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이면 고등학생이 될 희원이가 오늘 2박3일로 오리엔테이션 갔다. 학교와 기숙사 내에서 주로 하고 이튿날은 가까운 산 등반도 하는 걸로 되어있다. 좀 까탈스런 아이라 며칠 전부터 기숙사 들어갈 준비물 챙기느라 몇군데 왔다갔다 했고 어젯밤에는 마지막으로 옷가지랑 세면도구 등등을 챙기고 캐리어에 한 짐 싸두곤 그래도 뭔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지, 아이는 자꾸 히죽거리며 내 주위를 뱅뱅 돌았다.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라 그 정도면 제 마음이 어느정도인지 내가 뻔히 안다. 그래서 꼭 안아주었다. 살찔까봐 덜 먹는 아이라 마른 듯한 어깨뼈가 내 팔에 닿았다. 키는 벌써 나보다 훌쩍 커설랑은. ^^

알람을 해두고 잤고 오늘 아침 난 그전에 눈이 뜨였다. 날이 흐린 것 같더니 기어이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다. 차로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입구에서 재학생 둘이 서서 안내를 맡고 있었다. 학교가 산 아래 높은 곳에 있어서 기숙사 있는 곳까지 올라가니까 공기가 무척 상쾌했다. 산허리는 윤무에 싸여 있었고 청명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했다. 여학생동은 올라가서 왼쪽, 그 앞에서 학번과 기숙사방의 번호를 확인하고 5층으로 올라갔다. 룸메이트는 나와 같은 성의 학생, 착해보였다. 나보다 연배가 높아보이는 그 엄마와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했다.   

거울과 행거, 탁상달력, 의자, 휴지통, 크리넥스, 슬리퍼, 빗자루와 쓰레받기, 우선 떠오르는 대로 이런 게 빠진 물품이다. 입학식날 보충해야겠다. 밤에 난방은 잘 되어서 추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희원이가 누워잘 2층 침대의 2층에 누워보니까 하늘과 산, 구름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밤이면 별을 보다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침대까지 들어내고 걸레질 하고 있는 다른 방 엄마들도 있더구만 나와 그 엄마는 뭘 이러며 그냥 나왔다. 창틀에 벌레들의 시체가 널려있었는데 그거라도 처리해주고 올 걸 그랬다싶다. 나도 내키진 않지만 크악~ 날파리 한 마리에도 꺅~그러는 아인데..  

나도 고3때 기숙사 생활을 다섯 달 했다. 그때 처음 한 달간 화장실을 못 갔고 그때 얻은 만성변비증세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특별히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던지 모르겠다. 희원인 이 기회에 편식습관 고치고 뭐든 잘 먹고 체력 좀 기르면 좋겠다. 식사가 아주 좋다고 하니 안심이지만. 특별활동은 뭘로 선택할 건지 물으니까 가만히 앉아서 하는 걸로 할 거란다. 아유,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쩜 나랑 비슷한지..  아까 점자도서관에서 책 읽다가, 기숙사 물품 반입시간 중 남은 시간에 뭐하고 있나싶어 전화했더니 밖에 나와 친구들이랑 어울려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 건지.^^  점심 맛있게 많이 먹으라는 말만 했다. 은근 기대된다고 하며 간 아이, 앞으로 정말 멋지고 행복한 시간으로 소중히 가꿔가며 보내라고 마음으로 빌었다.

문득 오래전 기숙사의 내 룸메이트가 생각난다. 머리가 자주 아프다고 호소하며 어느 날인가는 "혜경아, 내 머리안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라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이마를 콕콕 찌르며 내게 말하던 그 애. 지금은 얼굴도 희미하고 목소리는 더욱 흐릿하다. 난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아마 그럴지도 몰라, 아니면 그럴리가... 어느 쪽이었던지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주말에 집에 와선 엄마한테 그 아이의 말을 했던 기억은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머리 안에 벌레가 몇 마리 기어다니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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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2-2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오리엔테이션을 갔군요.
아이 기숙사에 들어가면 많이 섭섭할 것 같아요.
희원이도 님을 많이 닮아가고 있군요.
딸들은 어쩜 엄마를 그렇게 닮는지..
우리 딸도 커가면서 점점 저를 닮는 듯해요.

