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안 자를 거야! 알맹이 그림책 7
엘리비아 사바디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을 보며 십 수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싱긋 웃었다.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이런 그림책은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아이에게는 대리만족이나 욕구의 간접배설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길러본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를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 있게 그려놓은 그림책이다. 특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예민한 아이를 기른 엄마라면 훨씬 더 공감하며 살짝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예전에 아이의 주장을 흡수해주고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포용해주지 못한 나처럼 그렇게.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알맹이그림책 시리즈의 일곱 번째 그림책 <머리 안 자를 거야>는 간단명료한 글과 글처럼 간결하면서 온기 있는 그림이 엄마와 어린 아이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믿음과 사랑을 잘 전해 준다.

 열여섯 살이 된 큰딸은 어릴 때 무척 고집이 세었다. 숱이 적은 편이었는데 한 번 박박 밀어주면 더 많이 잘 난다고 해서 백일이 좀 지나 미장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그날은 미장원이 발칵 뒤집어진 날이었다. 나는 아이를 붙잡느라 녹초가 되었고 아이도 기진맥진하였다. 미장원 언니들도 고역이었다. 얘는 생후 2개월에 어깨띠를 하고 내 가슴에 매달려 외출을 할 때에도 그때가 한 겨울이었는데도 숄을 머리에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머리를 뻗치며 흔들어대었다. 그래서 생후 첫 나들이 때부터도 뒤집어씌워 다니지 않았지만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았다.

 아이가 ‘안 할 거야’라고 거부의 표시를 할 때, ‘내가 할 거야’라고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할 때마다 엄마는 자신과 타협을 해야 한다. 수긍하고 허락하던지 금지시켜야 하던지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딸처럼 ‘안 할 거야’라는 의사표시를 많이 했던 아이를 나는 존중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내 편의나 남의 시선 때문에 아이를 무조건 내 기준으로 맞추고 윽박질렀다. 좀더 포용해주고 아이의 정서와 의사를 수용해주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가 든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고집스럽지만 귀여운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와의 싸움에서 휴전의 지점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또한 읽고 있다. 두 사람의 볼이 부딪히고 ‘머리카락이 서로 섞이고’ 눈동자가 함께 반짝 빛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온난기류가 든든하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적정한 선에서 자신의 손을 들어주고 안아준다는 걸 체온으로 믿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정서적으로 더욱 온화해지지 않을까 싶다. 방종이나 과잉보호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활자의 크기와 모양으로 어린아이의 직설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활자가 주는 내용전달의 힘은 그림책의 그림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나 ‘작은집 이야기’처럼 글자의 배치를 통해서도 일러스트레이션에 한 몫 하는 그림책은 유쾌하고 생동감 있다. “오늘은 머리 안 자를 거야” 라고 쓴 커다랗고 굵은 명조체 활자는 자기 의사를 뚜렷이 밝히는 도미니크의 목소리를 녹음기로 실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이의 마음이 읽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최윤정 님의 번역이다.

 

 글자가 적어 미취학어린이 중에서도 연령대가 어린 아이나 글자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에게도 좋겠다. 엄마와 같이 읽어보면 아이의 마음도 대변해주고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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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안자를거야는 우리집 애들 단골 메뉴인데요. ㅎㅎ
이번에 예린이 머리 자르기 위해서 얼마나 꼬드겼게요. ^^
이 책 보여줘야겠네요. ^^

프레이야 2008-02-04 10:56   좋아요 0 | URL
히힛.. 이 그림책 오늘 님께 보낼게요.
예린이보다 해아가 더 좋아할 것 같아요. 글이 적고 그림은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