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리노의 기적 바오로딸 큰나무 시리즈
호세 마리아 산체스 실바 지음, 이지현 그림, 이석현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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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 이야기를 들어서 알았을까? 읽어서 알았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어릴 때 성당에서 이 이야기를 만난 것 같다.  

교회 신심서적과 음반, 카드 등의 출판사업을 하고 있는 바오로딸 수도회에서 나온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신앙서적으로서도 참 좋은 책이지만, 종교가 없는 일반 아이들에게도 참 아름다운 책으로 읽힐 것 같은 책이다.  

일단 글의 전체 내용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문장 표현 하나하나도 참으로 곱다.  

스페인의 어느 마을에 성 프란치스코회 수사님 세 분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낡고 허름한 빈 집에 수도원 살림을 차리게 되고, 대를 이어 마을 사람들의 묵인하에 수도원의 살림을 이어내려 간다. 그곳 문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져 있어 데려다 염소젓을 먹여 키우게 되고 아이가 버려진 날의 성인의 이름을 따서 마르첼리노라 부르게 된다. 마르첼리노는 수도원에서 수사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고, 그 나이의 아이들이 할 개구쟁이 짓보다 더 도를 넘는 행동들을 하기는 했지만, 아이가 없는 수도원에서 한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엄마도 없고, 또래 친구도 없지만, 수사님들의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구김살 없이 클 수가 있었다.  

<<난 학교 가기 싫어>>에서 롤라가 만들어 낸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친구 소찰퐁이처럼 마르첼리노에게도 한 번 놀아 본 적이 있었던 짚시 아이 마뉴엘이 상상 속의 친구가 되어 곂에 있어 준다. 그런 마르첼리노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게 되는데... 

수사님들이 위험하니까 절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금지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 그곳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예수님을 위해 주방에서 몰래 빵조각이랑 포도주를 가지고 가고, 그리고 성전에서 예수님이랑 이야기 하면서 마르첼리노의 기도가 시작된다. 짓궂은 장난을 하지 않고 아이답지 않게 사색하는 마르첼리노를 이상하게 여긴 수사님들은 어느 날 마르첼리노의 뒤를 밟게 되고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기적을 만나게 된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내려 오셔서 마르첼리노랑 함께 이야기를 하시다니!!!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마르첼리노가 가져다 준 빵과 포도주를 모두 드신 예수님은  

"마르첼리노야. 너는 정말 착한 아이가 되었구나. 이제 너에게 상을 내릴 테니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아라. 수도원 식구들처럼 훌륭한 수도자가 되고 싶으냐? 아니면 죽은 고양이 모치토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니? 아니면 염소가 빨리 낫기를 바라니? 그것도 아니라면 마뉴엘을 만나게 해 줄까?"하고 말씀하신다.   

마르첼리노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되었을까? 

하느님 나라로 떠나는 마르첼리노의 모습을 통해 아이였던 내가 느꼈던 감동이 다시 전해져 온다.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책이라서 하느님과 예수님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일단 권해보면 좋을 책이지만, 누구나 읽어도 거부감 일지 않을 참 좋은 책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받게 될 감동은 어떤 색깔일지도 궁금해진다.  

내 아이가 이 책을 통해 기도란 예수님과의 대화라는 것을 알아가면 좋겠다. (이미 알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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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8-1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방송에서 종종 영화로도 합니다.마르첼리노 역의 아역배우가 정말 귀엽죠.

희망찬샘 2011-08-19 18:04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평화방송에서 영화로 볼 수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 ^^
 
프린세스의 천일책 해를 담은 책그릇 5
섀넌 헤일 지음, 지혜연 옮김 / 책그릇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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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섀넌 헤일의 책을 세 번째 만났다.  

<<프린세스 아카데미>>는 처음 읽어서 좋았고 <<거위치는 프린세스>>는 너무 재미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책! 얼마나 재미있는 책일까 기대하는 바람에 살짝 재미가 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은 속도감 있게 읽혔다. 멋진 왕자님이 뒤에서 여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구조는 어찌보면 식상할지 모르지만, 사춘기 때는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구미에 당기는지! ^^

<<거위치는 프린세스>>처럼 이 책도 그림형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렌 공주>를 공주의 입장이 아닌, 같이 탑에 갇히게 된 몸종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섀넌 헤일은 우리가 이미 만나 보았던 세계로 데려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은, 그림형제의 이야기, 이솝 이야기, 라퐁텐 우화 등을 열심히 읽거나 아니면 동화책을 아주아주 많이 읽으면 이야기의 씨앗 하나 정도는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 패러디 동화들을 읽다보면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없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동화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아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을 통해 생생한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좋겠다. 아직까지는 그저 희망사항이지만~ 

