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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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다. 책을 읽은 첫 느낌이 기이하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 같은 바람이 부는 날, 밤새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깬 기분이랄까? 어떠한 개연성도, 맥락도 없이 이어지는 악몽에서 간신히 깨어났지만 눈을 뜨고도 쉽사리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오래된 뜬구름>.

 


닥나무의 새하얀 꽃이 빗물을 잔뜩 머금어 몹시 무거워졌다. 9.’ 첫 문장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몹시 음울하고 음산하고 어쩌면 불쾌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계절에 왜 창문을 활짝 열어놓지? 복도에서 내부가 다 보인다는 걸 모르나?’ 매일 아침, 출근하려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옆집의 복도로 난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곤 한다. 환기를 참 독특하게 하네, 싶다가도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나온 날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머리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때 어쩐지 저 창문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

 


<오래된 뜬구름>에서 풀어내는 겅산우와 무란, 라오쾅과 쉬루화 두 부부의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두 부부가 사는 집 앞의 닥나무에서 커다랗고 하얀꽃이 땅에 떨어진 날이었다. 겅산우가 땅에 떨어진 꽃을 신발 바닥으로 짓이기듯 밟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비쩍 마른 얼굴의 이웃집 여자 쉬루화가 창살 사이로 지켜본다. 이웃한 집에 사는 이들간의 친밀감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가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서로 이웃집 창문 너머로 남의 사생활을 엿보지 말라며 쪽지나 죽은 참새를 넣은 봉투를 던지기도 한다.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라오쾅 부부는 창살을 두르고 무란은 나무에 거울을 매달아 상대를 감시하기에 이른다. 라오쾅의 어머니는 한 술 더 떠서 주변의 밀정들을 경계하라는 당부를 적은 쪽지를 아들네에게 보내기도 한다.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 샅샅이 훔쳐보는 뒤틀린 욕망, 염탐의 극한을 지켜보면서 내내 불편한 마음이 일었다. 저자는 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찬쉐. 본명은 덩샤오화이다. 찬쉐는 필명인데 겨울 끝에 남은 더러운 눈’, ‘높은 산꼭대기의 순수한 눈이란 의미라고 한다. 녹다 남은 눈의 더러움순수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찬쉐’, <오래된 뜬구름>으로 처음 만났다. 꿈과 현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본성, 어디까지 추악할 수 있는지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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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보다 빛난 천재 물리학자들 - 블랙홀에서 양자역학까지 세상을 바꾼 위대한 15명의 연구 업적 어린이 과학 인문 1
이억주.송은영 지음, 양혜민 그림 / 뭉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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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김대중 전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 그런 대체 누굴까요?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1901년 제정된 상으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됩니다. 매년 1210,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이 되는날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는데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죽음의 상인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던 노벨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전 재산을 인류에게 남기고자 업적이 있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수상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해요.


 

그럼 다시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얘길 해볼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김대중 전대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최초의 우리나라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바로 찰스 피터슨입니다. 198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데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부모님으로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실제로 검색해보면 ‘1904103일 대한제국 경상남도 동해군 (현 대한민국 부산광역시)’라고 나옵니다. 놀랍죠? 부산 출생의 노벨상 수상자라니.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올해도 혹시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요. 아쉽게도일지 역시나일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노벨상 수상자들이 없었는네요. 사실 세상에는 노벨상을 받진 못했지만 인류 역사에 있어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블랙홀을 발견한 스티븐 호킹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호킹이 무한한 중력으로 주변의 모든 것,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발견한 덕분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빛날 수 있었고 이후 블랙홀 연구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호킹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생존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노벨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거든요.

 


간혹 대화의 논점에서 어긋나거나 크게 벗어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안드로메다에 있다며 농담하는데요. 밤하늘에 우리 안드로메다 은하 이외에 수많은 은하가 있을 뿐 아니라 우주가 팽창한다는 걸 발견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에드윈 파월 허블인데요. ‘우주가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속도, 즉 운하의 팽창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 즉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바깥쪽으로 움직인다허블의 법칙을 발표했지만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당시 노벨물리학상은 천문학적 성과을 포함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되기 전 1953928일 세상을 떠나는데요. 그가 우주로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195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러나...


