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의 ‘참된 인격‘에 관해서 다양하고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
주옥같은 교훈들로 가득찬 투자의 명저
필립 피셔의 혜안을 수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투자의 고전
워렌 버핏이 ‘투자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단언한 책
진정한 ‘투자‘의 핵심을 가르쳐 주는 책
















증시가 연일 오르고 있다.


증시가 이렇게 힘차게 솟아 오른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실컷(?) 상승한 뒤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결과를 놓고 그 원인들을 새삼 되짚어 보는 건 언제나 별 실익은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증시의 상승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이 늦은 밤에도 잠 못 이루며 일말의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건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외국인은 정말로 짧은 기간 동안에 한국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지분을 너무 싼 값에 너무 대량으로 쓸어담았다.
아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2011년 12월 19일부터 어제까지 증시 개장일 기준으로 '단 60일' 동안에 무려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쓸어담아 갔다. 그것도 단지 지수를 11.7% 수준의 '미약한 상승'만 일으키면서 말이다.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면 그저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과 펀드투자자들은 작년 여름 이후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디폴트 우려등으로부터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 등에 휩쓸려 엄청난 금액을 아주 헐값에 결국 외국인의 손에 무절제하게 넘겨준 꼴이 되었고, 결국 언젠가는 이보다 훨씬 더 비싼 값으로 외국인이 가져간 주식들을 되사들일 게 너무나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하여 여러가지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한가지 꼭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한국증시의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 몸담고 있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 분들의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섣부른 오판'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작년 여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말자 '앞으로는 미증유의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건전한 상식'(위기는 반드시 극복된다)이 아예 숨쉬지조차 하지 못하도록 목청을 드높여 부르짖었던 사람들을 지금 다시 떠올려 보면, '한국 금융시장의 한심스런 수준'을 재삼 절감할 수 밖에 없고('그들'은 2007년의 그 뜨겁던 호황의 끝무렵에는 오히려 증시가 끝도 없이 오를 것처럼 호도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괜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두번째로 드는 자괴감은 조금 더 개인적인 사정에 연유하는 일이이서 좀 더 나의 피부에 와닿는 얘기와 관련이 있다.

대학에 다니면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투자론을 배우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비교적 매우 훌륭한 여건 속에서 오랫동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경력을 두루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여전히 내나름대로 설정한 '목표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한심스런 수준에서 맴도는 것 같은 '나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최근에 주변 사람들과 두세번 얘기했던 '흔한 후회'는 가령 이런 것이다. '10여년 전에 삼성전자가 3만원 아래에 머물러 있을 때 가령 1억만 묻어뒀더라면.... 지금쯤엔 적어도 40∼50억은 되어 있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꼭 '삼성전자를 놓친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아래의 두 종목만 봐도 그렇다.

인터플렉스라는 종목의 경우에는 불과 3년여 만에 주가가 47배나 올랐다. 그런데 이 종목의 '장래성'을 간파하고 내 나름대로 두달 이상이나 열심히 분석을 했던 때가 2년쯤 전인 2010년 1월 경이었고, 그 당시 이 종목의 주가는 9,000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종목을 열심히 연구분석만 했을 뿐, 단 1주도 보유해 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계속 처다보고만 있다. 피터린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꽝'이다.'

'영풍'이라는 종목은 그나마도 나은 경우이다. 이 종목은 8년쯤 전에 4만원 전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참 좋은 주식인데..... 거래량이 너무나 적다' 싶어 손을 대보지 못하고 계속 구경만 하던 종목이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상승 랠리에 동참해서 꽤나 수익을 얻었던 종목이다. 그런데 2007년에 80만원 언저리에서 모조리 처분한 뒤에 금새 다시 찾아온 절호의 매수기회(2008년 가을 금융위기 당시 18만원대까지 하락)에 구경만 했을 뿐이고, 지금 되돌아보니 이 주식은 2004년 이후 '무려 9년째' 연봉 기준으로 양봉을 계속 그려나가고 있다. 9년 동안 한 해도 연초 대비 오르지 않은 해가 없었다는 얘기다.
 



