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잔인한 4월이 겨우 끝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연예인들의 유래없는 통큰 기부와 전국에서 모인 성금은 대충 떠올려봐도 엄청난 액수가 모였다. 세월호 침몰 이후 해경과 정부가 보인 태도에 불신감만 쌓인 사람은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기부금 관리와 기부금 단체에 대한 기사. (얼마나 불신사회에 살고 있는지.)그리고 참사 이후 거의 모든 사람이 겪은 우울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성적인 판단을 잃은 유가족에게 차갑게 독한 말을 했던 사람이라면 '위로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여기 살아있는 사람은 앞으로 살면서 안 좋은 일도 겪을 것이므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 정신과 전문의가 말해준다. 유가족/ 생존자/ 간접적으로 겪은 우리들. 각자 아픔의 정도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도 위로하는 법도 달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슬픔이든 뭐든 너무 억누르려고 하지는 말고 솔직한 자기 감정을 보는 것도 중요하단다.


나도 생각보다 오래 우울감을 느꼈기에, 어쨌든 살아남은 우리는 서로를 위해가며 살아야 된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2. 사표 쓰기 전에 한번만 읽어보라는 기사. 읽었다. 왜냐... 나 결국 다음달을 마지막으로 첫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퇴직금 받겠다고 1년을 울며 겨자먹기로 채우는 중이라 직장에서 내 표정은 인형탈 씌워놓은 것처럼 생기가 없다. 그리하여 1년 이내로 직장을 그만두는 30%에 기여하게 되었다.


구질구질한 얘기는 안 쓰련다. 미련이 없으니까.


"너는 잘못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거야" 라는 친구의 충고를 귀등으로 무시하는 수많은 여성동지들처럼 나도 기사에서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2달 후면 안정적인 쥐꼬리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퇴사까지 D-day를 새겨가면서 무사안일주의로 회사 생활을 버티는 나.


이렇게 열심히 기사를 써 줬는데도 나는 그냥 귀를 막는다. "안들려.. 안들려..."


3. 아시아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씨의 기사가 실렸다. 나는 실제로 한 번 만난 적 있다. 그녀의 쿠킹 클래스에서. 버섯 덮밥 만드는 걸 배워서 요즘도 출출할 때 자주 해먹고 있다. 평범한 쉐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활발한 모델 활동과 속옷 브랜드 론칭도 하는 것 같아서 같은 젊은 나이인 입장에서 나도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는 에너지 같은 것을 얻었었다. 내가 즐겨보는 잡지에서 보니까 반가웠다.


블로그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말은, 우리나라 날씬하고 마른 여자들이 예뻐 보이는 건 그네들에게 맞는 옷이 많아서 라는 것. 그래서 나는 죽어라 살을 빼는 '길티 플래져'다. 밤에 너무 배고플 때 겨우 생오이나 방울토마토를 먹거나 아니면 야식을 먹고 스스로를 질타하며 자책하는 사람들은 모두 길티플래져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는데 44,55 사이즈를 유지해야하다니!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확실히 구직활동 하면서 느낀건데... 살이 찐 사람에게는 일자리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꽤 많다.


살찐 사람들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실상 우리 사회는 '뚱뚱'한 사람들한테 몹시 호되다. 44사이즈가 욕할 권리까지 주는 건 아닌데! (문제는 자기 관리도 안 하는 사람들도 통통한 젊은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혹독할 수가 없다. 너 자신을 아시라고요.)


마르다고 다 예쁘지 않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름다움에 관한 좀 더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4. [#naomerecoserestuprada]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인지 잘 모르겠지만..(북한 사람도 아니고ㅠㅠ) 구글에 이렇게만 쳐보길 부탁한다. 대부분 포르투갈어를 모를 것 같아 의심이 가겠지만 남미 언니들의 섹시한 몸매를 보고 나한테 감사하게 될 것 같다. 


근데 이 섹시한 언니들 표정은 어딘지 '띠껍지' 않은가. 가운데 손가락까지 펴져있는 사진도 좀 있다. 저 알수없는 알파벳의 향연은 "나는 폭생당할 이유가 없다"라는 뜻이란다. 아마 사진의 대부분은 브라질 여성일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들이 갑자기 메세지를 전하는 데에는 한 여성의 행동이 있었다. 페미니스트이자 기자인 나나 케이로스라는 여성이 브라질 국책연구소, 응용경제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분개했고 사진과 같이 "나는 폭행당할 이유가 없다"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옷을 벗은 채로 사진을 찍어 올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문제의 설문조사의, 결과는 브라질 국민의 66%가 '신체를 드러내는 옷을 입은 여성들은 공격을 받을 만하다'고 답한데다, 설상가상으로 그 중에 58%가 '여성들이 처신을 잘하면 폭력을 줄어들 것이다'라고 답한 것이다.


항상 통계의 대표성에는 의심이 있지만 브라질의 국책연구소와 응용경제연구소가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설문조사의 질문과 결과가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통 생각하기에도 브라질은 아주 더운 동네에 열정과 정열의 나라가 아닌가. 카톨릭 인구도 많다고 들었는데 이슬람 여성처럼 꽁꽁 싸매고 다니라는 건지. 설문조사가 잘못됐다고 믿고 싶지만 얼굴까지 공개하고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일부 무식한 넘들한테 협박까지 당하고 있다.


그치만 이게 꼭 브라질만의 일인가. 성폭행 당한 여자한테도 "너가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면서 남자한테 꼬리를 치니까 그랬지!" 라고 뒤집어 씌우는 게 지금 여기라고 안 일어날까.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식쟁이들의 생각은 더 확고하고 위험해진다.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당할 이유가 없다!


5. 골드앤트. 이놈의 골드 골드! 하지만 왜 조카앞에서는 '호구'가 되냐는 질문에 딱히 이유를 댈 수가 없다. 나는 진정 실버 앤트도 되지 못하지만 내 조카에게는 생각만 나면 찔끔찔끔 찌찌부리한 선물을 사주고 있다. 


아가 선물의 세계는 '가성비' 따윈 따질 수 없다. 조카가 주눅들까봐서, 조카의 애교에는 한없이 약해져서, 어딘가에 남아있는 모성애 때문에.. 등등으로 등급이 골드인 이모들은 카드를 박박 긁는다는 게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 교육이다 뭐다 해서도 등골이 바짝 휘는데 좋은 것 먹이고 좋은 것 입히고 해야 애가 어디서든 대접받고 산다는 이유로 '8포켓 1마우스', '10포켓 1마우스' 같이 어린애 하나에 많은 어른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하니 진정 팍팍한 세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만해도 조카가 입만 뻥끗해도 입 주변에 밥풀을 묻히고 먹어도 검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허공을 찔러도 귀여워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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