 

에드윈 파월 허블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발표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수상에서 제외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의 엔리코 페르미와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 -27.


 

놀라운 발견과 눈부신 업적을 남겼음에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던 천재 과학자들, 호킹과 허블 외에도 많은데요. 위대한 과학자와 노벨상 그 뒷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다면...<노벨상 수상자보다 빛난 천재 물리학자들>을 펼쳐보세요. 덤으로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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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월드
플레이어 지음 / PAGE NOT FOUND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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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고 독특한 책을 만났다. 한때 아이들이 즐겼던 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표지그림. 최근 출간된 <NPC 월드>를 손에 쥐고 커다란 물음표를 품었다. NPC, 대체 뭐지? 무슨 의미일까?


 

NPC‘Non-player character’라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를 말한다. 게임에서 명령에 따라 고정된 대사를 반복하거나 사전에 주어진 행동을 반복하는 존재다. 상점 주인이나 플레이어를 도와서 안내하고 미션을 건네주는 인물을 NPC라고 하는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자유의지는 없다. 때론 NPC를 현실 사회나 인물을 묘사하거나 풍자할 때 쓰기도 한다. 주체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아닌 타인의 행동이나 패턴을 복제하듯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처럼 감정 없이 똑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할 때 ‘NPC 모드에 진입했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자유의지도, 감정도, 주체적인 생각도 없이 주어진 행동만 반복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NPC 월드.


 

울타리가 둘러쳐진 마을, 비슷한 모양의 집들, 그 속에 모여있는 캐릭터들. 많은 캐릭터 중 유일하게 색깔을 지닌 한 플레이어가 던지는 말이 <NPC 월드>의 출발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각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깊은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우리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 바로 휴대전화다. 일어날 시간을 알리는 알람도,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시간도,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세상의 모든 소식을 우리는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한다. 매일 하루에도 수십차례 반복되는 이런 확인 과정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면 어떨까. 우리의 시간을, 주의를 몇 초 붙잡아두는 것만으로 돈이 된다는 것. 바로 주목경제.


 

왜 우리는 스스로 스크롤을 내린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당겨지고 있는지, 다음을 누른 적이 없는데도 다음에 멈춰있는지, 어떻게 그 몇 초의 지연이 당신의 생각을 아주 얇게 슬라이스 하는자. 거기까지 보면, 당신은 아마도 어떤 버튼을 끌지. 무엇을 남길지 스스로 정하게 될 것이다. 그 결정이야말로 주목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장면이다. 스스로 멈추는 사람, 스스로 길게 보는 사람, 얇아진 생각을 다시 두껍게 만들겠다는 사람. 그 사람이 많아질수록, “NPC같다 말은 장난으로만 남게 된다. 그리고 서버는 꺼지지 않는다. -25~26.

 

서버가 꺼지지 않는다는 말은 반대로 지금처럼 계속하면 서버가 꺼진다는 말이다. 정말일까? 어떤 상황이 벌어지기에 서버가 꺼진다고 했을까.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 그때 우리는 어떻게 결정의 내리는가. 언젠가 봤던 숏폼, 알고리즘에 의한 익숙한 영상, 거기에 달린 덧글. 솔직히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자신이 없다. 특히 정치면으로 향하게 그 정도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게 된다. 수많은 정치기사와 평론 중 자신이 접한 단 몇 개로 전체를 대신한다.


 

정치판에는 세 부류만 남는다. “극구, 극좌, 중도를 가장한 NPC”. 언론과 정치를 바라보면 화면은 풍성해 보이지만, 건설적으로 논의된 안건은 줄어들고 그저 이곳도 저곳도 아닌 싸움판이다. 이게 요즘의 한국이다. -39.


