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1
필립 피셔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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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훌륭한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 벤저민 그레이엄

“나는 피셔의 생각에 절대적으로 동조한다.”
 - 워렌 버핏

"만일 당신이 정말 제대로 된 회사에 투자했다면, 그 성장잠재력은 무한할 수 있다. 그 외의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다. 1957년 나와 내 고객들이 모토롤라에 투자한 10,000달러는 그 동안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1,993,846달러가 되었다."
 - 1996년 포브스지가 피셔와 인터뷰한 내용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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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투자가인 필립 피셔가 세상을 떠난지는 대략 1년 1개월 정도 지났다. 그렇지만 그가 태어난 해는 98년전인 1907년이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는 고종이 강제 퇴위되던 해에 태어난 그야말로 구한말 시대 사람쯤 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그가 쓴 이 책 또한 초판이 나온지 무척 오래 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오해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이 책이 출판된 지 거의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이 책은 오히려 경영 혹은 투자 분야에 관한 그 어느 신간 못지않게 '현대적'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피셔가 독자들에게 알려준 '위대한 기업의 조건'은 기업의 경영환경이 놀랍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오늘날에 와서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필립 피셔가 1950년대에 투자한 대표적인 종목이 모토롤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였다. 작년에 우연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투자수익률을 살펴보고는 도저히 믿지못할 수치에 놀란 적이 있었다. 다음을 한 번 살펴보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43년간의 수익율

1956년 1주당 @14달러
1999년 1주 → 1,749.6주 × @93달러 = 162,712달러
$162,712 / $14 =11,622배 (1,000만원 → 1,162억원)


1956년에 1천만원을 투자해서 43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1999년에는 그 돈이 무려 1,162억원으로 불어나 있었을 것이다! 물론 IT버블이 극심했던 1999년의 최고가와 비교하다보니 수치가 더욱 믿지못할 정도로 치솟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순이익 성장이 이루어지는 주식의 경우에는 월 스트리트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어느 투자 거장의 말을 이보다 더 극적으로 증명해 주는 예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필립 피셔 조차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주식을 1980년대에 너무 일찍(?) 처분하고 말았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필립 피셔는 51세였다. 그가 1928년에 월가에 발을 내디딘지 만 30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등을 겪는 동안 그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투자한 기록들을 꾸준히 연구하다 보니 두 가지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는 주식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주식시장이란 원래 사람을 현혹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투자자금을 맡긴 고객들에게 그가 내리는 이런 저런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원칙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들은 그가 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는지, 또 충분한 시간이 흘러 주가가 그 주식을 매수할 때의 목적을 정당화 시킬 정도로 오르기 전까지는 전혀 처분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를 비로소 이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런 투자의 원칙들을 한데 모으고, 필요할 때면 누구에게든 보여줄 수 있도록 인쇄해 두어야겠다는 바람이 생겼고, 더 나아가 그의 고객들보다 훨씬 적은 소액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이 책이다. 그는 아마 이 책을 내놓을 때 투자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확신했던 게 분명해 보인다. 그가 이 책의 맨 앞에 달아놓은 다음과 같은 헌사(獻辭)를 읽어보면 더욱 그렇다.

주식 투자 규모가 크건 작건 이런 철학에 집착하지 않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자 한다: "나는 이미 굳게 결심했으니 더 이상 어떤 사실을 제시하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아주시오."

아마도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는 이 모든 이유의 이면에는 단 하나의 진짜 동기가 숨어있다고 보았다. "어떤 이유로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든, 어떤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게 됐든 당신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 그 다음에는?

주식투자의 세계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사람에게나 혹은 아직까지 주식을 사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나 주식투자에 있어서 항상 핵심을 이루는 문제는 다음의 세가지이다. ①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② 언제 살 것인가? ③ 언제 팔 것인가?