멍하지만 아리따운 공주와 불행의 표적을 가지고 있지만, 영리한 그녀의 몸종. 공주는 왕의 명령을 거역하였다는 이유로 7년 동안 탑에 갇혀 지내야 할 신세고 샤렌 공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유목민 출신인 몸종 '다쉬티'는 그녀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운명은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야 하는 법. 극한 사항에서도 정신을 차리면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는 법. 더 이상의 희망도 없는 그곳에서 바깥 세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호랑이굴에서도 정신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막의 무당과 엄청난 거래를 하여 이 세상의 최고의 사냥꾼인 늑대인간이 된 잔혹무도한 카사왕을 무기가 아닌 지혜로 물리친 다쉬티, 지금껏 공주가 아니면서 공주인 척 한 거짓말이 들통났지만 주위의 여러 정황은 그녀의 불행의 점을 가뿐히 물리칠 구원자들을 보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쉬티가 운명의 힘 앞에 나약해지지 않았다는 거다. 자신의 삶은 운명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려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결정 되는 것.  

어떻게 일개 몸종이 왕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하시다면...(다음 말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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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8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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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치매 노인의 이야기 중 내게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나온 이야기였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 보시길)

우리 엄마(나는 항상 이렇게 불러 왔으니 굳이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니까.)는 항상 생전에 자식 고생 시키지 않고 죽어야 할 텐데... 하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치매로 오랜 시간 병석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에 대한 짠한 마음의 표현을 이렇게 하신 거다. 그래서인지 너무 갑작스럽게 하늘 나라로 가셔서 우리에게 또 다른 안타까움을 남기셨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이 이런 병에 걸려서 고통 받으면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고되고 힘든 마음이 침입해 들어 와 더욱 괴로울 것 같다.  

부모의 교통사고로 할아버지와 사는 두 자매, 탈리아와 멕켄지에게 어려움이 닥친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거다.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아버지가 다른 의부언니인 26세인 리디아 언니가 있지만, 언니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은 탈리아는 멕켄지에게 할아버지의 이런 행동을 비밀로 하자고 한다. 하지만, 어린 동생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자신은 볼 일을 다 보러 다니는 살짝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런 탈리아의 행동 때문에 할아버지를 위해 애쓰는 동생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다.  

치매 이야기와 함께 가족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이 많이 보인다. 이는 치매라는 것이 많은 가족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이런 류의 동화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우울하게 만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할아버지를 구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어린 아이의 행동을 통해 감동과 함께 내용 전개상의 경쾌함까지 선물해 준다. 거기다 건강한 마무리까지. 결코 그렇고 그런 동화가 아니었다. 기쁨 가운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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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바보 동아리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7
케이트 제이멧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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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모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을 위한 동아리'가 결성된다. 회원은 조쉬와 매그놀리아, 그리고 왕이다. 쉽게 말하면 이들은 부모의 계속되는 꾸중을 먹고 자라면서 자존감이 이미 낮아진 아이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쳐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 하게 만드는 부모들 때문에 삶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이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만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그 속에 좌충우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각자가 가진 문제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까?  

조쉬의 엄마는 조쉬가 뛰어난 지도력을 가지고 회장 같은 일을 잘 해 내기를 바란다. 회장을 맡아 무언가를 이끄는 것은 조쉬의 적성이 아닌데도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모임을 그들은 '바보 동아리'라 부르지만 엄마는 '미래를 짊어질 젊은 지도자들의 모임'이라는 근사한(엉뚱한?)이름을 지어 주시는데... 

매그놀리아의 엄마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이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신다. 진정한 사랑을 그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역을 매그놀리아가 꼭 따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매그놀리아는 닭살스러운 줄리엣의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왕의 아버지는 공부를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 체스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왕은 체스가 너무 하기 싫은데... 

처음부터 일은 꼬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매그놀리아는 오디션에서 줄리엣 역을 따고 왕은 체스 대회에 나가기 싫고 연극 연습을 하고 싶어 조쉬를 대회에 대리 출석 시키고... 그런데 매그놀리아의 상대역인 앰멧이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대리출석은 들통나고 만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일들은 꼬여만 가는데... 

