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주택
김 용 준
요즈음 거리에 나서면 재미난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안 안답잖게 공지마다 배추 포기가 싱싱하고 소개(疏開)로 수난을 당한 터전에 회오리바람처럼 날아간 지붕이 보인다.
벽돌집이란 이유로 가까스로 소개는 면했으나 병정화년(丙丁火年) 덕분으로 불이 났다. 벽은 으스러지고 창문은 깨어지고 전날 화단인 듯싶은 자리에는 쓰레기의 산이 솟고 하여 가며오며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더니 근자에는 이런 건축들을 의지삼아 신형 주택이 나타난다.
발코니에 널빤지 쪽으로 제법 그럴 듯하게 고층 건축이 예쁘장하게 만들어지고 그 옆에 장독대가 놓이고 빨랫줄이 건너간다. 퇴옥파창(頹屋破窓)일망정 재민들은 이런 데서 알토란같이 산다.
화가란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일종 미치광이인지라,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사생(寫生)을 하고 섰노라니 이 집에 거하는 주인인 듯싶은 친구가 일을 하다말고,
“여보 당신은 할 짓이 없어 이따위 집이나 그리고 다니우?” 하며 핀잔을 준다. 불난 집 불 구경을 하다가도 여러번 욕을 먹었다. 재민의 속상하는 심사를 모르고 흥미있게 보는 마음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네, 잘못했습니다.”
- <근원수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