프레이야 2009-02-25 20:17   좋아요 0 | URL
네, 기분이 좀 그래요.
절 닮은 구석도, 조금은 다른 구석도 있구요.^^
아이들 커가는 모습, 딸은 더 애틋하죠.

stella.K 2009-02-2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요즘엔 고등학교도 오리엔테이션을 하나 보죠?
아니면 희원이 다니는 학교만 그런 건가요?
기숙사 생활 하셨군요.
그 시절 감히 생각해 볼 수도 없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그런 추억도 없고 뭘하며 살았는지...
저도 집 아니면 화장실 잘 못 가는데 힘들었겠군요.

프레이야 2009-02-25 23:45   좋아요 0 | URL
기숙생활하는 특목고라 그런가 봐요.^^
헉~ 오래전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잖아요, 스텔라님.ㅎㅎ
5월 기숙사 담장 붉디붉던 장미넝쿨이 생각나요.

stella.K 2009-02-26 10: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딸내미가 공부를 아주 잘하는가 봅니다.^^

마노아 2009-02-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숙사 생활이라니, 엄마 입장에선 걱정도 되고 섭섭할 것도 같아요. 근데 저는 막 부러운 거 있죠. ^^
아, 머리 속의 벌레라니... 회충이 머리로 간 건지도 몰라요. 마태님 소설에 보면 그런 얘기 나오잖아요ㅠ.ㅠ

프레이야 2009-02-25 23:42   좋아요 0 | URL
11시30분 취침이라 들어서 방금 전화해 봤더니 꺼져있네요.^^
마태님 소설, 기생충..ㅎㅎ
앗, 마노아님이랑 같은 항렬이야요.(썰렁~)


라로 2009-02-2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원인 잘 해낼것 같지만 엄마로서 마음이 짠 하시겠어요,,
우리 딸을 보낸 엄마들끼리 함 뭉치자고요~.ㅋㅋ
근데 혜경님도 기숙사생활을 하셨구나,,,젤 부러운것을,,,그시절엔 어떻하면
집에서 안 살 수 있나 생각 했던듯~ㅎㅎㅎ

프레이야 2009-02-25 23:44   좋아요 0 | URL
나비님 딸은 멀리 가서 더 그럴 거에요.
전 거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에요.
맞아요. 집에서 벗어나 살고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게 그때부터였지
싶어요. 진짜 함 뭉쳐야쥐~ 근데 요새 승연님은 통 안 보여요.ㅠㅠ

진주 2009-02-2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엄마 품을 벗어나기 시작하네요..^^
쑥 자란게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 아쉽기도 하고...

프레이야 2009-02-25 23: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릴 때부터도 어디 캠프나 수학여행 같은데 보내면
애가 워낙 담담해서 약간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정말 많이
컸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주님.

책읽는나무 2009-02-26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도 입학이로군요.더군다나 기숙사!
맏딸이라 어딘가 모르게 듬직한 포스가 팍 느껴집니다.
제가 장녀라서 울친정엄마가 간간히 서운할때가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맏딸은 그렇잖아요.속으론 늘상 걱정하고,고민하지만 겉으론 표현하지 않는~~
님의 큰따님도 애써 자신을 다잡으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꺼에요.
그리고 엄마 걱정끼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하리라 믿어요.

이젠 님도 고등학교 1학년 나이의 엄마가 되신거네요.축하드려요.^^
전 이제 초등1학년 엄마가 되었네요.ㅎㅎ

프레이야 2009-02-26 16:48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 민이 초등학생 되죠? 축하드려요.^^
둥이들이랑 알콩달콩 좋은 엄마로 살아가시는 모습 늘 좋아보여요.
저도 맏딸이라 엄마와 참 많이 다투기도 했지요.
늘 마음과는 달리 그럴때가 많아요.

하늘바람 2009-02-2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마음이 어쩔까 생각하면 제가 다 마음아파요.
하지만 제 조카 이야기를 보면 학교에서 연주부인가? 거기서 바이오린을 했고 거기가 무조건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특기 활도을 하고 선후배간의 연계도 잘 되어 있고
외국 대학을 간 선배도 많아서 미래 설계도 아이가 주체적으로 하더군요.
아쉽지만 더 발전된 희원이가 되겠죠. 멋져요 희원이.


