이 1000원과 유산소 운동의 무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쓸쓸히 받아들이며 새 복권을 긁었다. 그러나 1000원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갔다.

_ 문보영, 일기시대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먹는 양이 많아지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일러지고 쉬는 시간이 길어져도, 내 안의 감정들은 생생히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사랑을 주고 싶어지는 일들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가능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_ 이유경,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남자는 원래 그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라는 말로 남성들의 미성숙한 행동을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이해해주길 바라지 말라. 이 땅의 웅녀들은 오래전에 100일간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텨 사람이 된 지 오래거늘. 남성이 개내 애든 말든, 일단 다 큰 인간이 될 생각부터 하길.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며 부족한 남성을 여성의 현명함으로 교화시키면 된다는 근본 없는 말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여성들이 무슨 하자품을 취급하는 애프터서비스 센터도 아니고, 고장 난 건 스스로 고치는 자율적인 인간이 됩시다.

_ 최지미,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 읽은 ---

 


363. 행복해지려는 관성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문단이다.

 

대체로 불행하다. 하지만 그건, 삶이 지닌 기본 속성이 아닐까 한다. 우울이 삶 그 자체라면 행복은 이벤트에 가깝다. 때문에 영속적 행복의 상태란 영영 달성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결국 마지막 마음, 하루 또는 한 생애 분의 단락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이다.

  불행한 일이 많았던 날엔 좋아하는 일을 해 행복의 영점을 맞춘다. 아끼는 차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내일이 없을 것처럼 뛰거나, 집 앞 곰탕집에 혼자 슬리퍼를 끌고 나가 소주를 곁들이기도 한다. 가끔은 미친 척, 좋아하는 사람과 다음 날 오후 반차를 신청하기도 한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해 버릇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에 실패할 것을 알기에,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 잘될 것이라고, 불행이 열거된 하루의 끝에도 기어코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더해,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끝내 행복해지고야 만다.

_ 김지영, 행복해지려는 관성

 

여기서 그냥 훌딱 넘어갔다. 어느 날 아침 내가 페이퍼에 이렇게 썼다면, 이 문장들을 이 구성 이 리듬 그대로 써냈다면, 그날 나는 저녁까지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오오오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어땠냐면, 좋았다. 문장은 간결하고 핵심을 에두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묘하게 따뜻해서 딱딱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겐 저 작가의 말이 제일 좋았다는 것. 그것은 김지영 선생님 당신도 인지하듯이, 신문 칼럼이라는 딱 분량이 정해진 지면이 강제하는 구성과 전개의 틀 때문이겠다. 선생님께는, 이게 아니라,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써서 꾸릴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364. 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 지음 / 아작 / 2021

 

, 단편집이다. syo가 전자책으로 단편집을 읽을 때 어떻게 하느냐면, 일단 작품 제목이 적혀 있는 쪽을 캡쳐하고, 읽어나가면서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발견되면 또 캡쳐한다. 그렇게 캡쳐한 파일이 적당량 쌓이면 pc로 전송하고, pc에서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이 책은 어땠는가. 첫 번째 파일은 표지 캡쳐다. 그렇지, 여기부터 이불 밖은 위험해구나. 다음 파일은? 당연히 첫 번째 수록작의 제목 이불 밖은 위험해가 적혀 있는 페이지다. 여기부터 단편 이불 밖은 위험해의 내용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발췌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파일이 두 번째 수록작의 시리와 함께한 화요일제목 페이지다. 그다음 파일에는 세 번째 수록작의 제목 바나나 껍질이 적혀 있다. 그리고 다음 파일은 네 번째 수작 제목 “#초인은 지금이다. 그리고 그다음 파일은……. , 웬일인지 이 책에서 캡쳐한 건 온통 제목뿐이더라.

 

 

 


365.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지음 /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

 

비둘기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속을 나는 게 아니다. 비둘기가 날 수 있는 것은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기가 사실 비둘기를 날 수 있도록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저항이 없는 곳에 자유는 없다. 저항이 있기에 자유가 존재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주변의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하여 두 손 들어 찬성하는 상황은 오히려 드물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데 그것을 부모가 반대한다면, 그게 저항이다. 그 부모의 반대는 자신이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라. 대신 그렇게 살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일들을 감내해 나가면 된다.

_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모르겠다. 한때 아들러가, 특히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가 난리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한참 라캉에 미쳐 있어서 다른 심리학/정신분석학에 대해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라캉은 어땠느냐면, 뻔한 소리를 하지 않거나 뻔한 소리를 해도 멋있게 했다. 인간은 남들이 원하는 걸 따라서 원한다고 쓰지 않고 대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하면 얼마나 폼나는지(물론 저렇게 쓰는 건 실제로 뉘앙스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캉이 좋았다. 왜냐면, 뭔가를 알게 되거나, 모르더라도 멋있게 모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들러, 아니지,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는 어떤가. 저렇다. syo처럼 폼 잡기 좋아하는 사람은 안 읽어도 되겠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한 문법으로 풀어나가거든요.

 

 

 


366. 서운 속도

장만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


- 일독(12xxxx)

- 재독(210918)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저녁이 오고

  세계는 조금씩 녹슬어간다

  새들은 허공에 밑줄을 긋거나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다

  먼 곳을 생각하며 서로의 깃을 고르고

  떨어진 깃털 하나

  저녁의 푸른 공기 속에 가라앉을 때

  나무들은 둥근 귀를 둥글게 열고

  잎 마르는 소리를 듣거나 멀리

  열매 떨어지는 소리를 뿌리로 듣는다

  그 뿌리 흔들리는 순간

  저녁은 어둠으로 녹슬어 가고

  어둠은 모든 빛나는 것들을 빛나게 해

  등불이 등불을 부르고

  별들은 서로를 껴안고 성좌를 이룬다

  간혹 유성이 흐르기도 하지만 미동도 않는

  대지 위에서

  사람들은 불빛을 향해 흐르고

  나는,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며

  옛 애인에게 전화를 한다

_ 장만호, <시월>

 

부대가 이 책의 반입을 허락했다는 내용의 직인이 표지 안쪽에 찍힌 걸로 봐서 군대에 있을 때 처음 이 시를 읽었던 모양이다. 책에 밑줄을 긋던 시절이었던 듯한데, 이 시의 모든 행이 밑줄 위에 서 있다. 어떤 마음이 상병 syo의 안으로 날아 들어와 한줄 한줄 조심조심 형광펜을 그으며 이 시를 읽도록 만들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예 모르겠는 것은 또 아니어서, 녹슬어 가는 세계, 새들이 긋는 허공의 밑줄, 모든 빛나는 것들을 빛나게 하는 어둠,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며 옛 애인에게 거는 전화 같은 이미지들이 건드렸을 이십 대 후반의 syo를 떠올릴 수 있다. 사람은 많이 변하지 않아서, 어느 날 모든 행에 밑줄을 둘렀던 시는 십 년이 지나도 그 밑줄을 전부 떨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어느 날 읽는 시는 그 어느 날을 위해서도 십 년 후 찾아올 그다음 어느 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내가 아름다워했던 그날의 시가 실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음을 후에 깨달을 수는 있으나,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시를 아름다워했던 그날의 내가 실은 아름답지 않았다고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367, 368. 소오강호 7, 8

김용 지음 / 전정은 옮김 / 2018

 

천하에 무공으로 따를 자가 없는 사람조차 달게 감겨오는 다수의 혀는 차마 당해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는 모양이다. 동방불패가 사망한 시점에서 거의 무림 최강으로 봐도 무방할 임아행의 말로를 봅시다. 조금 길지만 저 미친 혓바닥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없지 않다.

