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신궁에서 2008. 1. 28>

 

 복분자주를 와인잔에 부어 두잔 째입니다.

 아이에게 잔뜩 화풀이를 해버렸어요. 이번 토요일에 한자3급 급수시험을 앞두고 있는 큰딸이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차마 옆에서 보기가 힘들 지경이었어요. 어차피 수험표까지 나온 상태니까 부담 없이 쳐보라고 해도 아이가 워낙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다 못 외우겠다고 그렇게 짜증을 내는 겁니다. 저는 엄마자질도 정말 부족한가 봅니다.

 그래왔듯이 좀 더 다독이고 화를 참았어야하는데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어요. 수험표를 아이가 보는 데서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버렸어요.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말도 해버렸네요. 내가 그 나이 때엔 공부에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았는데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해야할까요. 아빠 엄마가 그만큼 알아듣게 이야기했다 싶은데도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요즘 아이에게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어 내심 불안초조 합니다. 며칠 전 서랍을 뒤지다 4학년 때 큰딸의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어찌나 밝게 웃고 있던지요. 요샌 그런 웃음을 본지가 오래 된 것 같아요. 무한도전 볼 때 빼구요. 늘 지쳐있고 피곤하다고 하고 매사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전 그런 게 너무 겁이 나요. 1월말에 일본여행 가서도 내내 그런 표정이더니 저 위의 사진에선 거의 유일하게 웃고 있네요. 아빠가 같이 못가서 출발부터 서운해 하더니..

 

 

 저 사진은 작은딸이 디카로 찍은 겁니다. 사진을 안 찍으려고 하는 걸 제가 억지로 당겨서 애교까지 부려가며 함께 찍은 거에요. 저보다 키도 크고 생각도 반듯한 아이가 웃음을 잃어가는 게 정말 겁이 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뭘/왜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할 필요 없다고 소리 질렀지만, 그건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내일부터 학원도 가기 싫다는 표정이면 그냥 가지 말라고, 아니, 가든 안 가든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그런 말이 더 무서울까요. 아무튼 아이의 웃음을 찾을 방도를 좀 찾아봐야겠어요.

 

  숭례문도 무너지고 허탈한데 저는 복분자주나 한 잔 더 할랍니다. 이궁 엄마 맘도 모르는 철없는 것아.. 얘가요, 네살 땐가 다섯살 땐가, 저더러 '예쁘다면 사랑해주세요.'라고 글로 써서 준 애입니다. 얘야, 미안하다. 지금 얼굴 무지하게 붉어졌는데 부끄러워서 아니라고 우깁니다.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8-02-1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중3 올라가죠. ^^
저도 아들내미가 틀린 문제 안 풀고 까분다고 야단쳐서 찔찔 울게 만들었다죠.
에구...
가만 보면 애들만 더 불쌍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도 맥주 한 잔 하고 있거든요. ㅋㅋ
건배!

프레이야 2008-02-13 18:26   좋아요 0 | URL
글샘님 아들이랑 동학년이죠^^
아들이 찔찔 운다니 왜 자꾸 웃음이 나죠 ㅎㅎ
오늘도 전 한 잔 하렵니다. 건배!!

깐따삐야 2008-02-1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하고 딸은 너무 닮아서 싸운대요. 모녀 관계는 묘한 애증의 도가니 같아요. 저희 집도 그렇다는.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고 말이죠.^^

프레이야 2008-02-13 18: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친정엄마랑 참 많이 싸웠어요. 서로 한 성격 하다보니..ㅎㅎ
그런데 그게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니 연민이 자꾸 일어요.
다행히 우리딸은 아직 저랑 싸우는 짠밥은 안 되고
저한테 일방적으로 당해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제가 당한 꼴이고
아이는 멀쩡해요. 울지도 않고..

웽스북스 2008-02-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따님이랑 같이 쇼핑하면 언니냐는 소리 들으시죠? 세상에나, 엄마와 딸의 사진이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거에요!