프레이야 2009-02-26 16:50   좋아요 0 | URL
주말마다 나올 건데요 뭐.ㅎㅎ 나중엔 데리러 가고 오고 하는게
귀찮아지지 않을까 살짝 우려가..
네, 정말 조카처럼 아이에게도 그런 값진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연주부도 좋겠네요.^^

전호인 2009-02-2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맘이랑 아이들이랑은 또 다를 겁니다. 희원이는 아마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을 은근히 즐기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괜히 급한 것은 부모맘일지도요. 하지만 처음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생활해야 하는 희원이로서는 부모님에게 의지했었던 든든함이 사라진 공허함과 혼자서 잘해야지 하는 새로운 의지력이 샘솟고 있을 겁니다. 옛날 시골에서 처음 도회지(청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얼음장 같던 자취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다 성장하면서 겪는 과정이려니 생각하시면 좀 편하실까요? 나중에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부쩍 자란 희원이가 기대됩니다.

프레이야 2009-02-26 16:53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격려와 팁 고맙습니다.
아이에게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좀더 일찍 부모곁을 떠나 살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어요.

혜덕화 2009-02-2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도 28일 기숙사 들어갑니다. 남자애라서 그런지 준비물이 뭔지도 관심도 없고 제 팬티와 수건을 잘 챙길지 걱정이네요.^^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현장학습 가면, 여자아이들은 자기 것 잘 챙기는데, 남자아이들은 무엇이 제 것인줄도 모르더라구요. 대학생이라도 일상의 소소한 것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초등 아이들과 같지 않을지......^^
특목고 생활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9-02-26 19:53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대학생인데요 아주 잘 해나갈 거고 오히려 더 자유스러워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서운하시죠? 저랑 동문이더군요, 아들이^^
격려 고맙습니다.^^

새초롬너구리 2009-02-2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따님은 친구들 때문에 조금 늦게 느끼겠지만 님은 바로 빈자리로 그리워하실것 같군요. 눈물을 조금만 흘리세요 ^^

프레이야 2009-02-27 17:31   좋아요 0 | URL
새로촘님, 오늘 낮에 데리고 나와 또 뭐 좀 필요한 것 사서 이제야
집에 들어왔어요. 아이도 좀 피곤해하는데, 처음이라 그렇겠죠.^^
눈물은 안 흘렸어용~~

BRINY 2009-02-2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전이라면 저도 그런 학교에 가고 싶었을 거 같아요. 그때는 그런 학교들도 거의 없었고, 있더쳐도 정보가 없었던 시대였지만요.

프레이야 2009-02-28 01:27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도 집 떠나 있고 싶었군요.^^
아이가 오늘 돌아왔는데 기숙사생활이 불편하다고 좀 투정이네요.
앞으로 잘 적응하고 즐거운 생활을 해야할텐데 살짝 걱정이에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미경의 소설 읽기는 겨우 두 번째다. 2002년도, 그녀의 비교적 초기작이라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 세련되게 정제된 것보다 이런 느낌이 나는 더 마음에 든다. 그러나 거칠다는 느낌과는 다른 거침없다는 표현이 맞겠다.

 6편의 단편들 속 인물들은 삶의 주변부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상실감을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하기보다 그 속에 미치도록 침잠해서 그걸 극복하려는 사람들이다. 깊이 내려앉았다가 제대로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 같은 희망을 넌지시 암시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도덕적 결말을 강요하거나 삶은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두 시간이면 끝나는 영화’와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삶은 다르고 그래서 ‘방금 물이 빠진 갯벌 위에 선 것처럼 자꾸만 내 발바닥을 지그시 잡아당기는 어떤 힘에서 발을 빼내는’ 사람의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지켜봐주는 식이다. 인물들은 소리 없이 울고 있고 분노하고 있고 삶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데 그 울분에 응대해 주는 이런 방식이 독자에게 오히려 힘이 될 수도 있다. 그점에 끌린다. 그리고 위안 받는다. 이야기마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신산한 삶을 쓴물이 올라오도록 씹는 문장들에 매료된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여름이면 아무 곳에나 피어나는 나리꽃 주황빛의 방만함처럼 추억이 현재와 미래의 삶에 바로미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주인공은 그렇다고 대답할 듯하다. 그러나 그를 협박하러 온 해결사는 하찮은 진실 따위엔 눈감고 힘을 확인하고자 하는 자의 바람대로 해주어버리라고 말한다.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게 인생이잖아. 안 그래요?”(p36)  이 단편은 사진찍기와 찍히기의 관계처럼 나와 타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진실의 오도를  ‘길지도 않은 생에 피사체와 용도가 다른 사진들을 무수히 찍어온' 한 남자의 비루한 타협을 통해 보여준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볼 뿐 대상의 진실과 속울음에 가까이 가본 적이 없는 우리가 안아야할 슬픔이다. 나와 대상 사이에 그놈의 기물이 있기 때문일까. 추억도 사진도 기만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호텔 유로 1203}

