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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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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 생활도 안 해보신 스님이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꼭 살아봐야만 인생을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들 사는 것 보면서 인생은 그런거야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결혼 주례도 하셨고, 신자들의 상담도 많이 하셨던 스님인지라 그 말씀이 그리 신빙성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스님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결혼할때 정말 눈에 뭐가 씌인 사람처럼 남편에게 홀딱 빠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좋았지만 지금은 참 괴로울때가 많다. 남편만 생각하면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는데 시부모님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한걸음만 물러나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죽기살기로 매달려서 원망하고 괴로워합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스러운 마음, 바로 집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127쪽)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모님 안 계셨으면 남편이 어찌 있나 싶어 되도록이면 부모님 돕는 일에 불평을 내지 않으려고 하고 오히려 자진해서 돕기도 했었는데 그걸 받는 분들이 고마움보다는 당연시 여기는 마음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왜 시부모님께 자꾸 퍼드려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일 모레면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시게 된다. 모든 생활도구를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부모님들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안다. 하지만 집 짓는데 부족했던 돈도 보충해드렸고 대부분 쓸만한 것들은 사용하셨으면 싶은게 내 마음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내가 쓰던 세간살이들을 쉽게 버리고 오직 새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이랑 엊그제부터 말도 안하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의 욕심과 집착때문에 괴로운 게 사실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나를 고집하고, 무언가를 움켜쥐기 위해 애를 쓸수록 몸과 마음은 병이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욕심내는 마음을 돌이켜 마음을 가볍게 하고 베푸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부부 사이에는 마음으로부터 배우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198쪽)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먼저 남편에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말해야 할까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선뜻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가 나오질 않는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네."(121쪽)  
   

이 경구를 읽으면서 행복 자체가 내 마음에 달렸다는 걸 다시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걸 탁 내어 놓으며 수행의 자세가 되지를 못하니 나는 어리석은 중생인 것이다. 

   
 

 만약 자식을 낳으려면 정말 그 아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의무예요. 그렇지 않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지 강아지를 사서 키우며 놀면 돼요. 남들 다 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자식을 낳아서 불행을 안겨 주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은 상대를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철저하게 상대에게 책임지려는 자세, 자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자식들 보기에도 시부모님께 잘하는게 좋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면 이제는 조금 절제를 해도 되는 것이 아닐런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 부모가 되고 싶은 나의 바람이 있다. 그것들을 생각해서라도 무조건적인 퍼주기는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참선을 수행하라는 스님의 말씀은 알겠지만 그게 욕심을 버리는 것이 싶지가 않네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 앞으로 미래의 모습도 생각해봐야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네요. 아이들은 점점 더 커가고 돈 들어갈 일이 더 많아진다는 주위분들 이야기에 아직 어릴때 조금이라도 덜 써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네요. 하지만 어느정도 도움이 된 것도 같아요.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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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그래서 제가 이 책을 보고 법륜스님이 혹?????대처승이 아닌가 궁금했다니까요~
물론 다 좋은 말인 줄은 알겠는데 凡인들은 엄청 따라하기 힘들 듯 하여...

잘 모셔두었다가,
부부싸움 후 마음수련할 때 쓰면 어떨까요?
더 열받을려나?
ㅋ,ㅋ,ㅋ.

전 김점선님의 그림도 멋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1-06 06:4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정말 좋아요. 올리려고 사진 찍었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었죠. 충전 시켜서 올려야하는데 게을러서...

마음의 수련ㅎㅎ 안 읽은 것보단 읽은 게 나은 것 같아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11-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생활도 안 해보신 스님이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다'
이 말 말이죠, 나 다른 리뷰에서도 봤어요. 다들 그리 생각되나봐... ㅋㅋㅋㅋㅋㅋ

나두 시부모님 이사할 때, 냉장고 해드렸어요. 아예
막내 시누한테서 통보가 왔어요, 머 해줄거냐고... 머 필요하냐 해떠니,
냉장고래. 헉스 하고 필요한 금액 이체해드렸어요. 아하하.