요즘 아이들 참 안됐다는 생각 많이 해요- 그래도 혜경님은 아이의 사라진 웃음을 감지할 수 있고 찾아줄 의지가 있는 엄마이니 얼마나 좋아요.

프레이야 2008-02-13 18:29   좋아요 0 | URL
우히힛~ 좋아라~
오늘아침 전 6시도 안 되어 일어났어요. 아이방에 가서 침대에 들어가 안아
주니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순하게 자더군요. 학교 가면서 하는 말,
"엄마 진짜 시험 안 쳐도 되지?" 에구구 "한번 쳐볼게" 이렇게 나오길
은근 기대했는데 완전 KO패에요^^ 싫다면 못하죠. 그게 뭐라고..
아이가 스트레스 받아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요.

다락방 2008-02-13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마도 아니고,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면서 불쑥 화가납니다. 왜 요즘 학생들은 그렇게 공부를 해가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제가 뭘 어찌할 수도 없으면서 그냥 화가나요.

프레이야 2008-02-13 18:30   좋아요 0 | URL
그게 참 안타까워요. 공부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들 한다고 하는데
진짜 실력은 어떤지 의심스럽구요.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건데..

L.SHIN 2008-02-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헤이안신궁에 갔었군요.
웅장한 붉은 기둥이 참 인상적이죠? ^^

사진..두 분이 친구인줄 알았어요. 혜경님은 참 어려보이세요.
혜경님의 속상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더 잘해주고 싶어서 그런거겠죠.
학업이, 성적이 전부 다가 아니라고 좀 더 자유스럽게 나이답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
힘들어 하면서도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하고 싶어하는 따님이 안쓰럽겠죠.
하지만 그 힘듬까지도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스스로 선택해놓고 나중에 후회해도 그 길을, 자신의 뜻에 따라 가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의 고유한 고집.

가끔은 말보다는 편지가 마음을 전달하는 데 더 좋습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그저 따님이 원하는 길 덜 힘들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왕이면 자신이 선택한 모든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거야' 라고 서로 속상해하고만 있는 것 같네요.

힘내세요, 아름다운 혜경꽃.

프레이야 2008-02-13 18:33   좋아요 0 | URL
신궁 앞에 기원나무가 기억나요. 붉은기둥 앞에 하얀종이를 단 나뭇가지요.
이리 마음 다독여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편지, 오랜만에 한번 써봐야겠어요. 어릴 땐 종종 주고받고 했는데..
아이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니까 아이 마음 편하게 해줘야겠어요.^^
혜경꽃, 이말에 또 저 헤벌쭉~ 막 이래요.

세실 2008-02-1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면서 울컥합니다.
저두 한동안 딸내미땜에 고민 많이 했거든요.
참아야지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발해서 끝내 소리 지르고, 울리고....
요즘 되도록이면 부딪히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말도 조심하고, 웬만하면 원하는대로 해주려 하고...딸내미 키우기 정말 힘들어요.
그나저나 님 더욱 예뻐지셨어요. 아 눈부셔라!
3급 많이 어렵겠죠. 스트레스가 쌓였나봅니다. 에휴 그래도 시험은 보았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8-02-13 18:37   좋아요 0 | URL
3급부터 국가자격 인정이 된다고 한자샘이 권해서 해보겠다고 했는데
아이가 다른 것들도 해야하니 이래저래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었나 봐요.
그리고 어릴때부터도 무조건 반복 암기해야 하는 걸 되게 싫어했어요.
근데 어제 그렇게 해대고 전 속상했지만 아이는 아무렇지 않아보였어요.
자기 전에 씩~ 웃으며 제가 자는가 안방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디밀더군요.
아침에도 아무렇지 않게 "진짜 안 쳐도 되는거지?" 이러구요.
에효. 지가 원하는대로 해야지 뭐 그랬어요. 그냥 제 맘을 꺾기로 했어요.
보림이도 예민하고 고집 있어 보이던데 님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아요.
딸이랑 최고 좋은 친구로 남고 싶은데, 우린..