 

독특한 책이어서 접근한 <NPC 월드>에서 요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매순간순간을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행동한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노선에 의한 것이었다니 충격이었다. 지난 20세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그 속의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가 사태를 어떻게 몰고 갔는지, 감정마저 시스템화하고 모든 것을 자동화하려는 <NPC 월드>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애써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분노는 사회가 망가졌다는 증거이자, 여전히 반응할 수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문제는 분노 자체가 아니라 방향 없는 분노다.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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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물리학 -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
다구치 요시히로 지음, 오시연 옮김, 정광훈 감수 / 그린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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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를 좋아한다. 건조하고 딱딱한 논리로 똘똘 뭉쳐진 과학의 세계를 그는 쉽고 부드러운 언어로 풀어낸다. 그는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인간이 나이를 먹는 과정은 인체의 수분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면서 인간에게 수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또 쾌락이나 행복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무언가를 기대하고 갈망하고 있을 때, 얻기 직전에 최대치로 분비되지만 막상 얻고 나면 분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쇼핑하는 과정이나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전날인 이브때 더 설레는 거라고 한다. 물리학자이면서 섬세하고 예술적 감성을 지녔기에 사람들은 그를 다정한 물리학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얼마전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는 기사에 얼마나 놀랐는지...

 


최근에 읽은 <쓸모 있는 물리학>의 저자 다구치 요시히로는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그의 글을 읽으면서 김상욱 교수가 떠올랐다. 한국에 김상욱이 있다면 일본엔 다구치 요시히로가 있다는 느낌?


 

이 책은 학창 시절에 물리를 공부하다 좌절했거나 이제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물리 개념을 당연한 법칙처럼 제시하지 않는다. -4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이라는 부제의 <쓸모 있는 물리학>은 난해하고 어렵게 여기는 물리의 개념과 법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을 둔 책이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물리를 역학’, ‘전자기학’, ‘열역학’, ‘파동’, ‘원자와 분자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다. 책에는 물리를 모르는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 곳곳에(거의 모든 페이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림을 곁들여서 물리 개념과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1역학에서 빛은 곧게 직선으로 나아간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빛도 휘어진다는 걸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우주공간이 평평하지 않고 휘어져 있기 때문에 공간의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빛의 진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보일리 없는 어떤 건물이나 현상이 눈에 보이는 신기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간혹 맑은날 해운대에서 대마도가 보인다거나 배가 바다 위를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신기루 현상 때문이다.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운동량으로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질량이 보존되는 만큼 일정한 속도도 보존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바로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해서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를 공주거리라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쉽게 설명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입장일 뿐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풀어냈다고 해도 단번에 이해하기란 어렵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그림을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싶을 때 사뿐히 패스하면 된다. 최대한 부담을 덜어낸 상태로 틈틈이 조금씩 반복해서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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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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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제목이 충격적이다. ‘개처럼개 같다는 말과 의미가 닿아있는데 그걸 책 제목으로 쓰다니. 너무 도발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부제처럼 적힌 세계철학전집 디오게네스편이란 문구를 보고 수긍이 됐다. 디오게네스라면 그런 말을 하고도 남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오게네스가 어떤 인물인가. 부와 권력,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고대 그리스에서 물욕이라곤 아예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을 거의 벌거벗은 차림으로 항아리 속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하루는 괴짜, 기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를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그러자 그가 내뱉은 말이 지금도 알려져있다. “(다 필요 없고) 당신이 지금 내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주게


 

얼마전 출간된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디오게네스의 철학을 풀어놓은 책이다. 10개의 챕터로 나누어 디오게네스의 행복론, 실천론, 통찰론, 가치론, 성장론, 본질론, 진실론, 인간관계론, 신과 자립론, 죽음에 대해 짧은 글을 수록해놓았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곁들여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라는 제목과 관련해서 개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나타나면 헬리콥터처럼 꼬리를 흔들고, 큰 잘못을 하고 혼이 나도 내일의 두려움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잠에 든다(27)’, ‘(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는다. 위선도, 가식도 없다.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정직하게 반응할 뿐이다(73)’면서 우리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일갈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밤새 괴로워하고 진심과 겉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꼬집는다. 다른 어떤 것보다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진실에 충실한 삶을 강조했다. 디오게네스가 항아리에서 생활한 것 역시 자신의 철학을 삶에 실천한 것이었다.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은 아무리 채워도 결코 가득 차지 않는데 이건 소유한 물건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많은 물건 속에서 살아가는가. 물건을 체면이나 욕망이 아닌 일상의 필요때문에 소유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디오게네스의 고대와 21세기,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지만 그의 삶과 철학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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