 

그때 상관운이 나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성교주께서는 현명하시어 천하의 모든 일을 꿰뚫고 계십니다. 성교주께서 내리시는 명을 받들어 따르면 결코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입니다."

  포대초도 맞장구를 쳤다.

  "성교주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시면, 저희는 물이면 물, 불이면 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겠나이다!"

  이번에는 왕성이었다.

  "성교주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10만 번 죽어도 마다 않겠습니다. 성교주님을 따르는 것이 하릴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 백배 즐겁습니다."

  "형제들은 매일같이 성교주님을 뵐 수 있는 요즘이야말로 평생에서 가장 즐거운 나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교주님을 뵐 때마다 몸에 힘이 불끈 솟고 심장이 뜨겁게 타올라 10년 내공 수련을 한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합니다."

  "성교주님께서는 천하를 밝게 비추시니, 실로 창생에 두루 은덕을 입히는 우리 일월신교 그 자체시며 바짝 마른 가뭄에 땅을 적시는 단비와도 같아 세상 모두가 기뻐하고 반기고 그 은혜에 감사를 올릴 것입니다."

  "고금 이래 그 어떤 영웅과 호걸, 성현들도 성교주님께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공자의 무공이 어찌 성교주님보다 높을 수 있겠습니까? 관운장의 필부와 같은 용기를 어찌 성교주님의 지모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제갈량은 계략이 뛰어났으나 그에게 검을 쥐여준들 무슨 힘이 있어 성교주님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교인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외쳤다.

  "공자도 관운장도 제갈량도 우리 성교주님께 미치지 못하리!"

  포대초가 외쳤다.

  "우리 신교가 일통강호한 후 천하에 두루 퍼져 있는 문묘에서 공자의 신상을 철거하고, 관제묘에서는 관운장의 신상을 철거하자! 그 자리를 우리 성교주님께 바쳐 오래오래 보전케 하자!"

  "성교주님께서는 천세 만세 장수를 누리실 것입니다! 저희는 자자손손 성교주님 휘하에서 그 명을 받을 것입니다!"

  "성교주님, 천추만재, 일통강호! 천추만재, 일통강호!"

  임아행은 파도처럼 철썩이는 부하들의 아첨에 몸이 녹아들었다. 황당무계한 말들도 있었지만 그의 귀에는 그 모두가 꾀꼬리의 노랫소리 같았다.

  '틀린 말도 아니지. 제갈량의 무예는 당연히 내 적수가 아니고, 여섯 번이나 북벌을 하러 기산에 나갔으나 한 치의 공도 이루지 못했으니 지모로 따진들 어찌 내게 비하겠느냐? 관운장은 다섯 관을 지나며 여섯 장수를 베었으니 용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이나 나와 단독으로 겨뤘을 때 과연 내 흡성대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또한 공자는 제자가 겨우 3천이었지만 내 휘하에는 3만이 넘는 부하들이 있지 않은가? 공자는 3천 제자를 이끌고 이리저리 천하를 떠돌다가 진나라에 이르러서는 식량마저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지. 허나 나는 수만 명을 이끌고 천하를 종횡하며 마음먹은 것은 아무 어려움 없이 이룰 수 있으니, 공자의 재능은 이 임아행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천추만재, 일통강호'의 구호가 화산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울려퍼졌다. 산등성이에서 기다리던 강호의 호걸들까지 따라 외치기 시작하자 주위를 둘러싼 다른 산들에서도 일월신교의 구호가 메아리쳤다. 임아행은 득의양양해 벌떡 일어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교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엎드렸다. 한순간 조양봉에는 정적이 내려앉아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찬란한 햇빛이 임아행의 얼굴과 몸을 비춰 금빛으로 물들이자, 일월신교의 교주는 마치 천신天神처럼 위풍당당해 보였다.

  임아행은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천추만재가 되도록 오."

  ''라는 음절을 끝으로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는 숨을 가다듬고 운기조식하며 '오늘'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려 했지만 튼튼한 밧줄이 가슴을 친친 휘어감고 바짝 조이는 것처럼 도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 목구멍으로 비릿하고 뜨끈한 피맛이 느껴지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햇살은 눈부시게 그의 몸 위로 내리꽂혔다.

_ 김용, 소오강호 8

 

 

 

--- 읽는 ---

미래를 위한 생각 / 마야 괴펠

나를 살리는 철학 / 알베르트 키츨러

스물넷,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 이주연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 이유진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 루돌프 타슈너

사이언스 앤 더 시티 / 로리 윙클리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 조 지무쇼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우에노 지즈코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박혜성

당신의 운명을 읽는 사주 공부 첫걸음 / 윤득헌

약국 안 책방 / 박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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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9-19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웃 터트리며 읽어요.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9-20 05: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핏핏피식피식도 좋아요 ☺️

막시무스 2021-09-19 2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런 하늘 풍경이라면 아재 할애비도 못 참을 겁니다. 낮술하기 맛있는 하늘이네요!ㅎ즐겁고 행복한 추석연휴 되십시요!ㅎ

syo 2021-09-20 05:42   좋아요 0 | URL
ㅎㅎ 막시무스님도 복된 명절 보내시고, 과식과 과음은 복통과 후회의 근원입니당

scott 2021-09-19 21: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재는
등산복을 풀세트로 갖춰 입고 풍경사진 꽃 사진을 찍을때!

중년의 시작은 뱃살!
그럼에도 소요님 추석날 맛나는 음식 배불리 드삼 333

얄라알라 2021-09-20 03:34   좋아요 2 | URL
휴우~~ scott님 부가설명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추석 인사로 직접찍은 꽃 사진 전송한지라, syo님의 ‘꽃 아재론‘에 허걱 움추러 들었거든요 ㅎㅎ
다행히 등산복 안 입고 찍었음에 안도합니다

syo 2021-09-20 05:4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참아재가 되기는 어렵겠네요 다행이다 ㅋㅋㅋㅋ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새파랑 2021-09-19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명저가 하나 보이네요 ^^
가능성이 단지 영원히 가능성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슬퍼지네요 ㅜㅜ

syo 2021-09-20 05:43   좋아요 3 | URL
ㅎㅎㅎ 사람 일 모르는 거라는 평범한 말에 기대 봅니다.....

새파랑님 신나는 한가위 보내시길 😀

그레이스 2021-09-19 2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져요
심리 관련책이 많이 보이네요
김용은 무협지를 그냥 쓰는게 아니라 배경지식이 ...!
녹정기가 제일 유명하다는 얘기만!^^

syo 2021-09-20 05:44   좋아요 3 | URL
요즘 무의식적으로 심리책 찾아보는 심리..... ㅎㅎㅎㅎ

녹정기라면 연휴에 각잡고 도전해도 정복하기 어렵지요.....

명절 잘 보내세요 그레이스님😉

오늘도 맑음 2021-09-20 0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글을 정말 맛갈나게 잘 쓰셔서 댓글을 안달수 없게 만드네요^^ 삼님 장가가면 그땐 허전해서 어쩐대요~ 복권이야기(일기시대) 가 무척 인상적이군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재는 아니지 않나요? 제 눈엔 아직 멋진 총각 찬란한 청춘입니다~!!!!😉

syo 2021-09-20 05:46   좋아요 3 | URL
누가 장가를 간다구요? 으하하하하하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으하하하하 🤣 제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릴 것이옵니다 으하하하하하

맑음님,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를^-^

북다이제스터 2021-09-20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연이 새삼 아름답게 보이면 아재 맞는 거 같습니다. ㅋㅋ 그러면서 꼰대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죠. ㅎㅎ
호르몬 이상으로 눈물도 많아지구요. ㅋㅋ

mini74 2021-09-20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뼈가 단단해지는 건 운동 초반 10분이래요 그러니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선 10분 운동 쉬고 다시 10분 운동이 좋다고, 신이 이렇게 과학적입니다 ! ㅎㅎ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저물고 말지 저미고 지랄

 

  



누가 그렸나, 이 불꽃을. 타들어 가는 저녁의 늑골을. 허공의 틈새가 깃털처럼 위험하고 그 아래서 용암을 휘감은 어느 미친 남매가 미친 입맞춤으로 심장을 녹이고 있을 것만 같다.