바람돌이 2008-02-1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가끔 지나치게 모든 문제에 특히 성적문제에 민감한 애들이 있어요. 아파서 다 죽어가면서 제발 집에 가라 가라 해도 교실에 엎드려서 견디는 애들. 시험기간이 되면 돌다리를 한 백번은 두드려야 하는 아이들- 타고난 성격인것 같긴 한데 옆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사춘기랍시고 집에 가서는 또 얼마나 엄마 속을 긁어댈지도 보이고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그렇게 아이들이 성장해가나 봅니다. 가장 심한 시기를 넘기고 나면 다들 또 조금씩 성장해가더라구요. 그렇게 살면 아 내가 너무 힘들구나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긴장을 풀어내는 방법들을 알아나가기도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믿고 지켜봐주세요. 부모의 믿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시잖아요?

프레이야 2008-02-13 18:39   좋아요 0 | URL
일선에서 많은 아이들을 사랑해야하는 님은 느끼는 게 남다를 것 같아요.
정말 그렇군요. 그런 아이들이 많군요. 얘는 아주 어릴 때부터도 그런
성향이 심했어요. 스스로 힘들텐데 싶어서 이야기도 많이 해줬는데 천성이
쉽게 바뀌지 않는가봐요. 하지만 점점 나름의 방법을 찾아갈 거라 믿어요.
네 님의 말씀처럼 믿어줘야겠어요. 고맙습니다.^^

turnleft 2008-02-13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부모가 되는게 정말 쉬운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이렇게 총각 때 생각은 참 이상적으로 해도 실제 애 낳아서 키우려면 생각대로 되는게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도 제가 보기엔 혜경님은 참 멋진 부모 역할을 잘 하고 계신걸요. >.<

프레이야 2008-02-13 18:40   좋아요 0 | URL
딸을 키우고 싶은 좌회전님, 아들보다 훨씬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니까
힘들 거에요. 물론 딸이라도 성격따라 좀 다르긴 해도요..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해요.^^

보석 2008-02-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시대이다보니...요즘은 엄마들이 뭐라 하기 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려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빤히 보일 테니까요. 지금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하시고 조용히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요.

프레이야 2008-02-13 18:45   좋아요 0 | URL
애살도 많은 편인데 문제는 지가 하고 싶지 않은 건 절대 안 하려고
하는 거에요. 좋아하는 것엔 미치구요.
아무리 이야기를 나눠도 기본적으로 생각에 차이가 있으니 참 어렵네요.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간격을 좁혀가도록 노력할래요.
아이가 행복하고 멋진 삶을 살면 좋겠단 바람만 있는데 거기에 엄마의
욕심이 개입되면 안 되겠죠. 진지한 조언, 고마워요, 보석님.

무스탕 2008-02-1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려서 노는게 지겨울때까지 놀던 마음으로 아이들이랑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인 내가 애들한테 공부해라~ 말하는게 정말 지겨워요. 나도 하기 싫은 공부, 애들은 얼마나 싫을까 싶어서요..
곱절도 더 산 엄마의 시각을 아이에게 바랄순 없겠고 엄마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줘야 할텐데 엄마도 감정있는 사람이라 쉽지가 않지요.
봄 볓에 눈 녹듯 엄마도 아이도 얼른 불편한맘 녹이고 편안해 지세요~

프레이야 2008-02-13 18:48   좋아요 0 | URL
전 공부해라 말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건 아이들도 인정하죠.
알아서들 하게 내버려두는 편이라 그렇게 하는 편인데 가끔 게임이나
닌텐도에 너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싶으면 한마디 정도만 해요.
님 위로 고마워요. 아이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저만 속상해
한 것 같아요. 큰애 잡으면 덕분에 작은애는 알아서 기는 게 참 신기해요.
고 여우같은 것이 "엄마 난 다음에 한자급수시험 꼭 칠거야" 이러면서요..
달랑 딸 둘인데 어찌나 다른지..ㅎㅎ