눈치봐서 해드려야 할 거 같으면,
마음을 비우고 해드리는 편이 속 편하드라구요.
없는 돈이다 치는거죠, 내 살림 팍팍하든 말든 저쪽에서 신경써줄 것도 아니구,
안 해준다는 서운한 맘만 기억하시니까. ㅠㅠ.
근데여, 친정도 가끔 그러거든요. 아, 우리는 힘든 나이예요!
아이 키워, 부모님 용돈 드려. 불쌍한 내 남편~ ㅋ

꿈꾸는섬 2010-11-06 06:48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모두 같은 생각인거군요.

전 예전에 싱크대도 바꾸어 드리고 보일러도 새로 바꿔 드리고 에어컨도 사드리고 냉장고도 사드렸어요. 울 시어머니 틀니도 해드리고......이렇게 적다보니 제가 너무 치사한 사람인 것 같아요.ㅠㅠ

프레이야 2010-11-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정말 이땅의 며느리들은 왜 이리 고민이 많을까요.
리뷰 보니, 저도 말로 글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스님껜 죄송하지만요.^^
문제는 사람인지라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고
울컥한다는거죠.ㅠ
꿈섬님, 아주 솔직하고 생생한 리뷰에요.ㅎㅎ

꿈꾸는섬 2010-11-06 06:49   좋아요 0 | URL
너무 솔직해서 스님껜 정말 죄송해요.
글 읽고 좋은 마음을 먹어야하는데 어째 그리 되질 않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노력하도록 해야겠어요.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달렸다니 말이에요.^^
전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2010-11-06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1-10 17:2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이론과 실제가 너무 다르죠.ㅎㅎ

아이리시스 2010-11-0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이 하는 말투만 들어도 화가 나려고 해요.ㅋㅋ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저 주례사 듣다간 결혼식 하기도 전에 뒤집어질 듯. 푸하하.
근데, 책 쓴 스님이 몇 살이예요? 좀 젊은 분이라고 본 것 같은데,, 아닌가요? 몹쓸 기억력.ㅠㅠ
절의 고요함과 풍경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처음 볼 때부터 스님이란 제목땜에 좀 거부감이 들었었어요. 이런 말 할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1-10 17:25   좋아요 0 | URL
ㅎㅎ화내지 마셔요. 다만 스님은 화는 화를 부른다는 걸 알려주신 것 같아요. 결혼 생활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웃는 얼굴로 조근조근 말하면 상대도 조근조근해지는데 막 화내면 상대는 저보다 더 화내더라구요.ㅎㅎ
아이리시스님 말씀대로 '이런 말' 할 줄 알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화를 누그러뜨리게도 되네요.ㅎㅎ

아이리시스 2010-11-11 16:0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책보다도 이렇게 섬 님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 들으며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 더 좋아요.
너무 좋아요.^^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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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행복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다.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일어나 한편씩 야금야금 읽었다. 매일 아침 축복의 꽃비가 침실에 내려왔다.  

고인이 되신 장영희 선생님의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올 5월에 발간되었다.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장애를 극복하고 암투병도 견뎌내신 선생님의 삶은 보통의 사람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삶이었단 생각을 했었다. 그 모든 불리한 것들을 이겨내고 늘 긍정적이고 희망을 노래하는 선생님의 글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잎클로버, 네잎클로버가 행운이라면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며 우리 주번에 늘 행복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신다. 정말 찾기 힘든 행운을 찾기 위해 찾기 쉬운 행복을 등한시하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우리들 일상의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하나 하나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선생님의 글은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고 겸손하며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준다.  

죽음을 앞두고 요양원을 찾아가는 노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준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그의 사소한 배려심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려준다. 더운 여름 짜증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미소짓고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글은 가슴 뭉쿨하게 만든다. 숨어 있는 눈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는 글은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은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한다. 

하루 하루 지친다고 생각할때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하루 하루가 행복했다. 아, 맞아. 인생의 모든 그 어떤 순간도 헛된 것들은 없는거야.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나는 그것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할 가치가 있는 것이지. 소중하게 보낸 하루가 그 어떤날 나에게도 위대한 일을 해낼 어떤 순간을 만나게 할 것이야. 또 내가 옆 사람을 위해 웃어주면 그도 그 옆 사람을 위해 웃어주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하면 된다'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안 되는 일은 안된다. 둥근 새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라고 생각하는 지혜가 새롭다. 때로는 포기도 미덕이기 때문이다.(118쪽)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볍게 포기할 수 있게 만든 글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내가 잘할 수있는 일은 무얼까'를 생각하는 일이 주어졌다. 오늘부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를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글들도 좋았지만 이 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육성 창작 추모곡 미니 CD가 수록되어 있다.  