  

 

 

--- 읽은 ---

 


356. 꽈배기의 멋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17

 

- 일독(180123)

- 재독(210914)

 

최민석 선생님께 미쳐 있던 그때가 벌써 4년 전. 그때도 syosyo였지만 그래도 그 syo는 오늘의 syo와는 약간 다른, 더 쭈구리였던, 그러니까 syo라고 쓰긴 하지만 실은 ssshyo에 가까웠고, 웃을 일이 많이 없어서 웃을 일이 생기면 열심히 웃었다. 호호 웃었다고 호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시절 그때 내 배꼽을 책임져 주었던 최민석 선생님. 지금은 무엇을 하시는지. 이 책과 이 책의 이란성 쌍둥이 꽈배기의 맛은 웃기기로 치자면 선생님의 출세작(?) 베를린 일기보다는 확실히 덜하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어떻게든 매주 에세이를 써내기 위해 눈물나는 집념으로 어영부영 해나가는(?) 태도가 담겨 있어서, 오늘의 syo는 이 책에서 느끼는 바가 좀 더 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걷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만큼 끝없이 넓다. 하지만 글을 쓰는 해가 길어질수록 이 넓은 세계에서 나만의 자리 하나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광대한 사막에서 정착하기 어려운 것처럼, 드넓은 문학의 세계에서 작은 자리 하나 차지해 정착하는 것은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벅찬 일이다. 그것이 비록 꽈배기 좌판만 한 자리일지라도,

  하여 내가 바라는 글은 명문도 아니고, 미문도 아니다. 심금을 울리지 않더라도, 꽈배기처럼 나만의 온전한 성격과 선명한 색깔이 담긴 글이다.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생각을 품고 꾸준히 쓰고 고치다 보면, 어느 날 내 글을 보고 스스로 . 꽈배기 같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꽈배기는 유기농을 넘보지도, 장인 위치를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확실히 자기 자리에 버티고 서서, 고운 갈색과 흰 설탕이 눈처럼 박힌 자태를 내보일 때까지 뜨거운 기름과 간지러운 설탕을 견뎌낼 뿐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게 꽈배기의 멋이라 생각한다.

_ 최민석, 꽈배기의 멋

 

 

 


357. 둥근 발작

조말선 지음 / 창비 / 2006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자

  저것은 침대처럼 무겁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결정하자

  저것은 망가진 침대

  저것이 망가진 것뿐인데

  나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침대를 옮기고 있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내 몸 위로 침대가 버려진다

  내 몸에 이렇게 방이 많았나

  방마다 망가진 침대가 들어앉는다

  이렇게 좁은 입구를 뚫고

  어떻게 네가 들어온 거니?

  나는 어쩌자고 침대를 낳을 생각을 한 거니?

  좁아터진 방마다 침대가 만삭이다

  일요일에 해치울까?

  엘리베이터는 아직 수리중이야

  신호등 앞에서만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줄곧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폭신한 구름다리를 들고 서 있는 골짜기들처럼

  나는 무거워진다

_ 조말선, <망가진 침대>

 

매트리스가 망가졌다. 201월 이 집에 처음 들어오면서 산 것이니 바꿀 때도 되었지. 애초에 무슨 마약 꿀잠 어쩌고 하는 짜친 수식어가 잔뜩 붙은 싸구려 메모리폼 매트리스였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반년쯤 쓰니 메모리폼이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했다. 가운데가 좀 꺼졌는데 얘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별 수 없이 한동안 가생이에서 자기도 했다. 잔재주고 미봉책이다. 그래도 그냥 자는 것은 견딜 만하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찾아오면 나는 내일이라도 당장(일단 지금은……) 이 매트리스를 찢어발기고 스프링 빠방한 놈을 새로 들여오고 싶은 마음, 갈망이 아니라 분노에 가까운 그런 마음을 먹게 된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몇 푼 돈이 아니라 내 무릎과 그녀의 허리다. 버리자. 버리자.

 

하고 마음을 먹으니, 버릴 일이 더 요원해진다. 저 덩치를 어떻게 내놓을 것이며, 새로 들여올 놈은 무슨 종류의 얼마짜리를 고를 것인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온몸과 마음이 침대에 점령당했다. 그리고 결국 다시 미룬다. 이사할 때 다 짐인데 일단 집 재계약 되는 거 봐서 결정할까, 한두 푼도 아닌데 가성비 좀 더 두드려 보고 결정할까, 일단 그냥 토퍼 하나 올려볼까……. syo는 잘 버리는 편이지만,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버리기 전에 어쨌든 한 번은 그것으로 꽉 채워지기 때문이다.

 

 

 

 


358.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

셀린 벨로크 지음 / 류재화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

 

원문과 번역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완전하지 않은 문장이 자꾸 등장한다. 생략할 만한 개연성이 없는 자리에 주어가 실종상태라든가, 콤마를 중심으로 나란히 걸리지 말아야 할 문장들이 걸려 있다든가 하면 몰입은 쉬이 깨진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뜻밖에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원래 그래, 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너조차 네 것이 아니거든, 그냥 내던져, 포기해, 관조해. 이런 조언은 웬만해선 실행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어지간히 실패해 본 경험이 쌓이면 갑자기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사회는 무척이나 다종다양한 실패를 점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일에는 그야말로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아마도 쇼펜하우어는 점점 더 힘을 얻어나가지 않을까.

 

현재는 유동적이다. 매 순간 우리는 다음의 목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목표에 도달하면 다시 다른 목표가 생긴다. 삶은 결코 '현재'가 아니며 항상 다가오는 것이 있다.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열망들 속에 수많은 열정과 신념, 자존심, , 노력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일이면 다른 소용없음과 더불어 산산이 흩어지는 추억의 물살들이 될 텐데? 우리는 공 뒤를 뛰어가는 사람을 닮았다. 공을 잡는 즉시 다시 되던져 또 잡으려 하는…….

_ 셀린 벨로크,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

 

 

 


359. 예술가의 일

조성중 지음 / 작가정신 / 2021

 

호쿠사이는 89세에 눈을 감았다. 삼라만상을 그리려 했던 화가답게 오래 살았지만, 그는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호쿠사이가 남긴 말은 이렇다. “내게 5년이란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진정한 화가가 될 텐데…….” 3만여 점 그림을 그리고, 서양에 큰 충격을 줬으며, 한 나라를 대표하는 화가의 마지막 말은 겸손의 언어가 아니다. 70년 내내 그림만 그렸지만, 아직도 못 그린 것이 많아 비통해하며 갔다. 호쿠사이에게 죽음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어떤 예술가는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최대한의 삶을 살다가 떠나기도 한다.