증시와 종목에 대해서는 언제나 '뒤돌아보면' 너무나 쉽다. 미래를 내다보면 늘 불투명하고 알 수 없는 듯싶지만 '내가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서 연구하고 분석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될 때도 있다. 그렇게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언제나 '시간의 틀'을 길게 가져가는 데 있는 것 같다. 증시 참여자들 모두 너무 지나친 '단견'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의 책 『현명한 투자자』의 맨 끝 부분을 다음과 같이 아주 인상깊게 마무리했다.

물론 우리는 평소 신중하면서도 기민한 자세로 대처하는 모든 현명한 투자자에게 이와 유사한 화려한 경험을 약속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시작할 때 우스개 소리로 했던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J.J.Raskob의 슬로건으로 끝맺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에는 흥미로운 가능성들이 넘쳐나니, 현명하고 적극적인 투자자는 이 떠들썩하고 즐거운 서커스에서 즐거움과 이익을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흥분의 도가니를 보장한다.

그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펼쳐보니 구입한 날짜가 1996. 2.26이다.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도 많이 흘러갔구나 싶고, 그동안 나는 뭘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의 가르침에 따라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고집해 온 덕분에 아직까지도 여전히 '즐거운 서커스에서 즐거움과 이익'을 찾고 있는 것에 위안도 가지게 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보장한다'고 했던 '흥분의 도가니'는 그동안 서너차례 경험해 봤지만 가장 최근의 경험은 2007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올해는 10년 전부터 눈여겨 봤었고 5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해 온 종목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어쩌면 내 투자 경력에서 매우 인상적인 또 하나의 '흥분의 도가니'가 지금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엔 '흥미로운 가능성들' 때문에 이래 저래 바쁘기도 하고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그렇다.

밤늦도록 글을 쓰고 보니 제목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반전'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또 글 제목을 달리 바꿀 생각도 별로 들지 않으니 그대로 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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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4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라디오에서도 은근히 '분위기'를 띄우는 것 같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1FM을 통해서 21일의 공연 레퍼토리인
[코다이-『갈란타의 춤』, 멘델스존-『바이올린 콘체르토』, 바르톡 -『관현악단을 위한 협주곡』]

운좋게 모두 다 들어본 것 같다. 공연장에서는 과연 어떤 감동이 느껴질지 벌써부터 설렌다.

 * * *

재닌 얀센 ( Janine Jansen )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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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ndelssohn Violin Concerto, Janine Jansen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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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 정명훈

2012 . 2 . 21 (화)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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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너무 미인이에요. 평범하지 않은 꽤 아름다운 연주가 될 것 같네요. ㅋ
예술의 전당이라면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이네요. 하지만 여기에 갈 여유가 이번달엔 없을 듯해요.
요즘 딴데에 정신이 팔려 있어요.ㅋㅋ

하지만 후기를 올려 주시면 꼭 보러 올 것입니다.ㅋ

추신 : 지난번 오렌님이 답글 달아 주신 글을 읽고 그 통찰력에 감탄했어요. 다음의 글입니다.
"pek님께서는 분명히 책을 통해 더 지혜로워진 게 틀림없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점점 바보가 되는 느낌'은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일 꺼예요. 책을 점점 더 많이 읽을수록 종전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이 생겨날 테고, 그런 새로운 기준에 비춰봐서 자기 자신이 바보가 되는 것처럼 착각할 뿐이겠지요. " - 정말 이랬으면 좋겠어요.

oren 2012-02-15 01:16   좋아요 0 | URL
pek님 댁이 예술의 전당과 가까운 곳이라니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그곳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말 '큰 맘'을 먹고 가야만 한답니다. 그리고 '후기'에 대한 기대는 정말 언감생심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그저 음악을 좀 더 자주 듣고 느끼고 즐기고 싶을 뿐,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감히 상상도 해보기 힘들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음악은 저로서는 도대체 말로는 '설명하기가 너무 힘든' 예술 분야로 느껴집니다. 미술이나 건축이나 조각도 '물론' 마찬가지겠지만요...
* * *
세계에 대한 음악의 묘사적인 관계는 극히 절실하고, 무한히 진실하며, 핵심을 찌른 관계여야 한다. 그러나 음악과 세계의 비교점, 즉 음악이 세계에 대해 모방 또는 재현이라는 관계에 서 있다는 점은 깊이 감추어져 있다. 어떤 시대에도 사람들은 음악을 영위하면서도 이 점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음악을 직접 이해하는 데 만족하여, 이 직접적인 애해를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파악하는 것은 단념해 버린다.
- 쇼펜하우어