책향기 2008-0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힘내세요. 저는 우리 큰 애 한자급수시험 볼때 항상 같이 공부하고 같이 시험봤어요. 우리애도 3급 이제 준비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네요... 저는 3급도 같이 공부하고 같이 시험보려고 해요. 영어나 수학은 못 해줘도 한자까지는 그래도...^^;; 그렇게 같이 해주면 애 힘든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고 애도 엄마가 안되는 기억력에 애써 같이 한다는 걸 아는지 서로 격려하며 힘을 얻는것 같더라구요....얼른 마음 푸시고 따님도 분명 밝은 웃음 되찾을테니 기운내셔요^^

프레이야 2008-02-13 18:50   좋아요 0 | URL
역시 책향기님 그랬군요. 어쩜 같이 공부하실 생각을요.
저 지금 반성중이에요. 전 한번도 그렇게 안 해 봤거든요.^^
혜지가 몇학년인가요? 참해 보이더이다.
전 마음 풀렸고 아이도 아침에 웃으며 갔어요. 스트레스 받고
살면 안 된다고, 점심도 맛나게 먹고(편식을 해서) 즐겁게 지내다
오라고 말하며 학교 보냈어요.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단다.. 이러며.

마노아 2008-02-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이 스스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니 이런 게 참 사회 문제지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어도 마땅한 나이들인데 말예요. 사진 속의 두분이 너무 좋아보여서 짠해요.

프레이야 2008-02-13 18:52   좋아요 0 | URL
얘가 특히 그래요, 마노아님.
지맘에 안 들면 도저히 스스로 용납이 안 되는 거에요.
"진짜 안 쳐도 되는거지?" 이러며 학교 가더군요.ㅎㅎ
딸이랑 저 사진처럼 웃으며 지내고 싶어요. 가장 오랜 친구처럼요.

소나무집 2008-02-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스러워요. 그냥 놓아둘 수도 없고.
모든 엄마들의 고민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님은 엄마로서 아주 훌륭하세요.
이렇게 반성하고 다독이고 그 모습 그대로 아이에겐 힘이 될 것 같은데요.
아직은 잘 모르겠죠? 하지만 조금 크면 따님도 엄마 마음 다 알고 고마워할 거예요.

프레이야 2008-02-13 18:5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
아이나 저나 서로 마음 알아주고 한발짝 물러나야겠어요.
예전에 우리엄마는 별로 안 챙겨줘서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데
요즘 아이들은 어쩜 배가 부른 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원하는대로만 놓아두면 나중에 원망 들을 수도 있을텐데요..

레와 2008-02-1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 기운내세요! 혜경님..


프레이야 2008-02-13 18:55   좋아요 0 | URL
레와님, 감사해요.^^ 흑흑..
참 아이보다 제가 더 철딱서니 없지요.

순오기 2008-02-1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하는군요. 우린 주야장창 놀고만 있는데...
중3 되는 아들넘은 도대체 뭘 해야겠단 생각을 안해서 속이 타는데, 스스로 열심히 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편치는 않군요. ㅠㅠ
잠시 침묵하면서 서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누구나 겪는 문제니까 너무 자학하지 마시고요!!

프레이야 2008-02-13 18:56   좋아요 0 | URL
아들도 동학년이군요. 글샘님 아들도요.
아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말수가 적은 아이라 속내를 많이 비추지 않거든요.
제가 자꾸 접근해야겠죠.^^

춤추는인생. 2008-02-1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원이 얼굴 오랜만에 보네요^^ 매일 뒷모습이나 그림자만 보다가 얼굴을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가워요 . 게다가 이사진을 희령이가 찍어주었다니!!
저도 시험 스트레스며 성적 등수 요런거에 얼마나 저희엄마 속상하게 했었는지.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고싶어 할때 시험이니까 좀더 공부하고 자 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래 얼른 자라 .하셨던 실은 자지않아도 그말만으로도 편하게 했던 엄마한테 감사해요.
예쁘다면 사랑해주세요. 가슴에 박히는 문자들이에요.