_ 조성준, 예술가의 일

 

데이비드 보위는 하이힐에 드레스를 입었고 다이앤 아버스는 흉측하다고 여겨졌던 인물들을 사진 찍었다. 말러는 교향곡의 문법을 깨부수고 모더니즘 예술의 축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조롱받는 작곡가였고, 니진스키는 무용의 한계를 삭제한 대가로 외설의 오명을 쓰고 체포되었으며, 호쿠사이는 라이벌 화단의 화풍까지 습득하고 스승으로부터 파문당한다.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했고, 그에 따르는 괴로움을 감내하거나 무시했다. 동시대는 무지했으나 시간은 그들의 편이어서, 오늘 이런 책이 나왔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동안 그들을 가두고 억압하고 조롱했던 사람들은 시대의 음화陰畫로 박제되었다.

 

 

 


360, 361, 362. 소오강호 4, 5, 6

김용 지음 / 전정은 옮김 / 김영사 / 2018

 

 


--- 읽는 ---

무서운 속도 / 장만호

Chaeg 2021. 9 / ()(월간지)편집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 마야 괴펠

행복해지려는 관성 / 김지영

나를 살리는 철학 / 알베르트 키츨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이서수 외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 / 강보순, 길진숙, 박장금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기시미 이치로

뺨에 묻은 보석 / 박형서

이불 밖은 위험해 / 김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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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9-16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기 하늘이나 여기 하늘이나 이어붙인 자국 없이 하나일 것 같은데 왜 다르죠? 나는 왜 저런 거 못봤지? 했더니 이마트 열고 장바구니 채우고 있었네요… 배를 채우느라 석양은 놓치는 멋없는 삶… 저는 아직 11년도에 산 라텍스매트(가벼운 아이들을 재움)랑 18년도에산 라텍스매트(얘가 좀 더 새거라 내가 잠)도 그대로 쓰고 있네요…

syo 2021-09-16 20:03   좋아요 3 | URL
저거 실제 하늘보다 더 빨갛게 찍혔어요.
실제로는 붉은 빛 도는 주황색에 가까웠는데 갤럭시가 무슨 최적화 모드라면서 알아서 보정해줌.....
진짜 하늘 보면서는 그냥 좋다 좋다 그러고 말았는데 보정된 사진 들여다보다가 울컥하는 사이버리즘 감수성....

살 때 좀 괜찮은 걸 샀으면 좋았을 텐데, 싼 맛에 샀더니 쌈마이네요.

새파랑 2021-09-16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사진도 멋지고 시도 멋지고 ^^ syo님의 쭈그리(?) 시절은 상상이 안가네요 😄

syo 2021-09-16 21:00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지금도 쭈굴한데요?!

독서괭 2021-09-16 2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민석 선생님은 라디오북클럽에서 열연 중이십니다(?)
저도 syo님 글 보고 <베를린 일기> 읽었어요. 근데 글보다 말이 더 재미난 분인듯요 ㅎㅎ

syo 2021-09-16 21:01   좋아요 2 | URL
거기 계셨군요 ㅎㅎㅎ
<베를린 일기> 진짜 재밌게 읽었었는데, 심지어 말을 더 잘하신다구요?! 😲

독서괭 2021-09-16 21:12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 나오시던데 못 들어보셨어요? 라디오북클럽 최민석의 스포일러 들어보세요. 연기를 잘하십니다 ㅋㅋ

햇살과함께 2021-09-16 21:59   좋아요 1 | URL
저도 최민석 작가님 연기 너무 재밌어서~ 책을 아직 안읽어봐서 궁금하더라구요^^

syo 2021-09-16 22:15   좋아요 2 | URL
이렇게 연기칭찬이 자자하다니.... 연기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감상이 필요한 시점이네요 ㅎㅎ

청아 2021-09-16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노을이 기막혔는데 역시 syo님 놓치지 않으시고 감성도 기막히게 살리셨네요👍👍

syo 2021-09-16 21:01   좋아요 2 | URL
창밖을 봤는데 뭔가 누르스름하길래 바로 옥상에 뛰어올라갔지요 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21-09-16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은 오늘 저녁 사진이죠?
저도 깜놀했습니다. ㅎㅎ

syo 2021-09-16 21:02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좋았죠? 저 사진은 카메라 어플의 필터빨이 있긴 하지만 하늘 꽤 좋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9-16 21:57   좋아요 1 | URL
근래 알게된 단어 중 현타 (現time)가 있는데요, 현타 의미로 점점 더 쇼펜하우어 사상이 앞으로 힘을 얻어 갈 거란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

syo 2021-09-16 22:15   좋아요 1 | URL
현타가 그런 뜻이 있었다니 ㅋㅋㅋㅋㅋ 제가 아는 현타는 ‘현자타임‘ 하나뿐이온데.....

독서괭 2021-09-16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가진 매트리스 얘기에 19금을 섞어주시는 센스ㅋㅋ

syo 2021-09-16 21:03   좋아요 2 | URL
최초엔 더 구체적이었지만 백스페이스를 꽤 눌렀지요. 후후후후.....😏

오늘도 맑음 2021-09-16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겁나 멋지네요~! ‘저물고 말지 저미고 지랄’
그 아래 빨강으로 잡아먹힌 사진까지 오~!
제대로 찢었네요~!! 매트리스 새로 들이실때 충간소음도 생각하셔야겠어요^^
끝으로 데이빗 보위는 사랑입니다🥰

syo 2021-09-16 22:16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 저는 데이빗 보위 이름만 알았지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이 책 읽고 흥미가 쫙 붙었습니다.

오늘도 맑음 2021-09-16 22:51   좋아요 2 | URL
영화 ‘벨벳 골드마인’ 보세요. 데이빗 보위 직행열차입니다. 넷플릭스에도 들어와있어요^^ 과연 견딜 수 있으려는 지요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21-09-16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람된 말씀이지만 매트리스 교체대신 섹스를 끊어보심은 어떨런지요..?

syo 2021-09-16 22:16   좋아요 2 | URL
외람의 극치시네요. 제 서재에서 그런 말씀을 끊어보심은 어떨런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9-16 22:17   좋아요 2 | URL
푸핫!!!! 저는 어 왜 애인의 허리? Syo님 허리가 아니고? 했다는요. ㅋㅋㅋㅋㅋㅋ 고정관념 타파!!! ㅎㅎㅎ

syo 2021-09-16 22:1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뭐라 말을 보태기가 굉장히 애매하네욯ㅎㅎㅎㅎ

공쟝쟝 2021-09-16 22:28   좋아요 3 | URL
- 이내 변심할 4B 올림 -

초딩 2021-09-16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기억 안 나서 구글맵 켰습니다.

저 사진은 쿠바 하늘 같아요! 이말 하려고요
근데 전 쿠바 안 가봤습니다 ㅎㅎ
예전 아주 쪼금 좋아하던 사진작가가 찍은 쿠바하늘이 저랬어요.
안테나가 좀 많았습니다. 다른점은.

syo 2021-09-19 20:39   좋아요 1 | URL
저도 쿠바 안 가봤어요 ㅎㅎㅎ
쿠바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는데,
사실 그렇게 무슨 드라마 무슨 영화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 가보려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올 판이네요.

붕붕툐툐 2021-09-17 0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제가 사랑하는 최민석님의 책이 재독, 게다가 쇼님도 빠져 계신 적이 있다니 퀄리티 올라가는 거 같은 이 기쁜 마음 뭔가요?
요즘에 라디오 다 접으시고 집필 중이시라고 합니다. 전 40일간의 남미여행 넘 재밌게 읽었어요!!^^
그나저나 매트리스가 꺼졌는데, 쇼님의 무릎과 그녀의 허리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진심 하나도 모르겠는데용?😝

syo 2021-09-19 20:4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저의 호불호는 퀄리티와 무관하다는 것이 다년 간의 제 서재 생활로 증명이 되더라구요.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매트리스와 무릎과 허리가 무슨 상관이냐면, xxxxx가 xxxxxx할 때, xxxxxx 되면 xxx트 xxxx 잖아요? 그래서 xxxx인 거죠.