oren 2012-02-15 01:16   좋아요 0 | URL
음악의 효과

우리의 세계는 이데아들이 개별화의 원리(개인이 인식가능한 형식)에 들어감으로써 다원성으로 되어 현상된 것에 불과하지만, 음악은 이데아를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에 현상 세계에도 의존하지 않고 세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존재할 수 있다. 즉, 음악은 결코 다른 예술들처럼 이데아의 모상이 아니라 '의지' 전체의 '직접적인' 객관화와 모사이며, 그런 점에서 세계 그 자체와 같고, 곧 다양하게 현상하여 개체의 세계가 되는 이데아들과 같다. 따라서 음악은 결코 다른 예술들처럼 이데아의 모상이 아니라 '의지 그 자체의 모상'이며, 이데아도 이 의지의 객관성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의 효과는 다른 예술들의 효과보다 훨씬 강하고 감명 깊은 것이다. 다른 예술은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음악은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789쪽)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음악에 대하여] 中에서

2012-02-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iget me stultitia mea(나의 우둔함은 나를 짜증나게 해)


한 인간의 비전이 3,000년의 역사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그는 미망의 어둠 속에서 헤메이면서,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
  - 괴테


 * * *

2주전 주말에 동네 도서관에서 (열람실에 앉아서 내가 가져간) 책을 읽다가 문득 칸트의『순수이성비판』이 생각나서 (도서실로 내려가서) 그 책을 찾아 펼쳐보게 되었다. 그건 순전히 쇼펜하우어 때문이었는데, 그의 책『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칸트 철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쓰여진 책이었던 데다가, 더군다나 쇼펜하우어의 책을 다 읽고 나서까지도 정작 '칸트'의 그 어려운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대학1학년때 철학개론 과목을 수강하면서 레포트를 잘 써 볼 요량으로 그 책을 읽고 이해하려 무진 애를 쓰던 기억은 뚜렷이 남아 있다)

어쨌든 짧은 몇 시간 동안에 '칸트의 철학'을 얼마간 이해해 보겠다는 심보 자체가 헛된 욕심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순수이성비판』의 서문을 30여 년 만에 다시 읽어보는 건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칸트의 그 책은 마침 '신착도서 코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내가 작년 12월에 그 도서관에 '기증한 책들'이 그 코너에 새로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칸트'를 만나러 갔다가 '내가 기증한 도서'와 '칸트'를 한꺼번에 마주친 셈이었다.

내가 난생 처음으로 '기증한 도서들'은 그동안 '일정한 작업'을 거친 끝에 드디어 도서관을 찾는 일반인들의 손에도 들려질 수 있게 된 것이었는데, 그 책들이 내가 모르는 '남들의 손에 들려' 읽힌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아마 내가 맛본 감정은 책을 펴내는 작가들의 심정과도 비슷한 종류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몇몇 책들은 이미 '대출'이 되었는지 공간이 살짝 비어 있기까지 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그 책들을 빌려볼까 몹시도 궁금해진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가끔씩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에 책을 '기증'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기증'이라는 행위가 가져오는 이런 부수적인 효과와 묘한 감정상태는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내가 동네 도서관에 기증한 책은 '동서문화사 월드북 전집' 179권과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250권이었는데, 마침 동서문화사의 월드북 전집은 동네 도서관에도 불과 몇 권밖에 갖춰지지 못한 걸 미리 확인해 두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듯싶은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그 도서관에 비치되는 게 아니라 올해 새로 개관 예정인 인근의 신설도서관에 비치될 예정이라는 '연락'까지 받아놓은 상태여서, 내가 기증한 250권의 문학전집까지 내 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즐거움은 나중으로 미뤄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경우는 어쩌면 '신설도서관'에 더욱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싶다. 왜냐하면 새로 개관하는 신설 도서관의 경우 사정상 처음부터 여러 도서가 구색에 알맞게 제대로 갖춰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런 신설도서관이라면 그나마 내가 기증한 책들이 아주 조금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새로 생겨나는 도서관의 개관과 함께 내가 기증한 새 책들도 오랜 세월동안 그곳에서 함께 머물면서, 도서관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니 그것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싶다.






