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엘리츠카의 소금광산을 보고
폴란드의 구 수도 크라코프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밤을 보냈다. 아우슈비츠로 향하던
아침, 빗방울이 아주 간간이 떨어지더니 그곳에
당도하자 멈추었다. 여기저기서 온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차분히 가라앉은 공기속, 숙연한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장애인들의 의족, 의수까지 빼앗고 아이들 특히 쌍둥이 어린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한 것도 모자라

여자들의 머리카락은 모두 직물과 양탄자의 소재로까지 썼다니‥
직접 쓰게한 이름이 적힌 그들의 가방들, 벗어놓은 신발들,

하얀 알갱이의 고체가스와 수없이 쌓여 있는 독가스 깡통들‥
그들을 실어나른 기차가 당도하면 그곳이 바로 제2수용소 가스실이었다.

 발가벗긴 그들은 샤워실인 줄 알고 바로 가스실로 들어갔던 것.

그들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구심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신에게 바쳐진 재물이라는 뜻의 홀로코스트는 서구권에서 쓴 단어인데, 이말은 적절치않은 것 같다.

유대인들이 쓴, 대재앙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쇼아shoah가 맞지 않을까.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는 동토,
그 땅에 길게 놓인 죽음의 기찻길과 오시비엥침 역이 수용소에 다다르기 전에 차창밖으로 보였다.

201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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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2-13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하면 안되는 페이퍼인데 공감하기에 눌러지네요

그동안 왜이리 뜸하셨을까?싶었어요^^

프레이야 2015-12-13 17:40   좋아요 0 | URL
유럽의 학생들은 꼭 견학 가는 곳이라 하죠. 저는 이제야 가보게 되었어요

파란하늘 2015-12-13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요 ㅠ ㅠ

혜덕화 2015-12-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_

2015-12-13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3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력적인 문장에 푹 빠져들다.
스프를 우아하게 먹는, 천품이 귀족적인
어머니를 묘사하는 첫 부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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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12-0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언니.....여행하는 와중에 책도 읽으시는 센스? ㅎㅎ

프레이야 2015-12-08 21:44   좋아요 0 | URL
비행기에서‥동행자가 먼저 읽고요. 다자이 오사무의 매력에 빠지기에 충분해요^^

카스피 2015-12-0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즐거운 여행길 멋진구경 만난 음식 많이드시고 건강히 다녀오세요^^

프레이야 2015-12-09 23: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카스피님^^
 

이 영화를 보았던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은 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한 남자의 가치관과 인생관, 영화감독으로서 세상을 그려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에세이다. 자기표현이기보다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란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존재 양상을 제시하는 역할이 감독의 맡은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고 사려 깊은 품성과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잔잔한 글을 읽어가다 보면 세상을 살면서, 또 글을 쓰면서 두루 염두에 두어 볼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를 비롯해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주변인들에 대한 섬세한 감정,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객관적이고 개성적인 시선도 좋다.
흑백사진속의 어릴 적 모습이 귀엽고 훈훈하다.

3.11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좀더 그 파문을 응시하며 주저하고 있다는 감독의 변도 믿음직하다.

˝변화에서 오는 당혹감, 그 변화를 작품이라는 형태로 그리는 것에 대한 주저, 수면에 너무 큰 돌이 던져져 물결이 아직 잦아들지 않은 상황.
연출가로서의 나는 한시라도 빨리 배우들과 공동 작업을 재개하고 싶지만, 감독으로서는 당분간 좀더 파문을 응시하고 싶다. (226쪽)˝

주저하는 마음은 필요하기도, 값지기도 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기를 표현하려들기보다 세상과의 소통에 더욱 매진하는 글쓰기로의 향방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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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랫만이에요 프레이야님
^^
잘 지내시나요?

프레이야 2015-11-24 19:43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요. 동희랑 태은이랑 많이 컸죠? 하늘바람님도요~
 

낭송가들이 많이 낭송하는 시 중의 하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 시집을 사서 읽긴 처음이다.
그동안 들었던 시구절은 일부였다는 걸 알았다.
총 81편의 시가 담겨있는데 그 중 몇 편을
임의로 엮어서 하나의 시처럼 들었던 것.
1978년에 처음 나온 이 시집이 새로 나왔다.
현재 팔십대의 섬시인이 2008년에 쓴 후기와 항께 내놓은 이 시집에는 시인이 펜으로 그린
간단한 세밀화가 여백에 조용히 자리한다.
낭송해보면 울컥하는 구절들이 많다.

