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때 내 몸을 숨겨줄만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행운이다. 모두에게 그런 장소가 나타날리는 없을테지만 내게도 가끔 그런 위로와 위안을 받을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난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6살에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 수차례 자살미수에 급기야 죽어버린 엄마, 아빠의 재혼, 동화 속 계모와는 절대로 다를 것이라는 아빠, 하지만 아이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새엄마와의 마찰을 피해 자신의 방에 숨어 들듯 살아가는 주인공, 게다가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다. 정말 끝까지 비참하게 만들었던 아빠, 여동생의 성폭행범은 다름아닌 아빠라는 사실. 이 모든 사실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렇게 처참한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끔찍하다.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엄마는 자살을 하고 아빠는 아동성폭행범이고 새엄마는 동화 속 악랄한 계모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함께 공존한다는 발상은 참 마음에 든다. 빵을 만들어내는 제빵사가 다름 아닌 마법사,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가 매력적이다. 그의 옆을 지키는 파랑새 소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빵을 주문한다. 마법사는 비싼 돈을 받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준다. 그것의 부작용은 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장난삼아 그런 일들을 헤치운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게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고 나쁨을 분명히 알지만 우선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주인공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는 마법사,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수가 주어진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우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내게 재생의 시간은 주어지지만 다르게 살아가야한다는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잘못된 인생을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인 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모든 세상의 비참함이 똘똘 뭉쳐진 주인공에 대해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불행해도 너무 불행한 아이, 이런 건 좀 작위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다행인건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용기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다. 내 인생에선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