설명이 지나치게 상세했다.....😎

서니데이 2021-09-17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syo 2021-09-19 20:43   좋아요 2 | URL
긴 연휴네요.
서니데이님도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끼는오리🦅끼중년🦜끼

 

 

 

1

 

특별한 일 없이 주말이 스윽 지나갔다. 그런 스윽들을 그윽하게 쳐다보는 법을 좀 익혀야 하겠다. 나의 인생은 앞으로도 대충 이런 식일 것이니까.

 

갑자기 좀 더웠다.

 

놈은 여전히 삐꾸다. 서울에 온 이후로 운전할 일이 없어서 차는 거의 일주일째 주차 중이다. 가끔씩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며 일요일 내내 무슨 율동 공원인지를 가자고 졸라댔다. 낮에는 더워서 안 간다고 했고, 점심부터는 속이 별로 안 좋아서 됐다고 했다. 저녁에 또 가자고 하길래, 꼭 가고 싶으면 너 혼자 차 타고 나가서 햄버거라도 먹고 오라고, 나는 저녁 거를 생각이고 너도 밥 하기 싫을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같이 가서 햄버거 먹잔다. 속 안 좋다고 개새끼야. 그럼 사 와서 나중에 속 좋아지면 먹으란다. 그럴 거면 너 혼자 가서 사와도 되겠네, 하니까 입을 꼭 다물고 업무에 집중하는 척한다. 지금 직박구리 폴더 정리하고 있는 거 다 아는데. 밤 아홉 시에도 진짜 안 나갈 거냐고 한 번 더 물어온다. 안 간다고, 기필코 차를 몰아야 되는 거면 혼자 성남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했더니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저건 무슨 분리불안 걸린 오리 새끼도 아니고 왜 저러지?

 

오늘 회사에 다녀오자마자 첫마디가 뭐지, 그 눈빛은?”이다. 첫마디가 속은 좀 괜찮냐?”가 아닌 그따위 너이기에 소개팅녀에게 너는 걷어차인 것이다. 그리고 발전이 없는 그런 너이기에 앞으로도 너의 연애는 요원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너를 용서하겠다. 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바지가 도착했는데, 택배 비닐에 중년을 디자인하다, XX라는 글귀가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의 무심함과 한심함에 분노를 더하지 않아도 너의 중년은 벌써 충분히 안쓰럽기 때문이다…….

 

 


2018년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며 이성 (혹은 동성) 교제, '연애'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비율은 20퍼센트입니다. 이 고독의 깊이를, 이런저런 연애를 10대 후반부터 해온 저로서는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_ 박노자, 미아로 산다는 것

 

혼자가 곧 외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로움과 타인의 존재는 관련성이 없지 않다. 관계가 형성되면 나는 타인과 섞이고 동시에 확장된다. 외로움은 무균, 증류수 같은 결정(潔淨)적이고 결정(結晶)적인 배타성을 지니고 있다. 관계는 그 단단함과 순결성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_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연애결혼요? 무슨 원시시대 사고방식을 얘기하시는 건가요! 요즘 누가 연애결혼을 얘기하나요?" 대사 부인이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그 어리석은 구습이 아직 근절되지 않은걸요."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정말 안됐어요. 이성에 따를 때만 행복한 결혼이 된다고 난 생각해요."

  "그렇죠. 하지만 이성에 따른 결혼의 행복이 얼마나 자주 먼지처럼 흩날리던가요. 미처 예견하지 못한 열정이 나타나서 말이죠."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성에 따른 결혼이라고 부르는 건 둘 다 열애를 해 본 적이 있을 때를 말하는 거예요. 그건 마치 성홍열 같죠. 우리 모두 앓게 되는."

  "그럼 백신처럼 사랑을 인위적으로 접종하는 법을 배워야겠네요…….“

_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



 

우선 <여성과 공동체 전복> 꼭지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여성의 가정 내 생산성을,(임금을 받지 않은 채 부담해야 하는 실제 가사노동뿐 아니라) 여성 역할의 복잡성을 살펴보면서 규명하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장 먼저 여성들을 서로에게서, 남성에게서, 자식에게서 분리하고, 여성 개개인을 가족 안에 가두려는 역할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마치 스스로 누에고치 안에 갇혀 죽어 가면서 자본을 위해 비단을 남기는 번데기 같다. 주부들이 이 모두를 거부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자신을 노동 계급의 한 집단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위가 가장 강등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 투쟁의 전반에서 주부의 지위는 매우 중요하다. 주부의 지위가, 노동의 자본주의적 조직화를 지지하는 기둥, 바로 가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을 보완하는 인물, 바로 주부에 반대하고 여성의 개별성을 긍정할 수 있는 계획을 마땅히 제안해야 한다. 주부 역할의 생산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전복시키려는 계획을 마땅히 내놓아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성이 기본적인 육체적 기능의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게 시급히 요구해야 한다. 생산적인 창조성과 함께 가장 먼저 강탈당하는 성적 기능을 온전하게 회복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산아 제한 연구가 이토록 더디게 진행되고, 거의 전 세계에서 임신 중절이 금지되고 결국 '치료' 목적으로만 허락된 건 우연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이것들을 요구하는 것은 안이한 개혁주의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이 자본주의적으로 관리되면 거듭해서 계급 차별, 특히 여성 차별을 만들어 낸다.

_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페미니즘의 투쟁, 54

 

페미니즘의 투쟁이라는 제목을 단 책에서 첫 번째 투쟁(앞으로 몇 개의 투쟁이 더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은 주부의 투쟁으로 가사노동의 중단을 의미한다. 이런 주장의 근본에 깔린 문제의식은 사회적 생산과정으로부터 배제되고, 게토화한 가정이라는 영역 속에서 가사노동만으로 자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여성의 입장이다.

 

여성이 직접적이고 사회화된 생산에서 분리되어 가정 안에 고립된 결과, 동네를 벗어나 사회적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전부 사라지고, 사회적 지식을 쌓고 사회적 교육을 받을 기회도 빼앗겼다. 여성은 산업 투쟁 및 다른 대중 투쟁을 집단적으로 조직하고 기획하는 경험을 폭넓게 가질 기회를 박탈당하는데, 이는 교육의 기본 원천인 사회 저항 경험을 거부당하는 일과 같다. 사회 저항 경험은 당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과 힘, 당신이 속한 계급이 가진 능력과 힘을 알려주는 경험이다. 따라서 여성은 고립되어 있기 대문에 고통을 받으며, 여성이 무능력하다는 신화가 사회와 여성 자신에게 더욱 굳건하게 자리 잡는 이유도 여성의 고립 때문이다.

_ 같은 책, 34-35

 

달라 코스따는 우선적으로 가정이 사회적 생산과정으로부터 배제될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가사노동 역시 사회가 주워섬기는 그 생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댄다.

 

첫째, 임금 없는 노예제에 기초한 노예제의 생산성.

 

임금 노동을 정의할 때, 흔히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구조가 어마어마한 양의 사회 서비스를 사적 활동으로 탈바꿈시켜 주부에게 떠맡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임을 알 수 있다. 가사노동이 본질적으로 '여성의 노동'인 건 아니다. 여성이라고 빨래나 청소를 하면서 남성보다 자아를 더 많이 실현하거나 남성보다 덜 힘들진 않다. 빨래나 청소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사회 서비스이다. 자본은 정확히 자본주의 가족 구조를 제도화함으로써 남성을 이런 사회 서비스 역할에서 '해방'시켰다. 따라서 남성은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착취당하게 된다. 남성들은 자신을 노동력으로 재생산해 내는 여성을 부양할 충분한 돈을 자유롭게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은 가정 내 여성에게 이런 서비스를 떠넘기는 데 성공했고, 그만큼 남성을 임금 노예로 만들었다. 동시에 여성이 노동 시장에 유입되는 것도 통제했다.