낙엽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에 딱 좋은 책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마음이 흐뭇해지고 따뜻해진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지 못하는 선생님의 그리움에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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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잠에서 깨는 게 고역이예요.
늦게까지 깨어있을 수는 있는데,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자신 없어요.
꼭 아침 일찍 일어날 일이 있으면,밤을 꼴딱 새곤 하죠~^^

전 장영희님 강의하시는 걸 몇번 들었는데 말이죠.
진짜 카리스마 작렬이었어요~^^

꿈꾸는섬 2010-11-01 01:00   좋아요 0 | URL
와~~강의도 들으셨군요. 전 책으로만 만나봤어요. 너무 부러워요. 나무꾼님.

저도 아침 잠이 많아요. 우리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저를 깨워요.
 
방가? 방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순오기님 서재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보았다. 제목만 보고는 이게 뭔 영화지 싶었다. 저렴해보이는 포스터에 초호화 캐스팅이 아닌 관계로 아무래도 눈길이 덜 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 감동 그 이상이었다. 

얼마전 알라딘에서 rosa님이 벌이신 이벤트, 이주민단속추방반대가 생각났었다.(나비님과 글샘님도 이벤트를 하셨었다) 그때 이 이벤트가 없었다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고된 노역과 저임금, 말이 안통한다는 이유로 온갖 욕설과 폭행으로 얼룩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그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힘든 노동에 시달려야만 하는 이유,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추방당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코미디 풍자로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했고,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었다. 정말 웃기다기보단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방가, 부탄에서 왔다는 이 남자, 왠지 석연찮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엔 이 남자를 멀리한다. 하지만 그들을 돕고, 이해해주는 이 남자를 믿는다. 5년동안 수많은 일자리에 지원하지만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청년실업.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그는 부탄에서 온 방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 13회 외국인 노동자 노래 자랑', 그들에게 작은 희망 하나씩 가슴에 품게 했다. 그런 희망조차없었다면 힘든 일을 어찌 견딜 수 있었겠는가. 

편승엽의 '찬찬찬'이란 노래를 들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감정이 내 안에 비집고 들어왔었다. 법무부에 갇혀 추방당하게 될 그들이 부르던 '찬찬찬'은 내게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만들었다. (이 노랜 그런 노래가 아닌거잖아.) 

얼마전 입양한 딸아이를 숨지게 하고 보험금을 탔다는 30대초반의 여자에 대한 기사를 보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고 말이다. 아픈 아이를 병실에서 어떻게 질식사 시킬 수 있었는가 말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돈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노동시간을 교묘하게 늘리고, 직업병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경고도 없이,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기계처럼 부리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 참 많이 안타까웠다. 그들을 향해 내뱉는 욕설을 되받아쳐 배우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에게도 분명 인권이 있텐데 어찌 우린 그것들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가 말이다.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는 것에 급급한 악덕 고용주의 모습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딸아이를 숨지게 한 엄마의 모습처럼 비참하다. 

웃음과 감동이 진하게 밀려온 영화를 친정엄마 모시고 다녀왔다. 힘든 일을 하면서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우리 모녀는 눈물 펑펑 흘리고 나왔다. 

돈만을 쫓아가는 세상이 정말 무섭다. 

아참, 배우 김인권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소활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듯, 늘 그의 연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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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10-2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애들하고 같이 볼 계획인데.. 리뷰보니 꼭 실행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꿈꾸는섬 2010-10-21 20:52   좋아요 0 | URL
애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네요. 단 욕설이 난무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0-10-2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고 싶어요.
보러갈 거예요.예매하러 가야지~^^

꿈꾸는섬 2010-10-21 20:52   좋아요 0 | URL
ㅎㅎ나무꾼님이 아직 안 보신 영화가 있군요.^^
꼭 보세요.^^

마녀고양이 2010-10-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영화 좋을거 같더라.
왜 방가방가를 보러가서, 줄리아 로버츠를 보고 씩씩거렸는지..
아직도 후회 되네요.

