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요.
-응? 이게 뭐야?
-롤링페이퍼예요.
받아보니 A4로 접은 조그만 8면 미니북에 깨알같은 글로 아이들이 편지를 썼다.
-선생님 항상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선생님 항상 저희에게 여러 가지 과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저희를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책과 한걸음 두걸음 친해진 거 같아요! 책만 좋아한 게 아니라 더 많은 책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 사랑하고 감사해요!
-선생님 덕분에 책을 많이 읽게 되었어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선생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소개 받았어요. 가르침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선생님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고 공부 잘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공부 가르쳐 주시고 책 잘 읽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재미있는 책 많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도 재미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우리 반 교실의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사랑하고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저희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시고 저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저희도 선생님께 많은 사랑을 전할게요.
*나머지 애들은 시간이 없어서 못 썼어요. .쓴 사람 누구누구누구....
이런 내용이다. 요약하면 고맙다, 사랑한다, 책 좋아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뭐 이런 비슷비슷한 내용.
그런데 이 미니북을 받아들고 나는 그만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도 찔끔 나왔다.
내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안다고 했으니 말이다.
꼬맹이3학년 아이들이 쓴 깨알같은 글 보며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 공부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놀러 오는(?) 아이들. 그 만큼 소중한 놀이 시간을 내게 할애했다니!
"야, 선생님 감동해서 우신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하려 했는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모양이
"근데 선생님 울어서 눈썹에 눈곱 묻었어요." ㅋㅋ~
그렇게 유쾌한 마무리
며칠 후 1단원 곱셈 시험을 쳤는데 너무 잘 쳐서 깜짝 놀랐다.
"느그가 공부를 많이 한 거가? 내가 잘 가르친 거가?" 물으니
망설임 없이
"선생님이 잘 가르친 거지요."
정퇴하신 선배님께서
"내가 진짜 정말 잘 가르치는 거 같다." 하시던데...
(옛날 울 부장님이었는데 그 때도 1학녀년 지도 노하우 많이 배웠다.)
나도 조금 잘 가르치게 된 거 같다.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