_ 같은 책, 38-39

 

둘째, 수동성의 생산성

 

가족 안에서 여성의 수동성은 그 자체로 '생산적'이다. 첫째, 여성은 집 밖 세상에서 남성이 겪는 모든 억압의 배출구가 된다. 동시에 여성은 남성이 노동의 자본주의적 조직화가 통치하면서 주입한 권력욕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은 자본주의적 조직화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존재가 된다. 여성은 자본주의적 조직화가 초래하는 사회 긴장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둘째, 자율성을 완전히 부정당하기 때문에 좌절을 느끼고, 이 좌절을 언제나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욕구, 즉 소비 비슷한 것으로 승화해야만 하므로, 여성은 생산적인 존재가 된다.

_ 같은 책, 47

 

마지막으로, 훈육의 생산성이다.

 

가족 안에서 여성이 맡은 역할의 세 번째 측면은, 여성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억압하는 인물,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규율을 강조하는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앞서 논의했듯이 여성의 인격이 특수한 유형의 저해를 받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편이라는 폭압, 가정이라는 폭압, 자신의 전 존재가 '영웅적 어머니와 행복한 아내'라는 이상형을 거부하는데도 그런 이상형이 되고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폭압 아래에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폭압에 시달리고 힘이 없는 이들은,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면 처음 몇 년간 함께 지내면서 유순한 노동자와 작은 폭군들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교사가 학교에서 하는 일과 동일하다.(여기에 남편이 합세한다. 학부모-교사 모임이 존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여성은 노동력 재생산을 책임지면서 한편으로는 내일의 노동자가 될 자식들을 훈육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이 오늘 하루 노동할 수 있도록 단련시킨다.

_ 같은 책, 53

 

이것으로 가정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특성, 즉 가정이 사회적 생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syo의 첫 번째 궁금증은 해결이 되었다. 가사노동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사회적 노동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단은 아래다.

 

그런데 사회화된 생산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자연히 사회화된 투쟁에서도 배제되는 건 아니다. 물론 투쟁을 하려면 가사노동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투쟁은 이전까지 가정이라는 고립된 게토 안에서만 자아를 찾을 수 있었던 여성에게 대안적 자아를 제공한다. 투쟁의 사회성 안에서 여성은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새로운 자아를 부여하는 힘을 발견하고 실행한다. 새로운 자아는 새로운 사회적 영향력이 되고, 될 수밖에 없다.

  사회 투쟁의 가능성은 여성이 가정에서 하는 노동의 사회생산적 성격에서 생겨난다. 비록 지금은 집 안에서 제공되는 사회 서비스들이 여성의 역할과 사실상 동일시되고 있지만, 그것만이 유일하게 혹은 주도적으로 여성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생산적이게 만드는 건 아니다. 자본은 이 가사노동의 환경을 기술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자본이 당분간, 적어도 이탈리아 내에서만큼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핵가족의 중심축으로부터 주부의 지위를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사 노동이 자동화되기를 기다려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 가사노동의 자동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핵가족의 지속은 이 서비스들의 자동화와 양립할 수 없다. 이 서비스들을 정말로 자동화하려면, 자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을 파괴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완전히 자동화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사회화될 수밖에 없다.

_ 같은 책, 41-42

정리하면, 

 

1. 사회화된 생산에서의 배제가 투쟁에서의 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2. 투쟁은 사회적 활동이며 여성에게 실질적 자아를 제공한다.

3. 여성의 새로운 자아는 사회적 영향력이 된다.

4. 그러므로 23은 선순환관계다.

5. 달라 코스따가 가사노동의 사회생산적 성격을 증명해야 했던 최종적인 이유는, 가사노동의 권위를 담보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가사노동자들의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아니며(이것은 과정에 그치는 것 같다), 사회 투쟁의 가능성과 기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23의 선순환을 더욱 매끄럽고 견고하게 만들 것이고, 그 순환 속에서 여성과 사회 전체는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내부에 존재하는 세력들이 맺고 있는 관계에 비춰 볼 때,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및 그에 뒤따른 요구 사항들은 마치 지금의 가사노동 환경이 만들어 낸 제도화된 노예제를 더욱 견고하게 지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노동 임금 지급 요구가 현실에서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목표로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요점은, 기껏해야 거리 시위에 가끔 참여할 준비를 하고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임금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주부를 집 안에 평화롭게 남겨두지 않는 투쟁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주부라는 우리의 역할 그리고 우리 존재를 고립시키는 게토가 된 가정을 거부하면서, 가사노동의 전체 구조를 당장 깨부술 수 있는 투쟁 방식을 찾아야 한다. 가사노동 중단뿐만 아니라 주부 역할 전체를 끝장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작점은 가사노동을 어떻게 해야 더 효울적으로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투쟁의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위치를 점할 것인가이다. 요컨대, 가사노동의 생산성이 아니라 투쟁의 전복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_ 같은 책, 41

 

 

 

3



 

쇼펜하우어는 사랑을 우리가 종적 번식을 하도록 자연이 창조한 환각이라고 본다. 사랑의 목표는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 하나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식을 낳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일에 쓰이는 희생자로, 모든 것이 자연의 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연은 종의 생존에 관한 일만 고려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분야에서 항상 협조적이지 않다. 세상에 자식을 내놓는다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커플이 끔찍한 행위를 해야 하는 진짜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연은 우리가 약간 판단력을 잃도록, 그래서 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자행하도록 우리를 도취시킨다. 사랑은 이런 알싸한 취기다. 황홀경으로 다가올 쾌락을 약속해 주니 평생 자신의 상대에게 매달리고 싶어진다. 그것이 그토록 몽환적인 만큼 우리는 완전히 미칠 준비가 되어 있다. 비극은 그다음에 시작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도취 속에서 상대의 심장과 영혼에 닿기 위해 대화를 시적으로 꾸미지만 결국 상대의 몸을 겨냥한 것이다. 사실 유일한 목표는 성행위다. 우리에게 얼마나 성관계가 중요한가. 이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이 때문에 자살한 남자들의 예를 드는데, 그들의 '아름다운 애인'이 육체적으로 그들의 것이 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되돌려 받는 것으로는 안 된다. 그들의 금욕에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사랑이라는 가면 아래 양심을 속이기 위해 자연은 행동한다. 그 목표는 숭고하다. 최고의 개체를 수태하기. 오로지 그것을 위해 자연은 증식과 종의 영속, 더 나아가 종의 재생을 목적으로 사랑을 나눌 보완 상대를 탐색한다.

_ 셀린 벨로크,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

 

이게 정말이라 치면,

 

콘돔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이 질김과 얇음을 동시에 성취함에 따라 번식이 따르지 않는 성적 만족이 가능해짐으로써 이제 성적 본능은 번식이라는 목표 달성에 주요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 이 시대의 성적 본능이란 꼬리뼈나 맹장 같은 흔적기관,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남자의 유두처럼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새로운 목적(?)으로 쓰이는 기관이 되었다. 이런 사실을 베이스로 깔고, 만약 진화에 충분한 세월이 주어진다면 번식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이 발달될 본능은 무엇일까? 그건 당연히 돈에 대한 본능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 성욕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번식할 수 없고 돈이 있으면 성욕이 없어도 번식할 수 있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신자유주의도깨비 나라이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인간은 다른 인간이 아니라 지폐를 보면서 두근거림을, 비트코인을 떠올리면 성욕을 느끼는 고오오등한 존재로 진화할 모양이다.

