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이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이니 만큼 활기찬 기운도
좋겠지만, 너무 성성한 기운은 좀 눌러 줄
필요가 있을 듯. 좀더 내실을 기하고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내딛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지난 해 겨울에 본,
논산 임이정에 담긴 뜻처럼 그렇게. 영리하고 지혜로운 것도 좋지만 지나쳐서 영악함이나
오만함, 방정이 되지 않을 것. 변덕스럽지 않고
한결같이, 두려워하고 삼가며 더듬더듬 좀 모자란 듯 그렇게 나아가자.
조르조 아감벤의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지난 해 마지막으로 본 책이다.
20세기 생명정치의 통치술로 필요했던
`사람없는 공간`으로서의 무젤만. 일명
`이슬람교도`. 비인간과 죽음의 생산으로서 아우슈비츠의 무젤만이 지금도 무수하다는,
아니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인식.
구부정한 어깨에 퀭한 눈으로 추억과 먹는 것 타령만 하며 무감각한 감각으로, 죽은 자로
즉 비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지점과
많은 부분 근거로 든 프리모 레비 증언문학의 인용문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상 깊은, 당시 무젤만들이 남긴 기록들.
아우슈비츠 이후 남은 것은 모국어,라고 답변
했다는 한나 아렌트. 남은 것으로서의 언어,
그 언어로 말한다는 것, 증언의 의미를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