‘갈망과 특별함에 대한 집착과 사물에 대한 욕정도 뜨거울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집착이나 욕정보다 더.’(p50) 이 문장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비애가 묻어난다. 사랑에도 직업에도 물질적인 면에서도 박탈감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 라디오작가가 등장한다. 말을 더듬지 않아도 늘 더듬는 인상을 주는 남자를 떠올리는 여자는 그녀의 생이 그렇게 더듬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더욱 싫었던 것일까. 명품에 중독되어 숨을 쉬듯 도벽을 일삼고 밤 아홉시에 약속된 호텔을 찾아가는 그녀는 ‘인간에 대한 집착이나 욕정’에 코웃음 친다. 환멸조차 사랑의 일부분이란 걸 알고 상처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와 진짜 사랑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그녀, 세 번째 우려낸 차처럼 담백한 관계 같은 그 지점에서 멈추고 싶어 하는 그녀. 사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아이러니한 초상에 욕망의 공허함이 배어있다. 스산하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2년 연애, 7년 결혼생활을 한 남자의 갑작스런 죽음 후 열정의 윤리로 살아온 그의 이면을 보게 된다면?  '전등사를 보지 못한 그날을 전등사 갔던 날로 이름 지었듯 뭔가가 빠져 있는 그대로 그냥 사랑이라고 불러주는 거지.' (p136)  배반감을 극복하고 그녀가 모자란 사랑을, 피투성이의 잔혹한 연인을, 받아들이는 결말을 통해 파도처럼 맨살을 난타하는 잔혹한 삶을 끌어안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모든 연인은 더 사랑하는 자에게 잔혹한 존재이니까.’라는 혼잣말은 삶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언제까지나 자신을 물어뜯으면서라도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삶에의 애착이다.

 최승자의 시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가 떠올랐다.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오   (일부)

 여자는 살면서 일어날 수 있었던  ‘어떠한’ 일들에 하나하나 딜리트delete 키를 누르고 죽지 않을 정도의 가려움증까지 견뎌보려는 것이다. 긍정적 기운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면서 신산한 바람이 동시에 느껴진다.