정말 이 책이 감동적인 것은 위의 세가지 핵심 문제에 대해 피셔는 거의 완벽한 답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그는 모든 답을 알고 있다'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이『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혁명적인 개념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주로 투자와 투기와의 구분, 기업의 내재가치 등과 더불어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라는 개념과 '마켓아저씨(Mr. Market)'라는 개념이다. 이와 비교해 본다면,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 개념 도입, 매도할 필요가 전혀없는 '초장기' 투자의 탁월한 성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실 수집(Scuttlebutt)'이라는 독창적인 접근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소개했다고 볼 수 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Fisher Investment)의 창업자이자 CEO이며,「포브스」의 80년 역사상 일곱번째로 롱런한 '포트폴리오 전략'이란 칼럼으로 유명한 그의 아들 케네스 L. 피셔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나는 여러분들이 주식 투자를 계속 하는 동안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사실 수집을 다시 읽어보라. 사실 수집에 관해 설명한 제 2장은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내용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수집에 관한 핵심은 고객과 경쟁업체, 납품업체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의 여러 대목에서 사실 수집의 놀라운 효과를 몇 번이고 강조한다. 대략 7가지 단계의 탐색 작업을 통해 어떤 기업에 대한 사실을 수집하면서 충분한 분야의 정보원을 확보했다면 들은 내용이 반드시 전부 서로 일치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들이 너무나 명백하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시절에 실제로 스탠포드 비지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는 동안 지도교수인 보리스 에머트 교수와 함께 매주 가까운 지역의 기업체를 하나씩 직접 방문해 사업성을 분석해보는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이 때의 경험이 다른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전부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스스로 술회한 적도 있었다. 

이 책의 제3장은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수년 혹은 수십년간 수백 퍼센트 혹은 그 이상의 놀라운 투자성과를 얻게 해줄 위대한 기업은 어떤 특성들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 15가지 포인트는 대략 다음과 같다.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 최고 경영진의 안목과 진실성 문제,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이 얼마나 생산적인가의 여부, 평균 수준 이상의 영업 조직 보유 여부,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충분한가의 여부, 돋보이는 노사 관계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의 여부 등

그는 이 15가지 포인트 가운데 여러 가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가 정의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통상 성공적인 투자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 허풍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에 대한 보충 설명을 위해 별도의 장에 '나에게 맞는 투자 활용법'을 덧붙여 놓았다. 주식에 투자하려고 하는 자금은 정말로 여유가 있는 자금이어야만 한다는 점과 여유가 있는 자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까지 놓치지 않고 언급한 점을 보면 그가 일반투자자를 위해 얼마나 깊은 고려를 담아냈는가를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언제 살 것인가에 관한 그의 설명은 그만의 '매수 타이밍'이 얼마만큼 탁월한가를 나타내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경기 변동을 예측하는 경제학적 분석 방식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의 연구처럼 여겨져야 한다는 점, 진정한 매수타이밍은 해당 기업 그 자체의 본질적인 성격 즉 펀더멘털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제 전반이나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일체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 점 등은 일반적인 통념으로서의 '매수 타이밍'이 얼마만큼 쓸데없는 헛소리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자신이 알고 있는 특별한 회사의 문제가 자신의 투자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바로 투자의 적기다. 추측에 근거한 헛된 희망과 공포, 그리고 억측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주식 투자를 단념해서는 안된다."