결론을 생각해 보자면 항상 그러하듯 다 잘 되리라는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마음 속에만 품고 있다가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 부모와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왕은 자기가 하고 싶은 펜싱을 허락받고, 조쉬는 체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조쉬의 엄마는 학급회장, 엄마의 만찬이 부담스럽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귀 여겨 들으시고 서로 타협점을 찾아 나간다. 조쉬의 말대로 조쉬가 체스협회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그리고 어쩌면 엄마가 생각하시는 근사한 회장은 아니더라도 '바보 동아리'회장을 하면서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쉬는 지도자의 능력을 잘 발휘하여 이미 엄마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보 동아리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는 왕처럼 체스가 하기 싫지만, 아빠의 강요에 끌려다니고 있는 윌모트에게 그가 원하는 전자기타를 칠 기회를 얻게 하는 전략을 짜는 것. 이 부분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 작가의 배려도 고맙다. 우리도 바보 동아리 회원이 되어 윌모트 구출 작전을 나름대로 짜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상상의 나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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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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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다.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난했는데... 당시 학교에서 배우던 '개발도상국' 운운하던 것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데 후진국이라 하려니 쪽팔려서(죄송...) 어거지로 우리끼리 만들어 낸 말 아닌가 하는 생각을 어린 나이에 했던 기억이 난다. 곧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갈거라고 선생님은 열내면서 가르치셨지만, 왠지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가 많이 풍요로워진 것 같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우리 나라도 그런 천막학교가 있었을텐데, <<얘들아, 학교 가자>>와 같은 책에서 만나는 사진들은 우리나라가 현재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이 책 또한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한 번 더 느끼게 해 주는 책, 동시에 그 행복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책이다.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세 살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는 일 없이 가족을 부양하지도 않고 노름으로 허송세월하는 라크슈미의 새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화가 났다. 어머니는 그런 남편이라도 있어야 기댈 곳이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독립하지 못하는 라크슈미의 엄마에게도 무척 화가 났다. 물론 그 나라의 남녀 성역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고, 그것은 그 나라 여성들에게는 깨지 못할 금기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세습되어진 악습을 과감하게 깨기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까? 그 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울어야 할까? 더군다나 자신을 치장하고 노름하느라 쓰는 돈 때문에 딸을 사창가에 팔아버리는 그런 남편이 무엇에 필요하단 말인가!  

나는 아마(엄마)에게 물었다. "왜 여자들은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하죠?" "그건 우리의 운명이니까. 그냥 견디는 게 이기는 거야." 개뿔~ 과연 그럴까?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믿으면서 살아야 하다니!!! 

라크슈미는 겨울이면 여자들이 열병으로 죽은 아이들을 땅에 묻고, 건기에는 기침을 하다 죽은 아이들을 땅에 묻고 우기에는 강 저쪽에 있는 의사에게 데리고 가지 못한 아이들을 땅에 묻고, 가을에는 태어나봐야 다음 계절에 땅에 묻히고 말 아기들이기 때문에 배 속에 생긴 아기를 없애기 위해 마킹넛 나무의 짙은 푸른빛 즙을 마시는 그러한 나라에 살고 있는 열세 살 난 여자 아이다. 이제 초경을 시작했고, 결혼이 약속되어 있는 남자 아이를 몰래몰래 엿보면서 살고 있는 어리디 어린 소녀이다. 그 소녀가 열네 살이 되기까지 겪는 일은 우리 나라 십대들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이렇게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면서도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는 불우한 또 다른 라크슈미들이 전 세계의 가난한 나라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매년 12,000명에 가까운 네팔 소녀들이 가족에 의해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인도의 매음굴로 팔려가 성 노예의 삶을 살고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매년 약 50만 명의 어린이들이 성 노예로 거래된다고 하니 실로 놀랄만한 숫자다.  

단돈 300달러에 자신들을 팔아넘긴 아버지나 오빠, 남편, 삼촌들... 그들 때문에 온갖 공포스러운 일들을 겪었던 이들은 그래도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 덕에 새 삶을 찾기도 한다니 다행스럽다. 이 책은 이런 이들의 증언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감은 간접 체험이나마 마치 내가 그 일을 겪고 있는 듯한 공포와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나쁜 고리를 끊는데는 실로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로워야 할 이들(가령, 불법 매매춘을 단속해야 하는 경찰같은...)이 악의 무리와 결탁해서 고인 웅덩이 물이 되어 있으니 그 물을 다 퍼내고 틈을 메꾸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욕이 나오려고 했다. 나는 욕을 써 보지도 않았고 할 줄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런 된장 같은 세상이...  

제2, 제3의 라크슈미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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