 

 

 

--- 읽은 ---



350. 이까짓,

써니사이드업 지음 / 봄름 / 2021

 

집이라, 그것은 마치 불가능의 다른 이름 같다. 이까짓 시리즈의 1호가 이까짓, ‘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털에서 집으로의 격변도 놀랍지만 집이 이까짓것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마음도 든다. 물론 털이 그랬듯이 이 책도 실제로 집을 이까짓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일즈포인트를 들여다 보면 아무래도 이까짓아무튼나란히 서는 것은 요원할 듯. 책은 무난하다.

 

신발과 옷을 고르는데 신경을 쓰는 만큼, 이젠 들고 다니지도 못할 집까지 취향을 따지는 시대가 됐다. 뉴스에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으로 떠들썩한데, 어째서 SNS 속 친구들은 다들 그림 같은 집에서 우아하게 살고 있는 걸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 글을 쓰는 사람인지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브이로그에 영상도 찍어 올려봤지만, 전세로 간신히 구한 오래된 빌라는 어딜 찍어도 한 구석이 못났다. 내 주머니 사정으론 어떤 앵글에서 바라봐도 간지 터지는 그런 집을 갖기란 평생 불가능이란 말은 너무 마음 아프니까 그냥 쉽지 않을것 같다. 갖고 싶은 옷, 갖고 싶은 가방은 도리질 한 번 하면 잊을 수 있지만, 최소 2년 이상을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쳐다봐야 하는 집을 어떻게 내 마음속에서 치워둘 수 있을까. 콤플렉스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튜브나 SNS에서 멋진 집을 볼 때마다 심장이 콕콕 쑤시는 걸 보면, 집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하기 위해선 꽤 오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_ 써니사이드 업, 이까짓,

 

 

 


351. 냄비는 둥둥

김승희 지음 / 창비 / 2006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오란 쇠골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_ 김승희, <콩나물의 물음표>

 

 

 

 


352.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 김도연, 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

 

"마리암, 네가 가진 두 문화를 이젠 받아들이렴. 마음을 편히 가져." 

  "그게 싫다는 게 아니에요. 남의 상처를 보고 환상을 품는 위선자들에게 화가 난 거예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정중하게 내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요."

  "마리암, 증오와 분노로는 아무것도 이길 수가 없단다."

  "그들의 신분이 부러워요. 자부심도 강해 보이고요. 난 절대로 그런 확신을 가지고 파리의 거리에 발을 딛지 못해요. 언제나 이리저리 확신 없이 흔들리거든요."

  "주먹을 펴라. 나를 보고 주먹을 펴. 단 한 순간도 내 말을 잊지 마라. 네가 간신히 손에 쥐게 된 것을 절대로 망가뜨리지 마라." 

  "무슨 말씀이에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아니, 넌 잘 알고 있어.,내 귀여운 손녀야. 주먹을 펴. 네가 간신히 손에 쥔 것을 망가뜨리면 안 돼."

  나는 힘줄이 튀어나온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언제나처럼 아름답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본다. 내 눈앞에서 할머니 손가락들이 천천히 펴진다. 꽉 쥐었던 주먹이 꽃이 피듯 열린다. 할머니가 손을 내민다.

_ 마리암 마지디,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A4 한쪽 혹은 조금 넘는 분량의 모자이크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그런데 그 모자이크 하나하나가 저마다 그림이다. 나는 늘 이런 글이 쓰고 싶었다. 긴 이야기에서 끊어낸 것처럼 보이는 한 토막의 이야기. 앞뒤가 당연히 있을 것이며, 읽는 이가 그 공백을 상상하며 메워나가도록 이끄는 이야기.

 

 

 


353. Chaeg 2021.7.8.

()(월간지)편집부 지음 / ()(잡지) / 2021

 

우리는 반 고흐가 남긴 그림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외로운 예술가를 온전히 다 가지지 못했습니다. 시대의 유행이나 유명인의 영향력은 산업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 고흐의 그림을 조금 더 순수하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알아챈 사람들이 동시대에 훨씬 더 많았더라면, 소박한 삶의 풍경에서 수많은 서사를 꺼내 놓을 수 있었던 반 고흐의 그림을 바라볼 수 있는 눈들이 조금만 더 열려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명인의 그림 구입은 세간에 떠들썩하게 알려지고, 미술계 역시 대부분의 경우 이를 환영하곤 합니다. 실제로 매우 긍정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유명인이나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작가 혹은 작품만을 따라서 추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순수하게 그림과 교류할 수 있는 나만의 안목을 갖는다면, 더욱 다채로운 예술가들이 희망을 안고 우리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가며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여름, Chaeg68호에서는 그림을 보는 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곁에 머무는 소중한 것들을 지금 알아보고, 계속 지켜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_ Chaeg 2021.7.8.시작하는 글

 

이런저런 책을 바삐 읽는 와중에도,은 어떻게든 읽고 있다. 페이퍼를 쓰다 보면 여기가 분명 책 이야기하는 공간인데도 책 이야기는 대충 찌끄리고 쓸데없이 내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자꾸만 경로 이탈을 감행하는데, 이런 미친 경향을 바로잡지 않고 한 달을 그냥 두면 사진을 올리고, 두 달을 그냥 두면 노래를 올리고, 세 달을 그냥 두면 유튜브를 시작하려 들지도 모른다. 파국이다. 멸망이다. 그나마 이 계간지나 격월간지가 아니라 월간지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까딱하면 사진을 올릴 것 같은 그 일촉즉발 위기일발 이런x발의 상황에 짠하고 의 신간이 나오고, 나는 을 읽으며 겨우 본분과 초심을 상기한다. 그러면 개비스콘에 담근 위장처럼 안정적인 상태를 회복하고 다시 개운하게 한 달을 가는 것이다. 이번 호는 미술, 미술 역입니다.

 

😍 사랑하는 전지윤 선생님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더 입수했다. 선생님은 40대 중후반, 예술학을 전공하셨다고 한다. 후후후…….

😉 이 책을 읽고 요런 깜찍한 구성을 고안하게 되었다. 앞으로 본문에는 책 정보를 더 넣고, 잡소리는 요렇게 아래쪽으로 빼면 어떨까?

🙄 근데 그게 될까? syo에게 글속에서 잡설을 빼라는 것은 흡사 무척추동물에게 척추를 빼라고 지시하는 것과 같은데.

 

 

 


354.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

 

28개의 고전에서 삶을 받쳐 줄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독법서다.

 

28작품은 이렇다. 몇 개나 읽으셨는지?

 

1. 데미안 / 헤르만 헤세

2. 오즈의 마법사 / 라이언 프랭크 바움

3. / 장 폴 사르트르

4.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5.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7.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8.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10. 위대한 개츠비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1.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12. 지상의 양식 / 앙드레 지드

13.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14. 파우스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5.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16. 인간의 대지 / 생텍쥐페리

17. 구토 / 장 폴 사르트르

1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19. 변신 / 프란츠 카프카

2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21.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22. 마지막 잎새 / 오 헨리

23. 이반 일리치의 죽음 / 톨스토이

24.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의

25.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26. 여자의 일생 / 기 드 모파상

2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28.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syo는 두 개 빼고 다 읽었다.