1.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제1자료실에 비치된 모습(문학, 역사, 종교, 과학 등)




이 책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모습을 대하니 마치 이 책의 저자들이 '여기에' 다시 모여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우리 인류의 빛나는 정신적 유산을 남겨준 그 '인물들'에게 우선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고, 또 저
걸작들을 '죽기 전까지' 모두 다 들춰 보고 읽어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2. 모비딕,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84년/동물농장, 백년의 고독, 노인과 바다 .....




3. 아라비안나이트, 율리시스, 전쟁과 평화, 역사의 연구, 로마제국쇠망사......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의 산, 월든, 테스, 제인 에어, 이방인, 돈끼호떼, 괴테와의 대화......




5.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제2자료실에 비치된 모습(철학, 정치학, 경제학)



6.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아우렐리우스, 키케로, 베이컨, 몽테뉴, 홉스, 칸트, 쇼펜하우어......




7. 니체, 하이데거, 야스퍼스, 스피노자, 파스칼, 루소, 베이유, 오르테가 이 가세트......




그런데 저 많은 걸작들 가운데 정작 내가 지닌 책들은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로는) 달랑 6권 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동서문화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월드북'에 해당하는 책들도 얼마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8. 내가 지니고 있는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9.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전들 ①
 




10.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전들 ②




11. 묵직한 몸무게를 지닌 '월드북 시리즈'에 해당하는 책들
    
(저 책들은 아직도 여러 권이 때묻지 않은 상태로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2. '월드북 시리즈'는 그 가치에 걸맞도록 항상 책장의 맨 오른쪽 상단에 꽂아둔다(그곳이 상석이다)




13.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더라도 '가장 멀고도 높은' 맨 안쪽 창가에 배치



가끔씩은 이런 '주옥같은 고전'들을 이렇게 한번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동네 도서관의 열람실에 앉아 (내가 가져간) 책을 읽는 동안에도, 가끔씩은 '괜스레' 도서실로 내려 가서 저런 두툼한 고전들을 가끔씩 들춰도 보고 어루만지며 '책이 주는 즐거음'을 느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전 속에 담긴 이런 저런 구절들을 우연히 스치듯 마주치며 읽으면서 마치 그 책의 저자들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느낌'까지도 들 때가 있는데 그런 즐거움은 '훌륭한 고전들이 어느 정도 갖춰진 도서관'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 자리 잡으면,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서두르는 법이 없듯이, 이 책들도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리스트는 '단번에 슥 훑어보는" 그런 리스트가 아니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평생에 걸쳐서 캐내야 하는 광산 같은 것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中에서

 

그리고 틈날 때마다 그 '광산'에 들어가서 열심히 곡갱이질을 계속 하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의 여러 예속'으로부터 조금은 더 멀리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여기 이 순간의 세상에 집착하는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내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비록 명확하게는 아닐지라도-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저 오랜 인류의 역사로부터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위대한 사상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또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매한 사상과 느낌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中에서

 

  

그리고......

이런 책들을 나이 오십이 넘도록 '반의반'도 읽지 못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문득 '짜증'도 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너그럽게 나 자신을 바라 본다면 가끔씩은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때도 없지 않아 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자기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Piget me stultitia mea(나의 우둔함은 나를 짜증나게 해)." 그리고 한참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Ego mihi placui(그래도 나는 나 자신이 대견스러워)."

좋은 책은 좋은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잘 알 수 없듯이 책도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읽는 과정에서 그 책을 잘 알게 되고 그리하여 아주 가까운 친구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가 없으면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된다.

 -『평생독서계획』, '역자의 글' 中에서



<2012년 2월 현재까지 내가 읽은 고전 가운데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와 겹치는 책들>
(다른 출판사의 판본을 통해 읽은 책들이 많지만 '월드북 시리즈'의 이미지와 상품으로 표시해 본 것임)

 








































































 

 

 

 







































 
















 



 











14.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노트에 적은 '읽고 싶은 책 목록'
     (비록 진도는 느리지만 한 권 한 권 꾸준히 읽다 보면 언젠가는......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내가 하루가 멀다 않고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는 '재미있는 신간들'을 애써 외면하고 유별나게 '고전'을 찾아 읽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또 읽기 힘든 '고전들'이 대부분인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와 같은 책들을 굳이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전이 지니는 불멸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한 권의 책'에 대한 소로우의 인상깊은 글을 인용함으로써 잡다하고 두서없는 내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한 권의 책과 새로운 기원