언제 팔 것인가, 그리고 언제 팔지 말 것인가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말 감동적인 부분이다. 오늘날 숱한 주식투자 전문가나 애널리스트들이 너무나도 쉽게 주식비중 축소 혹은 투자의견 하향을 외치고 다닌다. 이들은 아무리 뛰어난 주식이라도 고평가 됐다면 팔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모순과 어리석음으로 가득찬 것이라는 것을 그는 대학 졸업반 친구들과의 계약을 예로 들어가면서 너무나 멋지게 설명해놓고 있다. 그의 설명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식을 매수할 때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아마도 그의 제자인 워렌 버핏이 '영원히' 보유할 종목을 찾아나서게 만든 이론적 뒷받침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제8장과 제9장에 걸쳐서 투자자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잘못과 다섯가지 잘못 추가 부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훌륭한 주식인데 단지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아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앞으로의 추가적인 순이익 성장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속단하지 말라는 당부, 과도한 분산투자를 하지 말라는 당부, 관련 없는 통계 수치들은 무시하라는 당부 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하기에는 그 가르침이 너무 중하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편지들이 쏟아졌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았던 사연은 주식에 투자해 그야말로 대단한 투자 수익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그가 부연 설명한 부분이 제 10장 나의 성장주 발굴법이다. 그는 조사대상기업을 고를 때 기준으로 삼는 점, 증권회사에서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리포트는 정보원으로서 전혀 가치가 없다는 점,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보기 이전에 반드시 사실 수집을 해야만 하는 이유, 조사할지 여부를 고려하는 기업과 실제로 주식을 매입하는 회사의 비율은 약 250개 기업중 한 회사인 이유 등등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는 '1만 달러를 투자해서 10년 뒤 적게는 4만 달러에서 많게는 15만 달러까지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분야가 이디 있는지 한 번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몇 시간 소파에 편히 앉은 채로 증권회사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리포트를 읽는 정도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알기에 이런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분야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주식시장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만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마땅히 투입해야 하는 노력을 해야 비로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쓴 그의 요약과 결론은 이렇다.


이 책에서 제시한 원칙을 알고, 자주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이해한다 해도 인내심이 없거나 자기 단련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가장 탁월한 투자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 오래 전에 이런 말을 해주었다. 주식시장에서는 머리가 좋은 것보다 신경이 좋은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비록 의도하고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성공적인 주식 투자의 핵심을 이렇게 요약했다: "인간사에는 조류라는 게 있어서 시류를 잘 붙잡으면 큰 행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주식의 본질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만하다. 진정한 투자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최고의 투자기회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제넘은 얘기일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증권회사 및 자산운용회사에서 '필독서'로 지정해서 두루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제 4장에 설명된 '나에게 맞는 투자활용법'을 읽어보면 소위 직접 투자를 선택할 것인지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까지 담겨져 있다.

그의 아들 케네스 L. 피셔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어가다 보면 정말 주옥 같은 구절들을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중요한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별표를 달게 마련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작업이 너무나 잦다 보니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서야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점은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안타까운 현실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제대로 쓰여진 투자관련 서적이 우리나라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1934년에 초판이 나온 벤저민 그레이엄의『증권분석(Security Analysis)』같은 책이 아직까지 번역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단적인 예이다. 

버펫은 네브래스카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던 열아홉살 때 그레이엄의 고전《현명한 투자자》를 읽었다. 그는 그 경험을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의 바울'에 비유하고, 이 책을 통해
'1달러를 40센트에 사는' 철학을 배웠다고 한다. 버펫은 말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여러가지 방법을 다 써 봤다. 차트를 모으고 기술적인 자료란 자료는 다 읽어보고 갖가지 정보에 귀를 기울여 봤다. 그러다가 그레이엄의《현명한 투자자》를 읽었다. 그 순간 빛을 보는 것 같았다. 광신도들이나 하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그 책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 책을 읽기 전에는 머리로 투자하는게 아니라 기분으로 투자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워렌 버핏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어땠을까? 이번에도 그는 깊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를 직접 만나기 위해 곧장 샌프란시스코로 찾아갔었다고 한다. 버핏은 "필립 피셔는 오늘의 나를 만든 스승이다"라고 말한다. 과연 누가 당신에게 이처럼 몇 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성공 투자의 전망을 알려주겠는가? 절대 없을 것이다. 과연 누가 실제로 한 종목을 그렇게 수십년간이나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겠는가? 단 한 사람 필립 피셔가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의 제자인 워렌 버핏이 또한 그를 따라 그렇게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눈만 뜨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몹시도 소란스럽다.  한 나라가 번영하려면 그 시민 중 상당 비율이 재산 소유자가 되어 그 나라의 정치 과정에 개인적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효과(stakeholder effect)'가 그것이다. 땅과 아파트가 점점 더 희소해지고 비싸짐에 따라 소수만이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또 하나 남아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위대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작금의 부동산처럼 점점 더 희소해지고 비싸지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국내 자본의 주식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소홀과 일반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및 극도로 만연한 단기투자 관행 때문에 '위대한 기업들'의 경우에도 부동산처럼 '이해관계자의 층'이 지금보다 더욱 더 엷어진다면 그것은 또다른 불행이다.