프레이야 2008-02-13 19:01   좋아요 0 | URL
와락~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곳은 많이 춥지요?
저도 공부하란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고 밤샘 한다고 죽치고 있으면
그냥 자라는 말만 들었어요. 희원이한테도 그래요. 그만 하고 자라고..
반복암기는 딱 질색이고 지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려고 하는게
문제에요. 하기 싫으면 그냥 자라고 하면 희원인 "어떻게 그냥 자냐고?"
이러며 화를 낸답니다.ㅎㅎ
십년 전에 또박또박 써서 제게 준 열 자가 아직도 가슴에 박혀있어요.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고 그때도 제가 좀 세게 대했던 부분이 있었나 봐요.
결국 이렇게 꺽지도 못하고 제가 완패에요. 안 치는 걸로 결정봤으니..
님,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울보 2008-02-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아이를 키운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저도 요즘 세삼깨닫고 있습니다
저보다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단하다는생각도 들고
나도 저런상황이 된다면 나도 똑같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요즘 아이들 많이 많이 힘들거라는 생각을 해요
너무 너무 힘들텐데,,
혜경님이 아주 찐하게 안아주세요,,아마 따님도 다 알거라고 생각을 해요,

프레이야 2008-02-14 21:13   좋아요 0 | URL
울보님도 그러세요? ^^ 다들 그러시겠죠.
류 나이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참 이쁠 때죠.
오늘 딸이 제게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내밀지 뭐에요.ㅎㅎ
벌써 다 녹았는데 아이가 저보다 속이 넓은 것 같아요.
그리고 다 컸다 싶어도 날마다 두번씩 안아줄래요.^^

뽀송이 2008-02-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이 페퍼를 지금에서야 봤을까요??
일본 여행 잘 다녀오셨죠.^^;;
음... 큰 따님 이제 중3이니까 작년보다는 훨~ 나아질거예요.^^
무엇이든 다~ 때가 있는 법이더군요.
길든 짧든 골고루 할 건 다~ 하고 지나갑니다.ㅡ,.ㅡ
늘 곁에서 아군이 되어주셔요.^^
그러면 예전처럼 활짝 웃는 따님으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저희 집 큰 놈도 그랬어요.^^;;

프레이야 2008-02-16 20:28   좋아요 0 | URL
님, 아군이 되어주란 말 마음에 늘 둘게요.
고마워요. 정말 좋은 친구가 되고싶은데 가끔 내 성질대로
하니 문제에요. 전 지금 백세주 한 잔 합니다. ㅎㅎ

fallin 2008-02-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닌가봅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그래도 엄마가 이렇게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지 않을까요? 그 맘과 정성, 노력만 있으면, 또 그걸 알아만 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족이 그렇잖아요^^
힘내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프레이야 2008-02-1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쉬셨어요? ^^
늘 부족해요, 전. 서로 적당히 양보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2008-02-17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8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08-04-26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따운 해경님...소녀 같으세요. 부럽당~ ^^

프레이야 2008-04-26 19:27   좋아요 0 | URL
몽당연필님, 아이는 잘 자라고 있지요?
일면식은 없지만, 고만고만할 때를 다 지나왔기에 행복하면서도
쉽지않은 시간이라 여겨져요. 행복한 봄날 누리시길요.^^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화제사건<숭례문을 파괴하게'내버려둔'사람들에게>

아래글은 '6학년님'이 서재에 쓴 글이다. 5학년 때부터 서재에서 알게 된 남학생인데 올해 중학생이 된다.  어른들, 부끄럽다.