 모든 책이 다 독자들만큼 따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에는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들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우리가 이 말들을 정말로 듣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활력을 줄 것이며, 우리에게 사물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우리의 기적들을 설명해주고 새로운 기적들을 계시해줄 책이 어쩌면 우리를 위하여 존재할 가능성은 크다. 지금 내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어느 책에 표현되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우리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와 똑같은 문제들이 일찍이 모든 현명한 사람들에게도 제기되었다. 한 문제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리고 이들 현인들은 저마다 이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제시했다. 자기 능력에 따라, 또 자기 고유의 언어와 생활 방식으로.(P155)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中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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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에 담아본 두꺼운 책들
    from Value Investing 2012-12-26 00:56 
    2012년 12월...어느덧 한 해가 저문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바라던 일들도 많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이대로 또 한 해를 넘기자니 아쉬움이 너무 많다. 이쯤에서 문득 어느 책에서 읽었던 키케로의 말이 생각난다.Piget me stultitia mea(나의 우둔함은 나를 짜증나게 해)그리고 셰익스피어 드라마에 나온다는 대사도 떠올려 본다."이 한심한 화상아!"책장을 살펴보니...방 한켠 책장에 담긴 책들과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2. 오늘 도서관에서 만난 책, 그리고 스쳐 지나갔던 도서관 밖 풍경들
    from Value Investing 2014-12-01 20:45 
    어제 오후 :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북플에 옮겨 담아 보았다.오늘 저녁 : 북플로 올린 글을 '알라딘 서재'에서 조금 수정하고 사진 한 장을 덧보탰다.사진이 담긴 시간 : 2014/11/30 오후 4:14 ~ 2011/10/30 오후 8:291. 내가 자주 가는 고양시립 원당도서관 풍경. 내가 사는 곳에서 6lm쯤 떨어져 있고, 무척 오래된 낡은 도서관이지만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 2014/11/30 오후 4:14 2. 너무 지니친 감이
  3. 읽은 책과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하여...
    from Value Investing 2017-02-11 01:29 
    내가 한창 '청춘'을 보낼 때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나는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뭔가 모를 불안을 느끼곤 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갑작스레 병역을 마치기 위해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지금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나만 혼자 전방부대에서 낙오자처럼 뒤로 처져 허송세월을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걱정을 했더랬다. 그래서 그때 갑자기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반쯤은 '공부삼아서' 그랬다고 쳐도 좋았다.PX에서 구
 
 
양철나무꾼 2012-02-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서재 자랑 때도 한번 봤었는데...그때보다 책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가지런히 잘 정리된 것이...도서관 같지 뭐예요~^^
서재만 보고 있어도 뿌듯하고 배 부른걸요.

전 읽은 책은 책꽂이에 자리를 만들어 꽂아주는데,
안 읽은 책은 책등이 보이게 박스에 덩치로 쌓아두거나,
책꽂이에도 눕혀꽂는 버릇이 있어서 아주 지저분한데 말입니다여~

다행히...읽은 책도 '쫌' 보이는군요~^^

oren 2012-02-08 20:57   좋아요 0 | URL
'책장'만 보면요..배가 부르지 않고 안 읽은 책들이 자꾸 눈에 밟혀요.
그래서 '머리'쪽으로 불쾌한 자극, 말하자면 '짜증'이 조금씩 느껴질 때가 많아요... 쩝

양철나무꾼님께서 읽으신 책들은 얼마나 많을지... 전 '쫌' 가늠이 잘 안됩니다. ㅎㅎ

마녀고양이 2012-02-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 사진만 보고 일단 너무 행복하구요,
그다음에 기증하셨다는 말씀과 그 책을 보면서 다시 행복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첫줄과 두째줄 사이에, 저 책들을 제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합니다.