꿈꾸는섬 2010-10-21 20:53   좋아요 0 | URL
방가방가 보러가서 먹.기.사 보고 오신거였군요.
전 엄마랑 함께 보기가 방가방가가 더 무난해서 먹.기.사를 아직도 못 봤답니다. 마고님 시간내서 꼭 보셔요.^^

순오기 2010-10-2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가방가는 전국민이 봐야 할 영화로 강추해요.
우린 이런 영화 보면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있어요~~~

꿈꾸는섬 2010-10-21 20:54   좋아요 0 | URL
ㅎㅎ전국민이 봐야할 영화 맞아요.^^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영화프로그램에서 이 영화 소개해 주는데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극장에서 하고 있군요~보러가야겠네요..

꿈꾸는섬 2010-10-21 20:54   좋아요 0 | URL
책을사랑하는현맘님도 보시면 눈물 흘리시지 않을까 싶어요. 꼭 보셔요.^^

마노아 2010-10-2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어요.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고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고 패쓰하는 게 아까워요. 더 많이 봤음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10-21 20:54   좋아요 0 | URL
저도 참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웃으면서 보긴했지만 너무 아팠어요.

프레이야 2010-10-2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찬찬 배우며 '주루룩주루룩'을 각자 자기 나라 말로 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통하는 건데 말에요. ^^
재미와 감동으로 본 영화에요.

꿈꾸는섬 2010-10-21 20:55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각자 자기 나라 말로 표현하는 장면 저도 인상깊게 보았어요.^^

다이조부 2010-10-2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봤어요 ^^

김인권의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요 ㅎ

꿈꾸는섬 2010-10-21 20:55   좋아요 0 | URL
김인권, 정말 멋져요.^^

비로그인 2010-10-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꿈섬님 글 읽으니,, 포스터가 오늘은 좀 다르게 보이네요!!!

꿈꾸는섬 2010-10-22 09:36   좋아요 0 | URL
저도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는 뭐야? 그랬거든요. 근데 꼭 볼 필요가 있는 영화에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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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때 내 몸을 숨겨줄만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행운이다. 모두에게 그런 장소가 나타날리는 없을테지만 내게도 가끔 그런 위로와 위안을 받을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난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6살에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 수차례 자살미수에 급기야 죽어버린 엄마, 아빠의 재혼, 동화 속 계모와는 절대로 다를 것이라는 아빠, 하지만 아이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새엄마와의 마찰을 피해 자신의 방에 숨어 들듯 살아가는 주인공, 게다가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다. 정말 끝까지 비참하게 만들었던 아빠, 여동생의 성폭행범은 다름아닌 아빠라는 사실. 이 모든 사실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렇게 처참한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끔찍하다.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엄마는 자살을 하고 아빠는 아동성폭행범이고 새엄마는 동화 속 악랄한 계모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함께 공존한다는 발상은 참 마음에 든다. 빵을 만들어내는 제빵사가 다름 아닌 마법사,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가 매력적이다. 그의 옆을 지키는 파랑새 소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빵을 주문한다. 마법사는 비싼 돈을 받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준다. 그것의 부작용은 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장난삼아 그런 일들을 헤치운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게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고 나쁨을 분명히 알지만 우선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주인공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는 마법사,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수가 주어진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우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내게 재생의 시간은 주어지지만 다르게 살아가야한다는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잘못된 인생을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인 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모든 세상의 비참함이 똘똘 뭉쳐진 주인공에 대해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불행해도 너무 불행한 아이, 이런 건 좀 작위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다행인건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용기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다. 내 인생에선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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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랜만에 놀려 왔지요? 잘 계시지요?
이곳은 많이 추워요. 한국도 많이 춥겠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꿈꾸는섬 2010-10-14 11:57   좋아요 0 | URL
후애님 잘 계셨죠?
어느새 가을인데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요.
여긴 많이 춥진 않고 조금 서늘해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후애님 서재에 들러서 재미난 아이콘들 보며 한참 웃다 왔어요.^^

양철나무꾼 2010-10-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작년에 아들 필독서여서 재밌게 읽었어요.

그쵸?
인생에서 가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도 좋겠지만,
그런 장소 따윈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14 11:58   좋아요 0 | URL
ㅎㅎ전 무스탕님이 선물하셔서 읽게 되었네요.
재밌긴 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주인공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참 많이 아팠어요.