{성스러운 봄}

 어린 딸의 오랜 투병과 죽음으로 생의 노래를 잃고 우주의 빛을 잃고 가정의 단란함마저 잃은 남자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것, 삶은 스스로 완벽하다는 것, 그걸 또 늦게 깨닫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제 스스로 빛을 내는 경이로움이라는 것을(p168).' 우리가 힘겹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천상의 음률을 들을 수 있는 삶의 절정은 언제일까. 이미 지나갔을 수도 앞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교과서적인 답을 해보지만  마음은 늘 모래를 씹는 듯 서걱거리고 마음속에 들어앉아있을 봄도 도무지 기지개를 켜지 않을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유리잔처럼 깨어져 어지럽게 흩어진 생에 대해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그에겐 다행일 것이다. 봄이면 꽃망울이 터지듯 그렇게 진즉에 터뜨려야 할 것을.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 대과거의 내적 오버랩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의 영화로 탄생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소 여인}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라는 명제를 확인이라도 하는 듯 우리들 먹고 마시고 호흡하는 것들에 미량으로 들어있는 비소, 정확히는 비소 화합물. 그것의 음험한 작용과 중독성을 빌어 생을 모질게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일몰의 광경을 담담히 지켜보듯 존재의 소멸을 지켜보며, 소멸해가는 존재가 자신의 보살핌에 감읍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로소 생의 허기를 채웠던 여자. 그녀에게 어떤 것도 묻지 않고 품고 쓰다듬어주는 남자 또한 생의 회의나 존재감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개미처럼 ‘살아가는’ 것으로 생의 만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은 먹어도먹어도 끝없이 배고픔을 느끼는 것이지도 모른다. 단지 어제의 허기를 기억의 회로에서 지우면서 오늘을 맞이할 수밖에. 비소 여인처럼, 누가 나를 용서해주지?, 스스로에게 용서의 말을 뇌까리며.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영화 ‘말리와 나’속의 존 그로건은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존재로서 가족을 재발견했다. 19년이라는 길거나 짧은 생을 통해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 단편에서는 어느 골목길의 ‘지독히 일상적인 삶의 풍경’을 영화를 공부하는 남자의 카메라를 통해 그린다. 인간 군상이 그리는 그 일상적이랄 수 있는 풍경이 과연 일상적일까. ‘하긴 누가 누구에게 이 생을 거짓 없이, 착각 없이, 헛된 사랑 없이, 백일몽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p232)' 일상을 견디는 힘은 비일상적인 걸 꿈꿀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싸구려 픽션보다 더한 굴곡을 이면에 감추고’ 빛이 감추어주는 이면의 것들에 눈감고 살아가기. 달처럼 우리 존재도 스스로는 빛날 수없는 것, 달이 둥글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때로 풍만한 만월이 되고 낙천적인 반달이 되고 예민한 그믐달도 되고 연약한 초승달도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비추어 줄 수 있을까요?” 승우의 마지막 물음에 “모르겠어요”로 응대한 정은. 그녀가 질퍽하고 노곤한 갯벌에서 발을 빼고 한 편의 영화보다 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이 가볍지 않다.  그 어깨는 단단하고 때론 유연할 것이다. 정미경 소설이 그렇듯이.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처럼 생을 사랑하는 방법에 왕도는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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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2-2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풍기는 강렬함에 압도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삶, 사랑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깊이 생각할 수록 고뇌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소재들이기도 하죠.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이 싯구에서는 사랑의 간절함, 처절한 소유욕까지 느끼게 되는 데....저만의 생각일까요?

프레이야 2009-02-26 17:0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그 제목이 참 강렬하다 느꼈는데 읽고보니
그게 그것이더군요. 사랑이 깊어질수록 상실감도 크다고 하더군요.^^

hnine 2009-02-2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서관에 갈때마다 찾아보는 책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인데 아직도 기회가 안 닿았어요. 이 작가 팬들이 참 많더군요. 부군이 그림 그리시는 김 병총님 맞지요? 혜경님 리뷰 읽고나니 기필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야 2009-02-28 22:02   좋아요 0 | URL
네, 김병종님요^^
저도 어느분의 강추로 구입해서 뒤늦게 읽게 되었어요.
정미경,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맥거핀 2009-03-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글 남기고 가셨었는데, 제가 좀 게을러 이제서야 들러봅니다.^^
정미경 작가님은 예전 이상문학상 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로 관심가졌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네요. 인간의 감정을 잘 드러내보였던 작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덧글 달 생각을 한 건 최승자 시인 시가 있어서요. 좋은 시지요.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싶은 생각이 났네요.

프레이야 2009-03-13 07:39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오셔서 반가워요.
영화 리뷰를 통해 알게 되어 기뻤는데요..^^
정미경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김추기경 어록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우리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신자들과 국민을 이끌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19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중)

“교회의 입장은 될 수 있는 대로 남북관계가 정말 호전되고, 이래서 정말 정부도…이산가족도 서로 만나게 되고 남북 교류도 있고, 이래서 점진적으로 우리가 남북이 좀 평화롭게 통일을 향해서 뭔가 노력하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죠.”(1987년 7월 서경원 의원 방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평화신문 1993년 새해 특별대담 중 사형 폐지를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평화신문 1996년 신년대담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거죠.”(2003년 11월 서울대 초청강연 중)

“내가 제일 바보 같다.”(2007년 10월 모교인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전에서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고 밑에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을 선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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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어른이 산소호흡기의 힘도 빌지 않으려하고 조용히 고통을 감내하며 영이별의 길로 들어가셨다. 유리관 속에 누우신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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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9-02-1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합니다..