소장하신 책의 일부와 저랑 겹치는 것을 보며, 제가 조금은 따라간 듯 하여 뿌듯해지고 있기두 하구요. ^^


oren 2012-02-09 12:54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책장이 있는 방'에서 지낸지가 12년째인데, 처음 이사올 때만 하더라도 '자그만 책장' 하나밖에 없었답니다. 2004년쯤엔가 저 책장을 들여다 놨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책장이 텅텅 비어 있다시피 했었답니다.(가만 생각해 보니, 저 책들의 대부분을 알라딘을 통해 샀고, 기증도서 429권도 '역시 알라딘'을 통해 샀으니,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월세 한푼 내지 않고 장기간 지내더라도 쫒겨날 걱정은 안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외관으로는 이제사 제 방 한쪽 벽면을 채울 정도가 되었네요.

마고님께서도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시고, 또 책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진 책의 일부가 마고님이랑 겹친다고 하면, 그건 제가 마고님을 '따라간' 걸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페크pek0501 2012-02-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은 정말 잘 생겼어요. 책보다 더 잘 생긴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책이 있는 풍경, 멋져요!!!!! 책장에 있는 책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 풍성해지게 해요.
오렌님은 먼 훗날, 그러니까 퇴직하고 집에 계셔도 쓸쓸하거나 심심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저 책들을 읽으면서 그 독후감을 이 서재에 올리시면 될 테니까요. 이것으로 노후대책 끝, 아닌가요?
(돈은 많이 벌어 놓으셨을 것 같아서요. 킥킥...)

어쨌든 미남미녀들의 책 모습을 실컷 구경하고 가요. (다음에 몰래 또 와서 봐야지 ㅋ)

oren 2012-02-13 22:43   좋아요 0 | URL
책이란 정말 마법과도 같아요.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는 저 아담한 외형 속에 어마어마한 것들을 담고 있으니까요. 지구가 생긴 이래 이 세상을 살다 간 모든 인류의 수를 다 헤아리면 아마도 수백억 명쯤은 될텐데, 그 가운데 인간정신이 도달할 수 있었던 가장 높은 경지를 보여준 '불과 수백명'의 위대한 인물들의 생각들을 저렇게 '좁은 공간'에 간단히 다 모아놓을 수 있는 것도 결국 책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shimy 2013-08-12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인장님처럼 멋진 장서들을 구비해 놓는 것이 꿈이지만, 그토록 귀중한 책들을 아낌없이 기증하신 마음씀씀이가 무척이나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새삼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책을 이토록 사랑하시고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근면함이 있으시다니 참으로 부럽네요. 종종 와서 새소식도 듣고 배워가기도 하겠습니다. ㅎㅎ

oren 2013-08-12 09:51   좋아요 0 | URL
rahmses님 반갑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얼핏 사진으로만 보면 많아 보일지도 모르나, 정작 한 수레에 담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보잘 것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 땐(가령 초등학교 시절, 혹은 고교시절이나 대학 다닐 때까지도) 그럭저럭 책을 좀 읽었으나, 대학 졸업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15년쯤 완전히 책과 담을 쌓고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뒤늦게라도 다시 책을 붙잡고 읽으며 변변찮은 글이나마 여기에 끄적거리고 있으니 좋은 소일거리를 얻은 셈이라 여기고 있답니다.

rahmses님께서도 좋은 책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들과 늘 함께 하기를 바랄께요. 고맙습니다.
 














(밑줄긋기 요약)


1. 예술작품으로 재현된 이데아는 사람의 마음을 각자의 지적 가치의 정도에 따라 끌어당기는 것이다.

2. 그들은 남몰래 언제나 그러한 걸작에 유죄 선고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자기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만 서면, 전부터 마음이 끌리지 않았고, 바로 그 이유로 ······
    오랫동안 억눌러 온 증오심을 터뜨리고 만다.

3. 겸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명성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 *

(본문)