탈산업 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시민들을 이해관계자에 편입시키기 위해 더 이상 토지만을 공급할 필요가 없다. 무한정한 비실물재산과 자본의 소유가 그 목적을 훌륭히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의 번영의 원천으로서 자본시장이 그 추동력을 꾸준히 발휘해온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위대한 기업'에 대한 투자 또한 투자자 개인의 이익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번영에도 일정부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데 분명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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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괴감이 드는 밤......
    from Value Investing 2012-03-16 03:39 
    증시가 연일 오르고 있다.증시가 이렇게 힘차게 솟아 오른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실컷(?) 상승한 뒤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결과를 놓고 그 원인들을 새삼 되짚어 보는 건 언제나 별 실익은 없는 경우가 많다.다만, 이런 증시의 상승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이 늦은 밤에도 잠 못 이루며 일말의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건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첫째, 외국인은 정말로 짧은 기간 동안에 한국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지분을
 
 
사마천 2005-06-1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좋은 글 잘 보겠습니다. ^^

sayonara 2005-06-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주옥같은 찬사들로 가득찬 리뷰의 명작'입니다. 저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oren 2005-06-1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평글 치고는 너무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지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좀 더 간략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가다듬고, 또 좀 더 부지런히 책을 읽어서 자주 서평글을 써볼 욕심은 늘 한결같은데 그게 맘대로 잘 안되는군요. ㅋㅋㅋ

oren 2005-06-1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onara님께서 너무 과분한 덧글을 달아주셨군요.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사마천 2005-06-1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지루하지 않습니다.
속 좋은 글 남겨주실 것을 믿어 마지 않습니다.

sprho 2005-06-1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까지 해서 한번 빠르게 읽어봤습니다. 참 평범한 책 처럼 보이지만, 행간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식책도 이제는 명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 아들 피셔가 아버지 피셔에 대하여 이야기 한 내용이 아주 흥미 진진합니다.
서평 잘 보았습니다.

oren 2005-06-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께서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고 말씀해 주시니 문득 아차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사마천님께서 워낙 글 읽기를 좋아하신다는 점을 제가 잠시 깜빡 잊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oren 2005-06-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prho님께서 좋은 말씀 남겨주셨군요.
sprho님께서 행간을 읽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은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이 책은 그저 겉보기에는 정말 평이한 문체로 쓰여져 있어서 다른 책들에 비해 특별한 느낌이 덜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이 책 만큼 투자와 기업 경영에 관해 예리하게 씌여진 책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꼈답니다. 제 경우에도 이래 저래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찾기 위해 제법 많은 기업들을 탐방해보고, 또한 경영진들도 직접 여러차례 만나봤습니다만, 피셔의 글을 읽다보니 '사실 수집'이라는 한 가지 방식에 있어서도 그것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 하는 '능력의 차이'가 얼마만큼 컸었던지를 가슴깊이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피셔의 '비범하고도 놀라운 경지'에 감탄을 거듭하게 되었고, 그 어떤 '명작' 못지않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점을 다시금 덧붙이고 싶군요.

아들 피셔의 글을 읽노라면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래된 흑백 영화의 일부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결코 만만치 않았던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가 그 아들에 의해 그토록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쓰여졌다는 게 놀랍고도 신기할 따름입니다.