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 어록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우리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신자들과 국민을 이끌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19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중)

“교회의 입장은 될 수 있는 대로 남북관계가 정말 호전되고, 이래서 정말 정부도…이산가족도 서로 만나게 되고 남북 교류도 있고, 이래서 점진적으로 우리가 남북이 좀 평화롭게 통일을 향해서 뭔가 노력하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죠.”(1987년 7월 서경원 의원 방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평화신문 1993년 새해 특별대담 중 사형 폐지를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평화신문 1996년 신년대담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거죠.”(2003년 11월 서울대 초청강연 중)

“내가 제일 바보 같다.”(2007년 10월 모교인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전에서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고 밑에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을 선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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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어른이 산소호흡기의 힘도 빌지 않으려하고 조용히 고통을 감내하며 영이별의 길로 들어가셨다. 유리관 속에 누우신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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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9-02-1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합니다..

전호인 2009-02-1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사회의 여러방면에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지요.
이제 더이상 이 땅에 군사정권에 대항하거나 민주화운동을 통해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분을 편히 보내드리는 마음일 것 같아서요.

깐따삐야 2009-02-1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신부들이 있고, 그 뒤에 수녀들이 있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인터뷰 한 장면이 찡하니 계속 마음에 남아요.

프레이야 2009-02-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 들어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고 하던 말씀도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아야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고 고해하던 모습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