그런데 '이데아'는 개념의 적절한 대표라고 정의할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직관적이고 무수한 개체를 대표하면서도, 또한 철저하게 규정된 것이다. 이데아는 개체에 의해서는 결코 인식되지 않고, 모든 의욕과 개성을 넘어서 순수한 인식 주관에까지 올라간 사람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따라서 이데아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천재와 많은 경우 천재의 작품에 자극되어 자기의 순수한 인식력이 고양된, 천재적인 정서를 갖게 된 사람만이 가진다. 그러므로 이데아는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약 밑에서만 전달될 수 있다. 즉, 예술 작품으로 재현된 이데아는 사람의 마음을 각자의 지적 가치의 정도에 따라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 즉 천재의 가장 고귀한 작품은 어리석은 대중들에게 영원히 닫혀진 책으로 머물러야만 하고, 또 폭넓은 심연으로 갈라져 접근할 수 없어서, 마치 왕들의 교제가 서민들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도 정평 있는 걸작의 권위를 인정하여 자기의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남몰래 언제나 그러한 걸작에 유죄 선고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자기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만 서면, 전부터 마음이 끌리지 않았고, 바로 그 이유로 그들을 굴욕스럽게 한 위대한 것과 아름다운 것에 대해, 또 이것들을 창조한 사람들에 대해, 오랫동안 억눌려 온 증오심을 터뜨리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타인의 가치를 자유롭게 인정하고 반대하지 않으려면, 자신도 가치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미 중에서도 겸손이 꼭 필요한 것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것과 유사한 덕 가운데 겸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명성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뛰어난 사람을 찬양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덕을 그 사람에 대한 찬사에 덧붙여서, 타인의 환심을 사고 무가치함에 대한 노여움을 진정하려고 한다. 비열한 질투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겸손이란, 장점이나 공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취하는 거짓 겸손 외에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겸손한 것이 아니라 정직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762쪽∼763쪽)


  - 쇼펜하우어,『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예술 작품의 개념과 이데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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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놓쳐서는 안 될 명저 가운데 한 권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잃지 않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참으로 고상한 한시가 있다. 그런데 내가 '상금'을 받기 위해 쓰는 글은 추워서 쓰는 글도 아니고, 또 '향기'가 날 리도 없다. 그러니 상금을 받기 위해 내가 허접한 리뷰를 여럿 쓴다고 해서 굳이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를 닮지 못함에 빗대고 나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

나는 몇 달 전에 '다독왕에게 주는 상품권 10만원'에 눈이 멀어 벼락치기로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1박2일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려 50편의 리뷰를 썼었다(사내 도서관에 등록된 5,000권에 한해서 해당도서를 '클릭'하고 '리뷰'를 디지털로 등록하는 시스템이었다). '독서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을 하필이면 마감 이틀 전에 알았기 때문에 일어난 헤프닝이었다.

50편의 리뷰 가운데 16편은 마침 이 곳 알라딘에 올려 놓은 게 있어서 단지 옮겨 붙이기만 했을 뿐이고, 나머지 34편의 리뷰는 일하는 짬짬이 오로지 '리뷰쓰기'만을 중시하여 날림공사를 하듯이 마구잡이로 대충 쓴 것이었는데, 지난 주말밤에 문득 그 '부실공사'를 닮은 리뷰들이 생각나서 무턱대고 한꺼번에 이 곳 알라딘에 '등록'했다.
 
즉흥적으로 마구 쓴 변변치 못한 리뷰들을 굳이 알라딘에 올린 이유를 굳이 합리화하자면, 혹시라도 '책'을 고르기 위해 알라딘의 리뷰를 살펴보게 될 미지의 독자들에게는 그것 조차도 티끌만큼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렸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에는 해당 상품(도서)에만 리뷰를 등록하되 즐겨찾는 이웃에게는 '노출'이 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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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내 도서관(The Library) 장서 5000권 돌파 기념 이벤트 발견!


2. '독서왕 다독이'에 이틀 동안 50편의 리뷰를 올리고......




3. 문화상품권 10만원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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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책 읽고 독후감 쓰고 '상금까지' 덤으로 얻는 건 어쨌든 기분좋은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에 다닐 땐 '고전읽기 경시대회'에 '선수'로 선발되어 '방과후'마다 학교에 남아서 몹시 어려운 '아동용 고전'을 읽기도 했었는데, 정작 대회에 나가서 얻은 소득이라고는 완전히 '꽝'이었다.(경시대회에 '참여'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개인적으로 독후감을 써서 '상'을 타 본 건, 사회 초년병일 때가 처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3년 전의 일인데, '사내 독후감 대회'가 있었고, 마침 그 때 읽고 있었던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200자 원고지'에 수십장을 빼곡히 써서 응모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원고지의 분량'에 감동했는지 내게 최우수상을 줬고, 나는 사장님으로부터 표창장과 함께 부상으로 '은수저 2세트'까지 받았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총각일 때라 나는 '부모님께' 기쁜 마음으로 은수저를 선물해 드릴 수 있어서 참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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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보에 실린 '독후감'




그 당시 내가 근무했던 회사의 '사보'에 실린 모습을 보니, 저렇게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맨 끝에는 (다음호에 계속)이라고 되어 있다. 국한문을 혼용해서 쓴 모습도 지금 보니 이채롭기만 하다.