전호인 2009-02-1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사회의 여러방면에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지요.
이제 더이상 이 땅에 군사정권에 대항하거나 민주화운동을 통해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분을 편히 보내드리는 마음일 것 같아서요.

깐따삐야 2009-02-1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신부들이 있고, 그 뒤에 수녀들이 있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인터뷰 한 장면이 찡하니 계속 마음에 남아요.

프레이야 2009-02-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 들어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고 하던 말씀도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아야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고 고해하던 모습도요.
 



 2009년 2월9일

 

큰딸 중학교 졸업식 날,  

30분만에 강당에서 식 마치고 교정으로 내려와 사진 찍고 나니까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빗줄기가 굵어졌다.  

좀 크면서부터 사진 찍히기를 싫어해서 사진마다 부루퉁하니 저러고 있다.^^  

예쁜 척 얼짱각도 좀 하지.ㅎㅎ

친정부모님 오셔서 함께 근처 중식당 가서 식사하는 중. 

교복을 후배에게 물려주게 선생님께 갖다드리자고 하니까 

희원인 가지고 있고 싶다고 말한다. 

의외네.^^

내 자주색 교복(요건 고등학교 때 것, 2년밖에 못 입었다, 교복자율화로)도  

갖고 있었더라면, 했더니 

그때 뒷집 누군가한테 줬다고, 엄마 말씀. 

3년동안 열심히 자기 할 일 하며 건강하게 학교생활 잘 해줘서 고맙다. 

은근히 4차원적인 우리집 큰딸^^  

다우트 보러 가자고 했는데 아직 시간 못 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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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1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제 교복도 저희 어머니가 동네후배에게 주셨죠 ^^

프레이야 2009-02-17 20:16   좋아요 0 | URL
그땐 그렇게 돌려입기도 많이 했죠.
입학식 땐 커다란 교복 입고 어정쩡하니 사진 찍고
졸업식 땐 몸에 적당히 잘 맞아 보기 좋아지구요.^^

hnine 2009-02-1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무관심한척, 그런 표정 지을 때가 있지요. 이해해요 ^^
4차원 소녀라, 매력적일 것 같아요.
어머님 인상 좋으시고, 혜경님 활짝 웃음에 저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프레이야 2009-04-08 19:31   좋아요 0 | URL
은근 취향이 그렇더군요. 친구들도 아dlejfj그러나 봐요.^^
저도 중학교 때 표정이 뚱한 편이었는데..

실비 2009-02-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해요-
같이 있는 모습이 좋아욤..
다추억으로 남을거여욤..

프레이야 2009-02-17 20:57   좋아요 0 | URL
네, 실비님 비오는 날의 추억이에요^^

stella.K 2009-02-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혜경님 너무 젊어뵈요. 어머니도요. 꼭 세 자매지간 같아요!ㅎㅎ

프레이야 2009-02-17 20:58   좋아요 0 | URL
우힛~ 스텔라님 땜에 웃고 살래요.
울엄마는 올해 고희랍니당~ 젊었을 땐 미스코리아 나가라고들
동네사람들이 그랬다네요. 사진 보니 늘씬 미녀더라구요.ㅎㅎ
늙어가니 그게 다 묻히고 없지요. 그래도 젊어보인다고 하면
제일 좋아하시죠.

춤추는인생. 2009-02-1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턱을 약간 올리고 카메라앞에서 한없이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표정. 왜찍어요? 찍어봐요 내가 웃어줄줄 알아요? 일듯한 희원이의 표정에서 제 중학교 시절을 보는것 같아, 웃음이 나요. 그나이때는 모든게 한없이 민망하고 어색해요 어른들과 이야기할때도 아는척을 해야하나 그냥 아이처럼 딴소리를 해야하나, 라는것들이요. 내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없이 갑옷으로 무장하고 무장해서 그래서? 따위의 반항적인 말들을 내뱉곤 했었네요 저는.
혜경님은 희원이의 젊은 이모나 큰언니 같으신걸요. 노랑 할머님 오랜만에뵈요.
웃음이 환해서 좋아뵈요...^^

프레이야 2009-02-17 20:59   좋아요 0 | URL
네, 그랬어요, 저도요.^^
방어적이고 반항적이고 불만도 많았지요.
희원이가 저보단 착한 것 같아요.ㅎㅎ
님, 노랑할머니, 잊지 않고 있네요.
하얀레이스 치마 살랑살랑 봄이 달려오는 것 같아요.