더욱 놀라운 건‥ 1955년 시집 <산토끼> 이후
2013년 <골뱅이@이야기> 까지 거의 매년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 그외에도 시선집, 시화집, 수필집
등 왕성한 글쓰기 활동을 하신 점이다. 매년
새해가 시작하면 성산포일출봉에 올라 목이
터져라 시를 읽어온 것도. 이제는 새벽 찬바람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 일출봉 시낭송은
못하고 다랑쉬오름 아래 아끈다랑쉬오름에서
성산포를 내려다보며 시낭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쓴 게 2008년 7월의 후기에서다.
그 열정과 생을 사는 사람으로서의 모종의 특별한 사명감이 존경스럽다.


81. 바다에서 돌아오면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부자였는데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가질 것이
없었는데
날아가는 갈매기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바다에서
가진 것이 없었는데
바다에서 돌아가면
가진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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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5-10-24 18:57   좋아요 1 | URL
요즘 날씨가 축복이지요. 멋진 날들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이름처럼요^^

흰당나귀 2015-10-2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이 새로 나왔군요 😂 여러번의 이사중에 잃어버려서 안타까웠는데. . .

프레이야 2015-10-24 23:43   좋아요 0 | URL
네, 파란색 하드커버로 이쁘게 나왔네요^^
 

일요일 아침이면 최백호의 구수한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티비, 사람과사람들.
오늘의 주인공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이원규 시인이다. 머리 긴 내비도 도사도 나오고
인터뷰작가로 활동하는 에너지 충만한 아내 신지희씨와 서로 궤도를 맞추며 사는 집도 나오고, 맑고 기운찬 풍경은 또 덤으로, 눈이 호사했다.

이원규는 공지영의 `지리산행복학교`에서
유명한 낙장불입 시인이다.
몇 년 전에 그책을 녹음할 때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던 호쾌한 시인이다. 지리산에 들어와 산 지 18년, 이제 54세. 도시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젊은시절의 산뜻한 얼굴과는 달리 그야말로 `자연스러운`외모에 시인다운 깊고 다감한 생각이 뷰파인더를 따라 낮은 곳에 핀 야생화며 밤을 지새우고 깨어난 안개속 옥정호며 지리산 맑은 계곡물을 비추고, 내마음도 비춰준다.
89세 마을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찍어 부부가 함께 옥신각신해가며 다듬고 액자에 넣어 선물해드리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가지려하지 않으면 근심도 사라지는 법.

시인의 책 두 권 담아둔다.
자전거페달을 밟아 몸으로 밀고 간 김훈의
`자전거여행`도 있지만 모터사이클로
내달린 이원규의 풍경과 사유도 궁금하다.
특히 두번째 책, 시인의 육필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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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9-2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모터사이클 타고 나왔는데... ^^♥

프레이야 2015-09-27 20:06   좋아요 0 | URL
오늘아침 본 게 그건가 싶네요. 재방송이었나ㅎㅎ

세실 2015-09-2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의 지리산학교 읽으면서 관심 가졌던...여전히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계시는구나. 기회되면 지리산에 이 분들 뵈러 가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5-09-29 15:47   좋아요 0 | URL
그쵸. 버들치시인이랑 내비도 도사랑 신지희여사도. 자유로이 살 수 있는 것, 쉽지않은 축복이겠지요. 생계에 얽매여 쉽지않은 결정일텐데 말이죠^^

수퍼남매맘 2015-09-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원규 시인, 저도 이름 기억하렵니다.
지리산도 가봐야 하는데...
대학 때 가본 후로 한 번도 못 가봤네요.

프레이야 2015-09-30 22:50   좋아요 0 | URL
네, 특별한 눈을 가졌더군요. 그러기가 쉽지않을텐데요 세상일에 끄달려사는 사람들로서는요. 그래도 컴퓨터는 모니터랑 최신고급기종이더군요. 책작업하는 일을 아내도 해야되니 그런가봐요. 자유로운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