-----

나는 그저께 외삼촌댁이 있는 서울에서 삼촌과 차를 타고 가면서 숭례문을 보았다. 정말 아름답고 멋지던 그 숭례문이 어제 아침에 뉴스를 들어보니 불에 타고 폭삭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그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숭례문이 사라지니 슬프고 또 화가 났다. 들어보니 방화범은 70대 남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별로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이번 사건의 진짜 책임은 바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국보1호면 경비를 철저하게 해야하는데 너무 허술한 경비체재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국보1호면 국보1호 답게 경비를 서야지 자기가 무슨 낡아빠진 건물 지키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책임은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정말 양심이 눈꼽에 있는 미생물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랴, 다시 숭례문을 복원해봤자 소용 없다. 그것은 우리 선조의 혼이 깃든 숭례문이 아닌 짝퉁 장식품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복원한 숭례문을 보고 우리나라 국보 1호의 자부심을 절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에게는 1초도 쉬지않고 경호를 서면서 최고의 문화제를 그렇게 허술이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만약 진짜 문화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면 국보1호를 대신할 문화제를 전국을 뒤져서라도 찾아내야한다. 당신들이 아무리 변명을 하고 책임을 돌려도 우리는 숭례문 불에 타 없어진 것이 당신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있으니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양심있게 반성하고 온 국민과 숭례문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2-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을 그들만 모른다는 게 너무나 웃기지요~~
모른척 하는 거겠지만, 썩을 것들!!

전호인 2008-02-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이 저 우매한 것들에게 전달되길 기대해도 될까요?
짝퉁이라는 말에 어린친구보다 앞서 살고 있는 선배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바람돌이 2008-02-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아이들의 직설이 무서운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보석 2008-02-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도 아는 걸 모르는 어른들이 있으니 문제..

프레이야 2008-02-1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님의 서재글을 알려드리고 싶어 옮겨왔어요.
참 멋진 학생이에요. 올해 중학생이 된다지요.
님들 관심 가져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머리 안 자를 거야! 알맹이 그림책 7
엘리비아 사바디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을 보며 십 수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싱긋 웃었다.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이런 그림책은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아이에게는 대리만족이나 욕구의 간접배설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길러본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를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 있게 그려놓은 그림책이다. 특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예민한 아이를 기른 엄마라면 훨씬 더 공감하며 살짝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예전에 아이의 주장을 흡수해주고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포용해주지 못한 나처럼 그렇게.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알맹이그림책 시리즈의 일곱 번째 그림책 <머리 안 자를 거야>는 간단명료한 글과 글처럼 간결하면서 온기 있는 그림이 엄마와 어린 아이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믿음과 사랑을 잘 전해 준다.

 열여섯 살이 된 큰딸은 어릴 때 무척 고집이 세었다. 숱이 적은 편이었는데 한 번 박박 밀어주면 더 많이 잘 난다고 해서 백일이 좀 지나 미장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그날은 미장원이 발칵 뒤집어진 날이었다. 나는 아이를 붙잡느라 녹초가 되었고 아이도 기진맥진하였다. 미장원 언니들도 고역이었다. 얘는 생후 2개월에 어깨띠를 하고 내 가슴에 매달려 외출을 할 때에도 그때가 한 겨울이었는데도 숄을 머리에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머리를 뻗치며 흔들어대었다. 그래서 생후 첫 나들이 때부터도 뒤집어씌워 다니지 않았지만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았다.