깐따삐야 2009-02-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네요. 졸업 축하합니다.^^

프레이야 2009-02-17 20:23   좋아요 0 | URL
호홋^^ 고맙습니다. 저 뚱한 표정이라니..

미설 2009-02-17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한 어른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따님은 조금 부루퉁한게 전형적인 사춘기 소녀의 표정이랄까요.. 참 좋은 사진이에요^^ 졸업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09-02-17 20:59   좋아요 0 | URL
미설님, 고맙습니다.
저도 저맘땐 저랬던 것 같아요. 어색하고 불퉁해설랑
뭐 그런.ㅎㅎ

라로 2009-02-1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헤경님이 왜 얼짱 각도 잡고 있는건데요????ㅎㅎㅎ
교복을 2년 동안 입으셨다구요????
학교 일찍 들어가셨나요?????
암튼 3대(?)라고 해야하나요????세분 참 멋져요~.
글구 졸업 축하해요!!!^^*

프레이야 2009-02-17 21:00   좋아요 0 | URL
우히힛~~ 왠 얼짱 각도요?ㅋㅋ
네, 7살에 학교 들어가서 고3 시작하면서 교복자율화 되었어요.
베레모도 쓰고 예쁜 교복이었는데 아까웠지요.
퀼트나비님,고마워용~

웽스북스 2009-02-1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울릴 것 같아요 혜경님 ^-^

프레이야 2009-02-17 22:43   좋아요 0 | URL
중1 입학식 전 2월에 교복 사주고 집에 와서
엄마 한 번 입어보자고 했다가 바로 퇴짜 맞았잖아요.
아휴 깍쟁이 같으니라구.
이제 한번 입어봐야쥐~ㅎㅎ

마노아 2009-02-1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 축하해요~ 아유, 3대가 뭉쳤군요. 제 교복은 엄니께서 이사하는 날 버려버리셨어요ㅠ.ㅠ

프레이야 2009-02-18 09:0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3대가 뭉쳤어요 ㅎㅎ
가끔은 티격태격하지만요..

실비 2009-02-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선 봤을땐 사진이 너무 어두워 보였는데
집에서 보니 사진이 뚜렷하게 잘보이네요
두분의 미소가 너무 보기 좋네요... 흑백이라 더 사는 느낌이랄까요..
새침한 표정까지 제눈에 귀여워 보이는걸요.
혜경님 다시 보니 너무 이쁘셔요~

프레이야 2009-02-18 09:02   좋아요 0 | URL
실비님, 아휴 고마버요^^
오늘하루도 꽃과 함께 행복한 날 보내세요~~
 

 

신형 주택

김 용 준


 요즈음 거리에 나서면 재미난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안 안답잖게 공지마다 배추 포기가 싱싱하고 소개(疏開)로 수난을 당한 터전에 회오리바람처럼 날아간 지붕이 보인다.

 벽돌집이란 이유로 가까스로 소개는 면했으나 병정화년(丙丁火年) 덕분으로 불이 났다. 벽은 으스러지고 창문은 깨어지고 전날 화단인 듯싶은 자리에는 쓰레기의 산이 솟고 하여 가며오며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더니 근자에는 이런 건축들을 의지삼아 신형 주택이 나타난다.

 발코니에 널빤지 쪽으로 제법 그럴 듯하게 고층 건축이 예쁘장하게 만들어지고 그 옆에 장독대가 놓이고 빨랫줄이 건너간다. 퇴옥파창(頹屋破窓)일망정 재민들은 이런 데서 알토란같이 산다.

  화가란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일종 미치광이인지라,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사생(寫生)을 하고 섰노라니 이 집에 거하는 주인인 듯싶은 친구가 일을 하다말고,

 “여보 당신은 할 짓이 없어 이따위 집이나 그리고 다니우?” 하며 핀잔을 준다. 불난 집 불 구경을 하다가도 여러번 욕을 먹었다. 재민의 속상하는 심사를 모르고 흥미있게 보는 마음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네, 잘못했습니다.”



- <근원수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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