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이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이니 만큼 활기찬 기운도
좋겠지만, 너무 성성한 기운은 좀 눌러 줄
필요가 있을 듯. 좀더 내실을 기하고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내딛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지난 해 겨울에 본,
논산 임이정에 담긴 뜻처럼 그렇게. 영리하고 지혜로운 것도 좋지만 지나쳐서 영악함이나
오만함, 방정이 되지 않을 것. 변덕스럽지 않고
한결같이, 두려워하고 삼가며 더듬더듬 좀 모자란 듯 그렇게 나아가자.

조르조 아감벤의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지난 해 마지막으로 본 책이다.
20세기 생명정치의 통치술로 필요했던
`사람없는 공간`으로서의 무젤만. 일명
`이슬람교도`. 비인간과 죽음의 생산으로서 아우슈비츠의 무젤만이 지금도 무수하다는,
아니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인식.
구부정한 어깨에 퀭한 눈으로 추억과 먹는 것 타령만 하며 무감각한 감각으로, 죽은 자로
즉 비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지점과
많은 부분 근거로 든 프리모 레비 증언문학의 인용문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상 깊은, 당시 무젤만들이 남긴 기록들.
아우슈비츠 이후 남은 것은 모국어,라고 답변
했다는 한나 아렌트. 남은 것으로서의 언어,
그 언어로 말한다는 것, 증언의 의미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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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서 보니,
무젤만...나오더군요..현대의 무젤만...

올해도 무젤만에 저항하는 책의 삶..이어가고 싶어요..

새해 행복 더하시구요 ~~~

프레이야 2016-01-01 11:52   좋아요 1 | URL
네, 여러 차례 나오는 말이지만 정말 그런 의미에서 아우슈비츠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강건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세실 2016-01-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뻔보다는 부끄러워하는 한 해가 되야겠어요^^
떠오르는 태양의 웅장함을 기억하며!
이제 우리 만남 카운트다운 세어도 되겠어요^^

프레이야 2016-01-01 14:28   좋아요 0 | URL
카운트다운 시작!
좋은일 많이 하고 살아요 새해에도 우리^^

2016-01-0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1-0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보고 저도 생각이 많았어요.
우리가 스스로 내어주고 미약하게 받는 권리의 허상을.

복 많이 누리고 베푸는 멋진 한 해 되시길 :)

프레이야 2016-01-02 19:10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도 새해 좋은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호모 사케르를 저 책보다 뒤에 보게 되네요. 아우슈비츠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파란하늘 2016-01-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찍은 일출사진인가요? 굿임다!

병: 병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신: 신바람나게 삽시다!
년: 연휴 잘보내세요~^^

프레이야 2016-01-02 19:08   좋아요 0 | URL
아뇨 누가 보내주더군요. 삼행시 좋습니다. 신바람 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