 아이가 ‘안 할 거야’라고 거부의 표시를 할 때, ‘내가 할 거야’라고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할 때마다 엄마는 자신과 타협을 해야 한다. 수긍하고 허락하던지 금지시켜야 하던지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딸처럼 ‘안 할 거야’라는 의사표시를 많이 했던 아이를 나는 존중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내 편의나 남의 시선 때문에 아이를 무조건 내 기준으로 맞추고 윽박질렀다. 좀더 포용해주고 아이의 정서와 의사를 수용해주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가 든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고집스럽지만 귀여운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와의 싸움에서 휴전의 지점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또한 읽고 있다. 두 사람의 볼이 부딪히고 ‘머리카락이 서로 섞이고’ 눈동자가 함께 반짝 빛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온난기류가 든든하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적정한 선에서 자신의 손을 들어주고 안아준다는 걸 체온으로 믿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정서적으로 더욱 온화해지지 않을까 싶다. 방종이나 과잉보호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활자의 크기와 모양으로 어린아이의 직설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활자가 주는 내용전달의 힘은 그림책의 그림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나 ‘작은집 이야기’처럼 글자의 배치를 통해서도 일러스트레이션에 한 몫 하는 그림책은 유쾌하고 생동감 있다. “오늘은 머리 안 자를 거야” 라고 쓴 커다랗고 굵은 명조체 활자는 자기 의사를 뚜렷이 밝히는 도미니크의 목소리를 녹음기로 실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이의 마음이 읽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최윤정 님의 번역이다.

 

 글자가 적어 미취학어린이 중에서도 연령대가 어린 아이나 글자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에게도 좋겠다. 엄마와 같이 읽어보면 아이의 마음도 대변해주고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2-0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안자를거야는 우리집 애들 단골 메뉴인데요. ㅎㅎ
이번에 예린이 머리 자르기 위해서 얼마나 꼬드겼게요. ^^
이 책 보여줘야겠네요. ^^

프레이야 2008-02-04 10:56   좋아요 0 | URL
히힛.. 이 그림책 오늘 님께 보낼게요.
예린이보다 해아가 더 좋아할 것 같아요. 글이 적고 그림은
재밌어요. ^^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다양한 장르의 논픽션을 쓰고있는 사람을 위한 간소하고 명료한 글쓰기로 유용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깐따삐야 2008-0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게 필요한 책 같은데요.

프레이야 2008-02-02 08:57   좋아요 0 | URL
기교와 기술을 가르치는 책보다 훨씬 좋았어요.
오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교과서적인 게
유용할 때가 많아요. 이건 게다가 그 한계를 넘어 가려운 곳을
찝어주더군요. 저같은 경우에 와닿는 내용이 무척 많았어요^^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서평단 알림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작은거인 14
오카다 준 지음, 김난주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중학생 교복을 맞추던 오래 전의 그때가 아스름하다. 영화 ‘스윙걸즈’에서 여고생들이 입고나온 검은색 세일러복이 당시 우리들의 교복이었다. 무릎길이의 플리츠 스커트에 상의의 세일러 깃에는 두 줄의 흰색 선이 산뜻했던 교복이다.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당시 입을 때에는 꽤 우쭐한 기분으로 입었다. 입학 당시는 커서 우장 같은 교복이 졸업할 무렵엔 딱 맞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문제는 초등 졸업을 앞둔 무렵과 중학 입학 전까지의 어정쩡한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그것은 세일러교복만큼 산뜻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무료하고 황당하고 불안했던 기억으로만 어렴풋하다.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에서는 딱 그 즈음의 시기를 보내야하는 두 명의 남녀학생이 등장한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사춘기의 시절, 뭔가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건 더 많은 세상,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 잡다한 꿈은 있으나 명쾌하지는 않고, 아예 꿈이 없거나 그리고 이성 친구에게 생기는 ‘어색하고 서먹한 감정과 긴장과 가식으로 뭉쳐진(p91)’ 묘령의 감정으로 혼란스러운 시절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배반하는 건지 그때의 일상 사건이란 얼마나 단순하였던가. 뭔가 신나는 일이라도 일어나면 좋겠는데 눈을 뜨면 여지없이 그 기대를 깨고도 남을 정도로 단조롭고 지루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 일상을 대변하듯, 이 책은 인물의 구도나 사건이 간결하고 전제적으로 내용의 군더더기가 없다. 선명한 플롯과 명료한 대화의 힘이 종결부까지 이어지고 여운은 오래간다. 세월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오래된 날들의 기억처럼. 오카다 준은 생활 속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재주가 놀랍다. 그가 그리는 판타지는 ‘미끄럼틀 아래’에서건 ‘빈 교실’에서건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화려한 판타지 스토리나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기대한다면 기쁘게 실망할 준비를 하는 게 낫다. 그렇다면 그럴싸한 기사는 과연 나올까?