 
5. 기나긴 독후감(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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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쓰면서 '상금'까지도 덤으로 받는 경험을 얘기하자면 단연 '알라딘'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2004년 가을에 '한 편'의 리뷰 덕분에 운좋게 무려 15만원의 상금을 받은 경우도 있는데, 그땐 정말 '알라딘'이 너무 너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요즘은 리뷰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적립금을 받는 일이 매우 드물지만, 어쨌든 (작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에 '상금'까지 '덤'으로 받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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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알라딘으로부터 받은 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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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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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2-02-0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립니다. 일단 기본적인 양이 쌓여야 질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상금이 업은 아니지만 덤이라고 생각하면 소소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

oren 2012-02-06 16:0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ㅎㅎ

stella.K 2012-02-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회사 다니시는군요.
5000권의 장서를 구비해 놓은 회사라니 부럽습니다.
책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물만두님도 생전에, 질 보다 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잘 쓰는 건 둘째고 기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알라딘이 언제 한꺼번에 15만원 준 적도 있나요? 대단하십니다.
저는 지금의 알라딘 적립금 좀 불만인데
언제쯤 이 정책에 변화가 있을런지 모르겠어요.ㅠ
암튼 축하드립니다.^^

oren 2012-02-06 19:5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한 때는 '리뷰 하나'로 15만원을 받는 일도 가능했답니다.
저는 그 당시 이주의 마이리뷰에 당첨되어 5만원을 받았는데, 그 리뷰가 이달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또다시 10만원을 더 받게 되었답니다. 알라딘의 적립금 제도에 대해 저는 별 관심이 없는 편인데, 혹시 불합리한 점들이 있다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좋은 병향으로 바뀔 날이 있겠지요.

페크pek0501 2012-02-0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랐어요. 아니 안 놀랐어요. 오렌님이 책 많이 읽으시고 글 많이 쓰시고 당선 경험도 많으실 줄 알았어요. 제 안목의 탁월함을 믿으면요. ㅋㅋ

"즐겨찾는 이웃에게는 '노출'이 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 - 요딴 생각을 하지 마세요. 섭해요. ㅋ

oren 2012-02-07 13:18   좋아요 0 | URL
pek님께서는 서운해 하실지 몰라도, 제 생각에는 머지 않아 '즐겨찾는 이웃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옵션'이 아마도 제공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라딘 서재지기님께 '건의사항'을 말씀드렸더니 글을 등록할 때 '여러가지 노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매우 고무적인 답변이 달려 있더라구요. ㅎㅎ

라로 2012-02-0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오렌님 2004년에도 알라딘에 계셨군요!!
알라딘 선배님이셨군요!!^^
글을 써서 상을 받는 사람들이 부럽고 대단해 보이는데 오렌님도 그런 분이셨군요!!^^
저는 글을 써서 알라딘 말고 상 받은 곳이 없어요,,몇 번 이달의 당선작에 뽑혔는데 기분이 좋더군요,,2만원이라도,,ㅋㅋ
그런데 오렌님 너무너무 귀여우세요,,
"그땐 정말 '알라딘'이 너무 너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여기서 너무 너무 라고 쓰시니까
저와 갑자기 더 가까와지신것 같아요,,제가 원래 너무너무 잘 쓰잖아요,,ㅎㅎㅎㅎ
전 지금도 알라딘이 너무 너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oren 2012-02-08 09:31   좋아요 0 | URL
알라딘 경력은 오래 됩니다만 옛날엔 주로 도서구입을 위해서만 이곳을 이용했었답니다. 그러다가 한동안은 리뷰를 좀 쓰게 되었구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장기간 동안 잠수' 상태였던 적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노는 데 정신이 팔리다 보면' 6개월씩 혹은 1년씩 '접속'조차 안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곳에서 소위 '블로그' 활동(?)을 한 걸로 치자면 저는 풋내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ㅎㅎ

2004년에 알라딘으로부터 받은 상금 15만원은 제게는 '굉장한 거금'으로 느껴지더군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잘만 하면 '돈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