ㅎㅎ위저드 베이커리를 모르고 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세실 2010-10-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이중, 삼중고가 있는건 참 마음 아파요.
얼마나 힘들까요....
전 그냥 시간이 날때 편히 쉴 수 있는 단골 카페 있는 것으로 위안 삼을래요.

꿈꾸는섬 2010-10-15 12:35   좋아요 0 | URL
단골 카페...저도 그런 곳이 있었는데...지금도 그곳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2010-10-1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10-1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의 삶이 참으로 어이없음이네요.
얼마나 비참함을 느낄까요?
그것도 반복되고 쌓이는 불행의 연속이라니......
자연스럽게가 좋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연만 같아라, 자연을 좀 닮아라. ㅎㅎ

꿈꾸는섬 2010-10-15 12:37   좋아요 0 | URL
ㅎㅎ자연스럽게...그렇죠. 자연만 같으면 좋겠어요.^^

비극적인 주인공들이 참 많잖아요. 근데 요 녀석은 그 비극이 하나도 아니고 몇개가 똘똘 뭉쳐 있어요.ㅜㅜ 이런 아이가 세상에 있다면 정말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에요.ㅜㅜ
 
7기 문학A조 마지막 도서 <퀴르발남작의 성>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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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7기 마지막 도서로 이 책이 왔다. 그로테스크한 남자의 그림이 묘하게 사람을 집어 삼킬 듯 쳐다본다. 나도 마주 보았다. 요새 도통 책이 읽히지 않았다. 글자들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나는 그걸 쫓아가기가 힘에 겨웠다. 잠시 책들을 멀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 책의 이 남자, 퀴르발 남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이 책을 쓴 작가도 처음이다.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이 작가, 나보다 한 살이 많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단다. 그에게 글쓰기는 어떤 행위이기에 경영학을 버리고 문창과에 갔을까? 궁금증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기 전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리라 결심을 한다. 그리고, 정말 단숨에 읽었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자극적이다. 300년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간 퀴르발 남작, 그의 젊음의 비결은 어린아이를 먹는 것, 소재는 정말 잔인하다. 다만 작가는 이 잔인한 이야기의 바탕에 깔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영화에서부터 출발한 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 리메이크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고 인간 내면 심리를 통찰하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공포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법칙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게 본 소설은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휘뚜루마뚜루 세계사1>이다. 기고문 형식을 빌려 쓴 이 소설 또한 기기묘묘하다. 우리의 편견속에 자리잡은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신화 속 마녀들로부터 불러 온다. 단지 신화에 머물지 않는 마녀는 우리의 일상 그 어느곳에서도 불쑥 나타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환상이 빚어낸 오류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글의 구조는 읽는 사람으로부터 자유롭다. 그걸 따라 가는 독자의 호기심만이 증가할뿐이다. 호기심이 충만해지고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더욱 이 책을 끌어 안는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퀴르발 남작, 그에게는 죄책감이란게 없다. 다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그는 젊음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내밀한 욕망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내고 그것은 다중인격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며(그림자 박제),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그녀의 매듭) 또한 또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낸다.(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쉿! 다신이 책장을 덮은 후...>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 자신의 글쓰기는 시대와 공간과 현상과 환상을 뛰어 넘으며, 뒤집고, 비틀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들은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책장을 여는 그 순간을 다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이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 듯, 모든 것이 조각난 퍼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앞에 놓여져 있는 퍼즐 조각 하나 하나 맞춰가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조각일뿐,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진, 아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읽혔다. 

오늘 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작가를 기억할 것 같다. 그의 글쓰기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이런 소설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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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12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책 처방이 필요하던 참이었어요~^^

꿈꾸는섬 2010-10-12 12:42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독특한 서사의 구조와 통통 튀는 기발함이 매혹적이에요.^^

다이조부 2010-10-13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도 마음에 들어요~

주말에 맨날 술만 퍼 마시지 말고 책 좀 읽어야 겠어요 ㅋ

꿈꾸는섬 2010-10-13 13:08   좋아요 0 | URL
메버릭꾸랑님 오랜만이에요.^^
주말에 맨날 술 퍼 마시던 옛날이 잠깐 그리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