 

편집과 수정이 꼼꼼하지 못했음이 목차에서부터 대뜸 드러난다. 7의 생텍쥐페리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인데, 16의 생텍쥐페리는 그냥 생텍쥐페리다. 앞에서 한 번 나왔으니까 이름은 생략한 건가 싶지만, 3의 장 폴 사르트르가 17에도 장 폴 사르트르인 것을 보면 그냥 실수인 듯. 톨스토이는 1823 두 번 나오는데 이름도 없이 성만 등장하고, 24의 경우, 다른 이름들과 달리 헤르만 헤세가 붙어 있다.

 

작품 하나와 개념 하나가 엮여서 각 꼭지를 이루는 책이다. 데미안자아’, 오즈의 마법사여행을 접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짝꿍이 찰떡인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사르트르의 의 짝꿍으로 독서를 끌어앉혔는데, 읽어 보면 아, 착 달라붙지 않은 애들이 만나서 그런가 이 꼭지는 좀 부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를 보면 작가 장재형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바로 그 답이 고전 문학에 있다고 대답한다.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이렇다.

 

첫째, 고전 문학은 타임머신처럼 과거 속으로 여행할 수 있다. 고전 문학은 그 작가의 삶과 인생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작가와 작가가 만들어 낸 등장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다.

  둘째, 고전 문학은 우리에게 다양한 간접경험과 창의성을 제공한다. 우리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셋째, 고전 문학 속에서 우리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던 여러 감정과 맞닥뜨린다 ()

  넷째, 고전 문학에서 우리는 어떻게 힘든 삶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배울 수 있다. ()

  다섯째, 고전 문학은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

 

고전 문학은 타임머신처럼 과거 속으로 여행할 수 있다라는 괴랄한 문장은 차치하고, 선생님이 예로 든 다섯 가지 이유는,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할 이유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문학을 읽어야 할 이유로 제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이라는 부제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지 못한다. ‘한 개의 혀는 모든 인간이 가지는 성질인데, 굳이 <‘아시아에 사는인간은 혀가 한 개>라는 문장(역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을 사용하겠다면 진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혹은 혀가 한 개라는 특성 말고 진짜 아시아에 사는 인간들만 보유하는 특성을 제시하든가.

 

 

 


355. 소오강호 3

김용 지음 / 전정은 옮김 / 김영사 / 2018

 

 

 

--- 읽는 ---


꽈배기의 멋 / 최민석

소오강호 4 / 김용

둥근 발작 / 조말선

페미니즘의 투쟁 /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 / 셀린 벨로크

꽤 유쾌하고 쓸모 있는 과학 / 빅토리아 윌리엄스

끝내주는 괴물들 / 알베르토 망겔

뺨에 묻은 보석 / 박형서

저는 주식 투자가 처음인데요 : 기본편 / 강병욱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 / 손석춘

이불 밖은 위험해 / 김이환

예술가의 일 / 조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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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13 2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재형의 독서리스트는 제게 만족감을 주네요.
페미니즘의 투쟁 너무 정리를 잘해주셔서...잘 읽었어요.
연애, 결혼, 여성, 집... 연결되는 주제들 속에 오늘은 삼님이 안됐다는 느낌!
읽고 싶은 책들 담아갑니다.

syo 2021-09-13 21:21   좋아요 4 | URL
저것이 정리라기보다는 재배열에 가깝습니다..... 고작 30쪽 남짓 읽은 거거든요;;;
마지막까지 쪼개고 재배치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三을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애 버릇 나빠져요 ㅋㅋㅋㅋㅋ

mini74 2021-09-13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직박구리폴더 ㅎㅎㅎㅎ 무슨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은 리뷰 ㅎㅎㅎ삼남의 부산함속에서도 부지런히 책을 읽으셨군요 . 전 4권빼곤 다 읽었는데 진정한 독서였는지는 의문점이 ㅠㅠ 가사노동에 대한관점이 새로우면서 해답을 주는 듯 해요. 중년의 직박구리는 왠지 슬프네요 ㅠㅠ

syo 2021-09-13 21:22   좋아요 3 | URL
직박구리를 아시는군요..... 온갖 오명을 뒤집어 쓴 불쌍한 새여....
근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중년 패션을 표방하는 데서 바지를 사다니.... 아니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되긴 되었지만....

초란공 2021-09-13 2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리불안 삼님 어떻합니까^^;; ㅋㅋ

syo 2021-09-13 21:23   좋아요 3 | URL
오늘은 당당하게 혼자 차 몰고 어디 간 모양입니다.
차 보러 갔다와야겠다- 하고 나가더니 한 시간 가까이 안 들어오네요.
아니면 차에서 핸드폰으로 직박구리 폴더 보고 있나.....

scott 2021-09-13 2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목록! 28개중 전부 완독! 🖐
三님에게 소요님은 정신적 기둥!!

syo 2021-09-13 21:23   좋아요 3 | URL
우와 싫다 그런 기둥 ㅋㅋㅋㅋㅋㅋㅋㅋ

북다이제스터 2021-09-13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픈 날엔 스피노자였는데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네요. ㅎㅎ 이 책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이전처럼 책 내용이 책 제목에 부합하는지 확인차 ㅋㅋ

syo 2021-09-13 21:25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서 키에르케고르 빼고는 다 읽어봤는데, 그 중 스피노자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도 좋았던 것 같고. 근데 이 책은 문장이 좀....

독서괭 2021-09-13 21: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17권 읽었(던 것 같)네요. 이해 안 되는 것은 연금술사. 전 이 책이 참 별로여서 그뒤로 코엘료는 쳐다도 안 봤는데 고전으로 들어가는군요.
그나저나 삼님 참… 어떡해.. 삼님에게 집착당하는 syo님은 어뜩해…

syo 2021-09-13 21:33   좋아요 4 | URL
저는 수능 치고 집에 와서 연금술사 봤는데 수능을 망하고 봐서 그런가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이후로 한동안 파울로 코엘료 좋아해서 나오는 거 다 봤는데 11분인가 그거 읽고 버렸어요..... 나는 못해봤는데!! 하면서 ㅋㅋㅋ

三이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에겐 직박구리가 있으니까요.

붕붕툐툐 2021-09-13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 전 완전-그럴 줄 알았지만- 하위네요. 13권~ㅋㅋㅋㅋ
삼님의 바지 배달 읽는 저도 함께 짠하네요~ 그나저나 20대 남성 연애비율이 20%라고요? 맙소사! 20대 남성을 노려야겠군요!!(저 80%중엔 15살 이상 연상도 거뜬하게 사귈 사람이 분명 존재할 거야. 하하하하하!!)

syo 2021-09-16 19:36   좋아요 1 | URL
……천잰데? 😲

새파랑 2021-09-13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14권 읽었네요. 역시 남자 둘이 살면 재미있는거 같아요 😆 서로 까고 ㅋㅋㅋㅋㅋ

syo 2021-09-16 19:37   좋아요 2 | URL
바깥에서 보면 희극이지만 안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9-13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4권 완독 보고드리고요! 가을 바람 솔솔불기 전에 삼님의 연애기가 연재되길 응원합니다! 삼님과 동지애 이입 차원에서 한캔 남은 비장의 찡따오 따고 잘게요! 즐건 한주되십시요!ㅎ

syo 2021-09-16 19:38   좋아요 2 | URL
연애기는 무기한 연기입니다.
최근 느끼는 건데, 요즘 외모도 점점 더 아저씨화되고 있어서.....

페넬로페 2021-09-13 2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8권 완독 보고 드립니다^^
저기서 ‘달과 6펜스‘가 젤 감동적이었어요.
거 참,
삼님이 어디 좀 가자고 하시면 같이 나가 주시구랴~~
둘이서 제부도도 다녀 왔으면서^^

syo 2021-09-16 19: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제부도가 다 소용없게 되었네~ ㅋㅋㅋㅋ
왜이렇게 꼬숩지?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