 생활 속 판타지는 식사 후 깨무는 한 알의 박하사탕 같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살면서 살만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혼자 꾸는 꿈과 그것으로 인한 희열이 타인에게도 전해질 때이다. 그리고 교감될 때이다. 이 작가는 모자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모험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의 한계를 넘고 싶은 갈망을 잘 이해하며, 해결해 줄 방법을 고심한다. 그에 무기가 되어주는 건 주위에 널려있는 소도구들(후추병, 연필깎이, 삼각자 등...)과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난 묘한 환상의 경험이다. 그건 자신들이 갈망해오던 것의 현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용은 혼자 있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둘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용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필요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는 귀엽기도 하다. 책 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용의 그림처럼 어쩐지 때려잡기엔 왠지 안타깝기도 한 그런 존재다. 낯선 환경과 낯선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은 개인차가 있지만 누구나에게 스트레스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도 제안할 만한 건, 상대에게 먼저 베푸는 배려의 손길과 다가가는 용기다. 극복하는 자에게만 영광의 시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혼자보다 둘이면 쉽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중간중간에 고딕체로 격언 같은 구절들을 대화로 심어놓았는데 다소 문어체 같다는 느낌은 들어도 이야기를 읽는데 방해꾼이 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기사'라는 중세적인 분위기의 단어와 잘 어울려 고풍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또한 초등 5-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이야기 전체의 은유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로 내세운 two-top으로 남학생과 여학생의 무게를 어느 한 쪽에도 두지 않고 정서적 역할에 균형잡힌 안배를 한 점도 돋보인다. 책의 두께나 활자의 크기로는 4학년 이상이면 무리없지만 내용의 두께로는 고학년에 적합하다. 이 책의 삽화는, 대개의 판타지 이야기가 자랑삼아 내세우는 현란함을 배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물체만 단순하게 그려놓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더 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일상의 판타지를 즐겨보라.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간 중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눈과 두려움을 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오카다 준에 의하면,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보는 아량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게 완성은 없다. 15년 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그래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었니?” 
 “응, 돼 가고 있어.”
 나는 썩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p93) 
 

결미가 마음에 든다. 우리는 오늘도 ‘돼 가고 있’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리고 그것이면 족하지 않은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08-01-2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이 좋아할 만함 이야기네요~.ㅎㅎㅎ
근데 저는 그럭저럭 되가구 있어,,,,라는 말은 싫어해요~.ㅎㅎ

프레이야 2008-01-21 07: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럭저럭'은 아니고 그냥 '돼 가고 있어'에요.
철학적인 아이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에요.
화려한 스토리는 결코 아니구요. ^^
(그리고, 님, 보낸건요.. 그냥 제맘이에요.ㅋㅋ)
받아주삼~

네꼬 2008-01-2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 속 판타지는 식사 후 깨무는 한 알의 박하사탕 같은 것이다.

아. 이토록 적절한 비유라니. 제 생활 속에는 어떤 판타지가 숨어 있을까요? 그런 걸 잊지 말고 살자고 다짐해보는 아침입니다. (나름 뭉클한 기분이 되어 쓴 건데 쓰고 보니까 교과서에 있는 말 같아요. 제가 그렇죠 뭐. 킁-)

프레이야 2008-01-21 09:10   좋아요 0 | URL
네꼬냥 굿모닝~~~
저도 오늘 아침 박하사탕 한 알 깨물고 나설래요^^
교과서에 있는 말이 진부한 것 같아도 오래 묵혀서 공감을 얻는 말이니
나쁘진 않지요.ㅎㅎ 뭉클^^ 네꼬 님, 오늘 여긴 비가 와요.
거긴 눈이 많이 오진 않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