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문학A조 마지막 도서 <퀴르발남작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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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평점 :
알라딘 신간평가단 7기 마지막 도서로 이 책이 왔다. 그로테스크한 남자의 그림이 묘하게 사람을 집어 삼킬 듯 쳐다본다. 나도 마주 보았다. 요새 도통 책이 읽히지 않았다. 글자들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나는 그걸 쫓아가기가 힘에 겨웠다. 잠시 책들을 멀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 책의 이 남자, 퀴르발 남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이 책을 쓴 작가도 처음이다.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이 작가, 나보다 한 살이 많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단다. 그에게 글쓰기는 어떤 행위이기에 경영학을 버리고 문창과에 갔을까? 궁금증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기 전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리라 결심을 한다. 그리고, 정말 단숨에 읽었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자극적이다. 300년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간 퀴르발 남작, 그의 젊음의 비결은 어린아이를 먹는 것, 소재는 정말 잔인하다. 다만 작가는 이 잔인한 이야기의 바탕에 깔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영화에서부터 출발한 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 리메이크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고 인간 내면 심리를 통찰하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공포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법칙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게 본 소설은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휘뚜루마뚜루 세계사1>이다. 기고문 형식을 빌려 쓴 이 소설 또한 기기묘묘하다. 우리의 편견속에 자리잡은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신화 속 마녀들로부터 불러 온다. 단지 신화에 머물지 않는 마녀는 우리의 일상 그 어느곳에서도 불쑥 나타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환상이 빚어낸 오류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글의 구조는 읽는 사람으로부터 자유롭다. 그걸 따라 가는 독자의 호기심만이 증가할뿐이다. 호기심이 충만해지고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더욱 이 책을 끌어 안는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퀴르발 남작, 그에게는 죄책감이란게 없다. 다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그는 젊음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내밀한 욕망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내고 그것은 다중인격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며(그림자 박제),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그녀의 매듭) 또한 또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낸다.(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쉿! 다신이 책장을 덮은 후...>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 자신의 글쓰기는 시대와 공간과 현상과 환상을 뛰어 넘으며, 뒤집고, 비틀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들은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책장을 여는 그 순간을 다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이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 듯, 모든 것이 조각난 퍼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앞에 놓여져 있는 퍼즐 조각 하나 하나 맞춰가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조각일뿐,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진, 아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읽혔다.
오늘 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작가를 기억할 것 같다. 그의 글쓰기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이런 소설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